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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즈

드래곤 헌터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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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즈
작품등록일 :
2020.05.12 12:05
최근연재일 :
2020.05.29 21:48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68
추천수 :
39
글자수 :
68,664

작성
20.05.26 03:28
조회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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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7화

DUMMY

길드원은 몬스터만 죽이면 된다고 했다.

몬스터의 시체나 전리품은 지니가 알아서 수집해주니까. 게다가 몬스터를 죽인 횟수까지 세어준다니 그야말로 최첨단이었다.


‘편리해도 너무 편리하잖아.’


예전엔 사냥감을 하나씩 잡으면서 직접 수를 세고, 전리품도 직접 챙겼었다. 그렇게 점점 쌓여가는 킬마크와 전리품에는 성취감이란 것이 존재했다.


성취감 따위가 뭐냐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일을 하든 동기 부여란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자동으로 처리해준다니.


그야말로 매정하고 무정하다!

인간은 몬스터만 죽이면 되는 장치가 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떠한 보람도 느낄 수 없을 터다.

그래서 장치가 되는 게 썩 내키진 않지만, 그게 레이피어 길드의 뜻이라면 군말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뭐 이렇게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샤이는 멋대로 따라오는 지니와 함께 길드를 나갔다.


“풋풋한 신입이랑 가는 것도 오랜만이네. 그런데 혼자 갔다가 죽는 거 아니야? 킥킥킥킥.”

“······.”


지니의 말에 일일이 대답하는 것보단 침묵이 나을 것이다. 설마 조언이랍시고 내뱉은 말은 아닐 테고.


그렇게 도시의 큰 길가를 걸으니, 쉴라가 팔짱을 낀 채로 서 있었다. 마치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로 보였다.

그러나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이제부터 고블린 의뢰를 처리하러 가야 했으니까.

그래서 쉴라 쪽에서 용무가 없다면 그냥 지나치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미인이 널 기다려주고 있었는데 그냥 지나치기야?”

“하?”


샤이가 걷는 걸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미인이란 단어에 쉴라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반사적으로 훑어보았다.


드레스로 위로 드러난 각선미, 허리의 곡선, 상체의 볼륨감, 오똑한 콧대와 총기 있는 눈빛, 은빛이 나는 머릿결까지 전부 아름답게 느껴졌다.

게다가 실제로 똑똑하기까지 하니, 쉴라는 분명 장점만으로 똘똘 뭉쳐진 사람이었다.

그녀와는 차 한잔 마시면서 느긋하게 얘기를 나누어도, 단순한 시간 낭비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바쁜 와중이었다.


“불필요한 말은 삼가하지?”

“그럼 말을 바꿀게.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이건 귀중한 어드바이스야.”


충고? 쉴라가 꺼낸 얘기인 만큼 여간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말해봐. 아니, 말해줘.”


미인보다 충고에 더욱 관심을 보였던 탓일까.

쉴라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뒷짐을 쥐고 다가왔다.

그녀는 샤이의 귓가에 입을 갖다 대며, 살며시 전해주었다.


“············.”

“············.”


이때 쉴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바로 샤이 안에 내재된 힘.

꽁꽁 감춰져 있던 재능.

그리고 마법에 관한 이야기였다.


만약.


만약 쉴라가 해준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고블린 의뢰는 거저먹기나 다름없었다. 마치 땅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 행위처럼 간단한 일이었다.


***


쉴라가 말해준 방법을 쓰진 않았지만.

첫 번째 고블린의 숨통을 끊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퀘스트의 첫 희생자인 이 고블린은 나무 밑동에서 쭈그려 자고 있었다. 실로 무방비 자체였다.

그래서 조용히 다가가 대검의 끝으로 머리를 찍어주었다. 그랬더니 고블린의 두개골이 순식간에 함몰되면서 부서졌다. 아마 단말마 비명을 지를 틈조차 없었을 것이다.

고통 없이 저세상으로 갔다는 말이다.


‘이상해.’


고블린은 무리 생활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 고블린은 동족과 떨어져 홀로 자고 있었다.

본능을 따르지 않는 건가. 아니면 고블린도 안전불감증을 느끼는 것인가. 덕분에 손쉽게 해치울 순 있었지만, 의문으로 남아버렸다.

그렇다고 깨워서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러나 이런 인간의 고뇌가 무색하게 유령 지니는 활발하게 움직였다.


“첫 번째요!”


활기차게 외친 지니가 입을 비상식적으로 크게 벌리더니, 고블린이었던 것을 한 번에 집어삼켰다. 유령이 소형 몬스터를 입안에 넣어 저장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군.’


이것이 안내원 지니가 말한 길드의 회수 방법이었다.


지니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이형의 존재.

기본적인 행동 원리는 마법의 주체자인 안내원 지니를 따르지만, 그조차도 마법으로 스크립트 된 것.


스크립트란, 한마디로 명령어의 집합이다.

마법사들 사이에서 그렇게 하기로 미리 정해놓은 약속의 언어였다.


현재 지니의 스크립트 상태는 이랬다.

첫째, 수행원이 의뢰를 해결하거나 포기할 때까지 따라다니며 간섭한다.

왜 간섭하라고 설정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둘째, 수행원이 몬스터를 죽이면 시체와 전리품을 소화 시킨다.

방금처럼 먹어서 부피를 확 줄인다는 뜻이었다. 지니의 소화 과정은 당연히 인간과 똑같진 않고, 이조차 마법적인 절차로 스크립트 되어 있었다.

소화 대상의 조건은, 어디까지나 샤이가 직접 죽인 몬스터에 한해서다. 즉, 타인이 죽인 몬스터는 해당되지 않았다. 그것이 설령 길바닥에 방치되어 있더라도 소화 시키지 않았다. 타인 간의 불화를 방지하기 위한 명령이었다.


셋째, 수행원이 길드로 돌아가면 소화 시킨 것들을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지니가 몸 안에 보관한 몬스터 시체와 전리품들을 원복시키기 위한 스크립트였다.


이 외에도 지니에게는 수십 가지가 스크립트 되어 있다는데, 그렇게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요컨대 스크립트란 도저히 상상력만으론 풀어내기 어려운, 복잡한 마법을 구현하는 마법사들의 방식이었다.


지니는 그 스크립트의 결정체인 거고.


“자, 빨리빨리 움직여! 은화의 노예야.”


샤이가 조금만 가만히 있어도, 지니의 질책이 불쑥 들어오곤 했다. 그렇게 하도록 명령이 깃들어져 있는 것이다.


‘하긴 그런 구조가 아니라면, 이렇게 편리하면서도 저렇게 정신 나간 유령을 만들 재간이···.’


***


조만간 다음 타깃을 발견했다.

고블린 다섯 마리가 모닥불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나무로 제작된 거치대에는 사슴 고기가 큼지막하게 꽂혀 있었다.

고블린들은 사슴 고기를 굽고 있었다. 모닥불의 연기와 함께 감미로운 고기 냄새가 온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꿀꺽-

샤이는 자기도 모르게 분비된 침을 삼켰다.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대치할 틈도 주지 말자.’


크게 대단한 계획은 아니었다.

고블린들이 군침을 흘리며 앉아 있을 때.

최대한 무방비인 지금 습격하기로 했다.

한 번의 습격으로 다섯 마리 전부 처치하는 건 무리겠지만, 그럭저럭 수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샤이는 오우거 슬레이어를 든 채로 고블린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전력을 다한 수평 베기가, 샤이를 등지고 있던 고블린 두 마리를 동시에 베어냈다.


“끼이익?”


고블린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 또 한 마리 콱! 내려찍었다.


이제 남은 건 두 마리.


“키이익!!”

“키기이익!!”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시간차에, 고블린들이 완전히 전투태세로 돌입했다. 비록 두 마리뿐이지만 그들은 산개하여 각각의 눈으로 샤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샤이는 먼저 왼쪽 고블린에게 다가가 대검을 휘둘렀지만, 고블린이 일격을 피해버렸다.

아니, 아예 달아나듯이 피했다.


‘도망치는 건가?’


물론 샤이는 최대한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추적했다. 그런데···


푹-

오른편에서 날아든 화살이 샤이의 옆구리에 적중했다.


“윽!”


활까지 가지고 있었다니.


‘지능이 낮은 몬스터가 맞아?’


샤이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며, 신음하는 것도 잠시.

멀리서 뿔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부웅우우웅-!

샤이와는 다른 방향에서 감시역을 맡고 있던 여섯 번째 고블린이 뿔피리를 불고 있었다. 여섯 번째는 사각에 있었기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고블린이었다.


두두두두두-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 몰려오는 고블린은 과연 한둘이 아니었다.


“키이익! 깨엑 케엑!”

“키게에엑!”


예측되기로는 열댓명.

언제나 샤이의 곁에서 장난만 치던 지니도 처음으로 긴장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샤이, 대위기야!”

“나도 알아.”


고블린은 12마리가 더 합류하여, 원래 있던 고블린까지 총 14마리가 되었다. 그들은 단숨에 샤이를 빙 둘러싸 버렸다.


사방에서 많은 눈이 샤이의 빈틈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계하는 것도 잠시.

등 뒤로 손도끼를 무장한 고블린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촤악-

그런 고블린은 대검으로 일격에 베어주었다. 그러자 고블린의 작은 몸체가 단숨에 붕괴되었다.


그렇게 고블린을 죽이고 자세를 다시 잡으려 했더니, 다른 고블린이 달려오고 있었다.


‘이런!’


무거운 대검을 쥔 샤이는, 언월도를 들고 있던 고블린에게 무방비하게 등을 내줬다.


“으윽!”


대검의 가장 큰 단점.

대검을 휘두르고 나면 방향 전환까지 시간이 걸렸다. 무게중심을 잡기가 여간 쉽지 않아서, 빠른 방어를 해내기엔 무리가 있었고···

고블린은 그 틈을 교묘하게 찔러왔다.


등에서 핏줄기가 주룩 흐르는 게 느껴졌지만, 이를 악물고 대검으로 반격했다.


깡-!

그러나 고블린은 언월도를 방패로 삼았다. 작은 체구의 고블린이 공처럼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저 튕겨 나갔을 뿐이었다.

절대 죽은 것은 아니었다. 죽지 않았다면 재차 공격을 가해올 것이다.


“끼야아악!”


이때 옆에서 달려오는 다른 고블린.

여전히 대검의 무게에 휘둘리고 있는 샤이가 반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대검을 손에서 놓았다. 그리고 맨주먹으로 고블린의 턱을 가격해주었다.


“꾸웩!”


턱을 맞은 고블린은 잠시간 공중에 떠버렸다.


그 순간 샤이는 대검을 거꾸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콰직-!

말뚝처럼 내려찍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내려 찍힌 고블린은 즉사해버렸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러나.

대검을 말뚝처럼 박은 지금을 기점으로.

남은 12마리의 고블린들이 함성을 지르며 동시에 달려들었다.


샤이의 빈틈이 명백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방에서 다가오는 검과 창.

수많은 날이 샤이를 난도질하기 위해 다가왔다.


지금은 자세를 바로잡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대검을 들어 올리기도 전에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래서 샤이는 대검을 포기하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대검의 크로스 가드를 밟아서 이단 점프를 감행했다.

그렇게 무기에 찔리는 것을 피하고, 고블린의 포위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었다.


“좋았어!“


순간 발휘된 기지에 지니가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여전히 위기상황에 놓인 것은 똑같았다. 게다가 샤이의 대검은 고블린들 무리 속에 있었다. 대검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이때 고블린 한 마리가 대검을 들어 보려고 하였다.


“끼잉?”


그러나 간신히 뽑기만 했을 뿐, 제대로 들지 못해서 끙끙대고 있었다.


“뭐하고 있어? 이 틈에 어서 도망쳐야지. 나중에 다시 기회를 보자.”


지니가 급하게 조언해주었다.

의뢰보다 생명이 중요한 건 당연지사.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중요한 조언이었다.


“······.”


확실히 지니의 말대로 여기선 도망치는 게 좋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생명을 지킬 하나의 무기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

샤이가 평상시 들고 다니던 무기 숏소드와 쇠뇌는 숙소에 그대로 놔둔 채였다. 물론 그렇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알렌이 숏소드와 쇠뇌는 쓰면 안 된다고. 정확히는 대검만으로 고블린을 잡으라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이다. 이는 자신도 충분히 납득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무기를 놔두고 온 탓에 위기에 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역시 대검만으로는 무리였나? 선배가 말한 대로인가.’


숏소드와 쇠뇌가 있었다면, 위기를 마주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몸을 숨기면서 은밀하게 고블린을 제거해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12마리의 고블린과 대치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무기 하나 없이, 벌거벗은 맨몸의 상태였지만.


여기서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딱 하나의 수가 존재했다.


문제는 거기에 어떠한 확신도 가지지 못했다. 그저 쉴라가 말해준 충고를 토대로 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써봤을 때, 샤이 안에 잠자고 있던 힘이 깨어났다.


드래곤의 눈이 개안한 것이다.

그 눈은 마치 짐승처럼 날카로웠으며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프리온 도시가 불탄 그 날과 똑같은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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