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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who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더 컨시퀀시즈(The consequences)

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연극·시나리오

라끌리에
작품등록일 :
2017.07.26 10:13
최근연재일 :
2017.12.16 18:16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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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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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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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30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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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3. 화가의 자살

DUMMY

프레드릭은 한숨을 내쉬고는.


프레드릭 : 그만 일이나 하죠. 콜린 양. 오늘 들어온 시체 말인데요······

니콜레트 : (끊으며) 말 놓자. 동갑이야. 너랑 나.


프레드릭, 잠시 니콜레트를 바라보다가.


프레드릭 : 이미 먼저 놓고 있었으면서······.

니콜레트 : 뻥이야. 내가 두 살 더 많아.

프레드릭 : 흥, 그래도 말 놓을 거야.

니콜레트 : 오늘은 여자랑 연애 안 해?

프레드릭 : 뭐?


니콜레트, 부검실 밖을 눈짓하면, 프레드릭은 알아듣고.


프레드릭 : 실수였어, 그건! 더는 용의자랑 연애 안 해!

니콜레트 : 그럼 나는?

프레드릭 : 응?

니콜레트 : (웃으면서) 나랑 연애하고 싶어?


프레드릭, 잠시 얼떨떨해 하다가 매혹적인 미소를 짓고는.


프레드릭 : 하고 싶다고 하면, 해 줄 거야?

니콜레트 : (단호하게) 안 돼. 나 레즈비언이야.

프레드릭 : 그, 그래?

니콜레트 : 나는 내가 제일 좋아. 그리고 나는 여자야. 그러니까 레즈지.

프레드릭 : 뭐야, 그게······. 그런 건 나르시시즘이라고 하는 거야. 동성애랑은 다르다고.


니콜레트, 계속 시선을 자료에 두고는 어깨를 으쓱한다.


니콜레트 : 그러면 넌 게이야?

프레드릭 : (찌푸리며) 뭐?

니콜레트 : 대디를 좋아하잖아.

프레드릭 : 대디가 누군데?

니콜레트 : 실베스터 경감님.

프레드릭 : 무, 뭐?! 그런 게 어디 있어! 내가 게이이면, (사무실 밖을 가리키며) 쟤들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같은 남자지만 특히나 더 좆같다고.

니콜레트 : 게이라고 아무 남자나 좋아하는 거 아니야. 증오하는 남자도 있고, 혐오하는 남자도 있어.


프레드릭, 갑자기 표정을 싹 바꾼다. 허공을 보곤 정색.


프레드릭 : 그런 거라면······ 나는 게이가 맞겠네. (다시 웃는다) 하지만 난 남자보다 여자가 더 좋아. 나랑 사귀어 볼래?

니콜레트 : 뭐 하러? 관심 없어.

프레드릭 : 잘 들어 봐. 너한테 더 이득이라니까? 너는 너를 사랑하면 되고, 나는 너를 사랑하면 되는 거니까, 너는 두 배로 사랑받는 거라고.


니콜레트, 한참동안 프레드릭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다시 돌린다.


니콜레트 : 너는 재미없어.


프레드릭, 깊은 한숨을 쉰다.


프레드릭 : 그래······ 나 유머감각 꽝이다. 그래서 여자 친구한테 맨날 차이고······

니콜레트 : (프레드릭을 보곤) 아까 그 표정, 다시 지어봐. 좀 재밌었어.

프레드릭 : 무슨 표정? (미소 지으며) 이거?

니콜레트 : (정색하고) 그런 거라면······ 나는 게이가 맞겠네. (다시 원래대로) 이거.


프레드릭, 한순간 얼어붙는다. 그리곤 얼빠져서는.


프레드릭 : ······방금 그거 티 났어?


그때, 실베스터가 뒤에서 등장하고, 릭의 뒷덜미를 잡는다.


실베스터 : 야, 인마! 누가 바빠 죽겠는데 여기서 콜린 양 괴롭히고 있으래. 이 양아치 같은 새끼가. 빨리 안 돌아와?

프레드릭 : 아, 왜요! 자료 전달받으러 온 거거든요?

실베스터 : 넌 자료 만들러 현장까지 갔다 오냐? 받았으면 재깍재깍 와야 할 거 아니야.

니콜레트 : (손가락질하며) 쟤 게이래요.

실베스터 : (손을 놓고는) 뭐?

프레드릭 : 아니야! (이르듯) 아, 형사님, 쟤가······!

실베스터 : 그래, 그래. 네가 게이든 바이든 스트레이트든 상관없는데, 나한테 고백은 하지 마라. 망할 새끼, 얼른 제자리로 안 쳐 돌아갈래?! 십 초 준다. 하나, 둘······


프레드릭, 재빠르게 퇴장. 실베스터는 퇴장을 바라보다가 니콜레트에게.


실베스터 : 콜린 양. 내가 추측한 것이 맞나?

니콜레트 : 응. 시체는 떨어져서 죽은 거예요. 후두부에 가해진 타격은 정신을 잃게 만들 수는 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니에요.

실베스터 : 그렇담 사망 경로는 두 가지겠군. 기절한 올드먼 씨를 누군가 끌고 가서 지붕에서 떨어뜨렸거나, 올드먼 씨가 깨어나서 제 발로 갔는데 누군가에게 습격당했거나.

니콜레트 : 나는 전자에 한 표.

실베스터 : 왜지?

니콜레트 : 보통 기습당하면 떨어지면서 뒤돌잖아요, 얼굴 보려고. 그럼 뒤로 떨어졌겠죠. 코 박고 죽을 게 아니라.

실베스터 : (한숨을 쉬고는) 글쎄다. 어쩌면 기습당한 게 아닐 수도······.


실베스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니콜레트가 자료를 손에 쥐어주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실베스터 : 고맙네. 수고하고.

니콜레트 : 대디.


실베스터, 가려다가 돌아보면.


니콜레트 : 프레드릭 좀 예뻐해 주세요.

실베스터 : 왜 또. 이미 충분히 예뻐하고 있는데.

니콜레트 : 글쎄요. 엄청 미워하던데요.


니콜레트, 다시 흥얼거리며 할 일을 한다. 실베스터는 무안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곤 퇴장.



다시 실베스터의 사무실로. 마일즈는 문서를 몇 개 들고는 사무실의 문을 연다. 사무실에는 프레드릭밖에 없다.


마일즈 : 경감님, 요청하신 두 용의자······ (없는 걸 알고) 어라······

프레드릭 : (마일즈를 보고) 브레히트 경위님? 왜요?

마일즈 : 스콰이어 형사, 버트랜드 경감님 못 봤어?

프레드릭 : 법의관한테 갔어요. 용의자가 왜요? 왜 맨날 저한텐 안 말해주세요. 저도 이번 사건 조사하고 있다고요.

마일즈 : 그, 그야 경감님이 반장이시니까······. (주변을 둘러보다가) 근데 아까 데려온 용의자는 갔니?

프레드릭 : 쿠버 씨요? 일 해야 된다고 갔어요. 취조해보니 별 건 없더라고요. 그다지 클레멘트 사에서의 일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던 것 같지는 않았고요.

마일즈 : (웃으면서) 생사람 잡을 뻔한 거네.

프레드릭 : (꺼림칙한 듯) 글쎄요. 그리 평범한 사람 같아보이진 않았어요. 예술에 조예가 깊더라고요. 조금 무서울 정도로. 특히나 올드먼 씨에게는 집착이 심했던 것 같고.

마일즈 : 혹시 올드먼 씨를 좋아했던 거 아냐? 그래서 예술에 대해 공부한 거고.

프레드릭 : 아뇨. 딱히 그런 것 같지는······


그때, 실베스터가 문을 열고 등장. 마일즈를 발견하곤.


실베스터 : 뭐야. 나 찾아?

마일즈 : 아, 예. 위조지폐범들로 추정되는 용의자 두 명을 찾아냈습니다. 이름은 쇼어디치 모어와 보우 갤러햇. 둘 다 그쪽 바닥에서 꽤나 경험이 있나 봅니다. 워낙 노련해서 아직 검거하진 못했고요.

실베스터 : 두 명이서 같이 일하는 건가?

마일즈 : 네. 둘이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더군요. 여기요.


마일즈가 서류의 한 곳을 가리키면, 실베스터는 눈살을 찌푸리고.


실베스터 : 이건, 올드먼 씨와 로웬 양이 다녔던 초등학교잖아. 이번 용의자들의 공통점들은 초등학교인가?

프레드릭 : (마일즈에게) 이 조폭들, 클레멘트 사에서 고용한 거예요?

마일즈 : 아니. 둘은 클레멘트 대출업체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어.

프레드릭 : (혼자선) 이상하다······. 그럼 단순히 사업 관계였던 건가.

실베스터 : 아마 이 두 명이서 빚에 허덕이는 올드먼 씨를 꼬드겼겠지. 위조지폐를 만들어서 한 건 건지자고 말이야. 그리고 올드먼 씨를 살해한 이유는 수익 분배 문제 때문인 것 같고. (마일즈를 보고) 어쨌든 수고했네. 그만 가 봐도 좋아.


마일즈, 퇴장하면, 실베스터는 프레드릭에게.


실베스터 : 아무래도 우리가 직접 두 명을 잡긴 힘든 것 같지?

프레드릭 : 형사님은 진짜로 두 명이서 올드먼 씨를 죽였다고 생각하세요?

실베스터 : 그건 모르는 거지. 검거하기 전까진. 만약 둘 중 하나라면, 보우 갤러햇은 아닌 것 같아. 너무 뚱뚱하고 둔해 보여. 올드먼 씨가 아무리 비실비실해 보여도 성인 남성이란 말이야.

프레드릭 : 이 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요, 형사님. 몸싸움은 없었어요. 니콜레트가 준 자료에도 나와 있잖아요. 화가가 뛰어내리기 전, 후두부의 타격 외에 다른 외상은 없었다고요.

실베스터 : 그러면 두 명이서 올드먼 씨를 불러내어 죽인 건가? 위조지폐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덮어버리기 위해서?

프레드릭 : 아뇨, 반대에요. 로웬 양이 그랬잖아요. 화가는 5달러를 꺼내서 그걸 한참을 바라보다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요. 만약 전화를 건 대상이 그 둘이라면, 화가는 그들을 만나러 간 거겠지요.

실베스터 : 화가가 먼저 찾아갔다?

프레드릭 : 네, 맞아요. 화가가 갖고 있던 5달러는, 위조 지폐였던 거예요. 화가는 자신이 열심히 그린 지폐를 맨 눈으로 알아볼 수 있었겠죠. 왜, 직관적으로 자기 작품을 알아보잖아요, 예술가들은. 믿을 수 없어서 위조지폐를 감식하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본 거고요. 그 행동은 다른 이들에게 ‘한참을 바라보더라’로 비춰졌겠죠.

실베스터 : 그 둘이서 화가한테 보수로 위조지폐를 배당했던 거로군. 화가가 그 5달러가 위조지폐란 걸 알아차렸으면, 받았던 다른 현금들도 가짜임을 짐작했을 거야. 그래서 올드먼 씨는 동업자들, 아니, 공범들에게 따지러 갔던 거야!


실베스터는 흥분하고.


실베스터 : 그러면, 내가 만약 화가였다면, 머리끝까지 화가 났을 거야. 동경하던 인물화를 버리고 범죄에 손을 대게 만들어 놓고는, 주동자 둘은 감히 날로 먹으려 들었으니까. 보자마자 앞뒤 안 가리고 막 덤벼들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그냥 덤벼들진 않아. 조폭인 쇼어디치는 험악하게 생겼고, 보어는 몸집이 크니까. 아마 무기를 가져갔을 거야.


책상 위 연필꽂이에 꽂힌 커터 칼을 뽑아들고는.


실베스터 : 그런데 화가는 총을 사진 못했어. 이제 수중에는 위조지폐밖에 없을 테니까, 그걸 차마 쓰진 못했겠지. 그래서 급한 대로 화실에 들러서 나이프를 가져갔을 거야. 아마 날카로운 아트 나이프 같은 거겠지. 아까 올드먼 씨의 화실에 갔을 때, 반듯하게 잘린 종이들이 있었지만 칼 같은 게 없더라고. 이곳저곳에 전화해서 화가는 결국 도망치던 둘을 찾아내었어. 그리곤······


그리고 커터 칼로 허공을 내리찍는다.


실베스터 : 둘 중 하나를 칼로 찍어버렸겠지. 죽이진 못했을 거야.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큰 상처는 입힐 수 있었고, 화가의 옷에는 피가 튀었겠지.

프레드릭 :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뒤에서 둔기로 화가의 뒤통수를 쳤을 거예요. 화가에게 무기가 있었으니까 맨손으로 말릴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몸싸움 흔적이 남지 않았던 거고요.

실베스터 : 둘은 화가가 쓰러지자 죽은 줄 알았을 거야. 겁에 질려서 숨이 붙어있는지 제대로 확인도 못 해봤겠지. 그래서 옷가게에서 새 옷을 사서 화가에게 입혔어. 자신의 혈흔을 감추기 위해서.


실베스터,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리곤 맥없이 커터 칼을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실베스터 : 그런데······ 그 다음에는?

프레드릭 : 뭐가 다음이에요? 올드먼 씨를 성당 꼭대기에서 떨어뜨려서 죽였겠죠.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서.

실베스터 : (고개를 저으면서) 혼자서 기절한 성인 남성을 옮기긴 힘들어. 그것도 성당의 지붕 위까지 끌고 올라가야 하잖아. 그렇다고 둘이서 옮기기엔 너무 눈에 띄고. 아마 그랬다면 훨씬 더 빨리 신고가 들어왔을 테지.


다시 고민한다. 프레드릭은 실베스터를 바라만 본다.


실베스터 : 제길, 어떻게 죽인 거지? 그냥 잡아서 자백을 받아내는 수밖에 없나.

프레드릭 : 만나보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실베스터 : 그니까. (머리를 쥐어뜯으며) 근데 무슨 수로.

프레드릭 : 걱정 마세요. 저한테 좋은 수가 있어요.


실베스터가 고개를 돌려 프레드릭을 쳐다보면, 프레드릭은 웃는다. 그리고 암전. 장소는 다시 베일리의 화실로 전환.



암전 상태. 쇼어디치와 보어, 손전등을 들곤 화실에 은밀하게 등장한다. 쇼어디치는 한쪽 팔에 붕대를 감고 있다. 보어는 소심하게.


보어 : 야아······. 그냥 기차 타고 다른 주로 튀자니까 여긴 왜 다시 와. 꺼림칙하게······

쇼어디치 : 잔말 말고 거들어! 베일리 그 자식 그림이라도 챙겨 가야 할 것 아니야. 그 새끼가 날 이렇게 만들었는데. 씨발, 괜히 그 미친 사이코 말을 들어가지고······.

보어 : 베일리가 사이코야?

쇼어디치 : 아니, 병신아. (설명하려다 말고) 됐다. 네가 뭘 알겠냐.


쇼어디치, 주섬주섬 벽에 걸린 그림들을 내린다.


쇼어디치 : 아, 씨발. 한쪽 팔로 내리기 존나 힘드네.

보어 : 얘 그림 잘 팔리지도 않는데 왜······.

쇼어디치 : 시끄러워, 쓸모없는 돼지 새끼야! 너도 빨리 그림이나 챙기라고! 어? 고우라는 화가는 있잖아, 그 녀석은 평생 한 작품밖에 못 팔았다잖냐. 베일리 새끼 이제 죽었는데, 얼마 안 있어서 작품가격 뛸지 누가 아냐?

보어 : 그거 고우가 아니라 고흐잖아······.

쇼어디치 : (열 받은 듯) 아, 닥치라고 좀!!


쇼어디치가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치면, 조명은 환하게 켜지고.


실베스터 : 꼼짝 마! 경찰이다!


실베스터와 프레드릭, 그리고 스테파니가 무대 위에 올라와 있다. 다른 경찰 두 명은 쇼어디치와 보우에게 총을 겨눈다. 둘은 겁에 질려선 그림을 떨어뜨리고 두 손을 올린다. 스테파니는 둘을 가리키며.


스테파니 : 어! 말썽쟁이 친구들이다! 너네 아직도 그러고 다니냐?

쇼어디치 : (보어에게 작게) 아이, 씨, 너 땜에 짭새 떴잖아······.

보우 : (작은 목소리로) 네가 소리 질러서 그런 거잖아.

실베스터 : 역시 범인은 현장에 나타나기 마련이지. 안 그렇나? 올드먼 씨의 ‘동업자’들.


쇼어디치는 경찰들을 보며 머리를 조아리고 빈다.


쇼어디치 : 하이고, 형사님들, 위조지폐 만든 건 크나큰 잘못이지만요······ 저희가 원래 베일리를 죽일 생각은 아니었고······ 그 새끼가 칼을 들고 귀신 들린 놈처럼 나대기에······ 그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정당방위였고······

보어 : 예, 예. 그냥 저희가 한대 탁 치니까 억 하고······

쇼어디치 : (쿡쿡 찌르며) 조용히 해, 인마!

실베스터 : 그래서 시체는 어떻게 했지? 바른 대로 말 해!


쇼어디치랑 보어는 의아하게 서로를 보고는.


쇼어디치 : 그냥 싸우던 창고에 놔두고 왔는데요.

실베스터 : 옷 갈아입히고 그냥 두었다?

쇼어디치 : 예. 지, 지금 시체 아직도 못 찾았습니까?


프레드릭, 자신만만하게 미소 지은 채, 앞으로 조금 나온다.


프레드릭 : 들으셨죠? 이제 그만 나오세요. 범인은 역시, 현장에 나타나기 마련이죠. 안 그렇습니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마르틴이 들어온다.


프레드릭 : 마르틴 쿠버 씨. 당신이 이번 화가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입니다. 당신이 범인이라는 증거는.


프레드릭, 마르틴에게 다가가서 마르틴의 양복 앞주머니에서 유심 칩을 꺼낸다.


프레드릭 : 이 유심 칩에 나와 있는 마지막 통화 기록을 확인해보면 알 수 있겠지요.


프레드릭, 마르틴을 관찰하다가 보어를 보곤.


프레드릭 : 올드먼 씨는 당신에게 얻어맞고도 살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휴대폰이 울린 거죠. (마르틴에게) 발신자는 쿠버 씨 당신이었고요. 당신은 올드먼 씨에게 위조지폐에 관해 알려줄 게 있다면서 클레멘트 성당의 꼭대기로 오라고 시켰겠죠. 올드먼 씨는 당신의 말대로 했습니다.


한 바퀴를 배회하다가 다시 제자리로 오곤.


프레드릭 : 당신은 성당 지붕에서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어요. 쇼어디치와 보어를 동업자로서 중개해준 건 바로 당신이라고. 어떻게든 절망적인 말로 화가를 직접 자살하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화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살하지 않았어요. 아마 선뜻 뛰어내리지 않고 까마득한 아래만 바라보고 있었을 겁니다. 화가 난 당신은 그대로 뒤에서 올드먼 씨를 밀쳤겠죠. 갑자기 밀쳐진 거라서 올드먼 씨는 바닥에 머리를 박고 죽었던 거고요!


마르틴, 말이 없다가 체념한 듯.


마르틴 : 제가 졌습니다. 신문에서 봤던 대로, 이 근방 형사들은 뭔가 다르긴 다르군요.

스테파니 : (절망적으로) 마르틴! 대체 왜 그런 거야! 우, 우린 친구잖아. 아니었니?


사이. 마르틴에게 핀 조명.


마르틴 : 사람이 죽는데도 수천가지 이유가 있듯, 사람을 죽이는데도 수만가지 이유가 있죠.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건, 그 이유라는 게, 선뜻 말하라고 하면 단 한 가지도 못 대게 되더란 말입니다. 분명 변명거리는 많겠지만, 즉흥적인 거죠. 자살과 살인은.


그림들이 걸려 있는 벽으로 다가간다.


마르틴 : 베일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남달랐어요. 걔는 떡잎부터 재능 있는 그림쟁이였습니다, 전 반드시 그 녀석이 세계 제일의 화가가 될 줄 알았습니다. 저도 옆에서 피눈물 나게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 녀석 재능에는 발끝도 못 미치더라고요. 베일리는 제가 가지지 못한 것은 전부 다 가졌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스테파니와도 사귀게 되었고요.


스테파니는 슬픈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마르틴, 고개를 숙인 채 허탈하게 웃고.


마르틴 : 저는 이미 오래 전에 예술가의 꿈을 접었습니다. 저는, 백날 캔버스에 팔이 빠지도록 붓질해봤자, 이름 없는 삼류 화가에 그칠 테니까요. (사이) 그런데······ 제 예상과는 다르게 그 자식은 진짜 화가가 되어도 영 빛을 보질 못하더라고요. 제 안목이 틀렸던 건지, 세상이 어리석은 건지.


사람들을 보며 미친 사람마냥 격정적으로.


마르틴 : 그래요! 제가 베일리를 벼랑으로 몰아갔습니다. 더욱 극한의 상황으로 만들어서, 최고의 작품을 뽑아낼 수 있도록! 하하! 그런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이런 제기랄! 작품은 안 나오고, 점차 저보다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더군요. 아무도 이런, (그림을 들면서) 이런 훌륭한 작품을 못 알아봤던 겁니다! 젠장, 제기랄. 자살유도요? 하, 그래요. 제가 클레멘트 성당의 지붕에서 베일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압니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병신 같은 화가 일 때려 치고 공동 사업이나 하나 하자 했습니다. 더 이상 이 바닥엔 예술이 먹히질 않는다고요!


마르틴, 그림이 들린 팔을 힘없이 내려버린다. 그림에는 거꾸로 매달린 사나이가 그려져 있다.


마르틴 : 그런데, 베일리는······ 그 와중에 성당 아래의 행인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제 얘기들은 전부 흘려들으면서요. 그리고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다시 한번 내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캔버스에 저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사이) 그건, 그건 분명한 예술가의 모습이더군요. 경이롭기보단 차라리 구역질이 났습니다. 아주 충동적인 혐오감이었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베일리는 추락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곤 그림을 소중하게 껴안는다. 서럽게 흐느낀다.


베일리 : 그건, 화가의 자살이었습니다. 그는 하나의 자살을 하고 있었다고요. 나는 그 예술을 무자비하게 짓밟아버린 겁니다······.


무대, 점차 암전.



괘종시계 소리가 울리면, 장소는 도미닉의 사무실로 전환. 도미닉은 의자에 앉아서 의뢰인을 마주하고 있다. 의뢰인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도미닉이 손짓하면, 퀸은 서랍에서 수표를 가져오고.


의뢰인 : 아, 혹시 펜 있습니까?


도미닉, 실망을 담은 한숨을 내쉬곤 윗주머니에서 펜을 뽑아 빌려준다. 의뢰인은 받고는 조금 망설이고.


의뢰인 :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도미닉 : 얼마든지. 그리고 그만큼 선생의 아드님 상황 또한 어려워지겠지만.


의뢰인은 난처하게 도미닉을 바라보다가 결국엔 과감하게 수표에 서명한다. 그리곤 고개를 숙이고.


의뢰인 :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 아들은 아직 미래가 밝습니다.

도미닉 : 걱정 마시지요.


의뢰인이 퇴장하면, 퀸은 그가 앉았던 자리를 털어내고 앉는다.


킬러퀸 :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결단력은 부족한 사람이네요.

도미닉 : 확신이 없기 때문이란다. 제 아무리 고귀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도 본인의 결정에 확신이 없다면 일류가 될 수 없지.

킬러퀸 : 이 사람들도 확신이 없던 걸까요? 특히, 화가 말이에요.


퀸, 오늘자 신문의 1면을 보여 주면, 도미닉은 와인 잔을 집어 들고는.


도미닉 : 그래,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자신의 행동에 믿음이 있다면 뭐든지 보답 받을 수 있단다. 참으로 안타깝군. (마시곤) 언젠가는 작품을 맡기고자 했는데······ 그저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했어. 그릇이 아니었던 거지.


잔이 비자, 퀸은 와인을 더 따라주려 한다. 도미닉은 손으로 잔을 막으며.


도미닉 : 고맙지만, 아가. 더 이상 마시면 안 될 것 같구나. 이제부터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하거든.

킬러퀸 : 또 사람이 오기로 했나요? 일정은 비어 있었을 텐데요, 선생님?

도미닉 : 아니, 조만간. 이번 손님은 아주 세심하거든. 예민한 작가 선생이라서 말이지······.


도미닉, 의자의 등받이에 조금 기대고, 무대는 서서히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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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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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5. 숲 속 살인 호텔 17.12.16 74 0 23쪽
21 5. 숲 속 살인 호텔 17.12.09 69 0 15쪽
20 4. 장미 주위를 돌자 17.12.03 56 0 24쪽
19 4. 장미 주위를 돌자 17.11.25 76 0 15쪽
18 4. 장미 주위를 돌자 17.11.19 97 0 17쪽
17 3-1. 미아와 마술사 17.11.11 75 0 18쪽
16 3-1. 미아와 마술사 17.11.04 81 0 15쪽
» 3. 화가의 자살 17.10.30 84 0 21쪽
14 3. 화가의 자살 17.10.21 61 0 17쪽
13 3. 화가의 자살 17.10.14 67 0 14쪽
12 2-1. 그 결과 17.10.07 91 0 19쪽
11 2-1. 그 결과 17.10.01 84 0 15쪽
10 2. 솔로몬 그런디 17.09.23 114 0 19쪽
9 2. 솔로몬 그런디 17.09.17 107 0 19쪽
8 2. 솔로몬 그런디 17.09.09 89 0 14쪽
7 1-1. 양날의 검 17.09.02 75 0 17쪽
6 1-1. 양날의 검 17.08.20 126 0 14쪽
5 1. 산타의 죽음 17.08.19 120 0 20쪽
4 1. 산타의 죽음 17.08.12 78 0 20쪽
3 1. 산타의 죽음 17.08.04 148 0 18쪽
2 0. Prelude 17.07.26 152 0 21쪽
1 0. Prelude 17.07.26 3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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