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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즈

드래곤 헌터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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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즈
작품등록일 :
2020.05.12 12:05
최근연재일 :
2020.05.29 21:48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70
추천수 :
39
글자수 :
68,664

작성
20.05.23 13:05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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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4쪽

1화

DUMMY

댕, 댕, 댕-

조용한 도시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불길한 예감마저 들게 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종을 치고 있는 걸까.

결혼식? 예배? 시간 알림?

그런 흔해 빠진 이유들이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도시 상공에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슈우우웅-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드리우는 어둑한 그림자. 드래곤의 등장에 라우렐 도시 사람들은 돌연 패닉 상태에 빠져버렸다.


“흐아악! 드래곤이다!”

“사, 사람 살려!!”

“허어억!”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는 사람.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사람.

숨까지 턱 막혀버린 사람.

드래곤의 등장에 시민들은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으아아앙!!”

“쉿! 조용히 하렴.”


울음을 터뜨린 아이와 입을 성급히 틀어막는 엄마의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모두가 피신하는 와중.

어떤 남자 사냥꾼만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


남자의 이름은 샤이 아이스랜드.

청록색의 허름한 로브를 걸친 그가 드래곤을 올려다보며 전율했다.


“이런 미친!!”


샤이의 고향, 프리온이 적룡에 의해 초토화되었는지도 어언 2년이 지났다.


그리고 현재.

느닷없이 나타난 흑룡의 날갯짓이 폭풍과도 같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도시는 길거리고 광장이고 온통 흙먼지가 퍼져 나갔다.


“큭!”


다시 그날의 악몽 재현인가.


휘유우우우-

그러나 점점 멀어지는 바람 소리.

샤이의 우려와는 달리 드래곤은 지나가기만 했다. 정말 한순간에 나타났다 거짓말처럼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도시는 여전히 삭막했다.

굳게 닫힌 창문.

숨소리 하나 내지 않는 인간.

라우렐은 마치 유령 도시처럼 조용해졌다.


‘젠장!’


드래곤이 지나가기만 하는데도 이 사단이다.

하지만 이것도 천만다행. 만약 흑룡이 변덕이라도 부렸다면, 이 정도 해프닝으로 끝나진 않았을 거다. 도시 하나 불태우는 것쯤은 드래곤에게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니까.


인간으로서는 허탈함과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샤이만이 드래곤에 대한 살의를 불태웠다.


‘용서 못 해!’


흑룡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도시를 피해 비행할 수도 있었다. 조금만 내려다보아도 바로 보일 것 아닌가. 하지만 흑룡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일종의 자기과시인가.

아니면 인간에게 던지는 경고성 메시지인가.

그도 아니면 단순한 심심풀이인가.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드래곤은 인간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 때로는 인간들의 도시를 파괴하곤 한다.


분한 마음에 샤이가 이를 꽈득 물었다.


‘기다려라. 너도 내 사냥감이라는 걸 반드시 깨닫게 해주마.’


이때 무언가 결심한 샤이가 발걸음을 돌렸다.

향한 곳은 자신이 속한 길드의 건물이었다.


***


라우렐 도시엔 용병들이 모이는 길드가 하나 있었다.


그곳은 스피어 길드라 불리었으며, 창을 쓰는 전장의 영웅이 탄생한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었다.


이름은 스피어 길드지만, 딱히 창을 무기로 써야 한다는 규칙은 없었다. 그래서 샤이도 창을 쓰지 않았다. 애초에 은신에 용이하지 않은 무기라고 판단했다.


아무튼 스피어 길드는 예전 명성과는 달리, 요즘은 먹고살기 빡빡한 용병들만 모여 있었다.


그러면서 게으른 건 또 얼마나 게으른지. 한탕 크게 건질 수 있는 의뢰가 아니면, 의욕을 내지 않는 용병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그 점은 샤이에게 기회로 다가왔다.


그들은 짐승 사냥이라고 하면 전쟁도 겪어보지 못한 풋내기가 하는 잡일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 덕분에 짐승 사냥은 완전히 독점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짐승 사냥을 해왔다.

토끼, 사슴같이 날쌘 초식동물부터 늑대 같은 맹수와 날아다니는 조류까지.

동물의 종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사냥해왔다.


샤이의 이런 행동은 사회 현상을 낳기도 했다. 무려 짐승의 개체수가 줄었다는 보고가 들어온 것이다.


‘무시무시한 녀석.’


스피어 길드의 운영자 로이가 서신을 읽으면서 피식 웃었다. 어이가 없어서 터져 나온 웃음이었다.


서신의 내용은 이랬다.

산짐승으로 인한 농사의 피해가 줄어들었다는 내용으로, 농노의 대표가 적은 감사의 말이 적혀 있었다.


여기까지는 뭐 그럭저럭 좋았다.


그런데 짐승 수의 감소로 인해, 사냥꾼들의 수렵 생활이 궁핍 해졌다는 불만이 밑에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도대체가.

동물들을 멸종시킬 생각이냐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야.’


로이가 책상에 서신을 집어 던지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들려오는 걸음 소리.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샤이가 묵직한 발걸음을 내디디며 다가왔다.


로이가 샤이를 보더니, 서신을 접했던 마음 그대로 투덜거렸다.


“샤이, 적당히 좀 해라.”

“뭘?”

“사냥 말이야. 사냥.”


로이의 말을 들은 순간, 샤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샤이에게 사냥을 금하는 것은 일 자체를 금하는 것과 같았다.


“일을 하지 말라고?”


로이가 책상에 놓인 서신을 손등으로 툭툭 쳤다.


“너 뭔가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사냥만이 이 세상의 유일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야. 장사도 있고, 건축도 있고.”

“일없어. 그런 건.”


말을 퉁명스럽게 내뱉은 샤이가 서신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눈동자를 굴리며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로이가 손깍지를 끼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경호 쪽은 어때? 귀족이라도 소개시켜줘? 그레이스 도시의 영애라도.”

“···?”


그레이스 도시?

여기는 라우렐 도시인데, 왜 갑자기 그레이스 도시가 튀어나오는 걸까. 어쨌든 사냥 외에는 별 볼 일 없었다.


“관심 없어.”

“아하, 네 머릿속엔 오로지 사냥뿐이지?”

“······.”


속마음을 고스란히 들키자, 말없이 서신을 내리훑은 샤이가 입을 열었다.


“이 문제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제 짐승 사냥은 줄일 거니까.”

“정, 정말이야?”

“못 믿겠다는 표정이군.”

“당연하지!”


샤이는 스피어 길드에 들어온 지 1년이 조금 넘은 상태로 2년차 길드원이다.

그동안 쭉 사냥하지 않으면 죽는 병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냥에 집착했었다.


그런 샤이가 짐승 사냥을 그만둔다니.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허, 참!”


로이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도무지 믿기지가 않네.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지?”

“한 가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호오.”


로이가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럼 무슨 일을 할 생각이지?”

“사냥.”

“뭐어? 나랑 장난해?”

“몬스터 사냥.”

“···!”


짐승 사냥을 그만두고, 몬스터 사냥을 하겠다는 뜻. 한마디로 사냥의 영역을 바꾸겠다는 말이었다.


로이는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이 녀석이 몬스터를 잡는다니.’


생각 안 해본 일은 아니었다.

언젠가 일어날 수순이긴 했다.

하지만 샤이의 성격으로 볼 때,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물론 샤이가 쭉 해오던 일은 짐승 사냥에 불과했지만, 동물의 종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그것도 매일, 다양한 방법으로.

그 수준은 생태계가 변할 거라고, 주변의 사냥꾼들이 경고를 해올 정도였다.


샤이의 특성은 집착이 강한 성격만이 아니었다. 정말 무서운 점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에 있었다.


남들보다 우람한 체격은 오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로브로 전신을 가리고 있지만, 떡 벌어진 어깨와 울끈불끈한 팔까지 숨길 순 없었다.


그런 신체에 비해, 무기는 매우 작아 보이는 듯한 숏소드와 쇠뇌였는데, 어디까지나 산짐승을 상대하기에 좋은 장비라서 사용하는 것뿐이었다.

요컨대 무기도 이유 없이 선택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


‘짐승들의 씨가 마를 만도 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런 샤이가 몬스터 사냥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면···


‘분명 몬스터들의 천적이 되겠지.’


로이는 이때 난생처음으로 몬스터의 신변을 걱정했다.


“후우.”


로이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 나름대로 아쉬웠기 때문이다.

앞으로 샤이에게 일어날 성장과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었다. 도와주고 싶었고, 최대한 관여(간섭)를 하고 싶었다. 가능하면 샤이의 대의에 동참까지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로이도 모르는 새에, 물밑으로 큰돈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샤이, 미안하다.”

“무슨 일 있나?”

“너······ 어제부로 팔렸다.”

“뭣, 뭐라고?”


뜬금없이 들려온 소리에.

샤이가 로이의 멱살을 붙잡았다.


“나를 팔았다니? 그게 무슨 개소리냐?”


여태 동안 스피어 길드에 가져다준 이득이 얼만데, 말도 없이 팔아버렸다고?


‘내 의견은?’


북받쳐 오르는 분노에 한 손으로 로이를 휙 들어 올렸다. 그 바람에 로이가 천장에 머리를 박을 뻔 했다.

괴력에 사로잡힌 로이는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경악했다.


“잠, 잠깐! 팔렸다는 말은 비유야. 비유.”


비유든 농담이든 열이 뻗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 토씨 하나 빼먹지 말고.”

“알았으니, 이제 그만 놔줘!”


푹-

로이를 의자에 내동댕이쳤다.

그렇게 강제로 앉혀진 로이가 몸을 추스르고 입을 열었다.


“며, 며칠 전에 어떤 여자가 우리 길드로 찾아왔어. 그 여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거액을 손에 들고 있었지.”

“여자?”

“아는 사람 아니야?”

“어떻게 생겼지?”

“은발에 흰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자였어.”


은발의 여자.

알고 있는 여자 중에 은발은 없었다.

도시를 배회하다 마주친 여자 중에서도 아마 없었다.


“전혀 모르겠군.”

“그렇지? 네가 여자와 가깝게 지낼 리도 없는데.”


로이가 어깨를 들썩이면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런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일단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길드원 명단을 확인하더니, 널 데려가고 싶다는 거야.”

“어디로?”

“그레이스 도시라고 말했어.”


그레이스 도시.

지도상으로는 대륙 중앙에 위치한 대도시였다. 라우렐 도시는 남부에 있었으니, 이동하려면 북쪽으로 향해야만 했다.


‘가만.’


그러고 보니 로이가 그레이스에 있는 영애를 소개해준다고 했던가. 과연 영애란 은발의 여자를 암시했던 것인가.


“그래서 그레이스 얘기를 꺼낸 거로군!”

“자자, 진정하고 내 말부터 들어봐. 너한테도 딱히 나쁜 얘기는 아니라구.”


샤이는 오늘따라 왠지 화가 쉽게 치밀어 올랐다. 로이가 갑작스러운 제안을 꺼낸 이유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오늘 드래곤을 봤기 때문이었다.


샤이가 가슴에 손을 얹어 흥분을 가라앉혔다.


“계속 말해.”


이참에 한숨 돌린 로이가 답했다.


“레이피어 길드란 곳이야. 그곳에서 널 고용하고 싶어 하더군.”

“레이피어라면 설마···.”


소문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제국에 있는 길드 중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자들로 뽑아서 다시 그 정수만을 모아 놓은 곳. 최고의 재능을 지녔다는 것은 최고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니까.

다시 말해 최강이 될, 미래의 후보자들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어째서 나를?’


일류 길드에서 불러준 게, 기쁜 마음이 들기보다는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자 로이가 입을 열었다.


“프리온의 생존자.”


적룡이 불태운 프리온 도시의 유일한 생존자란 뜻이었다.


샤이가 로이를 번뜩 째려보았다.

일상 중에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가끔 표출되고 마는 분노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로이가 난처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 네가 그렇게 쳐다보면 오한이 든단 말이야. 몸이 허약해지는 느낌이 드는 게 꼭 몸살이 걸릴 거 같다고.”

“기분 탓이야.”

“그게 분명 기분 탓인데···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새삼 느끼지만, 로이는 참 재미있는 친구다.

헛소리도 잘하고.


“그보다 내가 생존자라서 관심을 보였다고?”

“어, 그래.”


로이의 말에서 추측할 수 있는 건 한가지.

엄밀히 따지면 샤이라는 인물에게 관심을 보인 게 아니다. 프리온 도시의 생존자에게 관심을 보인 것뿐.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건 다른 거다.

하긴 그게 아니라면 관심을 보일 이유는 티끌만큼도 없었을 터.

그런 점이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관심을 보인 이유 자체는 궁금했다. 아니,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프리온 도시에 대해서 뭔가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붉은 드래곤의 이야기까지. 그렇다면···’


가보는 수밖에.

여러 사람을 만나서 정보를 습득하는 일이 곧 가장 빠른 복수의 길이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스피어 길드에 정을 붙이고 있었기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떠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마침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떠도는 소문에 불과하고 증거 따윈 없지만, 그 길드가 뭐라고 불리는지 알아?”


상념을 깨고 로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로이가 빙긋 웃어 보였다.


“아까 너에게 나쁜 얘기는 아닐 거라고 했지? 그 말에서 추측해볼 수 있을 거야.”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얘기해.”


샤이의 재촉에 로이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레이피어 길드는······ 멸룡 길드라고 불리는 곳이야.”

“멸룡?”


멸룡(滅龍).

드래곤을 멸한다.

로이에게서 듣기 전까지는 절대 떠올리지 못한 발상이었다.


“인간 주제에?”


그렇다.

멸룡이란 말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해도, 인간이 차마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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