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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몽 님의 서재입니다.

돈주머니 용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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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몽
작품등록일 :
2019.04.01 10:32
최근연재일 :
2019.04.26 07:3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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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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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7
글자수 :
145,028

작성
19.04.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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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마검 깔고 앉아 봤어?

DUMMY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이렌이 죽기 전에 쓸데없는 말을 내뱉어서 모여든 마족들의 표정은 심히 좋지 않았다.

큭. 자이렌! 갈 거면 곱게 갈 것이지. 꼭 일을 크게 만들어야했냐?

비밀로 하라는 게 너였잖아.


군단장들의 눈빛이 나를 직시한다.


“글쎄? 무슨 말인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나는 뭐라 둘러댈 말이 없어서 군단장의 시선을 피하기만 했다.


“그럼 대체 누가 마검을······.”


주위는 점점 더 소란스러워졌다.

생각해보면 한 때 자신들과 같은 군단장이었던 자가 눈앞에서 죽은 상태다. 그런데 지금 그 일보다 오히려 마검이 부러졌다는 말에 더 동요가 심한 듯 했다.

‘아아, 큰일이네. 그 마검이 이렇게나 중요한 거였나?’

양심이 무차별하게 마음을 질러댔다.

하지만 나는 동요하지 않는다.

남자가 입을 다물기로 했으면 지켜야지!

그러면서 이 답답한 공기를 버티고 있는데, 샤사룬이 입을 열었다.


“아, 그거? 자이렌이 실수로 부서뜨린 것 같아.”

-네?!


그 말에 모두가 놀란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자이렌은 마왕성을 차지하려고 하고 있었나봐. 그래서 마검을 자신의 것으로 하려고 했는데, 알퀴세르가 걸어둔 봉인마법이 있었거든. 그걸 억지로 어떻게 해보려다가 마검이 그만 뚜욱– 부러져 버린 거지.”

“네에?”


믿기 어렵다는 듯 서로를 쳐다보는 군단장들.

아무래도 억지스러워서 믿지 못하겠다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마왕님이 마법을 썼다고?’

‘마왕님이 마법처럼 귀찮고 어려운 걸 할 리가······.’


어이어이. 놀라는 포인트가 좀 다른 거 아닌가?

그러나 샤사룬은 아랑곳하지 않고 처음의 진술을 밀어붙였다.


“봉인은 창고에 있었는데 그때 부러진 걸 다들 봤지. 어이 너희들!”


샤사룬이 부른 것은 그날 창고에 있던 병사들이었다.

네엡! 하고 부동자세를 취하는 병사들.


“너희들, 그 때 창고에서 마검이 부러져 있는 걸 봤지?”

“네엡!”


바로 대답하는 병사들.

그야 그렇겠지.

‘창고에서 마검이 부러져 있는 걸’ 본 것은 틀림없을 테니······.

샤사룬은 이어서 몰아붙인다.


“자이렌이 부러진 마검을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것도 봤지?”

“네엡!”


역시나 바로 대답하는 병사들.

그야 그렇겠지.

‘부러진 마검을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을 본 것도 틀림없을 테니······.

무섭다. 샤사룬 무섭다.


“그리고 비밀로 지키라고 신신당부했지?”

“네엡!”

“그렇게 된 거야.”


이로서 증언까지 확보하여 진술을 마친 샤사룬.

군단장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했지만 ‘증인’까지 있으니 믿을 수밖에 없다.

대단하다 샤사룬.

그런데 왜 저런 거짓말을 했지?

어쨌든 덕분에 웅성거림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의혹이 가신 건 아니었다.

한 군단장이 의혹을 표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왕님이 마법을 쓰셨다는 것도 그렇고, 자이렌이 그런 실수를 했다는 것도 그렇고, 겨우 봉인마법 때문에 마검 정도 되는 검이 부러졌다는 것도 좀······.”


제 2군단장인 요툰이다.

건강한 청년의 이미지인데 가죽으로 된 자켓을 입고 있다.

이 중에서 이걸 짚어내는 녀석이 이 녀석 하나라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그래도 나름 제대로 된 녀석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샤사룬은 철벽이었다.


“봉인마법 때문에 부러진 게 아니라 봉인마법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마검을 잘못 깔고 앉은 거라든가 뭐 그런 거였어.”

“네에?”


당황하는 요툰.


“깔고 앉았다가 부러졌다고요?”

“응.”

“하, 하오나··· 깔고 앉았다고 부러질 수가 있나요?”

“요툰. 너 마검 깔고 앉아봤어?”


샤사룬이 급 진지해진다.


“아, 아뇨.”

“안 앉아봤으면 말을 마.”

“······.”


다들 말이 없다.

안 앉아봤으면 말을 말라는데 거기에 대고 무슨 소릴 하겠는가?

마검을 깔고 앉아본 사람이 여기에 있을 리가 없잖은가?


“자자, 일단 야일도 쉬어야 할 것 같으니, 남은 이야기는 내일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다들 해산해.”


적절한 타이밍의 분위기 전환. 못 볼 꼴을 본 야일이 있다보니 다들 그 이상 추궁하긴 힘든 분위기다.

몰려든 마족들이 하나 둘 정원을 떠나기 시작했다.

‘휴······ 다행이네.’

안도의 한숨을 쉬는 나.

그 때 야일을 데리고 자리를 피하는 샤사룬이 내 곁을 지나갔다.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살짝 윙크를 한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다.

무······무서워!

샤사룬 다 알고 있었구나······.


***


다음날. 마왕성 회의실.

전 날에 있었던 ‘마검 절단 사태’ 때문에 군단장 전원이 소집되었다.

나를 비롯해 샤사룬이 함께했고, 어두운 얼굴을 한 야일도 왜 나왔는지 맨 구석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간밤의 충격이 쉽게 치유될 리는 없겠지. 울먹이거나 하진 않았지만 뭔가의 불온한 기운이 야일을 감싸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스킬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지?’

나는 돈주머니를 들어 눈 높이에 맞추고 [신안]을 사용했다.

주머니를 너머로 야일의 스테이터스가 눈에 들어왔다.

특별히 달라진 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

[마왕의 딸 야일]

직업 : 마족 공주 (LV. 57)

마왕 알퀴세르의 딸. 어둠의 마법의 잠재력과 최근의 충격이 뒤섞여 새로운 스킬을 발현 중이다.


*스킬

[데스사이드]A, [난투]B, [유혹]B, [매력]B, [마족마력방어]B, [마족지배]C, [흡수]C, [약점간파]C ······ [흑화]E△

------


설명이 바뀌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흑화]라는 E급 스킬이 하나 생겨났다.

또 스킬 옆에는 위로 향하는 화살표가 하나 붙어 있는데 지긋이 바라보니 ‘성장중’이라고 설명이 떠오른다.

위로 향하는 화살표가 성장을 의미하는 것 같다.

‘대체 무슨 스킬이야?’

[흑화] 스킬의 설명란을 읽어본다.


---------

[흑화] E △

- 성격이 어두워진다.

- 주변에 관심이 없어진다.

- 암흑마법에 친화력이 생긴다.

-------


음. 이건 딱히 쓸모있는 스킬 같지 않은데.

안 그래도 까칠한 성격이었는데 여기서 더 어둡게 변하면 뭐가 어떻게 되는 걸까?

시험 삼아 말을 걸어본다.


“저기, 야일?”

“왜.”

“······괜찮아?”

“뭐.”

단답형 짱이군.

힘없이 반쯤 감긴 눈에서 ‘건드리지 마라’라는 묘한 기운이 풍겨온다.

더 말을 걸지는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그대로 두자.

그때, 제2군단장 요툰이 입을 열었다.


“마검이 부러진 건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일단 그 문제는 제쳐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마검이 없는 현 상황을 어떻게든 하는 게 당면 과제입니다.”

“지당한 말이야! 과거보다는 앞으로의 대책을 논하는 게 더욱 절실한 시간인 거야! 나도 뭐라도 할 테니까 다들 힘을 모아주었으면 해!”


나는 요툰의 말에 적극 동의했다.

그리고 입가에 침을 튀겨가면서 문제의 원인보다는 이후의 대책을 논하는 것이 좀 더 건설적인 미래를 보장한다는 투의 연설을 했다.

짝짝짝짝 하고 박수가 나온다.

다행히 다들 감명받은 눈치다.

대리인이라고 앉아 있는데 사태를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니 나름 만족해하는 것 같다.

샤사룬의 입가에 어린 웃음은 못 본 체 하자.

요툰이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박박 긁었다.


“저희의 지식으로는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마검이 부러진 일은 지금까지 없었거든요. 부러진 마검을 대체할 마도구도 없고요.”


요툰이 말을 이었다.


“방법이 있다면 마검이 없이도 강하면 되는 것인데, 알퀴세르 마왕님께서 강한 분이긴 했지만 마왕님께서 맨몸인 상태인데 다른 마왕이 마검을 쓰고 덤빈다면 밀릴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마왕님도, 마검도 없는 상태입니다.”


요컨대, 남은 방법이라면 부러진 마검을 고치는 것뿐이다.

내가 주머니를 휘둘려서 어떻게든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건 어제 알퀴세르에게 면박당한 생각이었다.


[너 그 주머니 휘두르는 게 위력이 대단한 건 알겠는데, 그 외에 다른 스킬 있나?]

“아니······.”

[내 스킬인 ‘마족마력방어’를 상당히 믿는 거 같은데 그거 이쪽 계열 마족이나 하위 마족에게만 통하는 수법이다. 마족들이 모여서 마법폭격이라도 하면 견뎌낼 수 있나?]

“아니······.”

[그럼 말을 말아라.]


흥이다. 뭐 사실 나도 귀찮은 건 싫다.

마족들을 보호하는 것도 내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서 살고 싶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마검을 고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이것 때문에 계속 시끄러워질 거라는 거.

그리고 샤사룬의 입가에 서린 ‘나는 네가 지난날에 창고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웃음도 감당하기 부담스럽다.

여기 마왕성은 있기 편한 곳이니까 마검만 고칠 수 있으면 모든 것이 오케이가 된단 말이다.


“뭔가 우리보다 지식이 많은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요······. 솔직히 마족은 지식의 전승이라는 면에서는 약점이 많아서.”


요툰이 말을 맺었다.

그러자 제 3군단장인 루카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저기, 지금까지 이야기를 안 드렸는데 ‘지식’이라고 하셨으니 어쩌면 방법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응?”


군단장이며 여자 마족인 루카린.

모두 그녀에게 시선이 쏠린다.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던 그녀였다.


“그런 게 있으면 왜 지금까지 말을 안 했는데?”


그러자 루카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상당히 미심쩍은 방법이다 보니. 솔직히 사용하고 싶지도 않고, 사용해도 효과가 있을지, 그것 자체를 잘 모르겠습니다.”


쓰고 싶지 않은 방법? 왠지 불안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데?”

“음··· 이건 제 어머님께 들은 말인데요. 한 인간 현자가 제 외할머님께 선물로 보내온 물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뭐든지 물어보면 알려주는 마도구’. 포장 겉에는 그렇게 씌여 있었다고 합니다.”

“으음?”


듣기에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유용한 아이템인 것 같다.

그런데 왜 쓰기 싫은 방법인 거지?


“좋은 거 아닌가? 현자라면 아는 것도 많을 테니 그런 사람이 만든 마도구라면.”


샤사룬의 말이었다. 그런가? 현자라는 게 그런 거로군? 마법사랑은 뭐가 다르지?

설명충 기질이 있는 알퀴세르가 설명해준다.


[현자라는 건 아는 게 많은 것 자체가 직업이다. 마법도 쓰긴 하는데 그건 아는 게 많다보니 쓸 줄 알게 되는 거고 현자라는 건 질문하면 답해주는 데 특화된 놈들이라는 거다.]


아 그렇군.

어쨌든 그런 사람이 만든 아이템이라면 꽤 괜찮은 거 아닌가?

그런데 루카린의 말이 이어졌다.


“그게,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제 외할머님께서는 상당한 미인으로 유명하셨습니다. 마족 전체로 봐도 대단한 미인이었고 심지어 인간들이 봐도 그랬는지 무수한 연애편지를 받았고 선물도 쉴 새 없이 왔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작은 문 앞에 뭐가 가득 쌓여 있다는 식으로요.”


이 때 샤사룬이 끼어들었다.


“아 나 알아. 루카린의 외할머님이 그 대륙 제일 미녀 루룬이었지?”


루카린이 고개를 끄떡였다. 음. 상당히 아름다운 분이셨나 보다. 궁금하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현자는 그 때 늙은 노인이었는데, 몇 번이나 편지를 보내고 선물도 보내고 그랬답니다. 물론 외할머니는 받아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상한 마도구를 보내왔기에 조사를 해보니 이 자가 선물을 보낸 바로 전날에 죽었다지 않습니까?”


음. 약간 오싹한데?

죽은 다음날 보내준 선물이라는 건가?


“어쩌다가 죽었다는데?”

“그걸 알 수가 없습니다. 딱히 알려진 사인 없이 숨을 거두었다고. 거기에 이 노인네가 죽은 상태로 만면에 미소가 가득해서······ 보는 사람들이 다들 찜찜해했다고 합니다.”


그거 아무리 봐도 좀 그러네.

웃으면서 죽은 현자가 보낸 선물.

확실히, 그런 선물이라면 나라도 기분 나빠서 쓰지 않을 것 같다.

루카린이 말을 이었다.


“외할머니께서 어머니께 주셨고 어머니는 제게 주셨는데 저 역시 써볼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 할 시점이기에······ .”

“지금 어디 있는데?”

“마왕성 창고에 던져놓았습니다.”


······마왕성 창고에 상당히 뭐가 많네?

‘또 찾으러 가야하나······. 이번에는 조심해야지.’

나는 돈주머니를 허리춤에 꽉 졸라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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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성검용사 샌슨 +1 19.04.19 1,458 13 16쪽
18 진료와 상담 +1 19.04.18 1,533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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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로벨 왕국 +1 19.04.15 1,604 18 13쪽
14 문답무용의 네클리스 +1 19.04.13 1,628 15 11쪽
» 마검 깔고 앉아 봤어? +1 19.04.12 1,701 16 13쪽
12 자이렌의 유혹 +1 19.04.11 1,757 19 13쪽
11 마검찾기 +1 19.04.10 1,776 19 12쪽
10 마족 여인 샤사룬 +3 19.04.09 1,810 21 12쪽
9 마왕의 딸 +1 19.04.08 1,952 25 14쪽
8 마족지배 +1 19.04.06 2,011 27 10쪽
7 짐은 방패가 아니다 +1 19.04.05 2,222 29 14쪽
6 마왕 알퀴세르 +1 19.04.04 2,517 3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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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데르나의 관점 +3 19.04.03 2,593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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