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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무 님의 서재입니다.

신께서 노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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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무
작품등록일 :
2021.01.04 15:15
최근연재일 :
2021.02.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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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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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VVIP 1 Room (2)

DUMMY

팀장은 당황한 듯 머리를 쓸어넘긴다.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세련되고 우아한. 아니, 지금은 무질서한 혼돈 속에 빠져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팀장은 입술을 깨물고 그녀에게 썩은 미소를 보낸다. 당장이라도 욕이 튀어나올 것 같은 입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나, 차마 그럴 수는 없어 보였다.

유리는 허리를 곧게 펴고 자신의 파트너인 VVIP 손님 술잔에 위스키를 따라주며 말한다.


“오빠는 음료 어떤 거 드세요? 홍차? 아니면 그냥 물?”


그러자 VVIP는 흐뭇한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나는 그냥 물로.”

“네, 잠시만요.”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놓인 얼음통을 자기 손에 가장 잘 닿는 위치에 옮겨놓고, 빈 잔에 얼음과 물을 따라 그의 술잔 옆에 나란히 놓아주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VVIP는 만족스러운 듯 껄껄 웃으며 말한다.


“너 행동하는 게 아주 야무지구나?”

“에이, 아니에요. 이 정도는 모든 아가씨가 기본적으로 하는 세팅인 걸요.”

“하하! 아니야, 아주 잘 하고 있어!”

“감사해요, 오빠, 예쁘게 봐주셔서.”


유리는 그의 칭찬에 해맑은 미소로 화답해준다.

그리고 머릿속에 오 실장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곳 VVIP 룸에 들어오기 전, 그것도 유리가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오 실장과 차 안에서 나눈 대화였다.


*


“실장 오빠, 방금 뭐라고 했어요? 매니지먼트 팀장?”

“그래, 그렇다고 하더라. 그런데 매니지먼트 팀장이 그런 큰 회사에서 힘 있는 직책이 맞는 거냐. 그냥 소속 연예인들의 매니저가 경력만 쌓으면 될 수 있는 직책으로 알고 있는데.”

“나도 회사 내부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지금 매니지먼트 팀장님은 와인큐에서 힘 있는 사람이 맞아요. 그나저나 팀장 언니가 왜 트라이앵글에 오셨지?”

“몰랐던 거냐. 그 사람은 그 방송국에 관련된 사람이랑 가끔 왔었다고 하던데. 하긴, 네가 5층에 내려갈 일이 없으니 모를 만도 하겠다.”

“정말로? 대표님뿐만 아니라 팀장 언니까지도 여기 트라이앵글에 몇 번 왔었다는 말이죠?”

“그래.”


오 실장은 목을 가다듬으며 결국 운전석 창문을 내린다.

담배를 태울 타이밍이 한참이나 늦어져, 몸속에서 자꾸만 니코틴을 부르는 항의 소리가 빗발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담뱃불을 붙이자 다시금 찬바람과 함께 지독한 담배 냄새가 유리에게까지 닿았으나 그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더욱 중요한 이 상황에 온갖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었다.

유리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심각한 어투로 오 실장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팀장님이 방송국에 관련된 사람과 이런 곳에 온다는 건, 분명 팀장님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사람일 거예요. 내가 평소에 알고 있던 그 팀장님이라면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할래. 내려갈 거냐, 말 거냐.”

“당연히··· 내려가야죠.”


유리는 대표와 부딪칠 수 없다면, 역시 다음으로는 팀장과 맞서는 것이 최후의 방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제 팀장과 카페에서 만났을 땐 별다른 소득이 없었지만, 이곳 트라이앵글에서 만나게 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오빠, 그런데 내가 그 방송국 사람한테 초이스가 안 되면 어떡하죠? 팀장님이 나를 앉힐 일은 당연히 없을 텐데.”

“괜한 걱정은 하지 마라. 내가 그것까지 계산을 안 한 상태에서 너를 데리고 가는 게 아니니까.”

“어떻게 하시려고요?”

“이미 손은 써 뒀다. 오늘 그곳에 초이스를 보려는 애들은 모두 그 VVIP가 선택할만한 아가씨들이 아니야.”

“그걸 오빠가 어떻게 알아요?”

“예전에 몇 번 그 사람이 가게에 왔을 때 우리 사무실 애들이 초이스 됐던 적이 있다.”

“오, 진짜?”

“그 애들이 단순하게 얼굴이 예뻐서, 몸매가 좋아서 뽑힌 게 아니야. 그 사람이 아가씨를 뽑는 스타일이 조금 달랐던 거지.”

“아, 그래서 나보고 옷을 갈아입으라 했던 거예요?”

“물론 네가 그 사람한테 뽑히게 될 거라는 걸 백 퍼센트는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상대적이라는 건 언제나 존재하지.”


오 실장은 담배를 한 모금 깊게 피우며 말을 이었다.


“네가 초이스를 보기 전에 먼저, 가슴골이 다 보이고 궁둥이까지 다 보이는 애들을 집어넣을 거야. 그것도 최대한 야한 의상을 입은 애들로.”

“그러다가 그 언니들이 초이스 되면? 5층에서 주로 활동하는 언니들은 진짜 장난 아니게 예쁘잖아요.”

“아니, 그래서 지하 1층과 2층에서 일하고 있는 애들이 들어갈 거다. 물론 내 새끼들이 아닌 다른 사무실의 애들로 구성시켜서. 웃긴 얘기겠지만 내 새끼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심지는 않거든.”

“그 사람들이 괜찮아할까요?”

“괜찮지 않을 수가 없지. 1층과 2층에서 일하고 있는 아직 새싹단계의 아기씨들에게, 5층으로 가서 초이스를 보라고 하면 안 갈 애들이 몇이나 될 것 같으냐.”

“아, 하긴··· 잘만 되면 떼돈을 벌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네가 뽑히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하기로 정했으니까.”


*


유리는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오 실장이 이 일을 시작한 지 15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왔으며 얼마나 많은 상황을 마주했을까.

그는 분명 자신 있어 보였다.

마치 무조건 유리가 VVIP 방에 초이스가 될 것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던 사람처럼 말이다.

VVIP 손님은 곧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아까 유리가 했던 말을 되뇌었다.


“아니, 그런데 아까 이 아가씨가 윤서 씨를 팀장님이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그의 말에 팀장은 순간 인상을 찌푸렸으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나가 아무도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한다.

팀장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유리를 향해 눈썹을 치켜세웠다.


“글쎄요, 저는 잘 못 들었는데. 혹시 이 아가씨가 착각을······.”


그런데 그때 룸 안에 비치된 화장실에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남성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며 따분하다는 듯 말한다.


“아이, PD님! 초이스 다 보셨으면 말씀 좀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그러더니 그는 테이블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며 말을 이었다.


“하여간 우리 PD형님은 왜 예쁜 연예인들 다 놔두고 일반 아가씨를 앉히시려는지 매번 이해가 안 된다니까요?”


장미처럼 새빨간 색으로 염색된 머리에, 귀에는 온갖 반짝이는 피어싱으로 도배된 그 남자는 아직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유리는 이제야 자기 옆에 앉아있는 VVIP 손님이 방송국 PD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방송국 PD는 껄껄 웃으며 그에게 말한다.


“네가 이해 좀 해줘라. 괜히 뒷얘기 나오다가 집사람이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나는 국물도 없어.”

“PD형님도 참 피곤하시겠어요. 형수님이 눈치가 엄청 빠르시잖아요.”

“그러니 형이 말해줬지? 결혼하기 전에 열 번 다시 생각해보고 결국엔 안 하는 게 좋다고. 하여간 드라마 작가라서 그런지 쓸데없이 상상력만 좋아서 나를 더 골치 아프게 만든다니까?”


붉은 머리의 젊은 남성은 이내 유리를 바라보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 아가씨 다 들으셨죠? 이곳에서 있던 일은 절대 다른 곳에 발설하시면 안 되고, 무엇보다 저를 이곳에서 봤다는 건 더더욱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그리곤 그는 싱긋 웃으며 자기 자리를 찾아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가 자연스럽게 향하던 곳은, 바로 팀장의 옆자리였다.

그러고 보니 유리가 처음 룸에 들어왔을 때 팀장의 옆자리는 비어있었는데 그곳에 술잔이 하나 더 세팅되어 있었고, 심지어 온더락 잔에는 얼음이 다 녹아있어 술 색깔이 연해져 있었다.

붉은 머리의 남성이 당연하듯 팀장의 옆자리에 앉으려 하는 찰나, 팀장이 그에게 눈치를 주는 장면이 유리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그 남성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이 의아한 듯 말없이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이내 유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그는 곧장 팀장에게서 멀리 떨어져 앉는 행동을 보인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유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는 결코 의도된 것이 아닌, 그녀 자신도 모르게 어느샌가 얼굴 표면 위로 그려지고 있었다.

유리는 고개를 숙여 애써 그 미소를 감춰냈고, 곧장 고개를 들더니 붉은 머리 남성을 향해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오늘 참 신기한 날이네? 이렇게 혁구, 너까지 보게 될 줄이야.”


방송국 PD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묻는다.


“아니, 정말 뭐야? 어떻게 이 아가씨가 알케이(R.K) 네 본명을 알고 있어? 심지어 아까는 윤서 씨 보고 팀장이라 부르기까지 하더니.”


끝끝내 팀장은 마지못해 입을 열기로 한다.


“아, PD님! 이제 보니까 누군지 알겠네요. 이 아가씨, 예전에 저희 와인큐에서 데뷔시켰던 친구예요.”

“네? 데뷔했었다고요? 아니, 그런데 어떻게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거죠?”

“아, 사실은 그게······.”


팀장은 차마 방송국 PD에게 모든 스토리를 다 이야기할 수 없었다. 아니, 자기가 굳이 왜 이런 얘기를 꺼내는지조차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문이 꽉 막힌 팀장을 대신해, 유리가 PD를 향해 하염없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오빠, 제가 대신 말씀드려도 될까요? 아! 그런데 제가 어떻게 부르시는 게 편하세요? 오빠라고 부를까요, 아니면 PD님이라고 부를까요?”

“아아, 그냥 오빠라고 불러도 돼.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예전에 데뷔를 했었다고? 어디, 네가 한번 나한테 얘기해봐!”


어느새 PD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유리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네, 혹시 오빠 워터드롭 아세요?”

“어휴, 그럼 당연히 알지! 여기 윤서 씨 회사네 소속 애들이기도 하고, 하물며 방송국 PD가 그 유명한 애들을 모르면 안 되지.”

“오빠, 저 사실은 워터드롭 데뷔 멤버였어요.”

“뭐라고? 데뷔 멤버?”


일순간 PD의 얼굴이 놀란 나머지 돌처럼 단단히 굳어졌다. 그러나 그의 동공은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건 아마도 당황스러움? 아니, 전혀 그런 쪽은 아니었다.

그러면 프로그램 제작자로서 기가 막힌 아이템이라도 떠오른 것일까? 아니, 그런 쪽도 아닌 듯했다.

그때 방송국 PD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그는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더니 이내 짜증스러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팀장을 향해 말했다.


“아이 씨! 왜 갑자기 전화하고 난리야! 윤서 씨, 미안한데 집사람 전화 좀 받고 올 테니까 잠깐 얘기 좀 나누고 계세요.”


PD는 불만 가득한 발걸음으로 쿵쿵대며 문밖을 나섰다. 그가 곧 자리를 비우자 불현듯 싸늘하고도 무거운 공기가 찾아와 룸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유리와 팀장, 그리고 그 옆에 앉아있던 R.K는 모두 침묵을 유지하며 서로 눈만 마주치고 있을 뿐이었다.

R.K는 코를 한번 훌쩍이더니 조심스레 유리를 향해 말을 건넸다.


“저··· 누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유리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네, 우리 4년 만에 보지? 나는 잘 지냈어, 너도 잘 지냈지?”

“네, 뭐 그럭저럭······.”

“요새 활동하는 모습 보기 좋더라. 네가 연습생이었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데뷔도 하고 지금은 광고도 찍고. 인기도 엄청 많던데?”

“누나가 저 많이 도와줬잖아요. 제가 처음 연습생으로 들어갔을 땐 피아노를 하나도 칠 줄 몰라서 엄청나게 욕먹었었는데··· 그때 누나 아니었으면 저는 지금 데뷔도 못 했을 거예요.”

“고맙다, 그렇게라도 얘기해줘서······. 그나저나 팀장님이랑 너랑 이런 관계일 줄은 몰랐는데, 참 놀랍네?”


그때 팀장이 테이블 위를 주먹으로 쾅 내리치며 소리쳤다.


“유리안! 너 안 닥쳐?”


R.K는 순간 움찔하더니 이들에게서 멀리 시선을 돌렸다.

반면 유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더니 곧 술잔에 입을 갖다 댄다.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난 이후, 그녀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이렇게 말한다.


“팀장님, 혹시 대표님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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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유리의 눈물 21.01.18 9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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