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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노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에서 돌아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아스노
작품등록일 :
2019.05.2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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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6.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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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

DUMMY

#1


어둑어둑한 골목.


"으아아악!"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러나 골목 밖 행인들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눈치 채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당연한 일이다.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침묵의 결계가 골목 입구에 생성되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결계를 친 장본인은 지금 눈물나게 후회중이었다.


"제, 제발, 아아악!"

"왜? 이제 좀 말하고 싶어졌어?"


백성혁은 능글맞게 웃으며 물었다.

끔찍한 고문? 아니다.

단지 청년의 몸 이곳 저곳에 내기를 담은 손가락을 옮길 뿐이었다.

툭, 하고 말이다.

단지 그뿐인데도.


"으아아악!"


툭.


"아악! 끄, 끄르륵!"

"야, 기절하지 마. 아직 한참 남았는데."


거품을 물고 쓰러지려는 청년의 의식을 억지로 각성시킨다.

무학에 통달한 백성혁에게는 간단한 일이었다.


"제발 그만...."


청년은 애원했다.

당연한 일이다.

제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마법사라 할지라도 백성혁의 혈도술은 아무데서나 맛보기 힘든 종류의 성질을 갖고 있었다.

바로 천마신교의 마인들을 제압 및 굴복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혈도술이었으니까.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하겠다. 제발...."


청년은 맑은 침을 질질 흘리며 애원했다.


"뭐든? 정말 뭐든 다 말할거냐?"

"무, 물론."

"삼겹살도 다시 사올거고?"

"물론이다. 원한다면 뭐든 다 사오겠다. 그러니 제발 그만...."

"물론이다?"


백성혁이 손가락을 들었다.

흠칫!


"무, 물론입니다. 물론입니다."

"짜식. 이제 말 좀 알아 듣네. 근데, 그냥은 안돼."

"예?"


청년의 동공이 흔들렸다.


"너 아까 나한테 고통을 주겠다고 했잖아? 그리고 나를 죽이려 들었지?"

"아, 아닙니다. 진짜 아닙니다. 죽이려든다뇨. 절대 죽일 마음은 없었습니다. 당신을 데려오라고만 했을뿐입니다."

"그래도 팔 다리 하나 정도는 상관 없다 했겠지. 그러니까 그런 기세로 덤빈거잖아?"

"제발, 아닙니다. 제발, 주인이시여...."


주인?

백성혁이 눈을 끔벅였다.


"너 뭐라고 했냐?"

"제발 그만해주십시오... 흐어엉...."

"아니 그거 말고."


백성혁이 물었다.


"내가 왜 니 주인이냐?"

"그, 그야...."


청년은 침을 꿀떡 삼켰다.


"제, 제가 천가의 마법사이기 때문입니다."

"천가라고?"


백성혁이 턱을 만졌다.


"설마 백호 천가?"

"마, 맞습니다."

"천가 새끼들이 나를 왜 노려?"


백성혁은 어이가 없었다.

천가가 어디인가?

다름아닌 백가의 삼대봉신가중 하나가 아니던가.


"그, 그것이...."


청년이 말을 더듬었다.


"말 안해?"


백성혁이 손가락을 들었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손가락이었다.


"히, 히익! 마, 말하겠습니다. 말할테니 제발...."


청년은 사시나무처럼 떨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줄줄이 털어놓았다.

자신의 이름이 지강훈이라는 점, B급 헌터이자 천가에서도 제법 높은 지위를 지닌 마법사라는 점.

그리고.


"뭐?"


백성혁이 입술을 내밀었다.


"그거 사실이야?"

"사, 사실입니다."

"가주가 직접 나를 데려오라고 했다고?"

"그, 그렇습니다."


이것봐라.

백성혁은 어이가 없었다.

다름아닌 가주 직속 명령이라고 한다.

백가가 지닌 무공을 빼앗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주인을 무는 개는 살려둘 필요가 없는데...."

"그...."

"하긴, 이미 물었나? 재산이고 뭐고 다 뺏어갔다며? 이제 무공까지?"


달달....

딱딱!

지강훈이 소스라치게 떨었다.

얼마나 떨었는지 이빨이 부숴질 정도였다.

마치 혼자 극한 추위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연한 일이다.

십만리 강호를 질주하던 검마.

바로 그 검마가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지강훈이 견뎌낼 수준이 아니었다.


"사, 살려 주십쇼."

"내가 왜?"

"뭐든지 하겠습니다."

"네가 보기에는 내가 너 따위의 도움이 필요 할 거 같아?"


백성혁이 입꼬리만 올렸다.


"어떻게 죽여줄까? 일단 아까 그 고통을 계속 즐기게 해준 다음 산채로 찢어 발겨줄까?"

"제, 제발. 제발.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겁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뭐든지?"

"예!"

"천가를 배신하는 일이라도?"

"물론입니다!"


기세가 사그라들었다.


'사, 살려주는건가?'


역시, 그래도 아직 애송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천가의 가주에게는 미치지 못할 터.


'일단 돌아가서 가주님에게 보고를....'


"근데 너를 어떻게 믿냐?"

"예?"

"한 번 배신한 놈은 언제든 배신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애초에 여기서 나를 속이고 그냥 능구렁이마냥 넘어가버릴 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 그게...."

"야. 나 똑바로 쳐다봐라."

"...?"


지강훈과 백성혁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


백성혁의 눈에서 서슬퍼런 기운이 발사했다.


"허, 허억!"


지강훈은 마치 전신이 굳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독사의 앞에 놓여진 토끼처럼.

온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백성혁의 손가락이 지강훈의 전신을 찔렀다.

톡톡톡!

아까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그러나.


"네게 금제를 걸었다."

"무, 무슨?"

"천가 배신해도 된다며?"


백성혁이 씨익 웃었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해줄려고."


지강훈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이거... 잘 못 걸렸다.


#2


"제가 아는 건 이게 전부입니다."


지강훈은 코피를 훔치며 공손히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들은 게 맞는 지 한 번 확인해보자."


백성혁은 팔짱을 끼고 말했다.


"천가에서 내가 돌아왔다는 정보를 얻었다. 아무리 아무짝에도 쓸모 없던 망나니 같은 놈이라 할지라도, 눈엣가시 같았던 백가의 공식적인 후계자이다. 한 번 손을 봐줄겸, 직전 무공도 빼앗을 겸 직접 마법사를 파견했다. 맞아?"

"맞습니다."

"와, 확인사살하니까 진짜 어이가 없네. 봉신가 새끼들 쳐 돌았냐?"


백성혁은 기가 찼다.

백호 천가, 청룡 왕가, 현무 송가.

전부 한 때는 멸문지화를 당할 뻔 했던 가문들이다.

그런 가문들을 거둬준 게 바로 백가였다.


"어떻게 그렇게 대놓고 주인을 물어?"

"그게... 백가의 세력이 많이 약화된 시점이라...."

"하긴, 싯팔. 한 때는 혈족이었던 자들이 이제는 가족이 아니라 이거지? 이제 봉신가로 생각할 필요도 없겠네."

"저, 저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

"왜? 너 천가의 사람이잖아."


지강훈이 학을 뗐다.


"아, 아닙니다. 저는 이제 백성혁님의 수하입니다. 아시잖습니까?"


쾅! 쾅! 지강훈이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어찌나 세게 박았는지 이마가 찢어질 정도였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백성혁이 그에게 건 금제.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숙련된 마법사인 지강훈은 알 수 있었다.

이 금제를 어기는 순간 자신은 죽는다는 것을.


"흥, 그래도 눈치 하나는 빠르네. 자기 처지도 이해하고."


지강훈의 예감은 맞았다.

백성혁이 그에게 건 금제는 천마신교의 마인들을 묶어두기 위해 혈교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것이었다.

혈천아수라금제법.

금제를 거는 사람도, 풀 사람도 2갑자 이상의 내공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특수한 성질의 내공을 필요로 해, 창시자인 혈교의 교주와 백성혁 말고는 아무도 쓸 수 없는 금제법이었다.


"하긴. 삼십일에 한 번씩 내게 내공을 주입받지 않으면, 네 몸은 폭죽처럼 터져버릴테니까."

"명령만 하신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좋아. 첫 번째 명령을 내리마."

"예."

"일단 천가로 돌아가라. 그리고 천태양이한테 전해."


천태양은 천가의 가주 이름이었다.


"뭐, 뭐라고 말씀 드리면 됩니까?"

"백성혁이 돌아왔다고. 그동안 까분 대가는 치뤄야된다고. 교육 시켜주러 간다고 전해."


파르르. 지강훈의 몸이 떨렸다.


"그, 그렇게 전해드리면 됩니까?"

"어."

"호, 혼자서 천가와 대적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 왕가랑 송가도 다 교육시킬건데?"

"그...."


지강훈이 입술을 달싹였다.


"좀 더 대국적으로 생각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주, 주군께서 죽으시면 제 목숨은...."

"왜? 가신 가문이 주인 가문에 까불었는데 혼내준다는 게 잘 못 된 일인가?"

"하지만 그건 완전히 선전포고...."

"야."


백성혁이 말했다.


"이건 선전포고 같은 게 아니야. 그저 옛 주인이 옛 가신들에게 명령하는거지. 애초에 네가 날 습격한 시점에서 이미 정당방위는 성립 된거고. 그러니까 꺼져. 내 기분 더 나빠지기 전에."

"아, 알겠습니다."


지강훈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에, 예?"

"네 떨거지들 데려가야지."

"에, 예!"


지강훈이 수하들을 수습해 후다닥 골목에서 빠져나갔다.

뚜둑, 뚜둑.

백성혁이 몸을 풀었다.


"자, 그럼 증인이 필요하겠지."


백성혁은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벽면을 향해 다가갔다.


"나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뭐라 하는걸까?


"두 번 말 안한다. 안 나오면 너도 금제 걸릴 줄 알아."


....


"안나와?"


....

스르륵.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벽면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타났다.

가면을 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굉장히 길고 곱슬거리는 머리칼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한 이국적인 사내였다.


"어떻게 내 은신을 간파한거지?"


남자가 어색한 한국어로 물었다.


"그렇게 대놓고 기운을 내뿜는데 모를 수가 있나."

"...."

"넌 뭐야?"

"너를 데리러 왔다."

"너도 봉신가 부하야?"

"내가 이딴 작은 나라의 작은 가문의 부하같나?"


백성혁은 귀지를 팅구며 답했다.


"아까 걔보다는 나아보이는데."

"...나를 자극하지마라. 나는 단지 너를 데리러 왔을 뿐이다. 내 주인이 너를 보고 싶어한다."

"네 주인?"

"해는 없을 거다. 아니, 천금의 기회라 할 수 있다. 나의 관대한 주인께서는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고, 너의 모든 걱정거리를 해소해주실 것이다."

"300이냐?"

"그 위대한 왕과 나의 주인의 격은 거의 동일하다 볼 수 있다."


슥, 백성혁이 코를 훔쳤다.


"대단한 양반이긴 한가본데. 방식이 잘 못 됐어."

"무슨 뜻이지?"


백성혁이 주먹을 쥐더니, 허공을 향해 내질렀다.


"...!'


가면 사내가 순간 움찔하며 옆으로 거리를 벌렸다.

콰앙!

가면 사내가 서있던 장소의 골목 벽이 갑자기 무너져내렸다.


'무슨....'


가면 사내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백성혁과 가면 사내의 거리는 약 백 미터 이상이었다.

백 미터 이상에서 공격을 가했다니?


"마법사였나?"

"백보신권을 피하다니. 확실히 아까 걔보다는 나아."


권법이라고?

권강지기라도 뿜었다 이건가?

말도 안되는....

가면 사내의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렀다.


"네 주인? 직접 찾아오라고 해. 동방예의지국에 왔으면 예의를 차려야지."

"...."


가면 사내는 벽면을 한 번 바라보고, 이내 다시 백성혁을 바라보았다.


"실력을...숨기고 있었구나."

"숨긴게 아니야. 펼칠 기회도 없던거지."

"...알았다. 네 뜻은 주인에게 전하겠다."

"아, 잠깐."

"...?"

"너, 아까 삼대 봉신가 그새끼들이 나 습격한 거 봤지?"

"그게 무슨 상관이 있나?"

"아니, 봤어, 못봤어?"

"...봤다."


백성혁이 씨익 웃었다.


"좋아, 가봐."

"...다음에 또 보지."


스르륵.

가면 사내는 나타났던 것처럼 똑같이 사라졌다.

백성혁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우드득, 우드득.


"하아. 집안 꼴이 말이 아니구만. 백가가 언제 이리 됐냐."


이거, 편하게 살려면 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거 같다.


'일단 천가놈들. 너넨 죽었어.'


물론 그 전에, 집안에 얘기는 해둬야겠지.


작가의말

이미 써놓은 원고를 예약 연재 걸어놓고 집필하는 스타일이라, 최근화의 댓글들을 지금 읽어보았습니다. 초반부의 내용들이 많은 독자분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었던 거 같아, 사과 드립니다. 앞으로 좀 더 잘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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