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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who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더 컨시퀀시즈(The consequ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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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끌리에
작품등록일 :
2017.07.26 10:13
최근연재일 :
2017.12.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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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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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솔로몬 그런디

DUMMY

무대, 다시 밝아지면 장소는 실베스터의 사무실로 전환. 실베스터는 의자에 앉아 있고, 크리스는 서 있다. 둘, 언쟁을 벌이다가.


실베스터 : 그래서, 정 형사는 대체 문제가 뭔가? 난 솔직히 자네의 그······ (찡그리며) 내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는데.

크리스 : 경감님. 왜 하필 스콰이어와 함께 다니십니까? 그 자식은 암 덩어리입니다. 도로 교통과로 쫓아버려야 한다고요.

실베스터 : 뭐 하러 그런 짓을 해.

크리스 : 그 개 같은 자식은 항상 사건 현장을 개구멍 파듯 들쑤시고 있지 않습니까? 전부 망치고 있다고요!

실베스터 : 사건 해결하는 데 엄숙한 절차 같은 게 어디 있나? 열심히 일 잘 하는 애를 왜 걸고 넘어져? 그리고 특히 우리 본부는······ 자네도 잘 알잖아. 사건 질질 끌면 어떻게 종결 날지.

크리스 : 질질 끄는 건 오히려 프레드릭입니다. 지금 그 자식은 여자랑 노닥거리고 있잖습니까. (사이) 저는 일을 어떻게 ‘적당히’ 처리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상부에 보고도 어떤 식으로 올려야 하는지······

실베스터 : (언짢아선) 그래서 자살로 포장하고 빨리 처리해버리는 게 장땡인가?


실베스터,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서선 크리스를 노려보며 삿대질을 한다.


실베스터 : 자네는, 자네는 말야. 실력이 없는 게 아니었어. 명백한 타살인 걸 알고 있으면서도 항상 자살로 치부해 버리곤 했지. 내 말이 틀려? 우리가 무슨 운전면허 떼 주는 공무원인 줄 알아? 우리가 하는 일에는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다고! 위엣 말 잘 들으면 망자가 부활이라도 해?

크리스 : 모든 일에는 가장 ‘효율적인’ 처리 방법이 있는 법입니다. 경감님과 일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접니다. 우린 원래 같은 부류였잖습니까?

실베스터 : 경감이 본부에 나밖에 없는 줄 아나? 왜 나한테만 이래.

크리스 : 버트랜드 형사님 같은 경감은 없으니까요. 인정하시죠. 경감님도 원래는 이런 경찰이 아니었습니다. 열정에 불타서 이리저리 뛰던 경찰이 아니었단 말입니다.

실베스터 : 그래! 난 변했네. 프레드릭이 날 바꿨지. 다시는 바뀔 것 같지 않았는데······ (잠시 사이) 스콰이어는 GCPD의 유일한 희망이야. 위에서부터 썩어 문드러진 본부를 바꿀 희망!

크리스 : (코웃음치며) 하, 희망이요? 프레드릭 같은 애들이 오히려 나중에 칼 들고 설치죠. 전부 완벽할 것 같죠? 경감님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크리스는 불만인 듯 퇴장하고, 실베스터는 표정을 구긴 채 머리를 짚는다. 사무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엘뤼거.


엘뤼거 : 에······ 이런. 상황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실베스터 : 와서 앉게. 제기랄. 머리가 아파서 미칠 것 같아.

엘뤼거 : 형사님. 가끔 퇴사가 망설여지실 땐, 이 작은 알고리즘을 하나 기억하시면 됩니다. 이 회사가 내 적성과 맞는가? 아니다! 합당한 페이를 받고 있는가? 아님! 동료들은 내게 친절한가? 이것도 아님!

실베스터 : (노려보면서) 내가 선생을 여기 왜 불렀는지는 안 궁금하나?

엘뤼거 : 형사님과 관련된 건 뭐든지 절 궁금하게 만들죠! 아, 맞다. 형사님. (웃으면서) 형사님 덕분에 한 건 건졌습니다요.

실베스터 : 단독 취재라도 잡았나?

엘뤼거 :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몇 년을 걸쳐서 치열하게 취재해 온 결과 드디어 빛을 발하는 겁니다. ARN의 승리라고요! 이제 CCN하고 헤럴드는 손가락만 쪽쪽 빨게 생겼지 뭡니까. 하하.

실베스터 : (심각하게) 잠깐. 내가 묻고 싶은 것도 그거야. 뭔가 이상해.

엘뤼거 : 뭐가요?

실베스터 : 기사 가치 말이야. 소믈리에에 대해서 대중적으로 큰 관심이 일었던 것도 아니었어. 당장 나만 해도, 사건이 터지기 전까진 이런 경연 대회가 있는지조차 몰랐었다고. 그런데 왜 그런 대형 언론사들이 달려들어서 이번 전국 대회를 취재하려는 거지? 피로연에까지 참석해가면서?

엘뤼거 : (이해한다는 듯) 아. 형사님은 모르시겠군요.


엘뤼거, 비밀을 말하려는 듯 실베스터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엘뤼거 : 사실, 언론사에서는 이미 경연대회의 비리에 대해서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한 소믈리에가 죽었었거든요.

실베스터 : (처음 안 듯) 뭐?!

엘뤼거 : 파비안 폰드라는 소믈리엔데요, 한때 소믈리에들 사이에서는 꽤나 명망 있었나 봅니다. 하여튼 3년 전, 자신의 집에서 치사량의 비상을 먹고 사망했답니다. 다른 증거가 전혀 남아있질 않아서 자살 사건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대형 언론사들로 소포가 하나 배달된 겁니다.

실베스터 : 유가족이 보낸 건가?

엘뤼거 : 와우, 예리하시네요. 네, 맞습니다. 발송인은 이름은 안 밝혔지만, 자신은 폰드 씨의 유가족이라고 하더군요. 소포 안에는 녹취록이 들어 있었습니다. 폰드 씨가 죽기 직전에 녹음한 대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죠.

실베스터 : 대화 상대는. 상대는 폰드 씨하고 누구였지?

엘뤼거 : 솔로몬 그런디이죠. 대화 내용은, 대강 말해 보자면, 폰드 씨가 그런디 씨에게 비리를 자백하라고 몰아가는 내용이었습니다.


실베스터, 얼빠진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리곤 엘뤼거에게.


실베스터 : 지금. 녹취록 있어? 사본이라도.

엘뤼거 : 없어요. 상부의 압력으로 인해 삼일 만에 싹 갖다 버렸거든요. 하지만 여기 경찰 본부에도, 사건 파일로 남아 있을 텐데요? 소포를 보낸 유가족이 그랬었거든요. 자신은 이 녹취록을 경찰에게도 보냈지만, 경찰 측은 그건 증거가 될 수 없다며 폰드 씨의 자살로 종결 내버렸다. 언론은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다. (한숨을 쉬곤) 안타까울 뿐이죠.

실베스터 : 3년 전, 파비안 폰드 사건. (크게) 마일즈? 마일즈 형사!

프레드릭 : 이거 찾아요?


그때, 프레드릭이 파일과 상자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온다. 둘, 프레드릭을 쳐다보면.


실베스터 : 너, 너······. 아직 집에 안 갔냐?

프레드릭 : (엘뤼거를 째려보곤) 다시 왔어요. 찾을 게 있어서. (테이프를 집어 들곤) 이거 들을 거죠?


프레드릭이 테이프를 재생하면 잡음이 들리다가.


파비안 : (E) 다 아니까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밝히시지. 이깟 대회는 다 엉터리야. 당신은 사회자가 만들어낸 솔로몬일 뿐이라고!

베네딕트 : (E) 자네야 말로 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날조하고 그러나. 지금 내 혀를 불신하는 것인가?


프레드릭, 흥미 없다는 듯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른다.


실베스터 : 뭐 해. 좀 듣자!

프레드릭 : 쓸모없는 내용들인걸요.


정지 버튼을 누르면.


베네딕트 : (E)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함께 즐겨보자고, 친애하는 친구. 건배.


잔에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프레드릭은 다시 테이프를 빨리 감는다. 거의 끝까지 감자 파비안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테이프, 정지된다.


프레드릭 : 그래. 이거야. (테이프를 내려놓고) 제가 이 녹취록을 최초로 받지 못해서 유감이네요. 제가 이 사건을 맡았으면, 그런디 씨의 범행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실베스터 : 넌 소리만 듣고도 뭐가 잡히든?

프레드릭 : 물론이죠. 살해 방법까지도 다 알겠는걸요. 몸싸움 소리가 들리지 않은 걸 보면, 억지로 독을 먹인 건 아니에요. 목소리가 녹음될 만큼 둘은 가까운 위치에 있었을 테니까, 몰래 독을 넣기도 쉽지 않았을 테죠. 답은 얼음이에요.

실베스터 : 얼음? 온더록스 술?

프레드릭 : 네. 잘 아시네요. 얼음 넣어 먹는 술이요. 그 얼음을 만들 때 독극물을 넣고 얼리는 거죠. 얼음이 녹으면서, 자연스럽게 술에는 독을 탈 수 있게 돼요. 그런디 씨가 얼음을 미리 준비해갔다면 충분히 가능한 범행이에요.

엘뤼거 : (프레드릭에게) 형사님, 그러면 이번 솔로몬 살해 방법도 똑같은 겁니까?


엘뤼거가 물으면 프레드릭은 탐탁찮은 표정을 짓는다.


프레드릭 : 달라요. 피로연에는 얼음이 없었으니까요.

실베스터 : 폰드 씨 살인 사건을 이제 와서 밝혀서 뭐 하냐? 이미 죽은 사람을 체포할 수도 없고.

프레드릭 : 형사님, 이름 한번 더럽게 못 외우시네요.

실베스터 : 그래. 못 외운다. 새끼야. 어쩔래?

프레드릭 : 용의자 이름은 잠깐이라도 외워두셔야죠. 파비안 폰드 씨의 딸이 바로 테레제 폰드 양입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 중 한명이자, 솔로몬의 비서라고요.

실베스터 : (혼란스러운 듯) 아, 아니 잠깐. 테레제 양이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다고 쳐, 근데 그녀는 알리바이가 완벽하다고. 행사 내내 자리에 앉아 있었을 뿐더러, 솔로몬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다고 했어.

프레드릭 : 당일의 알리바이는 상관없어요. 이번 독살은 하루 이틀 준비한 것이 아니니까요. 자세한건 내일 사건 현장에서 다 밝혀낼 겁니다. (엘뤼거에게) 그러니까, 빨리 나가시라고요, 당신!


프레드릭이 억지로 문 밖으로 엘뤼거를 밀어내면, 엘뤼거는 당황하면서.


엘뤼거 : 자, 자, 잠시만요! 형사님들! 내일 몇 시쯤에 밝혀낼 것인지 말씀 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프레드릭은 엘뤼거를 쫓아내고 문을 닫아버린다. 실베스터는 기가 막힌 듯.


실베스터 : 넌 또 왜 갑자기 심술이야.

프레드릭 : 갑자기라니요. 지금까지 꾸준히 싫어했거든요?

실베스터 :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데. 질투나냐?

프레드릭 : 네? 무슨······


실베스터가 눈짓하면, 프레드릭은 당황해하면서.


프레드릭 : 아, 아니라고요! 형사님하고 친해 보여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거 절대 아니라고요! 저 기자라는 사람은 속이 아주 시커매 보인다고요. 형사님은 저 인간이 능청 떠는 게 뻔히 보이지 않으세요? 아, 아니, 제 말은, 누가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넉살좋게 웃고 앉아 있어요!

실베스터 : (비꼬고) 아, 예, 그러셔요? 너 지금 하는 꼴을 보면 아주 정 형사랑 똑같다.

프레드릭 : (발끈해서) 크리스요?! 무슨 비교를 그렇게 하세요! 형사님 지금 당장 저한테 사과하세요!

실베스터 : 내가 항상 뭐라 그랬지? 남을 비난하고 싶거든······

프레드릭 : (마지못해서) ······뒤에서 하지 말고 앞에서 하라고요. 씨이, 하면 되잖아요!


프레드릭, 문을 열고는 냅다 소리친다.


프레드릭 : 난 당신이 싫어요!!


실베스터,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고는.


실베스터 : 이런 새끼가 내일 범인을 잡는다니.


무대 서서히 암전된다.



조명, 다시 켜지면 장소는 다시 피로연이 열렸던 홀. 존, 셰인, 레놀드, 테레제와 프레드릭, 실베스터가 무대 위에 등장해 있다. 존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실베스터에게.


존 : 일요일에까지 당신네들 탐정 놀이에나 동참하란 겁니까?

셰인 : 말조심해, 당신. 지금 누군가는 땅 속에 묻히고 있는데 그딴 소리가 나와?

존 : 아직도 솔로몬 타령이야? 만들어진 솔로몬이란 걸 어제 알았으면 됐잖아!

셰인 : 당연히 그건 실망스럽지. 하지만 그는 죽었어. 애도해서도 안 되는 건가?


실베스터는 둘의 말싸움을 지켜보다가.


실베스터 : 조용히들 하세요. 지금부터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밝혀낼 겁니다.

셰인 : 두 사람이라니요. 죽은 건 솔로몬 하나입니다.

실베스터 : 아뇨. 시간차는 있지만, 두 사람입니다. 하나는 솔로몬 그런디이고 다른 하나는 3년 전에 죽은 파비안 폰드라는 소믈리에이죠.


테레제, 동요하지만 애써 침착한다. 실베스터는 파일을 꺼내들고 보면서.


실베스터 : 그는 그런디 씨에게 독살 당했습니다. 솔로몬 그런디의 비리와 만행을 파헤치려 했기 때문이지요. 폰드 씨는 솔로몬의 자백을 받아낼 생각으로 자신의 집으로 그를 초대했습니다. 솔로몬은 그 사실을 알아채고 비소가 든 얼음을 미리 준비해 갔지요. 그리고 두 사람이 온더록스 술을 마실 때, 그런디 씨는 폰드 씨의 잔에 그 얼음을 넣어둔 겁니다. 얼음이 녹으면, 폰드 씨는 독살당하겠지요.

존 : 잠깐······. 성이 ‘폰드’라면······ 여기도 있잖아.


사람들, 일제히 테레제를 바라본다. 테레제는 기겁하면서.


테레제 : 아, 아니야! 나, 나는 그 사실을 지금 처음 듣는다고!

실베스터 : 발뺌하지 마시지요. 당신은 아버지인 파비안 폰드 씨의 복수를 위해 솔로몬의 비서가 된 겁니다. 테레제 폰드 양, 당신이 이번 솔로몬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입니다!

테레제 : 웃기지 마세요! 하! 그래요, 형사님 말대로 내 아버지의 죽음이 살인의 동기가 되었다고 쳐 봐요. 하지만 증거가 없잖아! 내가 솔로몬을 죽였을 거라는 명백한 증거라도 있어?

프레드릭 : 증거라면 있습니다. 당신의 집에서 발견한, 고혈압 약봉지이죠.


프레드릭이 약봉지를 꺼내들면, 테레제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다른 이들은 프레드릭을 쳐다보고는.


레놀드 : 약이라니요. 형사님들이 분명 그러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디 씨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을만한 요소는 바로 대본이라고요. 하지만 폰드 양에게는 대본이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프레드릭 : 맞아요. 대본. 솔로몬은 대본대로 맨 오른쪽 잔을 집어 들었죠.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고요? 그건 아무 상관도 없어요. 쓸데없는 정보이죠. 애초에 이 범행의 트릭은 대본과는 어떠한 연관도 없었다고요.

셰인 : 그러면 범인이 도박이라도 걸었단 소립니까?

프레드릭 : 반드시 이길 도박이죠. 범인은 10개의 잔에다가 모두 독을 발라 놨으니까요. 아마 혼잡했던 대기실에서 미리 준비해뒀을 거예요. 법의관이 조사해 본 결과, 모든 와인 잔에서 비슷한 양의 비소가 검출되었더군요. 하지만 전부 치사량은 아니었어요. 예외적으로, 그런디 씨에게만 치명적이었던 거죠.

레놀드 : 세상에 그런 독이 어디 있습니까? 특정 사람에게만 반응하는 독이라니요.

프레드릭 : 왜냐하면 그런디 씨는 최근 6개월간 꾸준히 비상을 섭취해 왔기 때문이죠. 바로 이 고혈압 약 캡슐에 담긴 채로요.


프레드릭은 약봉지에서 캡슐 알약을 꺼낸다.


셰인 : (놀라선) 소, 솔로몬이 고혈압이었다고?

프레드릭 : 6개월 전 금요일에 검진 기록이 있더군요. 고혈압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판정이 나오자 그런디 씨는 약을 처방받게 되었고요, 이건 당신에게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겠죠. 안 그렇습니까? 고혈압 약은 한번 먹게 되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복용해야 하니까요.


프레드릭, 당황하는 테레제를 바라본다.


프레드릭 : 테레제 폰드 양. 당신은 비서라는 위치를 이용해서 솔로몬에게 매일 약을 챙겨줄 수 있었겠죠. 당신은 일부러 포장을 벗겨서 약을 솔로몬에게 제공해 주었어요. 그래야 캡슐에 조금씩 독을 집어넣어도 감쪽같을 테니까요. 설마 그 고혈압 약에 독이 들어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솔로몬은 그렇게, 비상을 조금씩 먹어 가다가, 피로연 당일 날에 치사량을 넘기게 된 거죠.


테레제, 한참동안 프레드릭을 응시하다가.


테레제 : (체념하면서) 제가 졌어요. 당신이 밝혀낼 수 있을 줄은 몰랐네요, 프레드. 다른 경찰들처럼 듣고 흘릴 줄 알았는데.

프레드릭 : 제가 후회할 거라고 했잖습니까. 절 알게 된 걸. (잠시 사이) 비소 가루는 그런디 씨의 사무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나를 집에 들여놔도 자신만만할 수 있었겠죠. 설마 약봉지가 당신의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테니까요.


사이렌 소리 들려온다. 테레제, 고개를 숙인다. 경찰들 두 명이 올라와서 테레제를 연행해가려 하면 프레드릭은 굳은 얼굴로.


프레드릭 : 폰드 양. 왜 그랬습니까?

테레제 : 내가 원했으니까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내가 그간 얼마나 솔로몬을 증오했는지를. 하루라도 그 만행을 잊고 살았던 적이 없었어요. 나를 이 지경까지 몰아세운 사람들, 언론들, 경찰들도 모두 다.


테레제, 증오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웃는다.


테레제 : 우습기 짝이 없네요. 아버지께서 죽음으로 남기신 녹취록이, 오히려 절 벼랑 끝으로 몰아가다니 말이에요.

프레드릭 : 계속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었습니다. 진실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아요!


프레드릭과 테레제에게 점차 단독 조명이 내려온다. 프레드릭, 말해 놓고도 자신이 없어 한다. 입술을 깨무는 둥 불안해한다. 테레제, 프레드릭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고는.


테레제 : 그렇지 않다는 걸 알잖아요.


프레드릭, 아무 말도 않다가.


프레드릭 : 복수는 더 큰 대가를 치를 뿐입니다.

테레제 : 상관없어요. 애초에 전 복수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걸요. 악마에게 영혼을 팔 때에는, 알량한 이성 따윈 깨어있지 않아요. 오로지 감성만이 손익의 무게를 잴 뿐이죠. 명심해요, 프레드. (웃으면서) 우린 닮았으니까.

프레드릭 : 그래서 후련합니까? 이성의 두 눈을 감겨서, 폰드 양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졌냐는 말입니다!

테레제 : 네. 독약처럼, 아-주 달콤한 맛이네요. (곧 머쓱해져선) 뭐······ 끝 맛이 쓰긴 하지만요.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요. 어쨌든. 고마웠어요, 프레드릭.


테레제, 연행되고, 프레드릭은 멍하니 서서 그것을 바라본다. 사이렌 소리 꺼져가고, 암전.



괘종시계가 울리는 소리. 조명이 밝아지면, 도미닉은 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퀸은 도미닉의 곁에서 같이 신문을 본다. 도미닉은 신문에 시선을 고정하고.


도미닉 : 진실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라······. (신문을 접으면서) 멋진 말이군. 마치 한 편의 어리석은 우화 같아. 평화롭고 보잘 것 없는······

킬러퀸 : 솔로몬 그런디는 결국 토요일에 죽고 일요일에 묻혔지요.

도미닉 : (미소 지으며) 그래, 아가야. 모든 노력은 고통을 수반하지. 미래에든 현재에든 과거에든. 자신이든 타인이든.


도미닉, 퀸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는.


도미닉 : 하지만 용기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한순간의 복수극에 불과하단다. (잠시 사이) 불쌍한 솔로몬을 위해 축배를 들자꾸나. 샴페인의 사이즈는 발타자르? 혹은 솔로몬······

킬러퀸 : (신문을 정리하면서) 샴페인에는 얼음도 띄울까요?

도미닉 : 사양하지. 본모습 그대로 즐기고 싶구나.


괘종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 무대, 서서히 암전.

KakaoTalk_20170918_140526543.jpg


작가의말

연휴에도 정상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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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5. 숲 속 살인 호텔 17.12.16 74 0 23쪽
21 5. 숲 속 살인 호텔 17.12.09 69 0 15쪽
20 4. 장미 주위를 돌자 17.12.03 56 0 24쪽
19 4. 장미 주위를 돌자 17.11.25 76 0 15쪽
18 4. 장미 주위를 돌자 17.11.19 97 0 17쪽
17 3-1. 미아와 마술사 17.11.11 75 0 18쪽
16 3-1. 미아와 마술사 17.11.04 81 0 15쪽
15 3. 화가의 자살 17.10.30 84 0 21쪽
14 3. 화가의 자살 17.10.21 61 0 17쪽
13 3. 화가의 자살 17.10.14 67 0 14쪽
12 2-1. 그 결과 17.10.07 91 0 19쪽
11 2-1. 그 결과 17.10.01 84 0 15쪽
» 2. 솔로몬 그런디 17.09.23 115 0 19쪽
9 2. 솔로몬 그런디 17.09.17 107 0 19쪽
8 2. 솔로몬 그런디 17.09.09 90 0 14쪽
7 1-1. 양날의 검 17.09.02 75 0 17쪽
6 1-1. 양날의 검 17.08.20 126 0 14쪽
5 1. 산타의 죽음 17.08.19 120 0 20쪽
4 1. 산타의 죽음 17.08.12 78 0 20쪽
3 1. 산타의 죽음 17.08.04 148 0 18쪽
2 0. Prelude 17.07.26 152 0 21쪽
1 0. Prelude 17.07.26 3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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