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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곰 님의 서재입니다.

지렁이의 능력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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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곰
작품등록일 :
2023.01.01 05:31
최근연재일 :
2023.02.1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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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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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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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게이트에서 (2)

DUMMY

이수호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 그런데 못 보던 얼굴들이네. 초보분들이신가?”


우성규는 상대의 기분을 짐짓 모르는 척 말을 꺼냈다.


“야. 너 한 번 더 처웃다 걸리면 뒤진다.”


이수호가 앞뒤 가리지 않고 내질렀다. 그의 분노는 생각보다 컸다.


이수호의 말에 우성규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뭐, 뭐? 뒤진다? 너 이 새끼! 말 다 했어?”


버럭 하며 끼어든 것은, 옆에 있던 일행인 김호영이었다. 하지만 이수호는 그를 쳐다보지 않고 일행의 리더로 보이는 우성규를 노려봤다.


“워워. 진정하라고.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테니까.”


우성규가 능글맞은 표정과 말투로 말했다. 전혀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


이수호가 들고 있는 기타로 움켜쥐었다. 상대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기타로 머리를 찍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석현준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였지만, 첫날부터 다른 헌터와 마찰이 생기길 원하지는 않았다.


이수호의 눈빛에서 섬뜩함을 느낀 석현준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설 뻔 하려던 순간.


뒤쪽에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우형? 여기서 뭐 해요?”


그는 우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우성규와 친분이 있는 헌터였다.


“어. 별거 아냐. 그냥 처음 보는 얼굴들이 있길래 인사나 좀 했지. 무성이 너희는 오늘 C구역으로 간다고 했지?”


우성규가 태연하게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네. 저희는 오늘 C랑 D구역까지 보려구요.”


우성규는 이수호를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며 새로 등장한 최무성이라는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무시당한 이수호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돼버렸다.


사실 우성규는 최무성과 대화하면서도 이수호쪽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오늘 처음 만난 놈은 기분 나쁜 눈빛을 가지고 있다. 생긴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을 노려보는 눈깔을 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목격자가 나타났다. 굳이 보는 눈이 있는데 의심 살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저들이 나중에 죽어버려도 말이다.


이수호가 우성규와 최무성 사이에 끼어들려는 찰나에 석현준이 옆으로 다가왔다.


석현준은 이수호를 보며 진중한 눈빛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쯤에서 그만하자는 뜻이다.


이수호도 말썽을 즐기는 성향이 아니었다. 쓸데없는 분쟁은 피하고 싶었다.


만약 자신을 비웃은 것이었다면 코웃음 치며 무시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대상이 정화영이 되자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치솟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히죽거리고 있는 놈을 기타로 후려치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이수호가 정화영에게 슬며시 눈을 돌렸다.


그녀도 석현준과 비슷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만하고 이 자리를 피하고 싶은 모양이다.


결국 이수호는 돌아서서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셋은 좋지 않은 기분으로 그곳에서 벗어났다.


이수호 일행이 가든지 말든지 우성규는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 취급하며 최무성과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슬쩍 그들이 가는 방향을 살폈다.


최무성과 일행도 우성규와 짧게 대화를 나누곤 곧장 C구역 방향으로 이동했다.


“야. 아까 그 인간들 이쪽으로 갔지?”


우성규가 음침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꺼냈다.


“네. 이쪽 맞습니다. 아까 그놈들 그냥 놔두실 거 아니죠?”


“당연하지 인마. 아까 그 아저씨 못 봤냐? 주제에 맞지 않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돈으로 처발랐더만.”


“그러게요. 어디 돈 많은 갑부가 각성했나 본데요? 몬스터 잡는 것보다 그 인간 하나 잡는 게, 몇 년 치 수입은 나오겠어요. 아! 그리고 그 뚱땡이년도 만만치 않았어요. 대부분 주문 제작한 고급 장비들 같더라고요.”


박호준이 자신이 알아낸 내용을 자랑하듯 떠벌렸다.


“크크큭! 새끼 눈썰미 좋네. 이쪽으로 가면 B구역 맞지?”


그들의 대화는 마치 강도질을 모의하는 범죄자들 같았다.


“맞습니다. B구역.”


“쓰으읍. B구역이라···”


우성규는 턱을 문지르며 고민했다. 갓 각성한 듯한 것으로 보이는 건방진 놈을 어떻게 요리할지 구상 중이었다. 순간 그의 눈빛이 살쾡이처럼 표독스럽게 번뜩였다.



***



의기소침해진 정화영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면을 똑바로 보고 씩씩하게 걸었다. 석현준과 이수호도 어설프게 쓸데없는 말로 위로하려 들지 않았다.


그저 함께 걸음을 맞추며 나아갈 뿐이었다.


“쭉 가면 잠시 쉴 수 있는 곳이 있어. 그곳까지 한 번에 이동하자고.”


대략적으로 지형을 숙지하고 있던 석현준이 말했다.


“네. 그래요.”


“알겠습니다.”


“거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고블린들이 나오는 동굴이 있으니까 오늘은 그곳까지 갔다가 철수하는 걸로 하자고.”


“네.”


석현준이 간략하게 말했고 모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석현준은 이동하면서 틈틈이 말했다. 게이트가 어떻고 몬스터들이 어떻고 헌터들이 어떻다는 내용이었다. 헌터 활동을 하며 초창기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들이었다.


모두 초보헌터인 정화영과 이수호에게 알아두면 도움 될 만한 내용이다.


이수호는 가끔 궁금한 것들을 되묻기도 했다. 정화영도 어느새 석현준의 이야기에 빠져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종종 정화영에게도 질문을 했고 셋은 어느새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전진해 가고 있었다.



***



우성규의 각성 능력은 대지 마법이다. 김호영은 어둠 마법을 다루고 박호준은 활을 매개체로 마력을 사용했다. 셋의 공통점은 모두 원거리 전투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우성규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입을 뗐다.


“너희들 A구역을 왜 좀비숲이라고 부르는지 알아?”


“그럼요. 좀비여우들이 득실거려서 그렇게 부르잖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A구역은 왜 그러십니까?”


김호영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들이 먹잇감으로 삼은 대상은 B구역으로 향했는데, 왜 갑자기 A 구역 얘기를 꺼낸 것일까.


“크큭. 다 상관이 있지.”


그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우성규는 길드 생활 부적응자였다. 통제된 생활을 싫어하며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자유롭게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즐겨 충동적이고 즉흥적이었다.


우성규가 공용산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유였다. 주로 활동해왔던 만큼 그는 공용산 게이트 구석구석에 대해 잘 알았다. 지형 특징이나 몬스터의 분포도에 빠삭했다.


그가 비열한 웃음을 머금고 일행들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A구역은 좀비숲이라 부를 정도로 좀비여우들이 득실거렸다. 하지만 좀비여우들은 마석이나 돈이 될만한 재료를 드랍할 확률이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헌터들은 A구역에 몬스터들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의 가지 않았다.


우성규는 이 득실거리는 좀비여우들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는 어둠마법을 사용하는 김호영을 B구역에 그들을 미행하게 시키고 박호준과 함께 A구역으로 향했다.


“계획대로만 되면 최소 몇 년 치 돈벌이 한방이야!”


우성규가 신나게 말했다.


“그러게요. 잘 건지면 이번에 갑옷이나 장갑 좀 바꿔야겠습니다. 흐흐흐!”


박호준도 비열한 미소를 머금고 맞장구쳤다. 둘은 쿵짝이 잘 맞아 보였다.


“그래. 이번에 싹 업그레이드해라. 그놈들 지금 어디쯤인지 무전 해봐.”


“네.”


게이트에서는 핸드폰이나 일반 무전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특수 제작된 무전기를 이용했다.


박호준은 김호영에게 먹잇감들의 위치를 물었고 곧 그들이 캠프 지역으로 향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좋아. 우리도 늦기 전에 얼른 시작하자!”



***



이수호 일행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캠프 지역에 도착해 있었다. 캠프 지역이라고 해서 별다른 건 없었다.


둥그런 공터에 모닥불을 피울 수 있게끔 중간에 돌덩어리가 놓여 있는 게 전부였다.


다만 벽 쪽이 높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입구라고 할 만한 곳을 막아버리면 자칫 포위되어 갇혀 버리는 형태의 구조였다. 하지만 주변엔 최약체 몬스터들만 존재했기 때문에 몬스터들에게 포위당할 걱정을 하는 헌터는 없었다.


애초에 이곳은 헌터들이 잘 이용하지 않았다. B구역도 A구역과 마찬가지로 헌터들에게 인기가 없는 구역이었기 때문이다.


석현준은 이 사실을 알고 일부러 B구역으로 향한 것이었다. 최대한 다른 헌터들과의 마찰을 줄이고 정화영과 이수호에게 기본적인 전투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잠시 이곳에서 쉬자.”


석현준이 검을 내려놓고 적당한 돌의자를 찾아 앉았다. 이수호와 정화영도 옆에 자리 잡고 함께 앉았다. 석현준은 그들이 곧 향할 고블린 동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



우성규와 박호준이 동시에 좀비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들의 계획은 이랬다.


A구역과 B구역 경계에는 절벽이 있다. A구역이 절벽 위쪽이었는데 아래쪽인 B구역엔 마침 캠프 지역이 조성되어있었다.


먼저 좀비숲의 좀비여우를 모아서 절벽으로 유인한다.


캠프 지역에 먹잇감이 들어섰을 때 절벽 위에서 몰이한 좀비여우들을 아래로 떨어뜨릴 생각이었다.


우성규와 박호준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좀비여우를 유인했다. 좀비여우는 정말 좀비처럼 동작이 느렸기 때문에, 공격을 피하고 지팡이로 툭툭 건드리며 쉽게 유인할 수 있었다.


숲 안엔 워낙 좀비여우가 많아 순식간에 수십 마리가 몰려들었다.


“자! 빨리빨리! 200마리까지 채우자!”


“네!”


둘은 계속 날래게 숲을 뛰어다녔고 좀비여우들은 눈덩이처럼 점점 수를 늘려 200마리에 가까워졌다. 그쯤 대자 우글우글대는 모습이 징그러울 정도였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박호준이 개미 떼처럼 모인 좀비여우를 보며 물었다.


마침 김호영에게 무전이 왔다.


“지금 놈들이 캠프 지역에 자리를 잡았답니다!”


“좋았어! 이제 가자!”


둘은 절벽에 빙 둘러붙어 달렸다. 좀비여우들을 최대한 절벽에 붙이기 위해서였다. 절벽을 옆에 끼고 달리다 B구역 캠프 위쪽을 지날 때 그들이 휙 돌아섰다.


우성규는 지팡이에 마력을 집중하더니 자신의 발밑에 돌기둥을 생성했다.



[스톤 엣지]


-땅에서 기둥을 솟아 올린다.



그 위로 올라서 좀비여우를 피한 우성규가 외쳤다.


“지금이야!”


박호준이 주무기인 장궁을 장전하고 쏘았다.



[폭발하는 탄환]


-마력을 담은 폭발형 화살을 쏘아 보낸다.



마력이 담긴 화살이 절벽 끄트머리 지면을 향해 날아갔다.


슈우우욱




수류탄 터지듯 폭발이 일어났고 지면이 박살 나며, 좀비여우들이 돌무더기와 함께 우르르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타이밍을 맞춰 돌기둥 위에서 몸을 날린 우성규는 절벽에서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



[스톤 볼]


-둥근 형태의 돌덩어리를 생성해 날린다.



[폭발하는 탄환]


박호준은 쉬지 않고 다시 지면을 향해 마력 화살을 쏘았다. 우성규도 거대한 돌을 생성해 굴려서 여우들을 절벽으로 밀어 떨어뜨렸다.


연이은 공격에 200마리에 가까운 여우가 대부분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성규와 박호준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스톤 볼]



[만개하는 화살]


-다수의 마력 화살을 동시에 넓게 쏘아 보낸다.



우성규는 계속 돌을 아래로 굴렸고 박호준은 십여 개의 화살을 동시에 아래로 쏘았다.


“멈추지 말고 계속 쏴!”


우성규가 생성된 돌을 굴려 보내며 외쳤다. 박호준도 이를 악물고 장궁의 시위를 당겼다. 그들은 힘이 빠질 때까지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아래에 누가 있던 싹 다 죽여버릴 심산이었다.


B구역에서 먹잇감들을 지켜보던 김호영도 때를 맞춰 움직였다.


처음 절벽 위에서 폭발음이 들리자 즉각 마법을 사용했다.



[다크니스]


-어둠의 안개를 생성해 시야를 차단한다.



김호영은 시야 차단 마법을 사용하고 곧이어 공격 마법까지 사용했다.



[다크볼트]


-어둠의 힘을 작게 응축시켜 발사한다.



이로써 캠프 지역에 있는 이수호 일행은 어둠에 갇혀 좀비여우들과 뒤엉킨 채 쉴새 없이 공격받는 꼴이 되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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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설원 전투 (3) 23.02.09 24 1 13쪽
34 설원 전투 (2) 23.02.08 30 1 13쪽
33 설원 전투 (1) 23.02.07 37 1 14쪽
32 게이트에서 (3) 23.02.06 39 0 14쪽
» 게이트에서 (2) 23.02.05 38 1 12쪽
30 게이트에서 (1) 23.02.04 44 1 13쪽
29 길드 창설 (2) 23.02.02 40 1 12쪽
28 길드 창설 (1) 23.02.01 46 1 12쪽
27 꽃길만 걸을 테야 23.01.31 54 1 13쪽
26 이수호 23.01.29 50 1 13쪽
25 위기의 고등학교 (5) 23.01.28 58 1 14쪽
24 위기의 고등학교 (4) 23.01.27 53 1 13쪽
23 위기의 고등학교 (3) 23.01.26 59 0 12쪽
22 위기의 고등학교 (2) 23.01.25 67 1 13쪽
21 위기의 고등학교 (1) 23.01.24 64 1 13쪽
20 미친개 23.01.22 72 1 13쪽
19 정령왕 출신 (2) 23.01.21 79 0 12쪽
18 정령왕 출신 (1) 23.01.20 89 0 13쪽
17 집으로 23.01.19 89 2 13쪽
16 인간으로 23.01.18 95 2 12쪽
15 추락 23.01.17 101 3 16쪽
14 빌런 23.01.16 101 2 16쪽
13 괴식물 23.01.15 100 3 16쪽
12 사교모임 23.01.13 109 2 15쪽
11 고양이 똥 23.01.12 108 3 15쪽
10 고양이 왕 23.01.11 116 3 16쪽
9 암투 +2 23.01.10 122 3 16쪽
8 몬스터의 습격 23.01.08 122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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