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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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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7,707
추천수 :
219
글자수 :
411,456

작성
21.05.13 12:00
조회
1,420
추천
11
글자
9쪽

환생

DUMMY

주변이 온통 하얗게 빛난다.


눈앞에 세 쌍의 날개를 가진 천사가 보였다.


아아···. 이곳이 천국인가?


난 근데 신을 안 믿는데.


천국에 올 줄 알았다면 교단에 헌금도 꼬박꼬박 내고 좀 신실한 사제도 사귈 걸 그랬다···.


“넌 도대체 뭐야?”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들려왔다.


앞에 보이는 천사가 말을 건넨 모양이다.


역시 천사라서 그런가? 게헨나의 마물 멱따는 소리만 듣다 천사의 소리를 들으니 귀가 씻겨 내려간다.


“영혼의 색, 형태···. 믿을 수 없어···. 도대체 누구야 너는.”


다시 울리는 영롱한 소리.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온 나는 말을 건넨 천사의 모습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세 쌍의 날개.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머리 위의 고리. 허리까지 내려오는 코랄 오렌지 빛깔의 머리칼은 살짝 웨이브가 졌다. 세기의 도공이 빚은 듯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천사만이 입는다는 때 묻지 않은 순백의 드레스까지.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모습은 그라고스 성국이 묘사한 천사 그 자체였다.


천사의 뒤로 후광이 비치고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진짜 천국에 온 모양이었다.


“와···. 내가 천국에 다 와보네.”


무심결에 내뱉은 말은 내 목에서 나온 목소리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맑았다.


그제야 느껴지는 이질감. 그 이질감에 내 몸 아래를 내려다본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몸이 투명하다!


투명해서 속이 비친다!


심지어 내 손은 내 손이 아닌 듯 형태마저 흐릿하다!


내 주위엔 당황한 표정의 천사들이 나를 보고 어쩔 줄 모르고 있다.


내가 죄인이 된 느낌이다.


순진한 얼굴들에 깃든 당황함에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진다.


실감이 났다. 난 죽은 모양이다.


그것도 게헨나에서. 버섯 하나를 잘못 먹어서.


이런 씨···. 이게 무슨 개 쪽이란 말인가. 내 최후가 그런 모습이라니!


한평생을 단련해왔다.


선과 악을 초월한 강자들을 꺾었다.


극지와 오지를 가리지 않고 다니며 수련했다.


인간의 몸으론 닿을 수 없다던 게헨나까지 가서 마족과 혈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신체와 정신이 망가졌다.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만족하기 위한 승부를 원해서 한 선택이다.


그런데.


그런데!


“내 최후가 독버섯이라니···. 하하···.”


내 허탈한 웃음에 나에게 말을 건넸던 천사의 날개가 꿈틀. 귀엽게 움직였다.


“대답해. 너의 정체가 뭐지?”


“몰라 나도. 고작 버섯 따위에 유명을 달리한 머저리···?”


지독한 허탈함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온갖 독에 내성을 기르기 위해 무슨 고생을 했는데. 게헨나의 독버섯에 갈 줄 알았다면 그 더럽게 독하고 맛없던 독물에 익숙해질 시간에 차라리 대륙에 위명이 쟁쟁한 검사들을 찾아다녔을 텐데.


허무함과 허탈함이 차오르는 후회의 순간을 방해한 것은 눈앞의 천사였다.


“너···. 평범하게 환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재차 들려온 영롱한 소리에는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가 느껴진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천사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입술이 부르르 떨리고 있다.


은하수를 박아 넣은 듯한 눈동자는 어찌 된 일인지 슬픔마저 느껴진다.


찡그린 눈썹마저도 조각처럼 아름답다. 천사는 명백히 화를 내고 있었다.


누구한테?


그리고 천사의 몸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마나.


죽기 전에 싸웠던 마족들, 게헨나의 터줏대감인 마족들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방대한 양이다.


그 어떤 마족보다 강렬한 기운.


마치 마왕처럼.


천사의 마나에 반응한 내 몸에서도 무슨 영문인지 마나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이다.


침이 나오지 않는 몸이지만 침을 삼켰다.


이건 기회인가?


신이 마왕과 싸우지 못하고 억울하게 눈감은 내 전생을 불쌍히 여겨 소원을 들어준 것인가?


게다가 방금 천사가 내뱉은 말.


환생.


다시 살아날 수 있어?


온몸에 활기가 돌았다.


형태가 불안정한 내 몸은 생각처럼 움직여 주었다.


흘러넘치는 마나는 흐릿한 내 오른손에 내가 평생 써왔던 애검의 모습을 만들었다. 그 크기, 길이, 심지어 무게까지 꼭 알맞다.


마나로 만든 검에서 발하는 영롱한 빛.


이것이 성검이다 희망편.


나는 검을 움켜쥐고 앞에서 우는 표정으로 화를 내는 천사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한번 씨익하고 웃어줬다.


“좋아. 나도 평범하게 환생하는 건 싫지. 너 나랑 한판 붙자.”


명백한 도발이다. 강자만 보면 끓어오르는 피가 반응한다. 영혼에 아로새겨진 투쟁심이다.


천사한테도 도발이 먹힐까 싶었는데 다행히 천사의 표정을 보니 먹힌 것 같다.


천사가 짓고 있던 감정이 지워졌다. 분노도, 슬픔도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미지근했던 주변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는다.


한 쌍의 날개를 가진 주위의 천사들은 반대로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내 성명(聖名)은 루테아. 천계에서 환생관을 맡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루테아라고 소개한 천사의 손에서 길이가 내 성검의 2배는 됨직한 새파란 검이 모습을 갖추었다.


검의 한쪽만 날이 세워진 모습은 극동의 소수 민족이 사용했던 카타나와 비슷한 모습이다.


검에서 느껴지는 예기는 마나가 끓어 넘치는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못해 온몸이 따끔거릴 정도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저 검에 베이면 결코 평범한 상처로 끝나지 않는다.


상냥하거나 자비로워야 할 천사의 손에 들린 검이 어째서 저렇게 파괴적이란 말인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감출 수 없는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거다.


마주 본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강자와 싸우는 것.


비록 내가 죽어서 천국에 온 것일지라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결국 내가 원하는 강자와 맞붙게 된 장소가 게헨나의 마왕성이 아닌 천국으로 바뀐 것일 뿐이다.


이미 한번 죽은 마당에 두려울 게 무어 있나.


아니, 내가 애초에 착각했을 수도 있다.


죽은 사람을 붙잡고 추궁하는 천사가 있는 장소가 천국이라니. 말도 안 되지.


하지만 난 그런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냥 이 순간을 만끽하면 되는 거다.


강자와 맞붙을 기회가 죽어서도 찾아온 것이다.


루테아가 천사든 악마든 마왕이든 더는 중요치 않다.


그게 내 즐거움의 이유다.


“또 다른 직책은 심판관이다. 네 영혼은 구원받지 못할 것이야. 영혼의 색, 형태, 모든 것이 나를 불쾌하게 만들고 있어.”


루테아가 말을 마치고 가녀린 손에 들린 검을 내 쪽으로 겨누었다.


달빛을 머금은 것처럼 푸르른 검의 날이 나를 겨누자 오소소 소름이 돋는 느낌이 좋았다.


영혼도 소름이 끼치는 건가.


환생관? 심판관? 영혼의 구원? 색? 형태?


하나도 모를 이야기다.


하나 이곳이 천계라는 것은 조금 흥미롭다.


루테아가 말한 것들은 어릴 적 들었던 신화에나 나올 법한 소리다.


내가 환생한다면 이 모든 경험은 비싼 값에 팔 수 있을 거다.


성국의 교황이나 추기경, 마탑의 늙은 마법사들, 제국의 이름난 음유시인은 분명히 혹할 이야기다.


여기가 천계라면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이 순간순간이 전부 신화인 것이다.


온 세상이 눈부신 빛으로 물들어 있는 공간. 세 쌍의 날개를 가진 천사와 푸른색의 장검. 앳된 모습의 작은 천사들.


그리고 천계에서 눈을 뜬 나.


죽기 전의 이야기는···. 묻어 두도록 하자.


게헨나의 끔찍한 마물 또는 마족과 싸운 무용담까지 전해주기엔 독버섯을 한입에 베어 먹고 객사한 최후를 미화할 재주가 없다.


그 쪽팔린 최후는 평생 묻어두자.


만약 떠벌릴 거라면 천계의 천사와 한바탕 싸운 이야기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좋아. 네가 이기면 네 맘대로 해. 다만 내가 이긴다면 환생이다.”


루테아의 손에 들린 검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었다.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내가 한 수 접어줄 정도로.


하지만 난 질 생각이 없다.


결코 일대일로는 져본 기억이 없다.


상대가 누가 되었든, 항상 이긴 것은 나다.


게헨나의 그 악명 높은 마족들도 종국엔 내게 목숨을 구걸하는 신세가 되었다.


다만 이번에 마주한 상대는 천계의 심판자다.


이제껏 만나본 상대 중에서도 최고로 위험하다고 본능이 계속해서 경고한다.


숨을 길게 내뱉었다.


늘 그랬듯 저 고고한 천사를 꺾는다. 기필코 환생한다.


그리고 돌아간다면.


게헨나는 무조건 정복한다. 쪽팔려서라도 무조건.


작가의말

매일 12시에 연재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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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루시 바이올렛 21.05.18 602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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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유리 네메즈 21.05.16 782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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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루이스 공작가 21.05.14 1,220 9 13쪽
4 환생 +2 21.05.13 1,354 10 12쪽
» 환생 21.05.13 1,421 11 9쪽
2 환생 21.05.12 1,749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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