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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님의 서재입니다.

금계필담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leejw07
작품등록일 :
2017.07.11 23:25
최근연재일 :
2017.12.06 09:41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753
추천수 :
271
글자수 :
209,662

작성
17.08.29 23:48
조회
52
추천
4
글자
11쪽

36.나비여 호랑나비여, 가다가 날 저물면...

DUMMY

36 나비여 호랑나비여 , 가다가 날 저물면....



슬금슬금 동네의 사랑이라고 모인 촌로의 집을

벗어나 각기 제 집을 찾아 드는 때가 왔다.


홀애비 신세라도 바람구멍 있는 내 집이 ,구겨져

자더라도 아침은 편안한 까닭에 자정의 닭 홰 치는

소리에 짚가리 단이 헤쳐져 풀어지 듯 제 나온

구멍을 찾아 들었다.


기축도 머물라고 내어 준 방 앞에서 서성 거렸다.


밤 하늘을 올려다 보다 괜시리 아직까지 오지 않는

한유가 무정하다 싶었다.


"첫날밤이라든가?

첫날밤이라든가.....

첫날! "


흠흠 ...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투전에는 밑천이 박한 사람이 지는 것이 귀결이며

연애에는 몸이 달은 쪽이 항상 기다리는 법이고 ,

사랑에는 더 애틋한 쪽이 정해진 패배자 이다.


기축은 마을 부녀자들과 함께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 한유가 원망스럽기 까지 했다.


한편 한유는 마을의 여자들이 전하는 내림으로

오는 이야기에 혼이 팔렸다.


밤이 깊을 수록 여자들의 이야기는 금기ㅡ금지된

이야기. 야설 과 패설 귀신이야기ㅡ 로 가까와

졌다.


어느 골에 있었던 첫날밤에 허리를 잘 놀려 소박

을 맞았은 이야기는 그녀가 억울해 자진하고 나

서 ,귀신이 되어 나오니 그 마을의 신임사또가 그

를 조사하려 다시 이불을 헤쳐 보니 부러진 바늘

이 솜 속에 들어 있더라, 그러니! 함부로 요분질을

해도 곤란하다 던가?


사내는 품어야 맛이라고 입에 올리던 웃 말 큰

재에 사는 이가 남자 코만 보고 덮석 고름을 쥐

어주고 성례를 올렸는데 알고보니 허방이어서

옷섶을 잘라 주고 재가를 했다더라 .


막상 서방이라고 삼고 보니 손 버릇이 험해 사흘

에 한번씩 맞아 눈두덩이에 멍이 가실날이 없어

첫 서방을 그리워 한다든가 .


아니 속궁합은 맞아서 그 하나 위안을 삼고 산다

든가.



관솔은 오랫도록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며 호롱을

물 들였다 ᆞ


그 중 귀에 꽂히는 이야기는 옥봉의 이야기였다.


중국의 바닷가에서 발견된 한지로 둘둘 말린

시신을 건져 올려 수습을 하니 조선국 옥봉이라

씌어 있었다는...


그녀의 시문이 너무나 뛰어난지라 남편이 그 덕을

보았으나 나중에는 버려진 후원이 되어 그를 참지

못한 옥봉이 제 시문을 몸으로 감싸고 바다에 뛰어 들었었는데, 바다도 그 재주를 아까와 해 멀리

중국으로 그녀의 시를 끌고 가 후대에 남겼다는

말이었다.


"안타깝기도 하지 ."


"사랑을 들이기는 쉬워도 내치는 것은 순간이여!"


"자식이 없으면 끈 떨어진 신세 라는게야."


"남편이 볼 낯이 뭐가 있다고?서늘한 궁둥짝이나

서로 데우고 한방서 뒹굴면 그게 사는데는 제일

인데 ....그런 걸 보면 이리 사는 우리 신세가 제일

낳은거야."


각 자 말 한마디씩을 보태며 주억거렸다.


옥봉은 사대부가의 서녀로 태어나 한미한 양반의

정실부인으로 시집 갈 수는 있었으나 연모하는

사람과 살기를 바랬다ᆞ

해서 스스로 운강 조원을 남편 감으로 정하고 그

주변을 맴돌며 오빠와 아버지의 힘을 빌어 그의

첩이 되었다 .


사랑은 뜨거웠으나 아이도 정실도 아닌 관계는

책임질 목록이 적어 식기도 쉬웠다.


여자의 지나친 재능은 그릇이 작은 사내에게는

견디기 힘든 모멸이었다.



사랑이 거짓말이

님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뵌단 말이 그 더욱 거짓말이

날 같이 잠 안오면 어느 꿈에 뵈오리오




밤이 깊을 수록 한번도 겪어 보지 않은 일을 생각

하는 한유의 어깨가 내려 앉았다.


기루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와 춘화를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동기 아이들이 아랫밭이

터져 실신하여 나오던 일이 자꾸 생각이 나 발에

무거운 추를 매단듯 움직일 줄을 몰랐다.



박씨의 작은 댁이 한유를 불렀다.


"게서 뭐 하는거야?"


"흐흐흐"

우는 듯 찡그린 듯 한유가 웃었다.


"무서운 게로구나? 그럼 가서 그렇다고 말해!"


"그래도 될까요?"


"안될 껀 또 뭐가 있어? 답답하고 풀리지 않는 일

일 수록 무릎의 거리가 가까우면 해결하기가 쉬운

법이야."


"보아하니 둘 다 가족이 없어서 성례도 올리지

않은 듯 한데 아무리 급해도 그런 성례를 먼저 치루고 밤을 지내도 늦지 않아 ."


"그럴까요?"


"자고로 여잔 고름을 푸는 시간을 잘 맞춰야 일생

이 편한 법이야. "


"자빠질 때 잘 자빠져야 는데 어디 살다보면

그러냐? 그러니 천지신명께 빌기라도 하고 자빠

져야지 .그래 ?안그래?"



"얼릉 가라 . 니 신랑은 아까부터 나와 기다리는

눈치더라."


"아....네ᆞ.....가서 일단 말을 하고!"



한결 시원해진 표정의 한유가 기축이 있는 방을

향해 나섰다 . 자박자박 발소리가 들리자 기축이

한 달음에 뛰어 왔다 . 덥석 한유를 품에 안았다.


마음을 먹자 그간 가졌던 여러 감정은 봇물처럼

끓어 올라발가락 끝까지 뻐근해 졌다.


품에 안고 제 속으로 녹아 들기를 바라는 양 앞

뒤로 몸을 뒤챘다ᆞ


몸을 딱 붙이고 귀 뒤의 여린 살에 입술을 묻으니

숨이 쉬어졌다ᆞ


귓불도 가는 목도 ,한유를 품에서 놓지 않은 채

지분거렸다.


한유는 간질거리는 기분이 들었으나 기축의 행동

이 거센 파도처럼 느껴져 견디고만 있을 뿐

이었다.


마침내 기축의 숨이 가슴 둔덕 쯤 닿았다ᆞ



잠깐만요 !


여기서 저를 취하실 요량 이십니까?


기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축과 한유는 나란히 서서 걸음을 옮겼다.


손을 얽어 잡고 한 팔은 한유의 어깨에 둘렀다.


상완뼈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품을 느끼자

기축은 좀 전에 정신없이 탐하고 있던 스스로를

책망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가 뱉어 냈다.

차츰 들끓는 신열이 가라 앉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냐? 허!"


한유가 제 어깨에 올려진 팔을 풀었다 .

손을 고쳐 두손을 나란히 마주 잡았다 .

눈을 깊이 들여다 보았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저는 아저씨를 낭군으로 정했습니다."


"아저씨는 저를 내자로 정하셨습니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야...."


그럴리 없다는 것을 알아도 가슴이 덜컹 거렸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 하나, 내가 기루에

서 본 여인들은 머리 올릴 때 받는 가채값 인지 무

엇인지에 따라 표정이 바뀌기도 하고 ,마음을 열

고 맞은 사람과 아닌 사람에 따라 비명이 새어

나오기도 ... 합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한유야...!"


"작수성례...! 수작이라고 ,수작질 이라고 형편이

나쁜 사람들은 소반에 물 한그릇 떠 놓고도 혼례

를 치르고 베게를 나란히 놓고 잡니다ᆞ"


"...그렇기도 하지 ...?"


"우리는 그런 ...절차도 우리방ᆞ이불도 없는

처지에 덜컥 팔베게를 먼저 벤다는 것이...

아저씨의 마음이 변치 않으신다는 약조도 없었

기에 더 두렵습니다."


기축은 머쓱 해졌다.

사내라는 존재가 , 그래도 선비의 겉행세는 체면

치레는 한다는 제가! 파락호같이 몸끝이 닿지 못

해 이토록 애를 태웠던가?

아낀다고 하면서 나는 도대체! 이 무슨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저씨께 닿고 싶은 나도

두렵습니다."


기축은 한유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이 아이에게 한마디 약조도 없이 예까지 떠

밀려 흘러 왔구나!


그런데도 ! 이 아이는 하룻밤 놀음이 한 생이 되

도록 이 여린 몸을 부딪혀 오는구나ᆞ


목 안이 꺼끌꺼끌 해졌다.


"한유야!...."


차마 고맙다는 말은 못 하겠다 ! 모지리 !


"내가 여태 너에게 언약은 하지 않았구나.네게 나

는 어떠한 사람인지 연원도 밝히지 못 했구나!

가진 것이 없는 사내라서 .


나는 고조부때 왕을 지낸 그래도 왕가의 피가 흘

른 흔적이 있는 사내다.음서의 혜택도 누릴 수도

없는 .양반이라도 왕족은 문반이 될 수는 없다.

그저 허울 뿐인.....그래도 ...."


"그렇습니까?"


담담한 말이 들려왔다.


"뼈라는 것이 있지? 살 속에 숨은.

말로 하지 않아도 그 숨은 마음은 더 굳고 단단한

것을 ...! 한유야!


"나는 너를 충주에서 보았을 때 사내라 생각 했을

때도 너를 연모했었다.

혹 !사내인 네가 다른 처자와 살림을 차리더라도

봄꽃 한자락에 나를 생각 해 주기를 바랬다.

네가 역관의 방에서 알몸으로 서 있을 때 나는

너를 나 이외의 다른 이가 바라 본다는 것이 가장

싫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네가 여자여서 가당

치도 않지만 잠시....곁에서 있을 수 있는 것이 좋

았다."


한유는 기축의 고백에 어리둥절 했다.

나를 사내로 알고 있을 때라도 불가능 한 연심이

라도 품어 보았다는 말에 떨렸다.



"품어 보는 꿈이라도 꿀 수 있어 좋았다."


"그만 하십시오. 이제 되었습니다."


그래도 기축의 담담한 고백은 계속 되었다.


"내가 나이가 많아 너와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하니

미안했었다ᆞ 그러나 네가 다른 이와 함께 서 있

는 것을 생각 만 하더라도 나는 그 사내를 죽이고

싶은 기분이 들어 내가 정녕 미친게 아닌가 했다.


나는 여태 너에게 했던 그 모든 말은 그냥 흘리고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ᆞ"


모두 너에게,너와! 한 약조 였느니.


한유야 !

나는 너를 연모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은애한다.


너는 첫날 밤이 두려우냐?


나는 이토록 너에게 휩쓸려 정신을 못 차리는

내가 두렵다!


아무 방편도 가지지 않은 내가 너를 취하여 일생

너를 ! 아프게 하지 않을까 ?

그것이 나는 두렵다.


삶의 곤궁함에 네가 나를 미워해 싫어졌다고 말

하지 않을까?

나는 그것이 두렵다.


"한유야!

이런 나라도 ....괜찮겠느냐?"


처음이었다.

기축의 마음이 말로 전해 진 것은 !

눈동자가 떨림을 품고 있었다.

윗 입술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사내도 떨리는구나!

두렵구나!

나와 ...같구나!


한유는 같은 마음이라는것을 알자 갑자기 모든

일이 쉽게 생각되었다


같은 마음이라면, 같은 생각이라면 살아 볼 만 할

것이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까치발을 딛었다 .


쪽!


입술을 마주쳤다.


생각보다 입술은 많은 감각을 가지고 있다.

훔치고 달아날 때는 몰랐던...좀 더.....따스하고

부드러운 질감에 안심이 되었다.


"아저씨 저도 아저씨를 은애합니다."


"어리고 부족한 나라도 진정 괜찮으시겠습니까?"


기축은 눈시울이 뜨끈해졌다.

모든 감정을 내 놓는 일은 눈물을 동반하게 되는

법이다.


염ㅡ 바라는 것은 언제나 짜다.


염이 있어 삶은 간간하고 짭쪼롬하고 고소해지듯

염은 언제나 눈물을 품고 있다.


바란다는것 ...바래왔다는 것...!


그것은 , 손에 적게 가진 사람 일 수록 더 강한

색깔과 맛을 띠고 있다.

순수한, 순도 높은 눈물의 맛이므로.


기축은 잡은 양손을 들어올려 한유의 손등에

느리게 입을 맞추었다.



"바람이 차구나 ! 어서 방으로 들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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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 북쪽 산 아래 흙을 파서 서쪽 바위 모퉁이에 심은 소나무 17.12.06 36 2 8쪽
56 55. . 북쪽 산 아래 흙을 파서 서쪽 바위 모퉁이에 심은 소나무 17.12.06 30 2 8쪽
55 54. 동짓달 기나 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내여 17.12.06 18 2 8쪽
54 53. 동짓달 기나 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내여 17.11.06 32 2 8쪽
53 53.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 둘을 내어 17.11.06 28 2 7쪽
52 52.은잔자리 쳤단다. 돈이로구나 17.10.09 69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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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사랑초 다방초, 넌출넌출이 박넌출이 ..... 17.09.09 86 3 7쪽
41 41. 사랑초 다방초, 넌출넌출이 박넌출이 ..... 17.09.09 31 3 8쪽
40 40.사랑초 다방초 , 넌출넌출이 박넌출이 ...... 17.09.04 42 3 7쪽
39 39.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햇살 쏟아지니 ...... 17.09.03 40 3 9쪽
38 38.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 햇살 쏟아지니 17.09.03 37 3 9쪽
37 37.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햇살 쏟아지니 은빛 대나무 하늘 가득, 17.08.31 35 4 11쪽
» 36.나비여 호랑나비여, 가다가 날 저물면... +1 17.08.29 53 4 11쪽
35 35.나비여 호랑나비여, 가다가 날 저물면... 17.08.28 50 4 9쪽
34 34. 춘풍, 우리에게 17.08.27 61 3 7쪽
33 33.나비여 호랑나비여 , 가다가 날이 저물어 지면 17.08.26 161 5 8쪽
32 32.나비여 호랑나비여 , 가다가 날이 저물어 지면 17.08.25 61 5 9쪽
31 31. 나비여 호랑나비여 , 날아 가다가 날이 저물어 지면 +2 17.08.25 67 5 11쪽
30 30.물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17.08.24 76 5 9쪽
29 29.물길이라 서울 사흘 , 목계나루에 .... +1 17.08.24 67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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