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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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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3 09:55
최근연재일 :
2022.11.02 11:34
연재수 :
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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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51
추천수 :
793
글자수 :
667,916

작성
22.09.0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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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2부] 황제의 아들 90 사나운 새벽

DUMMY

5.








「저어, 슈발츠님이십니까?」


꺾어지는 복도 귀퉁이에 서있던 자그마한 그림자 하나가 시야 속으로 끼어들었다. 무심히 지나치려던 카르피온 라 슈발츠는 조심스럽게 흘러나온 앳된 목소리가 가리킨 것이 다름 아닌 자신이었던 까닭에 저도 모르게 말을 멈추고 아이를 돌아봤다. 그와 함께 회의실에 들었다 나온 아이니히 라 케니하크 또한 대전이나 내전들이 있는 내성이 아니라, 신료들이 머무는 외성, 그것도 출병을 앞두고 어수선하기 그지없는 외성 복도에 서있던 시동의 존재가 이채로웠던지 그의 어깨 너머로 아이를 쓱 훑어보고는 되물었다.


「보아하니 황실 시동 같은데, 아는 아이인가?」


「글쎄요, 저는······.」


카르피온은 애매하게 말끝을 흐렸다. 분명 아이의 눈빛은 자신을 아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은데, 옷차림으로 드러난 신분 외에 상대에 대해 언뜻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그 스스로도 조금은 당혹스러운 찰나였다. 흔치 않은 흑발 때문일까. 아이의 인상이 영 서름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 그의 당혹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황성에서 대놓고 아는 체를 할 수 있을 만큼 친분이 있는 상대도 아닌데, 대체 이 아이는 누구란 말인가. 덩치가 커다란 무관들 틈바구니에 끼어 눈치를 보던 순덕한 생김새의 아이가 망설이며 운을 떼어낸 것은, 카르피온의 입에서 너는 누구냐는 반문이 막 터져나가려던 찰나의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저어, 저는 레비홀츠라고 합니다. 저번에 라그라하임 영주님을 통해서······.」


「라그라하임이라면 그레안 영주님이 아닌가.」


분명 황성 궁내부의 차림을 하고 있는 어린 시동의 입에서 의외로 에이반의 이름이 새어나오자 호기심이 동한 모양인지 아이니히가 팔짱을 끼고 서서 본격적인 구경의 자체를 취하며 운을 떼어냈다. 에이반의 이름이 나오고서야 비로소 그레안에 있는 형 칼레이한의 편지가 떠올린 카르피온은 저도 모르게 아아, 하고 뒤늦게 아는 체를 했다. 황명으로 전면전이 선포된 것이 바로 오늘 오후의 일이었다. 굳이 출병 준비가 아니라 해도 오늘 오전 코네세타의 구왕도 크롬빌의 낙성 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세레즈 군부 전체가 완전히 비상 사태였던 지라 칼레이한의 서필 자체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의례적인 형의 안부편지 속에 동봉되어 있던 에이반의 서한을 상기해낸 카르피온은 아이의 이름을 짚어냈다.


「네가 그, 유리라는 아이인가.」


카르피온이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 것인지, 레비홀츠의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예, 긴히 말씀드릴 일이 있어서 뵙고자 하였습니다. 혹 지금 시간이 되시는지요?」


말은 없었지만 아이니히가 영 불편한 듯 그의 눈치를 살피는 소년을 보고 카르피온이 가볍게 웃었다. 이 아이가 전하고자 하는 용건이 칼레이한과 에이반의 부탁대로 옥사에 갇힌 친위대장 크론케이터의 구명에 있다면, 아이니히는 의지가 되어주면 되었지 결코 위해가 될 인물은 아니었다.


「이 분은 괜찮다. 나도 형님도 깊이 신뢰하는 분이고, 에이반님께서도 아이니히님이라면 두 말 없이 믿으실 테니. 하지만 여기서는 하기는 좀 곤란한 이야기겠지.」


불안해하는 레비홀츠를 다독이듯 말한 뒤, 카르피온은 복도를 쓱 둘러보았다. 자신은 어느 정도 상황을 전해 들어 일의 내막을 알고 있다손 쳐도, 대전의 일이니 만큼 사람의 왕래가 잦은 복도에서 나눌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장소를 고심하는 그를 거들듯, 아이니히의 무심한 음성이 울려왔다.


「긴히 해야 할 이야기라면 회의실은 어떻겠나. 방금 끝났으니, 그곳이라면 조용하겠지.」


「그도 그렇군요. 지금이라면 제 집무실도 어수선할 테니까요. 따라 오너라.」


카르피온은 아이를 돌아보며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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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2부의 종장이자 3부의 서장] 쏟아지는 빛 22.09.29 48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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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2부] 황제의 아들 103 사나운 새벽 22.09.26 41 1 10쪽
103 [2부] 황제의 아들 102 사나운 새벽 22.09.24 37 0 9쪽
102 [2부] 황제의 아들 101 사나운 새벽 22.09.23 53 0 10쪽
101 [2부] 황제의 아들 100 사나운 새벽 22.09.22 56 0 13쪽
100 [2부] 황제의 아들 99 사나운 새벽 22.09.21 44 0 7쪽
99 [2부] 황제의 아들 98 사나운 새벽 22.09.19 45 0 14쪽
98 [2부] 황제의 아들 97 사나운 새벽 22.09.18 4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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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2부] 황제의 아들 95 사나운 새벽 22.09.15 48 0 9쪽
95 [2부] 황제의 아들 94 사나운 새벽 22.09.12 57 1 13쪽
94 [2부] 황제의 아들 93 사나운 새벽 22.09.08 67 0 12쪽
93 [2부] 황제의 아들 92 사나운 새벽 22.09.07 49 0 4쪽
92 [2부] 황제의 아들 91 사나운 새벽 22.09.06 58 0 10쪽
» [2부] 황제의 아들 90 사나운 새벽 22.09.04 63 0 4쪽
90 [2부] 황제의 아들 89 사나운 새벽 22.09.02 45 0 6쪽
89 [2부] 황제의 아들 88 사나운 새벽 22.09.01 65 0 11쪽
88 [2부] 황제의 아들 87 사나운 새벽 22.08.31 55 1 10쪽
87 [2부] 황제의 아들 86 사나운 새벽 22.08.30 60 0 8쪽
86 [2부] 황제의 아들 85 시작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 22.08.23 59 0 10쪽
85 [2부] 황제의 아들 84 시작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 22.08.17 51 0 9쪽
84 [2부] 황제의 아들 83 시작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 22.08.11 61 0 7쪽
83 [2부] 황제의 아들 82 시작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 22.08.09 88 0 11쪽
82 [2부] 황제의 아들 81 시작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 22.08.08 66 0 16쪽
81 [2부] 황제의 아들 80 시작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 22.08.05 78 0 16쪽
80 [2부] 황제의 아들 79 시작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 22.08.01 53 0 7쪽
79 [2부] 황제의 아들 78 시작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 22.07.30 48 0 16쪽
78 [2부] 황제의 아들 77 시작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 22.07.22 7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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