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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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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17
추천수 :
219
글자수 :
411,456

작성
21.05.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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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환생

DUMMY

“인간 따위가 감히 나를!”


“응. 너는 고작 마족 따위일 뿐이야.”


거듭된 혈투에도 날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애검의 손잡이를 꾸욱 쥐었다. 흐르는 물결처럼 자연스럽게 마나가 흑요석을 닮은 검신에 스며들었다.


나와 놈의 사이에 있는 마나는 녀석의 의지에 감응해서 나에게 적대적이었다. 피부가 따끔거린다. 발을 딛고 있는 척박한 대지, 호흡하고 있는 탁한 대기, 내리쬐는 햇빛마저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모든 환경이 불리한 상황에도 아무렇지 않았다. 내가 믿는 것은 오로지 스스로가 쌓아 올린 검술과 몸뚱이 하나다.


마족의 등에서 돋아난 뼈대만 있는 날개가 징그럽게 박동했다. 숨을 쉬고 있는 생명을 말살해버릴 듯한 악의가 담긴 마기가 마족의 손에 모인다.


“죽어라!”


어림도 없다.


게헨나의 텁텁한 모래는 늪처럼 내 발걸음을 빨아들인다. 매일 찢어지는 비명을 들어서 익숙해진 귓가에 마족이 부르짖는 소리는 적당히 기분을 들뜨게 한다.


그렇다고 곱게 맞아줄 수는 없지.


바깥의 마기와 대응하는 내 몸속의 마나가 나를 가볍게 했다. 깃털처럼 가벼운 발놀림을 가능케 한다. 뇌 내에서 오랜 전투로 무뎌진 긴장감을 살려줄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시간이 점점 느려진다.


이윽고 시간이 정지한다. 벽을 넘는다. 끔찍이도 단련한 몸이 아니라면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한 영역이다. 검을 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검을 유려하게 휘두른다. 역시 시간은 멈춰있다. 내가 휘두른 검의 경로가 점에서 선으로 변한다. 근육이 찢어지는 짜릿한 감각에 뇌가 비명을 지른다. 행복한 고통이다. 이렇게 싸울 때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공간이 갈라진다.


찰나의 시간이다.


“노오오오옴! 어디이이이 가아아아았느으으으냐아아아!”


네 녀석 뒤에.


내뱉는 말이 길게 늘어진다. 감미로운 진혼곡이다.


마족은 내 기척이 느껴진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웃기는 광경이다. 마족이라는 작자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알지 못하고 있다.


벽이 허물어진다. 시간이 빨라진다. 계속해서 무리해온 신체는 이미 감각이 무뎌졌다. 조금씩, 조금씩 신체와 같이 붕괴한 정신은 개의치 않는다. 나는 무덤덤했다.


뒤늦게 놈의 목과 몸통이 양단된다. 마족의 손에 응집되어 발사할 대상을 찾지 못한 마기는 쉽게 바스러져서 대기 중에 마나로 환원되었다.


“말도 안 돼!”


말 돼. 원래 세상이 다 그런 거지. 마계라고 예외가 있을 성싶냐.


의식이 남아 있는 녀석의 머리가 경악했다.


모든 존재가 두려워한다는 마족이 나를 두려워한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주둥이만 움직이는 마족의 머리는 몸통에서 떨어져 공처럼 데구르르 굴러가다 정지했다. 공놀이라도 할까 싶다. 코미디와도 같은 장면이다.


마족을 몇이나 죽였더라. 세기도 귀찮다. 약한 놈들에겐 관심도 없다. 이쯤 하면 내가 마족인지 마족이 나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적을 보면 검을 휘두르고 죽일 뿐이다. 적대적으로 나오는 녀석들은 전부 베야 할 대상이다.


역시 이놈도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베어진 절단면에서 막대한 마기를 쏟아내며 증발하는 마족을 한번 내려다보고 발길을 옮겼다. 이제는 익숙해진 일상이다.


배고프다.


게헨나는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금지 그 자체다.


사람이 생존하기에 불친절하다 못해 토악질이 나올 정도다.


인간에게 우호적인 마족이 없었다면 난 진즉 굶어서 아무거나 씹고 뜯고 맛보다 객사했을 터였다.


“하아···.”


내뱉은 숨이 순식간에 하얀 꽃으로 변하는 극지보다, 흘린 땀이 순식간에 증발하는 사막보다 더 지독한 환경이다.


생각보다도 더 힘에 부쳤다. 정신은 오래전에 망가졌다. 신체를 움직이는 것은 의지다.


게헨나의 최강자라는 마왕에겐 아직 닿지도 못했는데. 마왕성으로 향하는 길이 더없이 멀게 느껴진다.


나는 게헨나에 와서 그 어떤 마족에게도 진 적이 없다.


먹고 자는 환경이 인간에겐 불리하기 그지없어 지쳐갈 뿐이다.


밥도 먹고, 잠도 자야 했다.


나도 사람이야 사람!


그 마족이 알려준 다음 목적지까지는 아직 10일 밤낮을 꼬박 걸어가야 한다. 멀다. 지친다. 하지만 발을 뗀다.


씨발···. 더럽게도 넓다 게헨나!


피로 물든 듯 붉은 하늘은 낮과 밤이 따로 없어 눈을 피로하게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방을 뒤덮는 시커먼 안개는 지독한 마기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벌레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해본 지가 언젠지 까마득하다.


그것이 내가 지쳐가는 이유다.


바닥은 쩌억쩌억 갈라져 내디딜 때마다 달갑지 못한 소리가 났다. 계속해서 걸음이 느려진다.


때마침 내 눈에 들어온 무식하게 커다란 나무 밑동.


기대서 쉬기엔 적당한 장소처럼 보였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는 장소다.


이제 보인 나무는 게헨나의 안개에 가려져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쉬기 좋은 장소라는 말은 게헨나의 정체 모를 마물도 존재할만한 장소라는 거다. 자리 잡고 있는 녀석들을 전부 죽여야 한다.


수많은 마족을 베고도 마기에 물들지 않는 내 애검은 이미 손의 연장선이다. 익숙해졌다. 휘두를 준비를 한다.


가까이서 올려다본 나무는 성인 장정 네댓 명이 손을 쭉 펴고도 반도 못 감쌀 정도로 큰 나무였다.


나무에 다가갈수록 짙어지는 청량한 향.


게헨나에 와서 처음으로 맡아보는 향에 마기와 마물 썩은 내에 오염된 폐부가 씻겨나가는 느낌이다.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나무 주변엔 나를 매일 괴롭히는 마기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바닥에 박힌 뿌리 인근에 은은하게 빛나는 버섯이 보인다.


고된 강행군으로 배고픔에 허덕이던 나는 귀신들린 것처럼 정체 모를 버섯에 무심코 손을 뻗었다.


뚝.


손쉽게 채취할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역시 버섯이다.


역시 청량한 향기는 그 버섯에서 풍기고 있었다.


게헨나의 야생 버섯을 그냥 먹는다?


평소라면 하지 못할 생각이다. 하나 이성이 마비된다.


생김새는 시장에서 팔던 송이버섯과 다를 바 없다.


은은하게 빛나는 게 성스럽게까지 보인다.


독물이라면 마땅히 거부감이 느껴져야 했지만 그렇지 않다.


나무 부근에서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이 버섯과 연관이 있다.


연관이 있을 것이다.


분명해.


그렇다면 먹어도 되는 버섯이 아닐까?


스스로 자기 최면을 걸었다. 합리화였다.


입을 뗀다. 영롱한 자태의 버섯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버섯의 향취가 입안 가득 맴돌았다. 정신이 번쩍 든다.


게헨나에서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게 게헨나에서의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작가의말

매일 12시에 연재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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