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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무 님의 서재입니다.

신께서 노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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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무
작품등록일 :
2021.01.04 15:15
최근연재일 :
2021.02.17 12:0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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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8,140

작성
21.02.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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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멤버는 건드리지 마시죠

DUMMY

선운은 사장을 뒤따라 라이브 바에 올라갔을 때 재수, 재림 중 제일 앞장서 있었다.

사장은 평소에 등산을 즐겨 하던 사람인 것이 분명했다.

계단을 두어 칸씩 성큼성큼 올라가는 모양새가 전혀 어색하지 않아 보였다.

어느새 사장의 뒷모습은 그들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고, 잠시 후 들려오는 라이브 바에서의 비명 아닌 외침이 건물 계단 전체에 메아리쳤다.

선운, 재수, 재림이 모두 라이브 바에 도착했을 땐 이미 상황은 극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네가 여기에 왜 있는 거야?”


사장은 유리를 향해 말했다.

정말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예찬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

방금 아빠라고 하지 않았나?

사장에게 딸과 아들이 하나씩 있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식 중 딸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다름 아닌 유리라는 사실에 결단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리는 자신이 아빠라고 부르는 라이브 바 사장을 향해 당당하게 외친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게 뭐 이상해?”


라이브 바 사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상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빠 가게에 오지 않았던 네가, 지금은 뭐라고? 밴드에 들어가겠다고?”

“내가 아빠 가게에 오지 않았던 이유는 당연한 거고.”


유리는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여성 바텐더 몇몇이 바텐더 대기실 문을 반쯤 열고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이들의 시끌벅적한 대화에 오픈준비를 하고 있던 웨이터들까지 어느샌가 하던 일을 멈추고 이들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유리와 시선이 마주친 여성 바텐더들은 조용히 대기실 문을 닫고 모습을 감추었다.

유리는 고개를 홱 돌려 다시금 사장을 바라본다.


“또, 굳이 내가 아빠를 볼 필요는 없잖아?”


사장은 목을 가다듬고 흥분을 가라앉히려 한다.


“아빠는 그래도 우리 딸에게,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 보여주려고 했던 거야.”

“힘들게 일한다고? 글쎄, 어제는 가게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데.”

“뭐, 어제? 어, 어제도 네가 여기에 왔었어?”

“보나 마나 또 그 아줌마 만나러 갔겠지.”


사장은 당황한 듯 순간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자 곧 웨이터들은 그의 눈을 피해 하던 일을 마저 이어나간다.


“쓰읍! 왜 그래, 너!”


유리는 고개를 젓는다.


“아빠, 아직도 그 여자 만나고 있지? 도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야? 엄마한테 안 미안해?”


예찬은 둘의 대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라이브 바 입구 쪽에서 멍하니 서 있는 선운, 재수, 재림에게 말없이 턱짓한다.

아무래도 둘만의 시간을 갖게 해야 할 것 같았다.

내처 예찬은 동생들과 함께 밴드 대기실로 자리를 옮긴다.

재수는 대기실 문을 닫자마자 깊게 숨을 내쉬며 말한다.


“와, 숨 막혀 죽는 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래?”


재림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기실 소파에 앉는다.


“그러게, 유리라는 저 여자가 사장의 딸이었을 줄이야.”


그리고 예찬에게 묻는다.


“형도 알고 계셨어요?”


예찬은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

겉으로 티 내지는 않았으나 그 역시 적잖이 당황스럽고 놀랍다.

그리고 불현듯 머릿속에 재밌는 사실이 떠오른다.


‘하, 마스터. 우리 시야를 좀 넓게 갖자고. 지금 유흥 일을 하는 사람 중에 설마 건반 칠 수 있는 사람 하나 없겠어?’


라이브 바 사장이 예찬을 트라이앵글에 보내기 전에 했던 말이었다.

참 신기하고 기이하다.

어쩜 이런 우연이 있을까.

사장은 과연 알고 있었을까?

자기 딸이 트라이앵글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예찬이 유리를 처음 만나게 된 건 사장이 그를 그곳으로 보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던 일이었다.

만약 그가 여성 멤버를 구하라는 목적으로 트라이앵글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예찬이 유리를 만나게 될 이유도, 그럴만한 상황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날 그렇게 유리를 만나게 된 건 신기한 일이다.

그렇기에 절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때 선운은 손에 꼭 쥐고 있던 핸드폰에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놀라 한다.

좀 전에 유리를 알아보기 위해 검색했던 것이 어느새 화면 위에 떠 있었다.

그는 차근히 스크롤을 내린다.

그리고 하나의 기사를 발견한다.

그 기사의 제목은 이러했다.


‘워터드롭 멤버, 유리안. 팀에서 탈퇴하다.’


선운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한다.


“유리안? 유리··· 안? 리안?”


예찬은 혼잣말하는 선운에게 묻는다.


“선운아, 뭐해?”


선운은 홱 고개를 돌려 예찬을 바라본다.


“형, 혹시 예전에 조윤서 팀장이 했던 말 기억해요?”

“응? 어떤 거?”

“유리를··· 유리라고 부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선운은 살며시 핸드폰 화면을 그에게 보여준다.

그러자 재수, 재림도 예찬의 옆으로 다가가 다 같이 화면에 떠 있는 기사 제목을 확인한다.

곧 재림은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틀어막는다.


“야! 우리 라이브 바 이름이······.”


그러자 재수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어, 맞아. 리안, 리안 라이브 바······.”


그때 그들의 등 뒤로 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선운, 재수, 재림은 귀신이라도 본 듯 비명을 내지르며 뒷걸음질을 친다.

예찬은 그녀에게 애써 웃어 보이며 말한다.


“사, 사장님과 대화는 다 끝나셨어요?”


유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다 끝났어요. 오늘부터 일하는 거에 대해선 차질 없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을 향해 묻는다.


“제가 여기 사장님의 딸이라는 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죠?”


이윽고 선운의 핸드폰 화면이 유리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피식 웃는다.


“아니면 제가 워터드롭 출신이라는 게 문제가 있는 걸까요?”

예찬은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

재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에게 말한다.


“아, 그럴 리가요. 그냥 저희가 조금 당황스러워서······.”


재림은 옆에서 그의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사장님이 딸이 있다는 건 알았어도, 그게 유리 씨, 아니, 리안 씨인 것도 몰랐고. 하물며 그 딸이 아이돌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유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한다.


“당연하죠. 저희 아빠는 제가 아이돌이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요. 아니, 그냥 관심이 없으세요.”


그녀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젓는다.


“그래놓곤 유치하게 리안 라이브 바가 뭐람. 창피해서 어디 돌아다닐 수가 있어야지.”


그때 대기실 문을 박차고 라이브 바 사장이 들어온다.


“유리안! 너 정말 이럴 거야? 아직 아빠 얘기 안 끝났어! 얼른 나와!”


사장은 유리의 팔목을 붙잡는다.

그러자 유리는 “악!” 소리와 함께 인상을 찌푸린다.


“아, 아파! 이거 놔! 나는 할 얘기 다 끝났거든? 내가 밴드에 들어가겠다고 하는데 아빠가 왜 난리야?”

“뭐? 네가 저급하게 무슨 밴드야! 아빠가 너 이러라고 음대 보낸 건 줄 알아?”


유리는 팔목이 붙잡힌 채로 사장을 노려본다.


“이거 봐, 아빠는 나한테 관심도 없잖아. 아니? 우리 가족은 이제 아예 나 몰라라지?”

“뭐? 이게 아빠한테 그게 무슨 소리야!”

“이미 5년도 더 됐어. 아빠가 우리 엄마 버리고 이상한 아줌마랑 바람난 게 5년도 더 넘었다고! 엄마랑 이혼 도장만 안 찍었지 사실 우리는 남인 거 아니야?”

“유리안··· 너 정말!”

“그리고 아빠, 나 음대 안 갔어.”

“뭐, 뭐?”

“그래, 아빠가 알 리가 없지. 내가 소속사에 들어가 있는 동안 연애하시느라 바빴을 테니까!”


유리의 팔목을 붙잡고 있던 사장의 손길이 더욱 거세어져 갔다.

유리는 더 고통스러워하며 그의 손길을 뿌리치려 애썼다.

그러나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사장은 고개를 저으며 이를 악물고 말한다.


“안 되겠다. 네가 뭔갈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빠랑 단둘이 이야기하자. 얼른 나와!”


그때 예찬의 손이 사장의 팔목을 붙잡는다.

사장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마스터?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손 안 놔?”


예찬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사장님이나 이 손 놓으시죠.”

“이건 가정사야. 마스터가 왜 끼어드는 거지?”


예찬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유리와 눈이 마주친다.


“저는 사장님의 가정사는 관심 없습니다. 그저 따님이 싫어하시는 것 같으니 그만 이 손 놓으시죠. 동생들 눈에 보기 안 좋습니다.”


사장이 예찬의 손길을 뿌리치려 했으나 그의 손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돌덩이처럼 무겁고 단단했다.


“마스터! 감히 사장한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일 그만두고 싶어? 어?”

“예, 사장님께서 그만두시라고 하면 그만두겠습니다.”


예찬은 사장에게 바짝 다가가 말을 잇는다.


“그런데 그 전에, 제 멤버는 건드리지 마시죠.”


사장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친다.


“뭐, 뭐? 제 멤버? 이봐, 마스터! 이 애는 내 딸이야!”


예찬은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압니다. 그런데 제 멤버기도 해서요.”


사장은 유리와 예찬을 번갈아 가며 본다.

유리는 줄곧 예찬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입술은 두려운 듯 연신 떨리고 있었다.

사장은 결국 못 이기는 척 유리의 팔목을 놓아주기로 한다. 내처 그는 이들의 시선을 피하고 씩씩댔다.


“똑바로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또다시 손님들 입에서 밴드 멤버 얘기가 나오면 가만 안 둘 테니까.”


예찬은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알겠습니다.”


그제야 예찬은 사장을 붙잡았던 손을 놓아주곤 대기실 구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산타복 한 벌을 가지고 오더니 사장에게 건네준다.

사장은 어리둥절하며 묻는다.


“뭐, 뭔가, 이게?”

“여성 멤버의 산타복입니다.”

“그, 그게, 뭐?”

“바꿔주시죠, 사이즈. 유리 씨에겐 조금 클 거 같아서요.”


사장은 입술을 깨물며 하는 수 없이 그가 건네는 산타복을 홱 낚아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질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예찬을 나무라고 싶었다. 아니, 아예 밴드 자체를 가게에서 잘라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히 생각을 해보았다.

예찬의 밴드가 그만두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이들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몇 번이고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휘젓던 사장은 이내 자리를 박차고 문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그때 예찬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사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뭐, 또 뭔가?”

“사과는 하고 나가셔야죠.”

“무, 무슨 사과? 딸? 내 딸한테? 마스터가 언제부터 이렇게 오지랖이 넓었지?”


예찬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묻는다.


“무슨 말씀이시죠? 저는 그 얘기가 아니었는데.”


그는 곧 대기실 안에서 말없이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선운, 재수, 재림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금 사장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아까 하셨던 얘기, 취소하셔야겠습니다.”


사장은 동공이 흔들린다.

예찬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 모습에 예찬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크게 소리친다.


“저급한 밴드라고 하셨던 얘기! 취소하시라는 말입니다!”


예찬의 그 외침은 그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 맹수의 울음소리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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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멤버는 건드리지 마시죠 21.02.10 4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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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유리의 눈물 21.01.18 9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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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스토커 21.01.14 128 4 11쪽
10 귀신이 있다는 걸 믿니? 21.01.13 13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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