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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노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에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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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노
작품등록일 :
2019.05.2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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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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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20

작성
19.06.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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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3

DUMMY

백성혁은 팔짱을 꼈다.


'2억 달러. 2억 달러라.'


달러 환율을 대략 천원으로 잡는다고 치면, 약 2천억원의 돈이다.

작은 돈이 아니다.

백가가 특급 헌터 길드로 활동할 당시에도 그만한 자금은 없었다.


'2천억이면 0이 대체 몇 개야.'


백성혁이 고민하는 사이 안수르가 말했다.


"어떤가?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생각하는데. 종신 계약이기는 하지만 모든 복지는 잘 처리해주겠네."

"종신 계약?"


백성혁은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거절한다."

"그렇지, 역시... 뭐라고 했나? 거절한다고?"

"그래."


안수르가 눈썹을 찌푸렸다.


"어째서인지 물어봐도 괜찮은가?"

"2억 달러는 너무 작아."

"그럼 얼마를 바라는가?"

"4억 달라."

"4억?"


안수르가 턱을 쓸었다.


"자네가 그럴만한 가치가 되는가?"

"4억 달라도 작지. 4억 달라는 내가 당신의 부탁을 한 번 들어줄 정도의 금액이야."


안수르의 얼굴이 굳었다.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 군. 나는 앗술라 왕조의 왕자일세."

"우리 나라 왕자는 아니잖아?"


안수르가 눈을 끔벅였다.


"당돌한 친구로군."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네?"

"내 주변에는 감히 나에게 그런 식으로 대하는 자가 없었으니 말일세."

"신선한가보네."

"하지만 자네가 그럴만한 자격이 되는지 궁금하군."


안수르가 다리를 벌리고 손 깍지를 꼈다.

순간, 그에게서 기세가 변했다.


"백성혁. 나는 자네의 잠재능력을 보고 고용하려는 것일세. 왕가를 지키는 검으로서, 자네는 무리한 이야기를 하는군. 만용을 부린다고 해서 몸값이 비싸지는 건 아닐세. 나는 부자이며 관대하지만, 두바이의 졸부들처럼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지는 않아."

'S급 헌터라더니....'


백성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안수르에게서 묵직한 기세가 은은하게 풍겨 차안을 가득 메웠다.

바위처럼 단단한, 고귀하고 오만한 자태였다.


"잘 못 짚었군."

"잘 못 짚었다?"

"네가 한 나라의 왕자인 것처럼 나도 한 가문의 가주다. 그런 내가 네게 충성을 맹세하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


또 하나, 백성혁이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미안하지만 나는 전도유망한 신인이 아니라서 말이야."


흠칫!

안수르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고오오오오!

백성혁에게서 칼날같은 기세가 풍겼다.

무형지기.

화경 이상의 고수들만이 펼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차안을 가득 메우던 안수르의 기운을 천천히 몰아냈다.


'이건....'


안수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마이바르 차량 내부는 안수르의 영역.

그러나 안수르의 무거운 기운이 만들어낸 영역을 백성혁의 날카로운 기세가 모두 부숴트렸다.


'이 자,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 대체 어떻게 D급 헌터가 저런 아우라(Aura)를....'


안수르의 이마에 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시원한 차량 내부. 더위에 강한 중동인이 더워서 땀을 흘릴리는 없다.

섬뜩한 긴장감이 안수르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안수르와 백성혁은 서로가 손을 뻗기만 하면 닿는 거리.

바꿔 말하면 안수르는 이미 백성혁의 간격안에 있었다.

정적. 침묵.

팽팽히 당겨진 실과 같은 긴장감.


'이 자....'


손을 써야한다.

안수르가 그 긴장감을 폭발시키려는 순간이었다.


"그리 긴장하지 마."


백성혁이 가볍게 말했다.

동시에 분위기가 풀렸다.


"나는 당신이 마음에 들었으니까."

"...무슨 의미지?"

"내가 기운을 조절한 거, 눈치 챈 거잖아?"

"맞다. 그정도의 능숙한 컨트롤을 지녔으니 충분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


그래, 시파. 나 기운 조절했다고.

백성혁이 중얼거리더니 이어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

"어떻게 말인가?"

"당신, 안수르라고 했던가. 한국에 온 이유가 있지?"

"있다."

"무슨 용건이지?"

"계약을 한 다면 말해주겠지만, 외인인 네게 해줄 말은 없다."

"그럼 외인이 아니면 되겠네."

"...?"

"무언가 부탁할 일이 있으니까 한국인 수하를 만드려고 했던 거 아니야? 그럼 내게 부탁을 해."

"모르는 사람에게 4억 달라를 줄 수는 없다만."

"모르는 사람이 아니면 되지."


안수르가 눈을 끔벅였다.


"그건 무슨 소리인가?"


백성혁이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당신의 친구가 되어주지."


슥.

안수르는 자신에게 내밀어진 한 동양인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친구."

"그래, 친구. 친구 끼리는 못하는 말도 없다지? 그러면 이야기 해줄 수 있잖아?"

"...허."


하하하!

안수르는 자기도 모르게 박장대소했다.


"재밌는 친구로군.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한 건 처음이야."


안수르는 자신의 짧은 수염을 매만졌다.


"이 안수르에게 친구를 하자고 하는 자가 있다니."

"나 정도면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조금 전의 그 기운.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건가?"

"난 실력을 숨긴 적 없어. 그럴 필요가 없지. 왕자라면 내 말을 이해할텐데?"


안수르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실력을 숨길 필요 없다, 왕자라면 내 말을 이해할거다.


'무슨 오만한....'


안수르는 백성혁의 말 뜻을 이해했다.

백성혁은 스스로가 절대자나 다름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한국 최고의 무인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뿐이라네, 왕자님."

"재미있군."


안수르가 손뼉을 쳤다.


"하하, 정말 재미있어. 자네같은 인물을 본 적이 없네. 모두 내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자밖에 없었는데."

"돈 때문에 접근 하는 거 맞는데?"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이도 없었네. 좋아."


안수르가 백성혁의 손을 붙잡았다.


"그럼 오늘부터 우리는 친구로 하지."


안수르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돈도 안받겠다면서 왜 나랑 친구가 되려 하는가?"

"그야 당연히, 중동의 돈 많은 왕자를 친구로 두고 싶어하는 건 누구나 그렇지 않겠어?"


백성혁이 헛기침을 했다.


"겸사겸사 친구가 이 땅에는 왜 왔는지 물어볼 수도 있고."

"음흉한 친구로군. 자네는."


안수르가 씨익 웃었다.


"하지만 그 전에 자네의 이야기를 듣고 싶군. 자네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졌네."

"네 부하가 나를 따라다녔잖아? 그... 핫산이었나? 제대로 보고 못들었어? 내가 그 놈 은신술도 간파했는데."

"그런 보고는 못들었는데... 핫산!"


달칵!


"부르셨습니까."

"왜 보고를 하지 않았지."

"무슨 보고 말씀이십니까?"


퍽!

돌연, 안수르가 발로 핫산을 걷어찼다.

핫산은 신음도 없이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너희 핫산들은 이게 문제야.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나를 감시하기만 하지."

"...죄송합니다."

"됐다. 물러가봐."

"예."


달칵.


"저자는 내 부하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내 아비가 붙인 수하일세. 나의 아버지는 위대한 왕이지만 내가 언제 자신의 위치를 탐할까 두려워 저런 감시역을 붙이고는 하지. 어차피 시간만 지나면 다 물려주실텐데 말이야."

"뭐... 그런 왕조 얘기는 됐고. 그래, 정보를 듣고 싶으면 내 애기를 듣고 싶다 이거지."

"뭐 그런 걸세."


백성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맨 입으로?"

"듣고나서 괜찮은 정보라 판단하면 돈을 주지."

"돈은 필요 없어. 나도 오늘 200억을 번 남자거든."

"그러면?"


백성혁이 손목을 까닥였다.


"친구 덕 좀 보고싶은데."


안수르가 눈을 끔벅였다.


#2


"즐거운 시간이었네."

"나야말로. 친구가 생긴 건 오랜만이거든."

"자네의 부탁은 꼭 들어주겠네. 사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백성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 중동 왕자님이면 그러겠지."

"대신 약속한대로 나중에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게. 쓸만한 헌터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니까."

"그건 약속하지."


안수르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백성혁에게 건넸다.


"여기에 내 비밀 전화번호가 담겨있네. 마음껏 쓰게."

"오, 이거 최신형이잖아. 역시 부자는 다르구만."


안수르는 혀를 찼다. 200억을 벌었다는 남자가 고작해야 몇 백만원짜리 스마트폰에 순수하게 기뻐하다니.


'요즘 헌터들과는 확실히 다르군.'


그러나 우습게 볼 수는 없었다. 좀 전, 백성혁이 풍긴 기세는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다. 어쩌면 그보다도 더 높을 수 있었다.


'좋은 친구를 얻었어.'


안수르는 그리 생각했다. 어린 시절부터 타인의 위에 군림해온 그에게 있어서 순수하게 욕망을 드러내며 다가온 이는 백성혁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신선했다.


"그럼 이만 가볼테니까. 아까 말한 건 잘 부탁한다."

"고맙네."


달칵.

백성혁이 나갔다.

곧 핫산이 앞 자리에 탔다.


"핫산."

"예."

"헌터 협회로 간다."

"경기도 지부로 가면 되겠습니까?"

"아니, 서울 총 본부로 간다."


안수르가 손을 매만졌다.


"친구가 부탁을 해왔거든."


친구? 핫산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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