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신박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건블레이더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신박
작품등록일 :
2022.08.22 17:06
최근연재일 :
2022.09.08 17:1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9,741
추천수 :
711
글자수 :
114,101

작성
22.08.28 17:10
조회
1,007
추천
37
글자
13쪽

천재 건블레이더-줄리 길고르

DUMMY

줄리 길고르




만신창이가 된 장소를 돌아보던 도시 관리국 형사 가일은 빗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리며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도시 한복판, 7번 구역에서 EMP가 터지고 시체 조각도 남기지 않고 태워버렸다 이거지? 그것도 최고급 오피스텔의 최상층에서?”

“예. 그 시간 방문객은 없었습니다.”


가일의 파트너 베르너가 태블릿을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모든 시스템이 망가진 것은 아니어서 입구는 확인이 되었습니다.”

“날아 들어오기라도 한 건가?”


가일은 빗을 안주머니에 넣고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대체 뭔 놈의 폭탄이 터졌는지 시체가 흔적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시체는 물론이고 바닥까지 녹일 정도의 고열을 동반한 폭탄. 이 정도의 무기는 도시 내에서 구하는 것도 어렵다.


“이 정도 폭탄이면 도시 방위군이나 가지고 있을법한 물건 아니냐?”

“그렇지 않아도 도시 방위군에 연락 취했습니다. 곧 사람을 보낸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란색 선을 넘으며 들어서는 자들이 있었다. 그 앞에 선 자를 보고 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도시 방위군의 대령 계급장인 사자 문양을 어깨에 달고 있는 사내와 그 부관으로 보이는 대위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대령은 그들을 지나쳐 현장으로 갔고, 부관으로 따라온 대위는 주변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보내주신 영상은 확인했습니다. 이 정도 화력과 EMP를 터트릴 수 있는 복합 수류탄은 군에서 사용하는 발더 1077로 보이는군요.”

“군에서 사용하는 폭탄이라면 그 출처를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베르너의 물음에 대위 스콧이 인상을 굳힌 채 되물었다.


“지금 군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가일이 그 말에 픽 웃으며 대꾸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관리 소홀이면 그건 그것대로 문책 대상일 텐데.”


가일의 말에 스콧이 발끈해 할 때 대령 계급장을 단 사내가 다가오며 담담히 말했다.


“아무래도 군이 연관된 것 같으니 우리가 조사하지.”

“워워. 도시 방위군이 방벽 안쪽의 살인사건을 조사하겠다고? 그건 안 될 말이지.”


도시 방위군의 목적은 미궁에서 나오는 몬스터와 11구역 이상의 난민들에게서 도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벽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시 안쪽의 일은 도시 관리국에서 책임지는 것. 지금까지 도시 방위군과 도시 관리국이 그와 관련해서 싸운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수많은 규제와 법령으로 도시 방위군과 도시 관리국이 힘겨루기하는 지금 그 빌미를 자신이 맡은 사건에서 줄 수는 없었다.


가일이 펄쩍 뛰는 사이에 도시 방위군의 대령 랜킨은 스콧 대위에게 이것저것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봐!”


가일이 인상을 구기고 나설 때 그의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대령이 턱짓으로 전화기를 가리켰다.


“전화 받아 봐.”


가일은 번호를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는 금세 인상을 구기고 소리쳤다.


“과장님! 미쳤습니까? 방위군에게 사건을 넘기라뇨?”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다.>

“위요? 위면 어딥니까? 부장님입니까?”

<아니. 그보다 위.>


가일도 그 말에는 입을 다물었다. 도시 관리국의 국장 라인으로 내려온 일이라면 아무리 과장이 기를 써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가일이 랜킨 대령을 쏘아보며 베르너에게 명령했다.


“애들 철수 시켜.”

“정말 방위군에게 넘기는 겁니까?”

“그래.”


가일은 경찰 병력이 물러나는 동안 랜킨 대령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다가온 가일을 내려다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건 승자의 미소였다.


“수완이 좋다고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 랜킨 대령.”

“나를 아나?”

“자네보다는 자네 가문에 대해 잘 알지. 제이슨 가문이 워낙 유명해야 말이지.”


랜킨 대령은 그 말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는 뒤돌아서며 말했다.


“배웅은 안 하지. 가일 경위.”

“날 또 알아봐 주실 줄은 몰랐는데?”

“관리국 치안부 형사과의 미친개에 대해서는 우리 귀에도 들어오거든.”


가일은 등을 보이는 랜킨 대령을 바라보다가 돌아섰다. 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나는 것을 보고 따라 나오던 베르너가 속삭이듯 물었다.


“그 미친개 눈빛은 왜 또 보이시는 겁니까?”

“뭐 이 새끼야?”


가일이 베르너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는 입을 열었다.


“아무리 제이슨 가문이라고 해도 관리국의 태도를 바꾸기에는 부족해. 이번 일은 뭔가 더 큰 게 엮인 것 같단 말이지.”


가일은 투덜거리는 베르너에게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의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헝클었다.

베르너는 그 모습에 겁에 질린 채 말했다.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머리는 헝클어트리는 겁니까?”

“촉이 와. 촉이.”


가일은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조수석에 오르며 베르너를 바라보았다.


“일단 관리국으로 가자.”


베르너는 가일이 이렇게 할 때마다 굵직한 사건에 엮였던 것을 떠올리고는 한숨과 함께 운전대를 돌렸다. 가일이 미친개로 유명해진 것은 굵직한 사건도 잘 물어왔지만, 그만큼이나 일을 잘 해결해 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를 따르기로 했다.

가일을 태운 차가 주차장을 나와 관리국을 향해 달렸다.





호텔로 돌아온 리암은 전투복으로 갈아입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2시 반. 오늘 안에 둘 다 잡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된 교통수단이 없으니 둘 중 하나밖에 잡지 못할 것 같았다.


5번 구역 고급 주택가에 있는 홍염 클랜 마스터 줄리 길고르.

6번 구역 빌딩 숲에 있는 클랜 사무소에는 나이트 클랜 마스터 바넷 프레드가 있다.


둘 다 쉬운 표적은 아니다.


단순히 암살 임무라면 어려울 것이 없지만, 그들에게서 들어야 할 것이 있는 지금은 둘 다 쉽다고 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에린이 가능하면 들키지 말라고 했으니 주의해야 했다.

리암은 홀스터에서 리볼버를 꺼내서 그 차가운 몸체를 쓸어내렸다.


이 일은 테리의 복수다.


복수를 위해 자신을 태우다 죽는 것은 상관없었다.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추억이라고는 테리와 메간과 함께한 시간이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복수를 다 이루지 못하고 죽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러니 이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서 아직은 들켜서는 안 된다.

적어도 이번 일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리암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 발코니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에드워드 코웬이 죽은 것은 오늘 밤. 뉴스에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니 목표를 정하고 움직일 때였다.


새벽 2시 30분이니 클랜 사무소에도 사람이 많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상주하는 인원들이 있을 터였다. 아무래도 자택보다는 많은 이들이 있으리라.

그리고 천천히 고문하려면 자택이 아무래도 사람이 오가지 않을 테니 잠입에 성공하기만 하면 이쪽이 시간에 여유가 있을 터였다.


리암은 메간이 넘겨준 자료에서 줄리 길고르를 찾아보았다.


6성급 화염계 마법사.


엠베리오 마탑의 촉망받던 마법사로 미궁 탐사에 뛰어든 인물이었다. 익스플로러이자 선두 클랜 홍염의 클랜 마스터이기도 한 인물.

테리가 신성으로 유명해졌다면 그녀는 이미 익스플로러로 이름을 날린 지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사진에는 고작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붉은 머리 미녀가 찍혀 있었다.


6성부터는 초인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개인이 집단을 넘어서는 힘을 손에 넣기에 그리 분류한다.


5성까지는 재능이 따라준다면 얼마든지 성장하지만, 6성부터는 염원을 품은 이만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염원의 방향성은 모두가 다르지만, 그 힘을 품은 것만으로 5성과는 확연히 달라지는 경지다.


괜히 초인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초인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의 집은 리암도 아직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에드워드 코웬과는 그 수준이 다를 터였다.


리암은 잠시 그녀의 사진을 바라보다가 데보라가 준 추적기를 살펴보았다. 푸른색으로 표시되는 줄리 길고르의 위치는 변한 것이 없었다.

리암은 발코니로 가서는 가볍게 몸을 풀었다.


“뭘 알고 있나 확인하러 가보자고.”





5번 구역. 도시 내에서도 고급 주택 단지가 몰려 있는 만큼 사방에 감시 카메라가 즐비했다. 고층 건물들은 옥상을 건너 뛰면 피하기라도 한다지만 이곳은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 5번 구역에 들어서면서 리암은 메간을 떠올렸다. 바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그 기척이 손에 잡히지 않던 모습.

그것은 그림자 거미의 마력 패턴과 비슷했다. 리암은 그 기억을 떠올려 마력 패턴에 변주를 줬고, 그의 기척이 점점 옅어졌다.


그렇게 기척을 죽인 리암은 감시 카메라를 피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둠을 가르고 나아간 리암은 곧 카메라를 피해 높은 담벼락에 등을 기댈 수 있었다.


담의 높이만 해도 족히 5미터는 넘어 보이는 높이. 고급 주택가에서 이 정도 담벼락은 일반적인 것이었는데 리암은 그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마력 감지를 시작했다.


대체 집에다 무슨 짓을 해 놨는지 마력 감지가 잘 안 되었다. 다행이라면 마당에는 이상이 없다는 정도. 게다가 경비도 없다.


리암은 고민하다가 땅을 박차고 솟구쳤다. 담의 끝에 손가락을 걸고 사뿐히 넘어가 기척도 없이 내려선 리암은 고급 주택을 바라보았다.


수영장이 딸린 3층 저택.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수영장을 밝히는 은은한 조명 외에 집에는 어떤 조명도 켜져 있지 않았다. 게다가 마력 감지로 집안의 상황을 짐작할 수 없는 상황.


리암은 눌러쓴 고글을 만지작거렸다. 역시나 마법적인 대비는 되어 있었지만, 이런 방면으로는 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적외선 카메라에 잡히는 대로라면 집에 있는 것은 단 한 명. 침대 위에 앉아서 뭔가를 읽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리암은 조용히 검을 뽑았다.


염원을 품은 6성은 또 다른 말로 시드(Seed)라고도 부른다.

6성급 마법사를 상대한 적은 없지만, 그만한 수준에 오른 몬스터들은 여럿 상대했었다. 몬스터도 6성급부터는 위험 등급이 급격하게 치솟는다.

몬스터의 염원이란 인간이 상상도 못 하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리암은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침실까지 도달하는데 필요한 것은 외벽 하나.


온갖 마법이 떡칠되어 있었지만, 리암의 검이 번뜩이자 마치 캔 뚜껑 따뜻 잘라낼 수 있었다. 다만 에드워드 코웬의 집에 들어가는 것보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의 시간은 익스플로러인 줄리 길고르가 마법을 준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리암은 벽을 뚫기 무섭게 날아드는 불꽃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에 반으로 잘린 불꽃은 좌우로 흩어졌지만, 오히려 두 배로 몸집을 불려 리암을 덮쳐왔다. 그러나 이미 리암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이미 한 번의 도약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줄리 길고르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으니까.


단번에 거리를 좁혔을 때 이번에는 발밑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솟구쳐 오른 불길의 위력은 리암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

그러나 리암은 이미 그보다도 빠르게 재차 가속하며 줄리 길고르를 향해 다가갔다.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고 해도 마법에는 발동 시간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마법사가 마법을 완성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리암이 뛰어들어오기 무섭게 쏟아낸 마법은 아마도 아티펙트, 두 번째 발밑에서 터져 나온 마법은 침실에 준비해 놓은 방비용 마법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 두 개를 다 쓴 지금은 리암을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상대는 고속으로 마법을 완성하고 있었다. 리암도 감탄할 정도로 빠른 마법의 완성.

눈앞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앙!


검으로 폭발을 베어낸 리암은 손끝에 남아있는 반발력을 마력으로 짓눌렀다. 확실히 6성급 마법사의 마법은 그 위력이 남달랐다.


줄리 길고르는 폭발의 여파를 이용해 뒤로 물러나서는 마도서 하나를 꺼내 들고 서 있었다. 자기 혼자 책장이 파라락 넘어가고 있는 마도서가 노란 화염에 휩싸인 모습을 보며 리암은 가볍게 목을 좌우로 꺾었다.

조용히,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했는데 일이 꼬였다.


“너 뭐하는 놈이야?”


자신이 혼자임에도 전혀 겁먹지 않은 표정으로 쏘아보는 줄리 길고르를 보며 리암은 검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질문은 내가 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건블레이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ㅠ,.ㅠ +2 22.09.13 519 0 -
20 천재 건블레이더-침투 +6 22.09.08 559 29 14쪽
19 천재 건블레이더-함정 +4 22.09.07 602 27 13쪽
18 천재 건블레이더-미끼 +6 22.09.06 659 32 14쪽
17 천재 건블레이더-거너 올가 +4 22.09.05 720 23 14쪽
16 천재 건블레이더-정보 +9 22.09.04 829 32 12쪽
15 천재 건블레이더-지리다 +2 22.09.03 871 33 12쪽
14 천재 건블레이더-백업2 +8 22.09.02 906 40 13쪽
13 천재 건블레이더-백업 +6 22.09.01 936 40 12쪽
12 천재 건블레이더-확신 +9 22.08.31 978 43 12쪽
11 천재 건블레이더-바넷 프레드 +9 22.08.30 1,015 42 12쪽
10 천재 건블레이더-금제 +6 22.08.29 984 36 12쪽
» 천재 건블레이더-줄리 길고르 +4 22.08.28 1,008 37 13쪽
8 천재 건블레이더-스모커 +4 22.08.27 1,026 34 13쪽
7 천재 건블레이더-질문 +3 22.08.26 1,040 38 14쪽
6 천재 건블레이더-증명 +3 22.08.25 1,078 33 13쪽
5 천재 건블레이더-재회 +3 22.08.24 1,114 38 12쪽
4 천재 건블레이더-메간 +4 22.08.23 1,157 34 13쪽
3 천재 건블레이더-구라 +3 22.08.22 1,263 42 15쪽
2 천재 건블레이더-귀향 +2 22.08.22 1,359 36 15쪽
1 천재 건블레이더-프롤로그 +7 22.08.22 1,619 42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