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7,703
추천수 :
219
글자수 :
411,456

작성
21.05.14 12:05
조회
1,025
추천
11
글자
13쪽

루이스 공작가

DUMMY

세렌은 내 등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내려갔다. 그 섬세한 손길에 닭살이 오소소 돋았다.


세렌이 제정신 박힌 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고작 12살, 보기에는 그것보다 더 어린 나이의 소년에 불과한 내 몸을 이렇게 더듬자 당황스럽다 못해 황당했다.


‘이게 돌았나?’


신체 나이야 어떻든 환생한 나의 정신연령은 다 크다 못해 성인 남성의 그것과 다름없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스멀스멀 불쾌감이 차오르려던 그때.


잠깐.


요것 봐라?


세렌은 내 몸을 그냥 쓰다듬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렌의 손끝에서부터 얇은 거미줄 같은 마나가 뻗어 나와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변태처럼 보이는 방법이지만 이건 내 동의를 구하지 않은 명백한 마나 스캔이다. 그것도 손끝과 발끝 구석구석을 전부 확인하려고 하는 농밀한 마나 스캔.


그녀는 로벤을 세상 물정 모르는 7살짜리 꼬마애로 취급한 것이 분명하다.


이걸 어쩌나.


알맹이는 네년을 모래사막 입구에서 꽐라로 만들어 따돌린 로한인데.


아이슬레오가 빛으로 축복을 내려준 이후로 퇴화한 근육이 빠르게 회복되어 움직이는 것에 큰 제약은 없었다.


더군다나 이 몸은 자타가 공인한 마나 친화력에 있어서 괴물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몸이라지 않은가.


직접 마나에 감응하며 체감했다.


확실히.


로벤은 마나 친화력에서는 마법의 종주인 마족과 다름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아직 어린 몸이라 제어력과 수용력을 테스트해 보진 못했지만 보나 마나 뛰어날 것이다.


이 몸에 흐르는 피의 뿌리는 제국의 마도 명가 루이스 공작가가 아닌가?


오른쪽 입꼬리를 비틀며 히죽 하고 웃었다. 내 몸을 스캔하는데 정신을 쏟고 있는 세렌을 골려줄 방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세렌이 정신없이 내 몸을 더듬으며 내려가던 순간.


내 곁에 있는 마나를 심장에 그러모았다. 어젯밤 심장을 고통스럽게 찌르던 마나가 이번에는 내 명령에 고분고분 따라주었다.


대마법사인 세렌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미약한 양의 마나.


동시에 양손으로 세렌의 가슴을 가볍게 밀어냈다.


“아파요···.”


“꺄읏!”


깜짝 놀란 세렌이 나를 만지던 손을 가슴으로 끌어모으고, 이상한 신음을 내며 뒤로 물러났다.


나는 최대한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세렌을 올려다보았다.


크하하핫! 네년이 대마법사면 어쩔 건데! 이 몸은 누가 봐도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어린애 그 자체다!


내가 그러모은 마나를 일부러 심장에서부터 혈관으로 역주행 시켜 세렌의 스캔 마법을 어그러뜨렸다.


마나가 마치 의지를 갖고 마법을 파훼한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이는 전생에서도 나를 만만히 여기던 마법사들을 골탕 먹일 때 자주 사용하던 방법이다.


높은 마나 친화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신기.


모르긴 몰라도 세렌 역시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내 온몸 구석구석을 살펴보려 한 벌이다 이 녀석아! 어딜 감히 내 동의도 구하지 않고!


나도 남자인지라 손에 잡혔던 몰캉한 그것의 남아있는 감촉을 만끽하고 속으로 승리를 자축하며 기쁨의 축포를 터트렸다.


갑자기 세렌의 눈꼬리가 휘어지며 표정에 희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층 더 진화한 변태의 모습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뭐···뭐야?


이번만큼은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침대에 상체만 일어난 상태에서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 머리맡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자동 반사다. 세렌의 표정이 곧 범죄를 저지를 변태처럼 변했기 때문이다.


꿀꺽하고 목으로 침이 넘어갔다. 상황이 좋지 않다. 세렌을 막을 수 없다.


뚜벅.


마침 타이밍 좋게 열려있던 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변태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세렌의 등 뒤로 루이스 공작이 걸어오고 있었다.


오오! 루이스 공작! 이 변태 마법사의 마수에서 구해주러 오다니! 이 순간만큼은 진정으로 감사하오! 이제부턴 이 몸이 마음속 깊이 아버지로 모시겠소!


처음 봤을 때와는 전혀 딴판일 정도로 얼굴에 담긴 근심이 덜어진 듯 보이는 루이스 공작이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내 방안으로 들어왔다.


“음···? 하이아스 공. 무슨 일 있었습니까?”


“후후. 후후후후. 흐후후후후. 공작님. 정말 훌륭한 아들을 두셨군요.”


세렌은 입맛을 다시며 뒤로 조금 물러났다. 위험한 표정에서 한순간에 이지가 뿜어져 나오는 표정으로 바꾸면서 말이다.


그 극적인 변화에 세렌의 눈치를 살피던 나는 입이 자동으로 벌어졌다.


이런 능구렁이 같은 대마법사가!


“무슨 뜻인지요?”


“공작님이 자리를 비우신 틈을 타 저 역시 우리 귀여운 막내 공자님의 몸을 좀 살펴보았습니다. 저번에 보았던 인위적인 마나 간섭현상은 사라진 것이 확실합니다. 게다가 우리 귀여운 막내 공자님의 마나 친화력은 여전히 명불허전이더군요. 귀여운 막내 공자님의 무의식이 제 마법에 반응해서 마나가 스스로 몸을 보호하기까지 했습니다. 정말이지 훌륭한 재능입니다.”


인위적인 마나 간섭현상?


한나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에 귀가 쫑긋했다.


그나저나 세렌 저 변태 마법사의 입에서 ‘우리 귀여운 막내 공자님’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몸이 흠칫흠칫 떨리면서 반응한다. 방금까지 짓고 있던 세렌의 표정을 보면 누구나가 같은 반응을 보이리라···.


루이스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음을 흘렸다.


“제가 가장 먼저 살폈을 때도 간섭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하이아스 공이 하신 말씀이니 확실하겠군요.”


“분명히 이 경우엔 학회와 마탑에 보고가 될 겁니다. 대륙에서 가장 먼저 마나 간섭현상에서 회복한 사람이 루이스 공작님의 막내아들이 될 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예···. 정말이지 주신께 감사드립니다.”


“루벤 공자의 나이가 올해로 12살이었던가요?”


“예.”


“공작님은 아드님을 아카데미에 보내실 계획은 있으십니까?”


루이스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루벤의 의식이 돌아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만약 루벤이 원한다면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때 꼭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세렌이 고개를 살짝 숙이곤 아이슬레오보다 한 100배는 끈적한 눈빛으로 나를 훑어보며 나갔다.


그 눈빛에 내 몸은 반사적으로 몸서리쳐졌다.


루이스 공작은 세렌이 나가는 것을 배웅했다.


공작저에 방문한 손님들을 모두 배웅해주고 난 후, 루이스 공작과 마리아 공작부인이 같이 내 방에 찾아왔다.


달빛에 비쳐 보았을 때보다도 월등히 혈색이 좋아진 마리아가 내 머리를 감싸 안으며 눈물을 보였다.


“아아···. 루벤. 기적이나 다름없어요. 우리 루벤은 주신께도 사랑받는 아이가 틀림없어요···.”


“이를 말이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오. 루벤. 나와 네 어미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우리 곁에 다시 돌아 와줘서 고맙고 또 사랑한다···.”


두 부모의 진정성 넘치는 애정이 나에겐 아직 어색했다.


그러나 나와 그들은 내가 눈을 뜬 순간부터 인연이 닿은 것이다. 자식 된 도리로서 그들을 대하는 것이 마땅할 터였다.


나 역시 미소를 지어주며 최대한 어린애처럼 말을 꺼냈다.


“너무 오래 누워있어서 죄송해요. 저도 보고 싶었어요.”


아직 닭살이 돋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이다. 팔자에도 없는 부모가 생긴 것이다.


도의적으로 내뱉은 내 말에 두 부부는 다시금 눈물을 보였다. 마리아가 계속해서 흘린 눈물에 내 어깨는 이미 축축해졌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나는 속으로 한숨을 크게 쉬었다.


‘루벤.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냐. 너의 부모를 보면 알 수 있다. 너는 정말 사랑받는 아이였구나. 부디 비겁한 루티안께서 루벤을 어여삐 여겨 좋은 장소, 좋은 부모님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안배해주시기를.’


이번만큼은 재능을 채 꽃피우기 전에 영면에 든 어린 루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했다.


내 환생이 천사의 의도대로라면 나의 간절한 기도는 반드시 천계에 닿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렇게 환생 첫날이 지났다.


*


“고···공자님. 너무 무리하시면 안 돼요!”


“괜찮아! 상쾌하기만 한데?”


헉헉.


거친 숨을 기분 좋게 내뱉었다.


나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않고 있는 한나에겐 씨익 웃어줬다.


땀과 먼지로 지저분해진 옷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공작이라는 작위에 걸맞지 않게 제도에 있는 루이스 공작가의 사저는 그리 큰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직 어린 몸으로 돌아다니기엔 적당히 넓었다.


내가 루벤의 몸에서 눈을 뜨고 나서, 아이슬레오의 축복 덕분인지 몸은 빠르게 정상화했다.


성장이 멈춰 있던 몸도 나이에 걸맞게 쑥쑥 자랐다.


전생에 강자와의 대결에 목을 매며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수련했던 근성이 어디 안 갔는지, 매일매일 근력운동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셨다.


루이스 공작은 내가 깨어난 후로 과거에 처리하지 않던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공작저에는 나와 마리아 공작부인, 한나를 비롯한 사용인들만 남아있게 되었다.


또한 한나가 첫날에 한 말인 ‘공자님이 깨어나신 것이 제도 전역에 알려질 거예요!’ 가 사실이었다는 것도 일찌감치 깨달았다.


오히려 조금 축소해서 말한 감이 있었다.


제국의 주요 귀족이나 마탑의 마법사, 성국의 주교가 잠에서 깨어난 나를 보러 찾아왔던 것이다.


물론 그들은 단순히 내가 깨어난 것에 축하를 보내기 위해 찾아온 것만은 아니었다.


인위적인 마나 간섭현상.


전생의 내가 게헨나로 들어간 후에 나타난, 대륙 전역에서 재능 넘치는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난 원인 모를 현상 때문이다.


누군가가 아이들의 생명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마나까지 어그러뜨려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하는 현상인데, 생명 유지만 간신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시대 대마법사와 추기경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한다.


루이스 공작의 설명대로라면 아이들에 대한 이 정도의 인위적인 마나 간섭을 가능케 하기 위해선 적어도 게헨나의 마왕이나 내가 한판 붙었던 천계의 환생관쯤은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쯤 되는 존재가 벌인 일이라기엔 규모가 너무 작았다. 고작 아이한테?


이 인위적인 마나 간섭현상에서 깨어난 아이는 내가 유일하다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루테아와 타니아는 이런 것까지 다 알고 내가 루벤의 몸에서 환생토록 한 건가?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게헨나 정복을 위한 수련, 단련, 정련뿐이었다.


다행히 이 재능 넘치는 몸은 내 전생보다 월등한 마나 친화력을 가지고 있었고, 마도 명가 루이스 가의 피를 듬뿍 이은 축복받은 신체였다.


‘이번에는 마법까지 정복해보겠다.’


전생에는 극한으로 검도(劍道)를 추구했다. 내가 이루어낸 검도로도 대륙에서 내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해졌으니 내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검만을 추구하기엔 루벤이 가진 재능이 너무나도 아깝다.


환경도 너무나도 훌륭하지 않은가.


구성원이 황실 마법병단의 고위직을 꿰차고 있는 제국의 명실상부한 마도 명가인 루이스 가에서 태어나 마나 친화력까지 독보적으로 지녔다고 평가받는데, 마법을 배우지 않으면 얼마나 손해가 막심할지 생각만 해도 재능손실이다.


다행히 검도로 극한까지 강해지는 방법은 이미 알고 있다.


그 성취로도 게헨나까지 가서 온갖 개고생이란 개고생은 전부 하다 결국 독버섯 엔딩으로 마친 전생을 되돌아본다면 정말이지 분해서 잠잘 시간도 아까웠다.


만약 내가 마법이라는 새로운 힘까지 갖게 된다면? 오우,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마법의 편의성과 효용성은 마법이라는 학문에 발을 담그지 않았던 전생에도 절절히 체감했었다.


게헨나를 정복하러 가는 그날까지 잠자는 시간을 줄이며 수련, 또 수련이다.


아니, 잠자는 시간까지 수련이다.


꿈에선 매일 내가 루테아와 싸웠던 그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재생되었다.


꿈에서 본 루테아는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그 싸움은 전생의 수준에서 만족하면 안 된다는 것을 나에게 깨우쳐 주었다.


몸을 굴리는 게 즐겁다. 한나가 내 걱정에 매일 잔소리를 할 정도로 굴리니 말 다 했지 뭐.


그렇게 매일 수련과 고행이던 어느 날, 얼굴도 모르는 내 형제가 제도에 있는 공작저에 방문했다.


루이스가의 특징인 잿빛 머리칼, 범인과 다른 독보적인 마나 친화력, 루이스 공작에 비견되지는 마나 제어력과 수용력까지.


대마법사들을 제외하고, 내가 본 사람 중에서도 단연코 특출 난 마법사였다.


내 입장에서는 난생처음 보는 형제였는데, 그자는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로벤. 이 형 좀 살려줘라.”


작가의말

매일 12시에 연재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루시 바이올렛 21.05.18 602 6 15쪽
11 루시 바이올렛 21.05.17 623 9 13쪽
10 유리 네메즈 +1 21.05.17 654 8 13쪽
9 유리 네메즈 +1 21.05.16 689 9 14쪽
8 유리 네메즈 21.05.16 782 8 14쪽
7 루이스 공작가 21.05.15 907 7 15쪽
» 루이스 공작가 21.05.14 1,026 11 13쪽
5 루이스 공작가 21.05.14 1,220 9 13쪽
4 환생 +2 21.05.13 1,354 10 12쪽
3 환생 21.05.13 1,420 11 9쪽
2 환생 21.05.12 1,749 11 7쪽
1 프롤로그 +1 21.05.12 2,152 14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