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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님의 서재입니다.

나이 90만 먹은 수행자는 은퇴하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너울2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9
최근연재일 :
2023.05.12 18:1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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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수 :
45,115

작성
23.05.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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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혼사

DUMMY

아이들은 누구나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른이 되고 나서 돌아보면 터무니없고 허황된 꿈이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꿈을 꾸어보기 마련이다.


이성일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적 가졌던 포부와는 다르게, 그의 인생은 여러 방면에서 뒤틀렸다. 최초로 그렸던 이상적인 설계를 한참이나 벗어나 탈선했고, 다시 돌아갈 방도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끝끝내 몇 가지는 움켜쥐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가 참 부러운,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은,

사실 정말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회주 늙은이. 정말 늙어서 제사 지낼 후손도 하나 남기지 않을 생각인가? 이 미궁에서 정말로 믿을 만한 것은 혈연뿐이야. 나머지는 다 부질없지.”


뒹굴뒹굴, 커다란 침상 위를 굴러다니던 여자아이가 고개를 쭉 들고는 이성일을 바라보았다. 늙으면 아이처럼 변한다는 말이 사실인지, 이미 200만년을 넘게 살아온 저 백룡은 사람의 모습을 취할 때는 항상 어린아이의 외형을 택했다.


자신을 이렇게 막 부를 수 있는 것은 미궁에서도 오로지 아홉 명이 전부다. 어쨌거나 나이도 그보다 많았고, 수행경지도 윗줄이었으므로, 이성일은 그녀가 자신을 하대해도 별로 신경은 쓰지 않았다.

저 여자아이가 바로 용족의 진정한 주인, 수행 8성 수행자인 용신 티아무트였으니까.


이성일도 나이가 90만을 넘은 늙은이로, 이 미궁에서도 보기 드물게 장수한 편이다. 다만, 그는 눈앞의 할망구처럼 어리거나 젊은 모습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딱히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영준한 청년이 아니라, 세월의 풍파가 느껴지는 중년의 사내가 이 자리에 있었다.


“자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세계보과가 없으니 수행 8성으로는 못 넘어와. 세계수가 또 열매를 맺을 날은 자네 천명이 다하고도 한참 뒤지. 그만하면 더 올라올 곳도 없는데 이제 슬슬 즐기며 살아도 되지 않나? 좋다는 여인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선배님도 아시다시피, 본 회주에게는 이미 부인과 딸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저의는 또 무엇입니까.”

“그 말벌 계집과 혼인해 자식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 하지만 그 아이는 천봉족의 후계자이지, 계면상회의 후계자는 아니지 않은가. 자네의 뒤가 아니라 자네 부인의 뒤를 이을 자식을 어찌 진정한 후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놓고 바람을 피우라고 권장하는 저 할망구의 말에 이성일은 콧방귀도 끼지 않았다. 무량옥고(無量玉膏)를 거래하려고 왔더니 거래는 뒷전이고 저런 이야기나 하고 있는데, 누가 봐도 그 속셈이 뻔히 보였다. 이성일은 절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니 내가 참한 처자 하나를 소개해줄까? 약간 흠결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참 착한 아이야. 외모도 준수하고, 퍽 아리땁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 수행은 자네에 비해 조금 부족하지만, 신분도 어느 정도 맞고 말이야.”

“그게 설마 선배님의 따님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겠지요?”

“역시 머리가 좋구먼. 자네도 이미 알고 있는 아이니, 어떤가. 마음이 동하지 않나?”


이성일은 딱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만큼은 참 차가웠다. 이제와서 저 하얀 능구렁이를 ‘장모님’ 이라고 부를 만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일단 한번 그런 관계가 맺어지면 가장 먼저 자신의 부인부터가 난리를 칠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다른 여자와 정을 통하는 건 아마 신경도 쓰지 않을 테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대등한 신분이었던 저 백룡이 졸지에 시어머니가 되는 상황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터였다. 그로부터 일어나는 파란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남사스러운 일이지만은 사실대로 털어놓겠네. 자네도 이미 짐작하겠지만 내 딸아이는 이제 평생 좋은 곳으로 시집가기는 글렀어. 시집도 가기 전에 알을 밴 것도 모자라서, 하물며 그 애가 이무기이기까지 하니 앞으로의 혼사는 물거품이 된 것이나 다름없지.”

“...오히려 잘 되신 게 아닙니까? 전부터 손주가 보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하셨으면서.”

“난 손주로 용을 보고 싶었지, 뱀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니야! 하다못해 용과 통정을 했으면 그나마 나았지, 누군지도 모를 놈팡이와 정을 통해 누구 소생인지도 모를 자식을 낳았는데, 그게 하필이면 이무기란 말이네! 이 무슨 망신인가!”


빼액 소리를 지르던 여자아이가 길고 긴 한숨을 내쉬며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이미 진이 다 빠진 듯 허탈한 표정으로 누워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런 수치스러운 일을 저질렀으니, 제 손으로 더러운 짓을 했으니, 이 사실이 공표되면 이제 누가 그 아이를 아내로 맞이하겠나. 적어도 용족에는 그런 사람이 없어. 이 일은 용족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수치란 말이네.”


당장 백현제와 정을 통한 그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와 혼인시키면 되지 않겠냐는 말은 굳이 꺼내지 않았다. 21세기에서도 끼리끼리 결혼한다는 말이 공공연한 사실이나 다름없었고, 재벌은 같은 재벌과 결혼해 혼맥을 맺고는 했다. 이 미궁은 모든 면에서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격이 맞지 않은 혼인을 좋아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의 백현제라도 일단 결혼시장에 나오면 아마 아내로 삼고 싶다는 용들이 줄을 서겠지만, 이 용신은 하찮은 출신의 가난뱅이에게 자신의 딸을 줄 바에는 차라리 평생 시집을 안 보낼 생각인 것 같았다.


그녀가 백현제의 혼인대상으로 고려하는 사람은 아마도 칠현제 중의 하나거나, 최소한 용족 내부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가진 인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물은 굳이 백현제가 아니더라도 혼인할 여인들이 많다. 용족에서 이 일이 어느 정도의 수치로 취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용신이 말하는 것을 보면 퍽 대단한 불명예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보다 낮은 위상의 인물은, 설령 그들의 지위가 객관적으로 보면 결코 낮지 않더라도, 이 용신이 보기에는 겨우 ‘하찮은 출신의 가난뱅이’에 불과한 것이 분명했다.


“그럼 저한테는 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권유를 하시는 겁니까.”

“자네는 용족이 아니지. 우리에게는 큰 흠결이 되는 것들이 자네에게는 작은 것들로 다가오기마련이고. 무엇보다 자네 정도라면 이종족과 혼인했다고 해도 큰 불명예는 아니니, 내 딸도 체면이 조금은 살 것이야. 그래서 말인데... 아예 그 이무기도 자네 아이라고 해주면 안 될까? 응? 내 이렇게 부탁하겠네. 필요하다면 사례도 넉넉하게 하지.”


뜬금없는 말에 이성일의 눈이 꿈뻑였다. 그는 무려 90만년을 살았지만 지금처럼 황당했던 적은 많지 않았다. 차라리 저 할멈이 뜬금없이 칼을 빼들고 달려들었어도 이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행 8성이라고 해도, 적어도 지지 않을 자신 정도는 있었으니까.


“선배님, 본 회주가 비록 늙고 노쇠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배님과 대거리할 능력도 없어보이십니까? 아무나 그런 식으로 짝을 지우고 없던 자식을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정말 저와 법력을 겨루고 싶으십니까?”


혼원 속에서 태극의 운기가 일어나기도 전 존재했던, 혼탁하고도 무질서한 절대적 일체의 기운이 뿜어졌다. 혼원(混元) 그 자체를 자신의 진기로 삼아 수련하는 이성일의 혼돈법체(混沌法體)가 일단 그 위상을 드러내자, 다른 모든 종류의 영기들이 비명을 지르며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삼켜졌다.


“혼돈법체! 무결(無缺)의 신통! 하나 그쯤 하게. 자네와 싸우려고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니까.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여자아이가 손을 휘두르며 이성일을 만류했다. 저 혼돈법체라는 신통은 그 어떤 속성과 마주해도 무상성(無相性)을 유지하기 때문에, 상극이 되는 기술이나 공법, 보물이 일체 없다.

상성으로 제압할 수 없으니 순수한 힘으로 내리눌러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성일의 법력이 워낙에 심후하고 방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수행 8성이니 전력으로 싸우면 설마 지겠냐만은, 중요한 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놈은 가진 것이 워낙 많아서 비장의 수도 적지 않아, 정말로 끝까지 간다면 누가 누굴 죽이게 될지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회주 늙은이. 자네는 용족도 아니고, 이런 일을 터부시하지 않는 사람이잖은가. 용족은 이런 일로 이 아이를 얕보고 섭섭하게 대할 수도 있지만, 자네가 그런 것만 가리지 않으면 훌륭한 아가씨를 부인으로 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란 말이네.”


조금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 같은 이성일의 모습을 보고서야, 여자아이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 이무기도 제법 자네를 따르는 것 같던데. 자네가 떠난 다음부터는 매일 자네를 찾으면서 울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말이야.”

“울고 있다고요...?”


이성일이 움찔거리며 천천히 혼돈법체를 거두자, 그제야 여인이 안심하며 한숨을 쉬었다.


“물론 이미 아내도 있는 자네에게 남의 자식을 가진 여자를 새로운 부인으로 맞이하라니, 쉽지 않은 일인 것은 잘 알아. 하지만 고것이 붙어먹은 남자가 누구든, 자네와 비할 바가 되나? 앞으로 자네의 근처에 얼씬이나 할 수 있겠냐는 말이야. 그러니 눈만 딱 감고 승낙하면, 신분도 나쁘지 않은 미인이 자네 부인이 된다는 말이네.”

“제가 바보로 보이십니까?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어떻게든 본 회주의 사후 유산을 두고 다툴 때 숟가락을 올려보려는 심산이시겠지요. 이제 내 수명이래봐야 10만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죽은 다음에 남은 가산들을 두고 큰 다툼이 벌어지겠지요. 그냥 그때 한몫 잡고 싶으신 것이 아닙니까.”


기가 찬 사내가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자기 입으로 금칠하는 격이지만, 현재 이성일은 미궁 최고의 신랑감이기도 하다.

이유야 뭐, 갈 날은 얼마 안 남았는데 가진 것은 많기 때문이다. 수행 7성 수행자의 천명은 백만 년이고, 그는 이미 천명의 9할을 살았다.


남은 수명인 십만 년도 보통 수행자들의 입장에서는 까마득하게 길지만, 수명이 삼백만 년인 저 용신이 보기에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다. 아마 그가 죽으면 어떻게든 유산을 뜯어먹으려는 승냥이들이 바글거릴 텐데, 그때 한가족이라는 명분이 있으면 훨씬 유리해진다.


“내가 그럴 마음이 없다고 부인하지는 않겠네. 솔직한 말로, 이 미궁에 자네 유산에 관심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자네가 죽으면 미궁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규모의 부의 이동이 일어날 텐데 말이야. 헌데... 마음은 가지만 내겐 이제 시간이 없어.”


아예 대놓고 유산을 노리는 거라고 시인한 여자아이가 뜬금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틀린 것 같아. 아마 살아서 그날을 보기는 어렵겠지. 회주 늙은이. 꼭 모든 사람이 천명을 다 누리고 사는 복을 영위하는 건 아니야. 내 수명은 아직도 오십 만년은 더 남았건만, 아마 그 수명을 다 누리기도 전에 마지막이 찾아올 것 같단 말이지.”


이성일이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눈을 크게 떠 여자아이를 훑어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 그의 두 눈에 법력이 몰려들어 깨알 같은 주술문자들을 새겼다.


생과 사를 가늠하고 천기를 뒤틀어 미래를 엿보는 명리(命理)와 인과(因果) 계통의 비법이라면,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도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었다.

급한대로 명리원전(命理原典)의 비술로 그녀를 훑어본 이성일이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저 여자, 나이에 비해 원기가 크게 상했다.


“과거 뇌원채의 뇌공과 제대로 한 번 맞붙은 적이 있었지. 풍뢰도감(風雷圖鑑)의 위력을 내가 너무 얕보았고, 큰 손해를 보았어. 물론 나도 옥룡일지(玉龍一指)를 정통으로 먹여 놈을 격퇴하기는 했지만, 나이는 못 속이는 법이지. 이 나이를 먹으면 상처를 회복하는 것도 잘 되지 않아.”


쇠겁이 닥쳐온 수행자가 피치 못하게 남과 겨루어 대량의 생기를 소실하면, 이 나이에는 이제 회복도 쉽지 않다. 노룡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때 그 상처는 다 나아가지만, 원기를 크게 상해 다가오는 끝을 막을 수 없게 되어버렸지.”

“이 일을 다른 누가 알고 있습니까?”

“모르지.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건 자네가 처음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게는 이미 자네 유산을 두고 다툴 여력이 없다는 게야. 오히려 자네가 내 유산을 가지면 모를까.”


아마, 그녀는 자신보다도 빠르게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제야 이성일은 왜 용신이 자신과 백현제의 혼사를 어거지로라도 이으려고 저리도 용을 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그녀가 수명이 다하면, 용족은 한순간에 추락하게 된다. 지금의 위상을 유지하기는커녕 강대종족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도 버거우리라.


“자네가 내 딸을 책임져준다면, 내 보물은 모두 자네의 것이야. 천하의 계면상회 회주가 가진 것이 많다는 걸 내 모르지는 않지만, 설마 이 늙은이가 모아온 것들을 우습게 볼 정도로 부유하지는 않겠지?”

“왜 용족이 아니라 제게 그 보물을 남긴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본 족에서 그나마 수행에 성취가 있는 아이가 흑현제인데, 고것도 고작 수행 7성 중기에 불과하지. 그런 아이가 본좌의 보물을 손에 넣어봐야 지킬 수나 있겠나.”


아홉 태양의 보물은 당연히 아홉 태양이 욕심낼 만한 물건이고,

지킬 수 없는 보물은 보물이 아니라 그냥 화근 덩어리다.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보물은 용족을 부흥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몰락시키리라. 하지만 이성일은 다르다. 그는 이미 신통으로 아홉 태양과 대등하게 겨루며 미궁에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왔다.


“굳이 이 몸이 죽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어. 조건만 승낙한다면, 몇몇 보물은 지금 당장이라도 주지. 이 육목주(戮目珠)는 자네가 한동안 탐을 내던 물건이 아닌가. 내가 혼사의 예물로 이 물건을 내건다면 어떻겠나.”


반짝이며 환한 광채를 내뿜는 구슬을 꺼내든 여자아이가 진지하게 설득하자, 이성일도 진지하게 고민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저 육목주(戮目珠)라는 이름은 저 사람이 알아서 지은 것일 테고, 본래 이름은 그것이 아니라 삼보여의주(三寶如意珠)라는 보물이니까.


‘이게 이렇게나 쉽게 내 손에 떨어진다고?’


그저 보물의 기운이 크게 상해 그녀가 그 진가를 몰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삼보여의주 하나만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해도, 이 혼사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이것저것 재보던 그가 결국은 승낙의 의사를 밝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후배된 도리는 아니겠지요.”


육목주. 사람의 눈을 멀게 만드는 보물이라. 저 보물의 진가도 모를 텐데도, 할망구가 이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짓지 않았는가. 결국 자신조차 욕망에 눈이 멀어버렸으니 말이다.


“아주 잘 생각했네! 하하, 사내라면 그 정도 기개가 있어야지! 그래, 혼례는 어디서 준비할까? 내가? 아니면 자네가?”


혼자 신이 난 저 용족 할머니를 두고, 이성일은 속으로 탄식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선택의 기회가 골백번 주어진다고 해도 어차피 결과는 지금과 같았을 터다.


기왕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으니, 삼보여의주는 반드시 확보해야만 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바가지 좀 긁힌다고 포기할 수야 없었다.




<미궁상식 #3.>

20세기 대한민국에서는 10분 더 공부하면 부인(남편) 얼굴이 바뀐다는 농담이 있었다.

미궁에서는 10년 더 수행을 하면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 된다.


작가의말

<미궁상식 #3.>

20세기 대한민국에서는 10분 더 공부하면 부인(남편) 얼굴이 바뀐다는 농담이 있었다.

미궁에서는 10년 더 수행을 하면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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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팔각정 23.05.11 3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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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노괴 23.05.10 5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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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무기 23.05.10 64 2 14쪽
1 부화식 23.05.10 107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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