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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who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더 컨시퀀시즈(The consequ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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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끌리에
작품등록일 :
2017.07.26 10:13
최근연재일 :
2017.12.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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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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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솔로몬 그런디

DUMMY

조명 켜지면, 스탠리는 앉아 있고, 실베스터와 프레드릭은 서 있다. 실베스터는 스탠리를 보며.


실베스터 : 그래서······ 스탠리 렉스 씨. 당신이 전국 소믈리에 경연대회의 총책임자란 소립니까? 이번 대회와 피로연을 기획한 것도 당신이고요?

스탠리 : 예, 맞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저희 대회는 그 어떤 정치적인 의사도 내비치지 않았는데······

실베스터 : 그 부분에 대해선 염려 마시지요. 테러는 아닙니다. 그랬더라면 솔로몬만 죽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스탠리 : 그러면 솔로몬을 시기한 자가 저지른 짓이겠군요. (안타까운 듯) 베네딕트는 주변에 적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제가 잘 압니다. 베네딕트의 둘도 없는 친구가 바로 저였으니까요. 전 베네딕트에게, 다음 협회장 자리까지도 위임할 생각이었습니다.

프레드릭 : (끼어들며) 원래 이 대회의 주요 스태프들은, 추첨으로 뽑습니까? 아니면 따로 면접을 봐서 새로 채용하는 겁니까?

실베스터 : (이상한 듯) 지금 그게 왜 궁금해?

프레드릭 : 세습제이면 내부 공중 사이에서도 충분한 불만이 쌓여왔을 테니까요.

스탠리 : 추첨으로 뽑습니다. 뭐······ 거의 위원회 내에서 자의적으로 선발한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전 그게 불만까지 가는 사안이라고는 생각되질 않습니다. 여기가 무슨 정치판도 아니고, 직책이 높다고 해서 그렇게 월등한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니란 말입니다.

프레드릭 : 우승자의 상금과 명예가 있잖아요. (웃으면서) 다 그렇게 뽑는 거예요? 이를테면, 사회자까지도?


프레드릭이 스탠리에게 가까이 다가서자, 스탠리는 당황하기 시작하고.


스탠리 : 예, 예······ 뭐······

프레드릭 : 그러면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정색하곤) 존 콜링이란 경연대회 사회자는 누가 뽑았습니까?


실베스터, 프레드릭이 스탠리에게 너무 바짝 다가가자, 프레드릭의 목덜미를 잡아서 끌어온다.


실베스터 : 야, 야. 그만해라. 우리가 무슨 탐사보도 하러 여기 온 줄 아냐? 우리가 조사해야 하는 건, ‘그런디 씨의 잔에 독을 바른 범인’인 거다. 경연대회 비리 사건이 아니라!

프레드릭 : (질렸다는 듯) 형사님. 애초에 ‘탐사보도’의 정의가 뭔데요. 기자가 '형사처럼' 수사를 진행하여 언론에 보도하는 것. 형사라면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경연대회 비리 문제가, 살인 사건하고 연관될 지 누가 알아요?

실베스터 : 너, 아까 셰인 펠리스 씨의 발언 때문에 그러지? 사회자가 솔로몬에게 독이 든 잔을 전해준 게 틀림없다. 둘이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봤다.

프레드릭 : 아, 맞아요. 그 부분 말인데요. (스탠리에게) 혹시 사건 당시 행사장을 녹화한 영상 같은 거 있으십니까? 확인할 게 있어서요.

스탠리 : 그게······ 저희는 따로 영상 촬영은 하질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기자들이 제법 있었으니, 언론사에 가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때 온 언론사들이 아마······

엘뤼거 : ARN하고 CCN, 헤럴드 포스트가 있었죠. 큰 언론사들은 그 정도고요, 나머지는 APE, TTN 등등······.


셋, 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보면, 엘뤼거가 등장한다.


프레드릭 : (찌푸리며) 누구십니까?

엘뤼거 : 전 ARN의 사진 기잡니다. 사건 당시에 현장을 찍고 있었죠. 이름은 H.엘뤼거고······

실베스터 : 엘······ 뭐? 뭐, 어쨌건. 기자 양반. 엿듣는 건 매우 좋지 않은 행위일세.

엘뤼거 : 아, 이런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들어온 지도 모른 채 열중하셔서 그만 말씀을 못 드렸네요. (신나서는) 전, 두 분의 열렬한 팬입니다. 형사님들의 공로까지도 모두 외우고 있다고요. 8월 6일 해수욕 살인 사건, 10월 12일 주차장 실종 사건, 12월 25일의 산타 살해 사건······


엘뤼거는 실베스터에게 먼저 악수를 청한다. 그리고 프레드릭에게도 건네지만, 프레드릭은 무시하고 그냥 돌아선다.


실베스터 : (건성으로) 아, 예예. 그대가 엄청난 얼간이라는 건 알겠군. 그 괴상한 사건 이름은 다 누가 붙이는 거람······

엘뤼거 : (해맑게) 당연히 언론사에서 붙이죠. 보도를 해야 하잖습니까.

실베스터 : (한숨 쉬곤) 그 쯤 해 두고, 자료 좀 확인시켜 줄 수 있겠나? 피로연 당시에 찍은 영상 말일세.

엘뤼거 : 물론이죠. 잠시만요, 캠코더에 연결해야 해서······


엘뤼거가 가방을 뒤적이면, 실베스터는 프레드릭에게.


실베스터 : 넌 인상 좀 펴라. 이 양반이 널 잡아 먹는다냐?


엘뤼거, 가방을 여전히 뒤적이다가 웃는다.


엘뤼거 : 아뇨, 아뇨. 전 괜찮습니다. 오히려 형사님으로서 얼마나 바람직하고 훌륭한 자세입니까. 이렇게 두 분을 만난 것만으로도 분위기와는 맞지 않지만 전 너무 즐거워서······

실베스터 : (가로막으며) 그래, 선생. 알면 이제 그만 흥분 좀 가라앉히라고.


프레드릭, 여전히 실베스터의 뒤에서 엘뤼거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경계한다. 엘뤼거는 다시 웃고는.


엘뤼거 : 아, 죄송합니다만, 그렇게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시면 정말 부끄럽습니다, 제가. 하하하······ 아! 이제 다 됐습니다. 여기 영상이요.


엘뤼거가 캠코더를 보여주면, 실베스터와 프레드릭, 스탠리는 모여서 영상을 바라본다. 잠시 사이.


프레드릭 : 이것 보세요. 펠리스 씨의 기억은 왜곡된 게 아니었어요. 피해자와 사회자는 계속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사회자와 피해자는 모종의 비리 관계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대회는 애초에 처음부터 짜고 치는 연극이었던 거죠.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는데······

실베스터 : 뭔데?

프레드릭 : 와인 잔은 랜덤하게 들어왔고, 어떠한 표식도 남겨져 있지 않았어요. 만약 이 ‘비리’관계를 이용해서 사회자가 그런디 씨를 죽일 생각이라면, 독이 발라진 잔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해요. 확인하는 동작이라든지, 뭐 그런 거요. 그런데 그런 모습은 전혀 나타나 있질 않잖아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실베스터 : 만약 다른 용의자가 범인이라도 마찬가지겠군. 잔에는 표식이 없었는데, 범인은 어떻게 솔로몬이 ‘독이 발라진 잔’을 들 거라고 확신한 거지?

프레드릭 : 글쎄요. 혹시 모르죠. 그런디 씨의 행동을 사전에 제한해둘 수 있는 장치라거나······

마일즈 : 경감님! 이것 좀 보세요!


그때, 마일즈가 등장한다. 실베스터가 돌아보면.


마일즈 : 피해자의 소지품에서 이런 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마일즈가 비닐에 담긴 종이 뭉치를 실베스터에게 건넨다. 실베스터는 종이 뭉치를 꺼내서 하나하나 넘겨보고는.


실베스터 : 대본? 진행 대본이잖아?


프레드릭은 그것을 뺏어들고 넘겨보다가.


프레드릭 :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영상의 내용이랑 똑같네요.

실베스터 : 렉스 씨. 이 대본이 경연대회 내에서 자체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겁니까?

스탠리 : (당혹스러워하며) 이, 있습니다. 당연히 스태프들에게만 주어지는 대본이 있죠. 대본이 있어야 스태프들이 준비를 하고, 사회자가 진행을 하든지 말든지 하지요. 하지만 참가자에게 대본이 있을 이유가 없는데······ 이게 대체 무슨······.

프레드릭 : 이 대본이 바로 비리의 내막이었던 거죠. 사회자와 그런디 씨는 일종의 거래를 한 겁니다. 대본을 유출시켜, 솔로몬의 자리에 오르게 해 주는 대가로요. 존 콜링 씨는 ‘고정’ 사회자니까 이 동맹 관계는 지금까지도 계속 진행될 수 있었던 거고요.

스탠리 : 그, 그렇담 콜링 씨가 범인이라는 겁니까? 콜링 씨는 누군갈 해칠 사람이 아닙니다만······

실베스터 : 아직 그렇게 단정하긴 일러요. (혼잣말하듯) 하지만 대본이 유출되었다는 건, 다른 일반인의 손에도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마일즈에게) 마일즈 형사. 가서 용의자들의 소지품을 전부 확인해 주게. 대본과 같은 내용의 메모가 있는 물건은 전부 압수하고.


마일즈가 고개를 끄덕이고 퇴장하면, 엘뤼거는 놀라서는 실베스터를 바라본다.


엘뤼거 : 이런 세상에. 형사님. 이거 특종 내도됩니까?

실베스터 : (귀찮은지) 알아서 해. 말린다고 안 할 건가? 하여간 기자들이란······.

엘뤼거 : (매우 기뻐하며) 형사님들, 제가 꼭 한 번 밥 사 드릴게요!

실베스터 :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자네 말야. 시간 나면 잠시 우리 형사과로 와 줬으면 하는데.

프레드릭 : (발끈하며) 예?! 뭐 때문에요? 고양이를 생선 가게에 들이는 꼴이라고요!

엘뤼거 : 아, 이런. 어디 가서 강아지 같단 소리는 들어봤어도 고양이 같단 소리는 처음 들어보네요. 하하하······.


엘뤼거, 쑥스러워하며 웃는다. 실베스터는 한숨을 쉬곤.


실베스터 : 저거 칭찬 아니야, 기자 양반. 별건 아니고, 좀 알고 싶은 게 있어. 협조해 주면 감사하고. GCPD 경찰 본부 3층 형사과. B 사무실이야.

엘뤼거 : 네! 네. 기꺼이요. 나중에 제가 찾아뵙도록 하죠. 오늘은······ 서에 계속 계실 겁니까?

실베스터 : 어. 나는 그럴 거다. 정리할 게 많아서. 나중에 보자고.


엘뤼거가 퇴장하면, 셰인, 존, 테레제가 등장한다.


테레제 : 대본이라니, 형사님. 이게 무슨 소리죠? 저희는 그런 거 만져본 적도 없다고요!

셰인 : 맞습니다! 그리고 대본이 유출되었다는 건, 위원회 자체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존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다. 실베스터는 존에게.


실베스터 : 콜링 씨. 당신이 지금까지의 대회 비리와 연관이 되어 있다고 판단 내렸습니다. 뭐, 그 건에 대해선 발뺌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지금은 살인 사건이 먼저니까요. 하지만 언론사 친구들은 아주 빠른 시일 내에 당신의 잘못을 들쑤실 겁니다.

존 : 젠장. 그래요. 맞아요. 제가 베네딕트 그런디에게 제게 주어진 대본의 복사본을 넘겨주었습니다. 상금의 일부를 제게 넘기기로 한 조건으로요. 물론 지급은 조금 밀리긴 했지만······.

테레제 : 봐 봐요, 제때 상금을 주지 않아서 앙심을 품고 살해한 것이라니까요?

존 : 웃기는 소리 하지 마십쇼! 그런디 씨가 죽으면 제겐 엄청난 손해입니다. 저는 그런디 씨의 가족이 아니고, 상속권은 내게 없으니까요. 조금이라도 돈을 받기 위해선 최대한 살려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애초에 돈을 목적으로 저지른 비리인데, 제가 복수심에 눈이 멀어서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프레드릭 : 솔로몬 그런디의 죽음은, 단지 돈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에요.


모두들 프레드릭을 쳐다본다.


프레드릭 : 비리는 단지 두 사람만이 연관되기는 힘들죠. 복잡하고 교활한 관계도를 밝혀내면 동기는 금방 잡아낼 수 있을 겁니다. 마치 마크 롬바르디의 작품처럼.


프레드릭, 그리곤 테레제를 계속 응시한다. 테레제는 눈치채지만 모른 척 한다.


셰인 : 어찌 되었건 매우 실망이군요. (존을 가리키며) 당신 때문에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진 기분이야. 한순간에!


셰인은 화가 난 듯 퇴장. 그 뒤로 프레드릭과 테레제만 남겨두고 모두 퇴장한다.


테레제 : 어머, 형사님. 의외네요. 나한테 관심 있어요?

프레드릭 : 관심이 왜 없겠어요? 용의자인데.

테레제 : 아까 나한테 눈 마주치셨잖아요.

프레드릭 : 콜링 씨나 펠리스 씨를 뚫어져라 쳐다봤다간 주먹이 날아올 테니까요. 그리고 그쪽이 신경 쓴 거예요. 딱히 의도를 담은 건 아니었어요.


프레드릭이 가려고 하자, 테레제가 붙잡고는.


테레제 : 업무 끝나신 거예요? (웃으면서) 연장 근무 하시는 건 어때요? 저희 집에서······

프레드릭 : 아뇨. 공권력으로 사생활 침해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요.

테레제 : 어머나. 무슨 사생활을 즐기시려구. 저랑.


프레드릭, 발걸음을 멈춰버린다.


프레드릭 :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경찰을 집에 들이시겠다고요? 자신감이 아주 지나치시네요.

테레제 : 미안하지만 난 범인이 아니니까요. 당당해도 할 말 없지 않나요? 가요. 분명 재미있을 테니까.


테레제가 프레드릭을 끌고 퇴장. 그리고 무대, 암전.



조명 켜지면, 장소는 테레제의 집으로 전환. 긴 소파에는 프레드릭과 테레제가 나란히 앉아 있다.


테레제 : 기를 쓰고 끌고 왔더니······ 집에 와도 딱히 할 건 없네요. (사이) 술 좋아해요?

프레드릭 : 별로 즐기지는 않아요. 하지만 주면 감사히 마시죠.

테레제 : 비싼 건 아니지만, 이거라도 마실래요?


테레제, 진열장에서 위스키병을 꺼내 온다.


테레제 : 아메리칸 위스키에요. 마셔본 적 있어요?

프레드릭 : 잭 다니엘은 몇 번 먹어 봤어요. 아버지랑 같이.

테레제 : 그건 테네시 위스키에요. 버번 위스키 치고는 순하죠.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네요.


프레드릭, 그저 웃는다. 테레제, 두 잔에다가 각각 위스키를 따르고는.


테레제 : 남의 집에서 실수할 것 같으면 얼음 넣어서 먹어도 돼요. 집에 많으니까.

프레드릭 : (처음 안 듯) 위스키에 얼음도 넣어 먹어요?

테레제 : 물론이죠. 그런 걸 온더록스라고 해요. 뭐, 스트레이트로 먹는 게 가장 보편적이지만요.

프레드릭 : 신기하네요. 왜 굳이 그렇게 해서 먹죠?

테레제 : (별걸 다 묻는다는 듯) 취향대로 먹는 거죠. 온더록스는 알콜 도수를 조금 낮춰주면서, 맛을 부드럽게 해 줘요. 대체로 텁텁한 버번이 온더록스에 잘 어울리죠. 왜요, 흥미 있어요?

프레드릭 : 아뇨. 그냥,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서.


테레제, 귀엽다는 듯 프레드릭을 쳐다본다. 테레제, 잔을 들어올리곤.


테레제 : 마실 수 있는 만큼 마시세요. 스콰이어 형사님.

프레드릭 : 그냥 프레드릭이라고 부르세요. 취조실이라도 온 것 같네요.

테레제 : (픽 웃으면서) 전 취조해봤자 아무 것도 안 나온다니깐요. 아, 됐어요. 프레드릭, 다른 얘기나 하죠. 경찰은 왜 된 거예요?


프레드릭, 인상을 팍 썼다가 급히 표정을 바꾼다. 그리곤 위스키를 마시고는.


프레드릭 : 멋있어 보여서요. 별 다른 취지는 없어요.

테레제 : 전혀 동경하는 것 같지 않은데요? 그리고 그랑텔 시에서, 일개 경찰이 무슨 멋진 일을 한다고 그러세요?


프레드릭, 잠시 동안 미동도 않다가 다시 위스키를 마신다.


프레드릭 : (억지로 웃으면서) 우리 다른 이야기 하죠.

테레제 : 왜요? 아주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되는데요. 제가 왜 경찰을 좋게 보질 않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프레드릭 : 체할 것 같아서요. 부탁입니다.


테레제, 어느새 한 잔을 다 비우곤 슬슬 취기가 도는 듯.


테레제 : 그럼 가족 이야기나 하죠. 우리 아버지 말이에요. 파비안 폰드.

프레드릭 : 폰드 씨가 왜요?

테레제 : 아버진 이미 돌아가셨어요.


테레제, 한 모금을 더 마신다. 프레드릭의 표정은 굳어 있다. 그리곤 목이 타는 듯 술을 들이킨다.


테레제 : 아버지는 끝까지 본인이 소믈리에신 걸 자랑스럽게 여기셨어요. 하지만 존, 그 작자가······ 전부 망친 셈이죠. 아버지의 자부심도, 보람도, 신념도.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사회자면서 감히 솔로몬과 결탁해서 비리를 저지르다니.

프레드릭 : 그렇담 솔로몬을 원망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비리는 혼자서 저지르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솔로몬 쪽에서 비리를 제안했겠죠. 명성과 부를 차지하기 위해서.

테레제 : 하지만 선생님은······ 선생님은······ 그래도 대단하신 분이에요. 전 그 분의 제자가 되고 싶었어요, 어떻게든. 옆에 머무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비서로라도 지원했죠. 물론 경쟁률은 어마어마했고요.


테레제, 완전히 취했는지, 마시던 잔을 탁자에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그리곤 프레드릭을 빤히 바라본다.


테레제 : 이제 보니까 되게 잘 생기셨네요. 마음에 들어요. 그저 애기인 줄 알았는데.

프레드릭 : 무슨 소립니까?

테레제 : 다른 남자들은 다 거칠게 생겼는데 프레드릭은 혼자 뽀송뽀송하잖아요.


테레제, 프레드릭의 뺨에 손을 갖다 대더니 장난스럽게 꼬집는다.


테레제 : 근데 이제보니 완전 술꾼이었잖아?

프레드릭 : 많이 취하신 것 같네요. 이만 가서 누우세요. 전 나갈 테니까.

테레제 : 어디에 누우라는 거죠? 여기?


프레드릭이 가려 하자 테레제가 막는다. 그리곤 테레제, 프레드릭을 소파에 천천히 눕힌다. 그리곤 프레드릭의 이마를 쓸어넘기곤 농염하게 웃으면서.


테레제 : 제가 선생님과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싶어요?


테레제, 프레드릭에게 입을 맞춘다. 프레드릭은 테레제의 밑에 점차 깔린다. 테레제가 프레드릭의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내리려 하자, 프레드릭, 급히 막으면서.


프레드릭 : 그만 하세요. 그만! 이 이상은 안 됩니다.

테레제 : 어머, 그렇게 안 보였는데. 혹시 그런······ 쪽?

프레드릭 : 아니에요. 우린 오늘 처음 만났잖아요. 폰드 양은 제 몸이 목적입니까, 마음이 목적입니까?


테레제, 얼떨떨하게 프레드릭을 바라본다. 프레드릭은 진지한 표정. 테레제, 갑자기 재밌는지 박장대소를 터뜨리고는.


테레제 : (진정하고는) 아, 이런 어떡해. 너무 귀엽잖아. 우리 꼬마 형사님.

프레드릭 : 다 웃었으면 이제 좀 비켜 주실래요? 숨 막힙니다.

테레제 : 프레드릭, 아니, 프레드라고 불러도 될까요? 프레드. 그럼 키스까지는 된단 소리죠?

프레드릭 : 으윽, 하지 마세요! 후회할 겁니다!


테레제, 프레드릭에게 심하게 들이대고, 그걸 필사적으로 막는 프레드릭. 그러다가 테레제, 발로 탁자의 잔을 쳐서 내용물을 바닥에 쏟아버린다. 놀라서 몸을 일으키는 둘.


프레드릭 : 거봐요. 후회한다고 했잖아요. 뭐 닦을 거 있어요?

테레제 : (곤란한 듯) 안 닦아도 돼요. 그냥 두세요.

프레드릭 : 그냥 놔두면 바닥에 스며들어요.


테레제, 뒤의 선반에서 티슈 박스를 집어 프레드릭에게 건네준다.


테레제 : 아, 어지러워라. 난리를 피웠더니 덥네요. 좀 씻고 싶네요. 샤워하고 올게요.

프레드릭 : 이거 치우고 전 갈 겁니다.

테레제 : (포기하곤) 알았어요. 제가 너무 겁을 줬나 보네요. 뭐, 우린 천천히 친해지면 되니까요. 문 잘 닫고 가세요, 프레드.


테레제, 퇴장한다. 프레드릭은 열심히 바닥을 다 닦고는, 소파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연다. 쓰레기통에는 약봉지 여러 장과 약 봉투가 들어 있다. 휴지를 내려놓고는 봉투를 들어 유심히 살펴보는 프레드릭.


프레드릭 : 고혈압 약? 꾸준히 먹어온 모양이네.


프레드릭, 뭔가 이상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린다.


프레드릭 : 그런데 분명 환자는 그런디 씨인데······ 아니면······ 설마?


무언가를 알아내는 프레드릭. 그리곤 무대,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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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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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5. 숲 속 살인 호텔 17.12.16 74 0 23쪽
21 5. 숲 속 살인 호텔 17.12.09 69 0 15쪽
20 4. 장미 주위를 돌자 17.12.03 56 0 24쪽
19 4. 장미 주위를 돌자 17.11.25 76 0 15쪽
18 4. 장미 주위를 돌자 17.11.19 97 0 17쪽
17 3-1. 미아와 마술사 17.11.11 75 0 18쪽
16 3-1. 미아와 마술사 17.11.04 81 0 15쪽
15 3. 화가의 자살 17.10.30 83 0 21쪽
14 3. 화가의 자살 17.10.21 61 0 17쪽
13 3. 화가의 자살 17.10.14 67 0 14쪽
12 2-1. 그 결과 17.10.07 91 0 19쪽
11 2-1. 그 결과 17.10.01 84 0 15쪽
10 2. 솔로몬 그런디 17.09.23 114 0 19쪽
» 2. 솔로몬 그런디 17.09.17 107 0 19쪽
8 2. 솔로몬 그런디 17.09.09 89 0 14쪽
7 1-1. 양날의 검 17.09.02 75 0 17쪽
6 1-1. 양날의 검 17.08.20 126 0 14쪽
5 1. 산타의 죽음 17.08.19 120 0 20쪽
4 1. 산타의 죽음 17.08.12 78 0 20쪽
3 1. 산타의 죽음 17.08.04 148 0 18쪽
2 0. Prelude 17.07.26 152 0 21쪽
1 0. Prelude 17.07.26 3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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