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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돌하르방 탄생설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중·단편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4.11.26 10:39
최근연재일 :
2014.12.10 02:06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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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8
추천수 :
16
글자수 :
56,195

작성
14.12.01 04:05
조회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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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귀비 망명 3

DUMMY

옥환 일행이 향하는 호북성 무한은 장강 상류로 흘러드는 여러 지류가 합쳐지는 민강이 끝나고 본류인 양자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동정호로 가는 물이 광동으로 이어지고 하류의 구강에서 파양호로 이어진다.

마차는 대로를 피해 샛길로만 이동했다. 산서성을 떠나 무한에 이르면 군선軍船에 올라 숭명도까지 이동한다고 했다.

항해는 명주(영파) 앞바다의 주산 군도 舟山 群島에서 신풍을 타고 남중국해를 가로 질러 흑산도, 탐라를 거쳐 규슈에 이르는 보름간의 일정이었다. 일단 당나라 지경을 벗어나도 수적의 바다 동중국해를 지나 신라지경인 흑산도에 이르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뱃길이었지만 길안내자로 나선 진조경은 굳이 설명하려들지 않았다.

견당 유학승 진조경은 야심가였다.

그의 가슴 속에는 이번 인연을 발판삼아 출세가도를 달려갈 꿈이 서서히 영글어가고 있었다. 그 야심은 귀비를 제자로 거두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그녀는 당의 실질적 황후다. 나라奈良 조정의 덴노天皇 코켄孝謙 역시 여자다. 신분이 비슷한 둘은 죽이 맞아 가까이 지낼 것이다. 따라서 스승인 자기도 출세가도를 넘볼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이 고귀한 신분의 여인을 조정에 데려가 불도귀의를 선포하면 그 누가 무량한 불력을 칭송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전등대법사의 자리마저 노릴 만한 큰 공덕이 될 것이었다. 작심한 그는 동행하는 옥환에게 기회만 생기면 설법을 베풀었다.


친숙하던 모든 것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옥환은 이리저리 부는 바람에 쏠리는 억새풀이었고 거친 파도 위를 떠도는 조각배였다. 허전한 마음은 점점 불도로 기울어 갔다.

4척의 견당선단은 숭명도에서 조바심치며 기다리고 있었다. 무사한 일행을 본 견당사 마키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드디어 조정에 면목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11차 견당사에게 현종은 교역 문호를 활짝 열어주었다. 숙원사업이던 고승파견은 물론 엄청난 하사품까지 내렸다. 귀비의 왜국생활에 필요한 재물을 포함한 하사품이었다. 마키비가 거둔 성과는 전무후무한 화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두는 귀비의 안전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5월 말에 태주 영파부의 정해현을 출발한 견당선단은 무역풍을 타고 주산군도를 벗어나 가가도로 순항했다. 홍의도(홍도)를 거쳐 흑산도까지 3일 만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주산 군도를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란 은색 띠가 사령선의 이물을 가로 지르며 살같이 지나갔다. 이를 본 사람들 안색은 순식간에 꺼무죽죽해졌다.

일손을 놓아버린 뱃사람들의 심상찮은 기색에 갑판에 나온 부루가 바다를 살폈다. 그리고 배를 앞질러 달리는 은색 띠를 발견했다. 견당선을 앞질러 가던 번쩍이는 은색 띠는 이따금씩 뒤떨어지기도 하면서 주위를 맴돌았다. 생전 처음 보는 물고기였다.

" 쌴따이 위이山带鱼(산갈치), 저 눔을 만나면 재수가 없어."

한 선원이 침을 뱉으며 중얼거렸다.

다른 선원도 끄덕였다.

" 닭 벼슬처럼 생긴 붉은 지느러미 달린 머리를 물 위로 내미는 저 놈을 본 적 있어. 그리고 며칠 뒤 닥친 해일이 우리 개를 휩쓸어버렸지. 저 놈은 재앙을 몰고 다녀."

" 거북이나 돌고래는 안 보이고 웬 애물단지가 -- !"

부루는 덜컥 겁이 났다. 몸져누운 옥환은 당의 실질적 황후인 신분이다. 예로부터 귀인의 운명은 별자리나 천기에 징조로 나타난다지 않는가? 혹시 앞날에 불길한 징조는 아닐까?

병세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내란에 겹쳐 소위 금위군이라는 자들이 오빠를 참살하고 그녀 역시 죽을 고비를 겨우 모면했다. 마외에서 무한, 그리고 장강의 뱃길로 숭명도까지 도피하면서 공포와 뱃멀미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일단 견당사 선박에 올라 안심이 되자 맥이 탁 풀렸다. 그러나 멀미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북방출신인 그녀는 설사 건강한 몸이었더라도 뱃멀미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물며 기진맥진한 지금이랴.

어릴 때부터 옥가락지처럼 둥글고 복스럽게 생겨 옥환이라 했다. 그러나 도피행각으로 쌓인 여독에 겹친 뱃멀미로 몸매는 홀쭉해지고 누우래진 얼굴은 병색이 완연했다. 먹기만 하면 토해 무한에서 배를 탄 이래 물밖에는 거의 아무 것도 넘기지 못했다. 견당선 의원들이 매달렸지만 겨우 미음만 조금씩 넘길 뿐 차도는 보이지 않았다.

마키비와 진조경은 안절부절 했다.

대당 황제가 손안의 구슬처럼 아끼는 여인이다. 그 비중은 견당사는 물론 왜국 전체보다도 무겁다. 잘못되면 이미 주어진 은전의 취소는 물론 국교단절까지 각오해야 하고 자신들은 할복해야한다.

무슨 수가 있어도 무사히 다자이후로 모셔가야 했다. 그러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규슈에 도착도 하기 전에 일을 당할지 모를 비상 사태였다.

흑산도 근해를 지날 무렵 시녀 부루가 진조경을 찾았다. 그녀는 환자를 치료할 신목神木이 탐라에 있다고 했다. 솔깃해진 진조경이 보고하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던 마키비는 두말없이 승낙했다. 사실 환자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어딘가에 정박할 필요는 있었다.

탐라의 한갯목에 정박하자 부루와 역관이 나섰다. 그러나 갑자기 들이닥친 큰 배들과 일행의 으리으리한 차림새에 겁먹은 어둥개 이정은 무조건 도리질하며 탐라왕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말굽은을 내밀자 태도가 달라졌다. 자기 집 안방을 비워 일행을 쉬게 했다.


온돌이란 참 좋은 난방이었다.

이미 초여름인 6월인데도 한기가 들어 덜덜 떨던 환자는 뜨끈뜨끈 군불을 땐 아랫목에 자리를 깔자 실로 오랜만에 고른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들었다. 겨우 쉰 가구 남짓한 어둥개에 백 명도 넘는 일행이 묵을 숙소가 있을 리 없었다. 야영을 하자 구경꾼들이 우루루 모였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일행과 섬사람들은 손짓발짓으로 대화하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부루가 나서서 겨우 물과 신선한 야채, 해산물들을 구했다. 그러나 신목의 위치를 묻자 부루는 워낙 어릴 때 기억이라 천천히 찾아보아야 한다고 했다.

마키비와 진조경은 맥이 빠졌다. 언제 나을지도 모르는 환자만 바라보며 선단 전체가 작은 포구에 머물기는 무리였다. 일단은 출발하는 수밖에 없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손사巽巳풍(동남풍)을 타고 데리러오겠다 약속한 견당사 일행은 옥환 일행과 진조경 그리고 의원 한 명을 남기고 출발했다. 여름철 신信풍(북동풍)을 놓치면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천보 15년(756년) 6월 중순이었다.

산갈치 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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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산갈치 1 14.12.08 531 2 12쪽
11 갈등 4 14.12.06 435 2 11쪽
10 갈등 3 14.12.05 427 0 10쪽
9 갈등 2 14.12.04 446 0 9쪽
8 갈등 1 14.12.03 472 0 7쪽
7 귀비 망명 4 14.12.02 394 2 9쪽
» 귀비 망명 3 14.12.01 482 1 7쪽
5 귀비 망명 2 14.11.30 385 1 8쪽
4 귀비貴妃 망명 1 14.11.29 411 1 8쪽
3 탐라의 아이들 3 14.11.28 447 2 10쪽
2 탐라의 아이들 2 14.11.27 382 1 7쪽
1 탐라의 아이들 1 14.11.26 652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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