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스노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에서 돌아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아스노
작품등록일 :
2019.05.21 07:47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54,087
추천수 :
9,102
글자수 :
120,220

작성
19.06.06 12:00
조회
16,053
추천
382
글자
12쪽

19

DUMMY

#1



백성혁은 무림에서 크고 작은 전투를 수 백, 수 천번 치뤘다.

그 전투의 경험은 이루어 말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했으며, 다채로웠다.

개중에는 물론 술사와의 전투도 있었다.

혈교, 천마신교, 모산파, 배화교, 장백파의 신령들까지.

천살성의 운명을 지닌 백성혁을 저지하기 위해 모여든 이들은 그야말로 모든 인간 군상의 결정체라 할 수 있었다.


'모산의 기문둔갑술에 비하면, 이런 단순한 궤도의 마법들을 피하는 건 식은 죽 먹기지.'


백성혁은 뛰었다.

그건 이미 보법도 신법도 경신술도 아니었다.

그저 내공을 끌어 올렸고, 뛰었을 뿐이다.


"으,으어어!"


보이는 무인의 목을 금나수로 낚아챈다.

뿌득!

"!"


목을 비틀고,


"주, 죽여라!"


칼날의 비를 유려하게 피한다.

그건 무공이 아니었다.

회피기동, 단순한 피하려는 움직임이다.

피하면서 손을 뿌린다.


파파팍!


휘몰아치는 장풍.


"으아아악!"


무인들이 그대로 혈풍이 되어 날아갔다.


'무, 무서운 위력이다!'


지켜보던 천가 무사들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뭐, 뭐해! 빨리 우릴 지켜! 2타 준비중이란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마법사들이 소리쳤다.

그러나 무인들은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권풍만으로 사람을 물러나게 한다?

물론 숙련된 무인이라면 가능한 일이다.

한데... 권풍만으로 사람을 죽인다?


'주, 죽고 싶지 않아.'


전장을 휘감던 공기가 공포로 질리고 있었다.

그러나 살육자는 멈추지 않는다.

탁.

지면을 박차는 순간.

탁.


"어!"


어느샌가 적의 앞에 도달한다.

그야말로 신풍(神風).

퍼퍼퍽!


"커허억!"

"컥!"


털썩! 털썩!

괴, 괴물이다. 괴물이 틀림 없다.

방패막이를 하고 있던 무인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마법사들은 더욱 더 캐스팅에 열을 박찼다.


'돼, 됐다. 마법이 거의 끝나갔어.'

'처음에는 어떻게 피했을 지 모르지만 더 이상은 안된다!'

'제 아무리 괴물같은 놈이라도....'


"제 아무리 괴물같은 놈이라도 한 발만 맞춘다면.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흠칫.

후열에서 마법을 준비하던 마법사들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미안한데 너희 사이에 있으면, 그 마법이란 거 제대로 못 펼칠건데?"


백성혁이 나타난 곳은 바로 마법사 진영의 한 가운데였다.


"무공계 새끼들은 뭐 하는거야!"


한 마법사가 외쳤다.

그러나 그 외침은 곧바로 절규가 되었다.

이미... 무사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다.


'시, 십분도 안됐는데?'


까드득.

백성혁이 주먹을 쥐었다.


"귀찮다. 얼른 꺼지자."


뻐억!


#2


천무후는 아버지를 닮아 철두철미한 성정의 소유자였다.

때문에, '바깥이 소란스럽다.'는 분위기를 느끼자마자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가의 혈육만이 움직일 수 있는 내각에서부터 외각까지는 성인 남성 걸음걸이로 오분정도가 걸렸다.


'고작해야 오분일텐데....'


천무후는 한 손으로 턱을 괴며 눈 앞의 광경을 살폈다.

천가 저택 외각 바깥편, 한 떄는 아름다웠던 정원은 지금 피바다가 되어 있었다.

시체의 언덕에서 피가 줄줄 쏟아졌다.

그 한 가운데 혈인이 서있었다.


"안면이 있는 놈이 나왔네."


혈인이 말했다.


"백성혁...인가?"

"넌 천무후였지? 천가 후계자."


천무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주변을 살폈다.

백성혁이 말했다.


"내 뒤를 봐주는 놈 따윈 없다. 애송아."

"...그럼 이걸 다 네녀석 혼자 했다는 말이냐?"

"그럼 나 말고 누가 있어?"


천무후는 눈을 똑바로 뜨고 백성혁을 바라보았다.

그의 이마에서 땀 한 줄기가 흘렀다.

200명도 넘는 무인들.

최소 C급 이상의 헌터들을 단신으로 쳐부쉈다?

자신도 불가능한 일이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지 그래. 이 생에서 할 수 있는 유언이 될 텐데."


백성혁은 피묻은 손을 털며 여상스레 물었다.

천무후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손을 뺏다.


타앙!


탓, 백성혁이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총? 헌터새끼가 위험한 거 가지고 있네."


천무후가 손에서 뽑아든 건 다름아닌 토카레프 권총이었다.

몬스터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인간에게는 통용되는 현대 살상 무기.

그러나 그조차도 백성혁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확실하군, 무인을 쓰러트린 건 저 놈.'


슥, 천무후가 손짓했다.


"존명."


타탓! 그의 주변에 숨어있던 암객들이 뛰쳐나왔다.

수는 여덟, 모두 천가의 일급 고수들이었다.

무공계 B급 헌터들.

그러나 그들의 팔인 합격은 설사 A급 헌터라 할지라도 당해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더더욱이나 권총을 쏜 다음의 기습.

하지만.


카가가가각!


"...!!"


암객들의 눈이 커졌다.

여덟 자루의 검이 막혔다.

다름아닌 백성혁의 팔꿈치에.


"권기?"


여덟 암객이 재차 거리를 벌렸다.


"조심해라! 놈은 고수다."


그 한 마디면 충분했다.

토도도도도!

여덟 암객들이 백성혁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움직였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닌자같은 움직임이었다.

여덟 암객들은 모두가 수 십년을 동거동락하며 무공을 갈고 닦은 이들.

말 한 마디로 이미 마음을 나누었다.

그들은 곧바로 가장 자신 있는 합격술을 펼쳤다.

백성혁은....


"백호 합격? 백가가 건네 준 무공으로 백가를 노리네?"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좋아, 한 번 보자. 우리 가신들 실력이 얼마나 늘었나!"


권기를 두른 양 팔을 휘두르며 쾌활하게 웃었다.


'멍청한 놈. 네 놈이 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이 합격술을 맨 몸으로 벗어날 수는 없을 거다!'


암객중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이가 속으로 백성혁을 비웃었다.

백호 합격술은 여덟 명이서 여덟 방위, 즉 팔괘를 점하며 동시에 내공과 회전력을 더하는 최상위 합격술이었다.

원래부터 하수가 고수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진법.

그만큼 암객들이 상대를 인정했다는 이야기였지만,

동시에 백성혁을 결코 살려보내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의 반증이기도 했다.


'일단 첫 째, 감의 괘!'


팍!

처음 방위를 점하는 암객이 튀어나갔다.

나머지 일곱 암객의 내공을 나눠받고, 동시에 합격과 방위의 이점을 노린 공격!

이 공격은 제 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이어서 팔괘까지 간다면 그 어떤 고수라 할지라도....


텅! 콰직! 크아아아악!


'뭐, 뭐야?'


우두머리 암객의 눈이 커졌다.


"이게 끝이야?"


탁탁, 허연 물과 피가 묻은 팔을 섞었다.


'보, 보지 못했다.'


단 일격이었던 건 기억한다.

백성혁의 주먹질 한 방에 처음 튀어나간 암객의 머리통이 박살났다.


'도, 도망가야 한다. 저 놈은 이길 수 없다.'


일곱 암객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또한 동시에 합격술을 해제하려 했다.

그러나 백성혁은 이를 두고 보지 않았다.


"이게 끝이냐고 물었잖아."


사사사삭!

지면을 박차는 백성혁.

어느 순간 암객들의 지척에 다가왔다.

사실 그에게 합격술 따윈 의미가 없었다.


"백팔나한진 정도면 모를까. 이따위 잡기."

"이, 이 괴물놈!"


백성혁이 주먹을 들었다.


"재미없다. 죽어라."


콰직! 콰직!

백성혁이 주먹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암객들의 머리통이 부숴져나갔다.

그들은 반항도 해보고, 도망도 가보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백성혁 보다 약했고, 또 느렸다.

상대가 되지 않았다.

백호 천가를 수 십년간 수행해온 여덟 암객들의 허무한 최후였다.


"사, 살려...."

"안돼."


콰직!

파콰아악! 핏덩이가 얼굴에 그대로 쏟아졌다.

비린, 그리고 역한 냄새가 팍 펼쳐진다.

그러나 백성혁은 이 냄새가 좋았다.

상대방의 생을 지배하는 이 냄새가.

백성혁은 붉게 물든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안 도망갔네?"


백성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괴물 새끼...."


천무후는 한 마디만을 남겼다.

그러나 그 목소리 어디에도 공포는 없었다.

암객이 당하고 있는 와중에도 한 걸음도 도망가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화르르르륵!


그의 지팡이 끝에는 거대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오, 나 그거 알아. 플레어라는 마법이었지."


백성혁은 게슴츠레 눈을 뜨고 말했다.


"지강훈도 그걸 펼쳤었는데. 너희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다 똑같냐."


탁, 지면을 박차려는 순간이었다.


"...!"


욱신!


"움직이지 않을거다."


천무후가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백성혁은 분명히 땅을 찼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다.


"너희 무인들의 단점이 뭔지 아나? 상태 이상에 약하다는 점이다."

"...상태 이상?"

"그렇다. 내가 여덟 암객이 당하는 동안 겨우 플레어 하나만 펼친 줄 아나? 나는 6서클의 마법사다!"


촤라락. 천무후가 양 손을 펼쳤다.

그의 양 손에는 두 개의 와드가 들려 있었다.

하나는 플레어를 시전중인 와드.

또 하나는, 지면을 가리키고 있었다.


'네가 총알도 피하는 괴물이라 할지라도 그래비티 마법은 피할 수 없을거다.'


그래비티!

중력을 조종하는 6서클 마법!


"그 어떤 인간이라 할지라도 대지 위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이 마법! 이것이 하등한 무인과 위대한 마법사의 차이점이다!"


크흐흐! 천무후가 웃었다.


"너...."


백성혁이 그런 천무후를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말이 참 많네."

"뭐, 뭐냐!"


천무후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비티 마법. 임의로 열 배의 중력 공간을 생성해 상대를 압박하는 마법.

그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아니, 버티는 것조차도 어렵다. 열 배의 중력이란 건 인간의 신체로는 견딜 수 없는 성질을 가진 것이다.

그 상황속에서.

백성혁이 움직였다.

게다가 그 속도는 그래비티 공간 밖에서와 별 차이가 없었다.


"어, 어떻게."


천무후는 당황했다.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플레어 마법의 궤도 조준은 이미 끝 난 상황이었다.

쏘기만 하면 된다. 플레어를 맞고 버틸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러나 백성혁이 한 발자국 더 빨랐다.


"헉!"


천무후가 자기도 모르게 신음했다.

백성혁이 이미 지척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악!

강기를 머금은 수도가 사선으로 그였다.

촤악!

플레어를 시전하던 천무후의 팔뚝이 잘려나갔다.


"으아아악!"


천무후는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팔뚝째로 팔이 잘려나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대체, 너네 어떻게 무인들을 물러나게 한 거야?"


백성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천무후가 실성한 듯 웃었다.


"미, 미련한 놈. 너, 넌 죽는다."

"뭐?"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앙!


섬광, 이내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일렁였다.

5서클 공격 마법중에서도 파괴력 하나만큼은 수위에 든다는 플레어가 터진 것이다.

그 파괴력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천가 저택의 드넓은 정원이 일순간 잿더미가 되었다.

물론 시전자인 천무후 역시 멀쩡하지는 못했다.

그는 숯더미가 되어 죽어가고 있었다.

신음조차 흘리지 못했다.

불길이 그의 모든 것을 불태웠으니까.

생명마저도 이제 곧 사그라들 운명이었다.


'그, 그렇다 할지라도... 놈을 죽였으니....'


천무후는 백성혁의 죽음을 확신했다.

놈은 생각보다 고수였다.

아마도 천가의 모든 이,

가주인 아버님이라 할지라도 당해내지 못할 터였다.

그러나 놈은 방심하고 있다.

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지근거리에서 5서클 마법을 맞으면 살아날 수 없다.

자신의 목숨이 아깝기는 했지만, 가문이 사라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천무후는 그리 생각했다.

또한 생각대로 되야만 했다.

그러나.


'...!'


천무후는 깜짝 놀랐다.

기운이 느껴졌다.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일류 마법사인 그는 알 수 있었다.

백성혁의 기운이다.

그가 살아 있었다.


'대, 대체 어떻게....서, 설마.'


죽음 직전, 천무후의 뇌리에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최소한 2갑자 이상의 초절정 고수만이 펼칠 수 있는,

전세계에서도 펼칠 수 있는이가 손에 꼽는다는 절대적인 무공이 하나 있었다.

시전자가 집중만 한다면 핵폭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막아낼 수 있다고 전해지는 수법.


'호...신...강...기라고....'


그쯤에서 천무후의 상념이 끊겼다.

천가를 짊어질 차세대 A급 헌터라 불리우던 남자치고는 허무한 죽음이었다.


'생각보다는 강하네. 호신강기조차도 뚫릴 뻔 했어.'


백성혁은 목을 매만지며 몸을 풀었다.


"자, 이제 남은 건 천태양뿐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에서 돌아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25 +38 19.06.12 9,740 333 10쪽
24 24 +19 19.06.11 12,243 338 11쪽
23 23 +19 19.06.10 13,948 345 9쪽
22 22 +25 19.06.09 15,134 338 13쪽
21 21 +15 19.06.08 15,068 364 7쪽
20 20 +14 19.06.07 15,676 366 11쪽
» 19 +25 19.06.06 16,054 382 12쪽
18 18 +21 19.06.05 15,887 326 11쪽
17 17 +25 19.06.04 16,258 355 14쪽
16 16 +24 19.06.03 16,302 366 14쪽
15 15 +25 19.06.02 16,833 331 12쪽
14 14 +35 19.06.01 16,808 337 12쪽
13 13 +25 19.05.31 17,225 354 12쪽
12 12 +30 19.05.30 17,900 328 13쪽
11 11 +52 19.05.29 18,080 346 13쪽
10 10 +12 19.05.28 18,273 339 14쪽
9 9 +26 19.05.27 18,600 360 8쪽
8 8 +25 19.05.26 19,322 378 11쪽
7 7 +32 19.05.26 19,713 342 10쪽
6 6 +17 19.05.25 19,999 361 8쪽
5 5 +14 19.05.24 20,666 382 9쪽
4 4 +13 19.05.23 21,297 409 7쪽
3 3 +13 19.05.22 23,456 393 11쪽
2 2 +10 19.05.21 26,863 428 9쪽
1 1 +21 19.05.21 32,616 50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