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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건블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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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
작품등록일 :
2022.08.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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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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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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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건블레이더-재회

DUMMY

재회




햇살 고아원의 옥상 정원에 서서 트럭의 짐을 고용인들이 옮기는 모습을 바라보던 리암이 돌아서며 손을 뻗자 척하니 시원한 맥주 캔이 잡혔다.

살짝 살 얼음이 얼어있는 것을 보고 픽 웃은 리암이 맥주 캔을 따자 칙하는 소리가 울렸다.


리암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햇살 고아원을 돌아보았다. 오후 시간이라 아이들은 고아원의 건물들 사이에 자리한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13구역의 아이들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밝은 얼굴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니 자신이 군에서 굴렀던 과거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흐뭇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내려다보던 리암은 옆으로 다가온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진남색에 눈물점을 가진 긴 속눈썹의 미녀.

하긴 어려서부터 그녀의 미모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그 일이 있었던 것도 모두 그녀의 미모 때문이었다.


고작 13살. 유달리 발육이 빨랐던 그녀는 꽃이 피어오르듯이 아름다웠고, 테리도 자신도 마음을 빼앗겼을 때 당시 햇살 고아원이 있던 13구역의 오슬로 거리를 주름잡던 패밀리의 보스가 그녀를 탐했다.


그때 자신은 처음으로 검을 잡았고, 테리는 초능력을 각성했었다.

둘이서 패밀리의 본부로 쳐들어가 스무 명의 적을 도살했다. 고작 13살의 아이 둘이 해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이지만, 고아원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 이곳을 떠나야만 했다.


리암은 군으로 피신했고, 테리는 메간을 데리고 방벽을 넘어 도심으로 도망쳤다.

방벽을 넘을 방법은 단 하나. 미궁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비록 크롤러라고 해도 미궁으로 들어가는 이들에게는 기숙사가 제공된다. 그리고 신분도 심하게 따지지 않았다.

미궁은 기회의 땅이라고 부르지만, 그곳에서 매년 죽어 나가는 인원이 워낙 많기에 그들에 대한 혜택은 제법 주어지는 편이었다.


사실 리암도 테리도 모두 그녀에게 마음이 빼앗겼지만, 그녀는 도시에 남겠다고 했다. 그래서 리암은 테리에게 그녀를 맡기고 떠났다.


형제와 같던 테리. 그 어렸을 적에 마음을 빼앗아 갔던 메간.


메간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뛰어노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너 요즘 뭐 하고 사냐?”


메간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리암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진한 남색의 머리색과 같은 진한 남색의 눈동자. 마치 그 깊이를 짐작하기 힘든 호수를 보는 것만 같은 눈동자를 보면서도 리암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메간은 그런 리암의 시선에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녀의 진남색 머리칼이 사라락 흘러내렸다.


“뭔가 변했네?”

“뭔 소리야?”

“예전에는 눈만 마주쳐도 귀가 빨개졌는데.”


메간이 웃는 모습에 리암이 인상을 찌푸렸다.


“말 돌리냐? 제대로 대답 안 해?”


메간은 옥상 정원의 난간에 팔을 기대고는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오히려 되물었다.


“그러는 너는 뭐 하고 사는 데?”

“나 군에 들어간 건 알고 있었잖아.”

“그랬지. 그런데 네가 보내는 후원금이 테리 못지않았다는 것이 조금 걸리더라고. 크레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익스플로러이자 미라클 클랜장이 벌어들이는 돈이랑 맞먹는 돈을 군인이 버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야?”


뭔가 나른한 듯하면서도 귀에 쏙쏙 박히는 목소리. 괜히 귀를 기울이게 하는 목소리였다.

메간이 맥주 캔으로 원을 그리며 물었다.


“군인 월급으로는 가당치 않았지. 게다가 너를 조사해보니 정보가 모두 락이 걸려 있더라? 다크웹의 해커인 스모커들이 손도 못 댈 정도더라. 장성급 이상의 락이 걸려 있을 때나 그런다고 하던데.”


메간이 맥주를 쭉 들이키고는 와그작 구긴 후에 뒤로 휙 던졌다. 옥상 정원의 쓰레기통에 정확히 들어가는 모습에 리암이 감탄할 때 그녀가 그를 돌아보았다.


“그랬던 네가 오늘 방송에 나오더라. 특무대 베히모스의 정복을 입고, 어깨에는 대령 계급장을 달고. 너 대체 군에 들어가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리암은 메간의 눈빛에는 호기심도 있었지만, 걱정이 서려 있는 것을 보고는 픽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연기를 잘한다. 마주하는 상대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딱 두 명. 테리와 자신에게만은 그러지 않고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즐거웠다.


“어쩌다 대장 눈에 들어서 끌려다니는 중. 임무 내용이야 기밀이니 알려주지 못하지만, 그냥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이렇게 됐네.”


메간은 그 말에 픽 웃음을 흘렸다.


“다행이네. 너 군에 들어간다고 할 때만 해도 꼭 죽으러 가는 것 같았거든.”

“그랬나?”


리암이 맥주를 마시며 되묻자 메간이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엄. 마치 실연당한 비운의 주인공처럼 굴었지.”

“풉!”


맥주를 뿜은 리암이 소매로 대충 입을 닦고는 메간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리암의 귀를 가리키며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귀가 빨개져야 리암이지!”


화를 낼 타이밍을 놓친 리암도 풀풀 웃고 말았다. 남은 맥주를 쭉 비운 리암도 캔을 구긴 후에 휙 뒤로 던졌고, 정확히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메간이 리암을 빤히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고마워.”

“뭐가?”

“엄마를 테리의 장례식에 데리고 들어가 줘서.”


당시의 기억을 떠올린 리암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당연한 일이지.”


메간은 난간에 팔을 괴고 리암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마르세나의 불여우랑은 무슨 사이야?”

“마르세나의 불여우? 에린?”

“그래. 그 여자. 군에 투신했다고 들었는데 설마 특무대 베히모스에 들어갔을 줄은 몰랐지.”

“너 별걸 다 안다?”


메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마르세나의 불여우는 유명하거든. 마르세나의 수치라고까지 불렸던 아이니까.”


어딘가 비난이 섞인 말투에 리암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만해.”

“응?”

“그 녀석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


정색하는 모습에 메간이 잠깐 멈칫했다. 십 년 만에 만나 너무 마음이 풀어졌었나 싶었다.

리암은 메간이 당황한 것을 보고도 정색한 것을 풀지 않은 채 답했다.


“뒷말은 그만하자.”

“···그래. 미안.”


리암은 난간에 등을 기댄 채 옥상 정원을 바라보았다. 마리아의 취향대로 꽃이 심어진 것을 보고 리암이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넌 뭐하는데 그렇게 말을 돌리는 거냐? 패밀리들 입을 닥치게 했다는 거 보니까 공무원이라도 된 거야?”


메간은 확실히 리암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똑바로 하지 않던 모습과는 달라져 있었다.


하긴 당시에는 테리가 워낙 빛이 났었다. 자신의 꿈이 확고하고, 그 꿈을 좇는 이는 홀로 빛난다.


그런 빛나던 테리와 정반대로 어둡던 리암은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몰라도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어쩌면 테리에게 가려져 있던 그의 본성이 드러난 것인지도 모르지만.


“난 도시 관리국 소속 에이전트가 됐어.”


군에 있다고 귀를 닫고 사는 것은 아니다. 떠벌이 잭슨의 도시 괴담과도 같은 이야기는 작전 중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워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도시 관리국의 에이전트에 대해서도 들었다.


양지와 음지를 오가며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는 자들.

합법과 무법을 오가는 자들이라고 들었다.


도시 괴담처럼 들었던 이야기였는데 그게 실존할 줄은 몰랐다.


“어쩌다가?”


그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도시 괴담 취급을 받는 에이전트.


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만한 연줄이 없다면 될 수 없는 것.


테리와 함께 도심으로 향했다면 미궁 크롤러가 되었을 터. 그가 유명해지는 동안 한 번도 그녀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은 것이 신기했다.

테리 옆에 그만한 미모의 여인이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유명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소식은 단 한 줄도 듣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이 그녀가 에이전트가 된 것이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에이전트가 된 과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

메간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더는 말해줄 수 없다는 뜻.


하긴 그 존재 자체가 도시 괴담으로 치부되는 에이전트임을 밝힌 것 자체가 자신에 대한 배려였음을 떠올렸다.


“테리랑은 계속 연락하고 지냈어?”


메간이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암은 난간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 떠도는 한 조각 구름을 바라보며 리암은 한탄하듯 한 마디를 내뱉어 본다.


“너희를 다시 만나는 건 너희 결혼식일 줄 알았는데.”


메간은 리암의 말에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갑작스러운 웃음에 리암이 시선을 내려 바라보니 그녀는 귀엽다는 듯 리암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아직 연애 한 번 안 해본 거 아냐?”


리암이 귀를 붉히며 대꾸했다.


“당연한 거 아냐?”

“대령 정도 되면 군에 들어간 여자들이 줄을 섰을 텐데?”


리암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군대의 문턱은 상당히 낮아졌다. 어차피 마력을 다루기 시작하면 남녀의 차이가 지극히 줄어들기도 하지만 기동 병기를 다룰 줄만 안다면 남녀의 차이는 없다고 봐도 좋았다.

게다가 군대는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가는 만큼 혜택도 많아서 여자들의 수도 꽤 늘었다. 대충 3할은 넘어갈 정도.

그러나 리암은 여인들 기피 대상 1호였다.


전투의 최우선 목표를 적의 격살을 통한 아군의 안전 확보에 두고 있는 리암의 전투 방식을 한 번이라도 본 이들은 모두 벌벌 떨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나마 옆에 남아있는 것은 부관인 에린 정도였다.


“연애할 정도로 말랑말랑한 곳은 아니라서.”


메간은 그 말에 지난 십 년간 리암이 어떻게 지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특무대 베히모스.


구성 인원이 몇인지, 누가 소속되었는지 외부에 알려진 것은 거의 없었다. 구성원이 계속 바뀐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가는 곳이기도 했으니까.

극동 전선 기지의 최정예인 그들이 세운 공은 듣고도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북부 전선과 극서 전선도 각기 특무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가히 압도적인 전과의 차이가 날 정도로 베히모스는 특별했다. 베히모스의 수장인 오스틴 소장부터가 다른 전선으로 가면 기지장을 해도 될 정도의 거물이기도 했고.


그런 곳에서 얼마나 버텼는지 모르겠지만, 고작 23살에 대령을 달았다면 리암이 저렇게 농담처럼 하는 말도 그 무게감이 달랐다.


메간은 그래서 이 분위기를 가볍게 넘기기 위해 농담으로 마무리했다.


“십 년이야. 어렸을 적 풋풋한 사랑을 유지하기에는 긴 시간이지.”


리암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뭐야? 헤어졌어?”


메간은 마치 어린 동생을 보듯 턱을 슬쩍 들고 리암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모쏠이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사정이란 것이 있단다.”


리암의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솔직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남녀 문제라면 그에게는 미지의 영역이었으니까.

검을 휘둘러 몬스터를 죽이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었다.

리암이 쓴웃음을 지은 채 시선을 피하자 그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메간이 불쑥 물었다.


“언제 돌아갈 거야?”


리암은 그 물음에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답했다.


“볼일 끝내고.”


메간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만으로 그녀도 테리의 죽음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리암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메간은 리암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물었다.


“언제 알았어?”

“장례식에서.”


메간은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래. 거짓말은 기가 막히게 알아챘었지.”


메간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그냥 돌아가 줘. 부탁이야.”


리암은 메간이 뭘 고민하고 얼마나 어렵사리 말을 꺼냈는지 알았다. 하지만 그건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었다.


“안 돼.”


메간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채로 리암을 바라보았다. 그의 고집스러운 눈을 바라보던 메간은 결국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었다.


취리링.


메간은 검으로 변한 벨트를 쥔 채로 리암에게 선언했다.


“그럼 내가 널 막을 수밖에 없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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