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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즈

드래곤 헌터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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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즈
작품등록일 :
2020.05.12 12:05
최근연재일 :
2020.05.29 21:48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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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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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664

작성
20.05.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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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4화

DUMMY

드래곤의 등장은 자연재해이고 천재지변이다.

산사태, 지진, 해일, 태풍, 벼락.

더 나아가 운석 낙하나 다름 없는 현상.


그런 드래곤이 인간을 멸하려고 온다면.

인간도 그에 걸맞는 대응은 하겠지만, 괴멸적인 타격을 입을 것은 틀림없었다.


물론 샤이가 종족간의 전쟁을 대비한다는 건 아니다. 그런 일은 혼자서 대비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언젠가 눈앞에 나타날 드래곤 한 마리에 대한 대비만이 절실히 필요할 뿐이었다.


***


중앙도시 그레이스에는 다양한 물자를 취급하는 상점들이 밀집해 있었다.

물론 지도상으로 대륙 중앙에 위치해 바다가 붙어 있진 않았지만, 길고 굵은 강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수산시장도 조그맣게 번영되어 있었다.


‘여긴 정말 없는 게 없군.’


몇 번을 다시 봐도 그레이스는 훌륭한 도시였다.

그렇게 도시를 둘러 보는 중, 자신을 부르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신입! 무기상점은 이쪽이야.”


레이피어 길드의 고참 알렌이 무기점까지 동행해준 것이다


알렌 휴버트.

그의 평소 태도는 무슨 불만이라도 가득한듯 퉁명스럽기 짝이 없으나, 막상 도움이 필요할 때는 곧잘 도와 주는 성격이었다.


‘이 사람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처음에는 그저 성가신 사람인 걸로 생각했다.

첫인상과 실제 행동이 그랬으니까.

그런데 보면 볼수록 괜찮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후배를 위해 무기점까지 같이 가주고 말이다.


그렇게 그레이스에 도착해서 첫 번째로 들어간 상점은 바로 무기점이 되었다.


무기점 안에 무기들은 거의 다 벽에 걸려 있거나, 중앙에 놓인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화살통처럼 한곳에 무기를 쓸어 담아둔 누추한 상점과는 크게 달라 보였다.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한테 맞는 무기를 찾아야 해.’


앞으로 잡을 몬스터는 고블린이나 오크 정도. 때로는 하늘을 나는 가고일과 싸울 수도 있을 거다.

그런 걸 생각한다면 메이스나 모닝스타 같은 둔기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숏소드와 쇠뇌는 이미 가지고 있으니, 검보다는 둔기류가 확실히 좋아 보였다.


둔기 중에서는 모닝스타를 들어보았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검은 철구와 군데군데 박힌 뾰족한 가시는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모닝스타를 들고 있으니, 알렌이 다가왔다.


“생각보다는 센스가 좋군. 그 무기들은 몬스터 대용으로 만들어진 무기들이야. 쉽게 부서지지도 않고 매우 강력하지. 무엇보다도 사용하기가 편리해.”


알렌은 모닝스타의 판단을 좋게 쳐주었다.


덜커덩-

하지만 그런 알렌의 기대와는 다르게 모닝스타를 손에서 놓아버렸다.

알렌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른 무기도 보고 싶은가?”

“생각해둔 무기는 따로 있습니다. 처음부터.”


대 드래곤의 무기가 아니라면 자신도 모닝스타를 고르고 싶었다.

대 드래곤의 무기가 아니라면···.


“처음부터?”


샤이는 고개를 돌리며 상점 내부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벽에는 걸려 있지 않은 무기.

테이블 위에도 놓이지 않은 거대한 무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무기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바로 대검이었다.

대검 중에서도 가장 큰 대검.

그 대검은 벽에 걸려 있는 게 아니라, 벽에 기대어져 있었다.

워낙 무거우니까 벽에 걸고 싶어도 걸 수가 없었다.


샤이는 족히 10kg은 되어 보이는 대검을 양손으로 들어올렸다.

대검을 잡은 첫 느낌은 단순했다.

묵직함.


‘이것이 정녕··· 인간이 쓰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인가?’


거대하고 또 무거웠지만, 지금은 손쉽게 들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전투가 시작된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무거운 무기에 체력은 금방 소진되어 버릴 것이다.

자기 무기 하나 못 다루어 육체는 급속도로 무너지고, 목숨을 잃는다.

대검이란 그런 무기였다.


물론 잘만 쓴다면 상대방의 무기를 쳐내버리거나, 정면에서 달려오는 기병에도 맞설 수 있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우면 어디 대검(大劍)이라 할 수 있겠는가.

대검을 쓰는 자가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극소수임은 틀림없었다.


알렌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대검을 쓴 경험까진 없지만.

뻔했다. 대검이 초래할 비극에 대해서는.


“설마, 그 무기를 구매할 생각은 아니지?”

“······.”


그럴 생각이라서 난처하게 되었다.

알렌이 무기상점에 같이 가준 것까진 좋았다.

그러나 정작 무기를 구매하려는 지금은 필시 방해를 받게 될 것이다.


“그만 내려놓는 게 어때?”


이 대검이 묵직하다곤 하나, 휘두르지 못할 것도 없다.

들다 보니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걸로 할 겁니다.”


그러나 알렌의 반대는 처절하게 이어졌다.


“이봐, 그건 보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물건이 아니야!”

“압니다. 강한 힘과 끈기 있는 체력이 요구되겠죠.”


샤이가 가진 체격은 알렌이 보기에도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어쩌면 대검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반대 의견에 전부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무기를 드는 힘을 다른 곳에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일 거야. 구태여 대검까지 쓸 필요가 없단 말이지. 다른 좋은 무기들도 많은데.”

“선배의 충고는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윽.”


이 이상의 말다툼은 소모전이라고 생각했는지, 알렌은 잠시 침묵을 가졌다.

샤이는 그 틈에 대검을 무기상에게 갖다주었다.

그 장면을 잠자코 지켜보던 알렌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물어보자. 그 대검으로 무엇을 벨 거지?”

“······.”


그에 대한 대답은 물론 드래곤이었다.

이 대검에 온 힘을 쏟아붓는다면, 틀림없이 드래곤의 비늘도 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그렇게 할 일은 아니었다. 당장 잡아야 하는 몬스터는 물론···


“고블린.”


허나 이러한 답변은 알렌에게 화만 부추길 뿐인데···

사실은 사실이니,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대검까지도 필요 없어!”


알렌의 목소리에서 가느다란 떨림이 느껴졌다.

격분한 것이다. 누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대답을 내놓았으니까.

차라리 오크라고 말할 걸 그랬나.


“롱소드 중에서 골라보는 건 어때?”


알렌의 2차 설득 방법은 다른 대안을 주는 것이었다.


롱소드. 두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무기다.

하지만 드래곤의 생명에는 닿지 못할 무기였다.


‘드래곤을 무찌를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을 거야. 운이 좋아야 한 번. 그렇다면 그 한 번으로 목을 쳐내거나, 심장을 꿰뚫어야 해. 그때가 왔을 때, 대검이 아니라면 얘기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입밖에 내뱉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그랬다간 한마디로 미친놈 취급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원수 적룡에 대한 얘기를 아는 사람은, 스스로 알아낸 쉴라만으로 충분했다.


적룡에 대한 정보는 드래곤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거니까.

모든 걸 곧이곧대로 밝힐 이유는 없었다.


이렇게 되면 알렌에게는 미안하지만, 강행돌파를 해야 했다.

더 이상의 조언은 무시하고 묵묵히 구매해버리는 것이다.

그러자 알렌은 눈꼴 시려웠는지 상점에서 나가버렸다.


“아유, 그걸로 정하셨습니까? 손님.”


반면 무기상의 표정은 싱글벙글이었다.

하긴 팔리지 않는 대검을 사주는 셈이니, 기분이 아주 좋을 것이다.


“주인. 이걸로 거래를······”


그런데 이때 발견하고 말았다.


‘헉!’


무기상이 서있는 곳.

바로 뒤편에 놓여진 더욱 세련된 대검을 보고 말았다.


‘저건 뭐지?’


지금 구매하려는 대검보다 조금 더 길지만, 두께는 얇고 더욱 날카로운 대검이었다.

흑빛 칼날에 황금색 문양이 빛나고 있기 때문일까.

대검임에도 둔기 같은 투박함보다는 세련미가 돋보였다.

세세하게 가공되어졌다는 느낌이다.


잘만 다룬다면 치즈나 고기도 깔끔하게 자를 수 있어 보였다.

그리고 대검의 날에 종이를 가져간다면, 스르르 베어져 버릴 것 같은.

그런 두려울 정도의 섬세함이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저 대검을 한 번 봐도 될까요?”

“음, 저것은 파는 물건이 아니오. 예전에 저의 할아버지께서 만든 무기입니다.”

“할아버지?”


무기상의 사연을 들어보니 대략 이랬다.

옛날 대장장이인 할아버지가 오우거 무리에게 잡혔었다.

오우거는 식인도 하는 몬스터라서 잡아 먹힐 위험에 처했는데, 그때 목숨 구걸로 오우거의 무기를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을 하였다.

오우거의 지능은 설득이 순순히 먹힐 만큼 높진 않았는데, 할아버지는 필사적으로 설득을 해냈고, 살려준 댓가로 오우거의 무기를 만들었단 것이다.


어쩌면 늙은 육체라 맛이 없어서 설득에 넘어가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의견은 후손들이 모르는 편이 나을 터였다.


“그럼 인간이 아니라 오우거가 쓰라고 만든 오우거의 무기군요.”

“근데 그게 제 생각은 또 그렇지 않소.”


그 대검은 분명 오우거를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무기였다. 그치만 인간 입장에서나 조금 거대할 뿐. 오우거에게는 영 크기가 맞지 않는 무기였다.

오우거 입장에선 명백한 설계 미스였단 말이다.

게다가 날을 살펴 보면 보통 대검만큼 두껍지 않고 오히려 날카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즉, 눈으로 보는 것만큼 무거운 무기도 아니었다.


“내 말 좀 들어보시오. 실은 저 무기가 오우거가 쓰라고 만든 게 아니라, 사람이 오우거를 베기 위한 용도 같지 않소?”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죠.”


샤이의 즉답에 무기상이 피식 웃었다.


“물론 내 바램이오. 저 대검이 조금 가볍게 제작된 건 사실이나, 그래도 사람이 쓰기엔 벅찬 물건이니···.”

“인간이 사용한 적이 있었나요?”

“그게······ 전혀 없소만.”

“그렇다면 당신의 가설은 완전히 빗나간 게 되는 군요. 당신의 할아버지는 그저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오우거의 무기를 만든 것 뿐입니다.”

“으음···.”


무기상은 한 순간이지만 할아버지가 소인배 취급 당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샤이의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대로 영원히 쓰이지 않는다면 말이죠.”

“···!”

“그러나 제가 그 대검을 쓰게 된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겁니다. 당신 할아버지의 마음. 제가 확실하게 이어주겠습니다.”

“뭐..뭐라구요?”

“제가 그 대검으로 오우거를 베어주겠단 말입니다.”


***


그렇게 정말로 우연히.

자칭 오우거 슬레이어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 무기상이 손쉽게 넘겨주진 않았다. 추억이 깃든 물건임과 동시에 할아버지의 유물인 만큼 값을 제대로 쳐서 받았다.


마음을 흔들어 놓은 연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짠돌이, 구두쇠!’


샤이로서는 지출이 꽤나 심각했지만 그래도 첫 눈에 마음에 들었던 무기. 쉬이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화끈한 지출을 해버렸다.

과감하게 질러 버린 것이다.


덕분에 스피어 길드에서 모아둔 돈의 대부분이 날아갔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분명 투박한 대검을 사는 것보다는 나았으리라.


허나 아직 문제가 남아있었다.

상점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알렌이었다.

그는 여전히 못 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우거 슬레이어를 발견하고는 고개마저 휙 돌려버렸다.


“무기가 조금 바뀌었군 그래?”

“그렇게 됐습니다.”

“여전히 대검인 건 변함없어.”

“그렇게 됐습니다.”


알렌이 보란듯이 노골적으로 혀를 찼다.


“너 잠깐 이리로 와봐.”

“······.”


알렌에게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

아무래도 사회적인 측면에서 갈굴 생각인가 보다.

하지만 두려울 건 없었다. 적어도 드래곤 이하의 존재에게는.


“내 충고를 무시했어. 아주 대놓고 말이지.”


알렌도 나름대로 생각해주면서 조언해준 걸 텐데.

그걸 의도치 않게 무시하는 형태가 되어 버렸으니···

정말 곤란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길드 생활이 조금 피곤해질지도 모르겠다.


“말했을 텐데요. 처음부터 대검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물론 문제 없어. 내 말을 듣지 않은 것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하지만 네가 그 대검을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한다면 그건 문제야. 그렇지?”

“···그렇죠.”


알렌이 여기서 팔짱을 끼고 단호하게 말했다.


“요컨대 너는 자기가 다룰 무기조차 고르지 못한 게 되는 거야. 자기자신도 파악 못하는 매우 한심한 인간이란 뜻이지. 그건 너무나도 큰 문제야.”


얼핏 들으면 갈구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구절절 옳은 말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거려 수긍했다.

알렌은 그런 모습을 잠깐 보더니, 눈을 감고는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내 생각엔 그런 자는 레이피어 길드에 있을 자격이 없어.”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

“신입, 나와 내기를 하자.”


내기? 생각지도 못한 말이 알렌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그러나 내기의 내용은 어쩐지 알 것만 같았다.


“네가 대검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된다면, 내 힘으로 너를 9급으로 만들어주마.”

‘9급······.’


이전에 들었던 설명에 의하면, 9급은 길드 최하위 등급이었다.

물론 샤이는 등급 외인 존재라서 9급은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등급이긴 했다.

그래서 앞으로 차차 알아갈 생각이었는데, 이런 기묘한 형태로 9급을 시험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굳이 내기라는 형태로?

만에 하나라도 길드에서 내쫓길 수 있는 내기를?


“선배와 그런 내기 하지 않아도 9급 정돈 올라갈 수 있어요.”

“자신만만하군. 그러고보니 너는 길드에 자원한 게 아니라 초청을 받은 거였지. 대단한 실력자란 말인가?”


아니, 실력의 정도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등급에 대한 설명을 들었었죠. 9급에 대한 조건은 아직 모르지만, 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저 자신감이 있었다.

성실성과 철저함에 있어서 남에게 뒤처진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알렌이 고개를 뒤젖히면서 웃었다.


“뭘 모르는군. 신입. 그 9급에 대한 조건이 매우 강력하다. 아무리 실력자라도 단번에 오를 수는 없어.”

“조건이 뭐죠?”

“물론 실력평가다. 그리고······”


단번에 오를 수 없다는 말에서 이미 눈치는 챘다.

나머지 조건은 아마도 기간일 것이다. 문제는 그 기간의 길이였다.


“6개월간의 길드 활동이 필요해. 너는 오늘 가입을 했었지? 즉 180일 후에나 9급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헉!”


그레이스 도시로 이동하고 나서 들은 말 중.

단연코 가장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래서 놀란 소리를 내버리고 말았다.

어째 그런 반응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 알렌은 신나게 떠들었다.


“9급뿐만이 아니야. 모든 등급이 한 단계씩 올리기 위해선 6개월의 활동이 필요해. 8급이 되려면 9급이 된 후에 6개월을 다시 카운트해야 한단 말이지.”

‘잠깐, 그럼 1급이 되려면 얼마나 필요한 거지?’


등급 외부터 9급, 8급··· 2급, 1급까지.

총 9번의 승급이 필요했다.

거기에 6개월 간격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1급이 되려면 최소 54개월이 필요하단 말이었다.

그 수치는 무려 4년하고도 6개월이었다.


“바로 9급이 되는 일은 좀처럼 없어. 한마디로 이것은 특례다. 이 특례가 의미하는 바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


만약 오우거 슬레이어를 1개월만에 숙달한다고 가정하면.

1개월만에 9급이 된다는 거니까, 대략 5개월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의미였다.


‘맙소사!’


최단기 9급을 달성할 수 있는 내기.

인생에 있어서 다시는 오지 않을 천운이었다. 길드에서 쫓겨나는 걸 충분히 감수하고도 남을 만한 막대한 이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등급 외에서 9급으로 올라가는 것만 5개월이 당겨지는 게 아니라, 모든 등급에서 5개월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 내기는 무조건 받아 들어야 한다.’


샤이가 이렇게 생각하는 동안.

알렌도 지금까지의 일을 되새겨 보았다.


‘어쩌다 보니 당당하게 특례니 뭐니 지껄였어.’


하지만 이 특례.

정말 괜찮을까?

부 길드장과 전혀 상의된 게 아니었다.

물론 알렌은 3급의 위치니까 ‘9급쯤이야. 내 힘과 권력으로’ 하는 가벼운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가벼운 생각이 자신의 목을 조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도달하고 말았다.


샤이가 잠깐 고민하는 사이에 말이다.


“아, 신입!”


오히려 알렌 쪽에서 주저하는 말을 꺼냈을 땐, 이미 손목이 붙잡힌 상태였다.

실제로 샤이가 알렌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그 내기 받아 들이겠습니다. 제가 이 오우거 슬레이어를 다루지 못한다면 두말 없이 길드에서 나가드리죠.“

“그게···”

“단, 제가 해낸다면 당장 9급으로 올려 주셔야겠습니다.”

“윽!”


알렌의 철회 발언은 한 발짝 늦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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