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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즈

드래곤 헌터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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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즈
작품등록일 :
2020.05.12 12:05
최근연재일 :
2020.05.29 21:48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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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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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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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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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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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0화

DUMMY

특례라는 단어는 그레이스 도시에 와서 처음 들은 단어였다.


알렌이 맨 처음 사용했었다. 알렌이 9급으로 바로 만들어주겠다고 자신하면서 했던 말 중에 섞여 있었다. 그런데 그 단어를 부 길드장이 꺼냈다는 것은···


분명히 특례가 발생한 것이다.

샤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길드 안에서 목매고 달려들 수 있는 건 등급밖에 없으니까. 이 순간만큼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정이 샤이의 팔을 붙잡고는 알렌 앞으로 끌고 왔다. 그러고는 곧장 손을 놓더니 손뼉을 짝하고 쳤다.


“내 생각은 이렇다.”


샤이와 알렌이 이정을 주목하고 있었다.


“내기는 너희들만의 구두 약속이고, 레이피어 길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알렌이 길드의 등급을 걸어버린 것과 샤이가 대검 수련을 했던 건 사실이지.”


로비에서 서성이던 길드원들도 하나 둘 이정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샤이는 알렌 뿐만 아니라 여기 길드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승부에 임했다. 순진하게 속은 거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속인 대상이 우리 길드원이라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더군. 이렇게 되면 길드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판단하기엔 늦은 감이 있어. 그러니 나는 여기서 샤이에게 어떠한 상을 내리고자 한다.”


어떠한 상! 그건 무조건 승급이어야 할 터였다. 이정은 그런 샤이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 상은 물론 승급이다. 오늘부로 9급. 부 길드장의 권한으로 정식으로 임명하겠다.”


부 길드장이 선언한 로비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길드원의 축하하는 소리와 박수 소리가 뒤섞여서 함께 들려왔다.

소리는 진정될 틈도 없이, 이정이 앞에 있는 알렌에게 물었다.


“토를 달진 않겠지? 알렌.”

“아, 예. 물론이죠.”

“샤이는?”

“물론입니다!”


이 9급으로 임명되는 것이 물론 최하위 등급이긴 하지만 의미는 깊었다. 최연소는 아니더라도 최단기 9급을 찍어 버린 일이었으니까.


고생했었다.

물론 자신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오우거 슬레이어를 들고 과한 수련을 거쳐왔다. 고블린도 숏소드와 쇠뇌를 쓰면 간단하고 편한 것을 무리해가며 대검을 썼다.


그러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무런 이득도 챙길 수 없었다. 그렇게 고생을 하고 노력을 했는데도 어떠한 결과도 낼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허무한 나날들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침내! 비로소!

보상을 얻어냈다. 그 보상은 높이 매달려 있는 신 포도를 얻어낸 것처럼 너무나도 달콤하고 짜릿했다.


‘9급이다. 나도 어엿한 길드원 중의 한 사람이야!’


샤이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이정의 선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

“알렌의 처분에 관한 일이다.”


그 순간 알렌은 깜짝 놀라선 이정을 바라봤다. 그 표정은 마치 ‘이 사람이 제정신인가?’ 라고 묻는 것 같았다. 알렌은 어제 온갖 추태를 내보이며 울고불고 사정을 빌었다.


그런데도 처분! 처분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벌어져선 안 될 일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코 부 길드장의 입을 막을 순 없었다.


“알렌과 샤이가 했던 내기는 이렇다. 알렌이 이기면 샤이가 길드를 탈퇴. 샤이가 이기면 샤이가 9급으로 승급. 요컨대 승패 여부와 관계 없이 알렌은 어떠한 손익도 얻지 않는 거야. 이 승부에서 알렌은 허수아비처럼 가만히 서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지.”


내기의 승패가 어떻게 되든 샤이만 이러쿵 저러쿵. 정작 내기의 당사자인 알렌은 방관자나 다름없었다. 이정은 이 부분을 지적해왔다.


“나는 내기란. 승부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승자가 승리의 달콤함을 맛본다면, 패자도 패배의 쓰라림을 맛봐야 해. 패자는 두 번 다시 패배하지 않도록 이 쓴맛을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패배한 알렌은 아무런 처분도 없이 무사통과? 나는 도무지 용납이 안 되더군.”


부 길드장이 해준 이야기의 의도는, 듣던 사람 모두가 알게 되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처분 내용이었다.


알렌은 실제로 가슴을 움켜잡으며,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최대한 공평을 기하고자 검토를 했다. 알렌. 너에게는 강등 처분을 내리겠다. 오늘부로 4급이다.”

“허억!”

“물론 이의는 없겠지?”

“없을 리가!”

“그럼 원칙대로 추방시켜줘?”

“윽······ 이의 없습니다.”


알렌은 이정의 강압적인 태도에 한발 물러나고 말았다. 사실 말만 강압적으로 했을 뿐. 어찌 보면 당연한 처분이었다. 샤이도 처분에 대해 충분히 납득했고, 불만은 일절 없었다.


그렇게 샤이는 등급 외에서 9급으로 승급하였고, 알렌은 3급에서 4급으로 강등되어 버렸다.


***


9급으로 임명되고 첫 의뢰.

신이 났다. 너무나도 신이 났다. 그래서 오늘 받은 의뢰인 멧돼지 사냥도 기분 좋게 임했다.


농노들의 밭 부근에 위치한 숲속에 감자와 토끼 사체를 미끼로 뿌려 두었다. 그리고 멧돼지가 나타날 때까지 온종일 기다렸다(상기된 마음으로 기다리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멧돼지가 나타나 미끼를 물었을 때, 쇠뇌의 화살을 퓩 발사해 멧돼지의 목을 맞췄다.


“꾸에엑!”


부스럭부스럭-

멧돼지가 낙엽을 밟으면서 도망쳤으나, 이제 남은 건 추적뿐이었다. 화살을 맞은 멧돼지는 빠르지 않았을뿐더러 혈흔까지 남기고 있었으니. 이제 사냥을 끝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샤이는 쇠뇌의 시위를 강하게 잡아당겨 화살을 재장전했다. 그리고 마무리를 위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딱히 방심은 하지 않았다.

아니, 습관처럼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추적의 냄새가 바람을 통해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가지도 못한 멧돼지가 나무 아래서 낑낑대고 있을 때, 다시 화살을 발사했다. 굵직한 화살이 멧돼지의 뒷다릿살을 파고들었다.


“꾸윽.”


고통에 신음하던 멧돼지가 완전히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는 최후의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샤이는 이제 몸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빠르게 다가갔다. 그리고 숏소드로 목을 찔러서 숨통을 끊었다. 더 이상 고통을 지속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사냥꾼으로서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자비였다.


“흠, 어떻게 들고 간담.”


역시 유령 지니가 필요했나. 하지만 이번엔 데리고 오지 않았다. 고용료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샤이는 어쩔 수 없이 앞발을 쥐어 메고 등을 굽힌 채 마을까지 돌아갔다. 하지만 오늘 있었던 승급 때문인지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다.


***


다음날 처리한 늑대 사냥도 어렵지 않았다.

늑대는 모습을 숨기려고는 해도 도망치지 않는 맹수였다. 찾으러 나서는 데 큰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샤이와 늑대. 어느 쪽이 먹이인가 판가름만 내면 될 뿐이었다. 그야말로 심플한 정면승부. 그런 의미에서는 어떤 짐승 사냥보다도 간결했다.


샤이는 원거리에서는 쇠뇌로 대응했고, 근거리에서는 숏소드로 대응했다. 딱히 어려움은 없었다. 늑대의 공격 패턴을 알고 있었고, 늑대보다 빠르게 찌를 수 있었으니 당해줘야 할 이유는 없었다.


“사냥 방법이 깔끔하잖아?”


매일 질책만 일삼던 유령 지니도 이때만큼은 칭찬해주었다. 지니는 늑대 사체를 옮기기 위해 고용한 이형의 존재. 데리고 다니는데 고용료가 필요한 희한한 마법의 결정체였다. 그래도 고용료를 내는 값은 톡톡히 하였다. 늑대 사체가 몇 마리든 간에 알아서 운반해주었다.


늑대 사냥은 대체로 완벽했다. 유령 지니의 고용으로 편하기까지 했다.


굳이 문제점을 하나 꼽아보자면.


‘오우거 슬레이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어.’


대검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불편한 물건은 사용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인데, 숙달할 필요는 있고.

그런데 이대로라면 숙달은커녕 실력이 퇴화하고 말 것이다.


‘사냥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겠군.’


이렇듯 샤이가 하는 일은 거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


“등급이 높을수록 길드 수수료 혜택이 있죠.”

“오.”

“원래는 실력의 구분선이지만, 그런 혜택이라도 없으면 아무도 등급을 올리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군요.”

“샤이 씨는 9급이니까 미미하긴 하지만 수수료를 깎아드릴 거에요.”


의뢰를 정산하면서 안내원 지니가 건네준 말이었다. 그렇게 지니에게서 멧돼지와 늑대 사냥에 대한 의뢰 해결 비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며칠 생활하는 데는 문제 없어 보였다.


은화와 동화 몇 닢을 천 주머니에 구분 없이 집어넣었다. 그리고 로비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자 로비에 있던 길드원들이 하나둘 아는 척하면서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그래서 똑같이 인사를 해주었다.

인간관계를 맺기는 싫었지만, 길드원끼리는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으니까. 매일 봐야 하는 얼굴을 매일 모른 척하기도 그렇고.


조금은 사회에 적응하게 된 것일까. 샤이로서는 꽤나 감회가 새로운 일이었다. 이럴 때면 잠시나마 원수 적룡도 잊을 수 있었다.


잠시 후에는 알렌이 다가와서 인사했다.


“여어, 신입.”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무슨 일 있어요?”

“무슨 일 있긴. 강등 땜에 그러지.”


어쩐지 코웃음이 나와 버렸다.


“훗, 다시 올리면 되잖아요.”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사실 내가 3급까지 올린 건 조금 요행이었다구.”

“요, 요행이요?”


의외의 말이었다. 3급이 될 실력이니 3급이 된 줄 알았는데, 그게 요행으로 올린 것이다?

이때 알렌은 등급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등급은 1급부터 9급까지 9가지로 나누어져 있지만, 등급을 3가지로 나누는 방법도 존재했다.


1급, 2급, 3급은 금(Gold) 등급.

4급, 5급, 6급은 은(Silver) 등급.

7급, 8급, 9급은 동(Bronze) 등급.

동전의 재료 성분에서 따온 삼등분이었다.


알렌의 말에 의하면, 실버까지는 연줄이나 뇌물로 어떻게든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내가 연줄로 올렸다는 말은 아니고.”


알렌이 급하게 못 박았다.


아무튼 그렇다면 등급을 가장 올리기 어려운 구간은 어디일까.

바로 4급에서 3급이었다. 실버에서 골드로 승급하는 순간인 것이다.


물론 2급에서 1급으로 올리는 것은 “격이 다르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건 예외로 치고.

일반적으로는 4급에서 3급으로 올리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순수 본인의 실력으로 공적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알렌은 어떻게 3급으로 올렸던 것일까. 알렌은 소싯적에 국가 간 전쟁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그레이스 도시와는 동떨어진 대륙에서 벌어진 전쟁이었다.


“거기서 내가 행동대장을 맡았는데, 그때 나의 리더십이 인정받았지.”

“그럼 실력으로 올린 거잖아요. 리더십인지 뭔지 그거···”

“그러니까 내 말은!”


알렌은 머리를 부여잡고는 무지 짜증이 난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런 날이 다시 오겠냐는 거지. 지금의 난 도무지 재현할 수가 없단 말이다.”

“아···.”


납득해버렸다.

전성기의 영광을 재현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지. 차라리 하늘의 별 따기가 더 쉬울지도 몰랐다. 알렌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감스럽지만 골드 등급으로 올라갈 일은 두 번 다시 없어 보였다.


“실버와 골드는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어마어마하게 다르다고. 젠장!”


“그러게. 누가 그런 위험한 내기를 하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아 넘겼다.

그런 심술 맞기만 대답을 하긴 좀 그랬고, 동기 부여가 될만한 대답은 좀 해줄까 싶었다.


“선배, 가만히 있으면 곧 따라 잡힐 겁니다.”

“시끄러. 짜식아! 이번엔 특례로 잘 올라갔어도 너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야. 9급에서 8급으로 올라가려면 또 다른 조건이···”


이때였다.


“그 말대로다. 9급에서 8급으로 올라가는 건 쉽지 않아.”


어디선가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에 알렌의 말이 뚝 끊겼다.


안경을 끼고, 고위 마법사처럼 품위 있는 드레스를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그가 다가오자 코를 둔하게 만들 만큼의 짙은 향수 냄새가 풍겨왔다. 그만큼 전체적인 모습도 어딘가 고상해 보이는 남자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실의에 빠진 듯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이는 쉴라와는 정반대의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나이는 10대 후반으로 엇비슷해 보여서, 그냥 반말로 말을 걸었다.


“넌 누구야?”

“신입. 잠깐만. 예의를 갖춰야 해.”

“네?”

“이분은 파이선 가문에 넷째 후손 벨로드 뒤 파이선 님이다.”


한마디로 귀족이란 뜻이었다. 물론 처음 듣는 가문에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애초에 가문이고 귀족이고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갑작스러운 만남에 그만, 실언을 해버리고 말았다.


“넷째 후손?”


샤이가 '넷째'라는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해버린 것이다.

순간 열이 받은 벨로드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내려쳤다.


“잘도 비웃어줬군.”

“···?”


영문을 모르겠는 상황이지만, 일단 귀족이라고 하니 말을 높였다.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군요.”

“분명 날 넷째라고 비웃었어!”

“······.”


알렌이 벨로드를 소개할 때 했던 말 중에서,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말이 넷째 후손이었다. 그래서 그 부분에 가장 먼저 반응을 했던 것인데. 어째 기분을 퍽 상하게 해버린 모양이었다.


아마 벨로드는 넷째라는 사실에 강한 열등감을 가진 듯 보였다.


그래서 더 난감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갈 건지 궁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또 성가신 녀석이 들러붙었군.’


이번만큼은 대놓고 한숨도 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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