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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슈라: 쓰레기와 별

문드러진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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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슈라
작품등록일 :
2021.02.16 16:05
최근연재일 :
2021.06.22 14:3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305
추천수 :
8
글자수 :
89,710

작성
21.04.26 14:44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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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ep5. 숨은 살의(1)

DUMMY

익숙하지만 익숙해질 수 없는 감각이었다.

자신의 몸을 누르는 몇 개의 무게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보다 더 혐오스러운 것은 제 몸에 감기는 축축한 손길들이었다. 그 때처럼 그녀는 그들을 뿌리쳤고,


죽였다.


목을 찌르니 절명하는 소리를 내며 고꾸라졌고 배를 찌르면 걸쭉한 피가 터져나와 제 배를 적셨다. 그마저도 혐오스러워 그것들을 걷어차고 일어서면 ...


[역시, 그렇게 나와야지.]


라며 발악하는 물고기 보듯 웃는 그 놈이 있었다. 죽여도, 죽여도, 이곳에선 잊을만하면 튀어나오는 역겨운 면상이었다. 저 새끼는 늘 그랬어, 날 끌고 왔을 때부터 저딴 식으로 쳐웃으면서 도사견처럼 내몰았지. 자신을 죽이란 명령을 받은 솔다토들 사이에. 그녀는 알렉시프를 죽였을 때랑 다르게 바로 그에게 뛰쳐 들어갔다.


꽉 다문 이는 내려 앉을 정도로, 부릅 뜬 눈은 섬뜩하게 살의로 번뜩이며,


봄바람에 흐드러지던 머리는 귀신처럼 산발로 흩어졌다. 요엘은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그에게 들이닥치고


제 손에 쥐여 있던 그 때의 칼을 휘둘렀다.




"카포님, 카포님!"


몸을 짓누르는 무게감이 확 걷혔다. 요엘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자 카밀라가 엉덩방아를 찧을 기세로 물러섰다.


"카, 카포 무서워요잉...왜 그런 눈으로 봐용..."


그 말에 요엘은 자기 이마를 짚었다. 손에 축축한 땀이 배어나고 있었다. 그럼 제 몰골은 안봐도 훤했다.


"뭣땜에 불렀는데."


카밀라가 입을 열때 누군가가 그녀를 옆으로 툭 밀쳤다. 구두를 신은 터라 휘청거리는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제 시선에 들이닥쳤다.


"내가 불렀다, 썅년아."


"하필 너냐?"


대놓고 으르렁거리며 요엘이 소파에 바르게 앉았다. 땀에 젖은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자 메디치가 빈정거렸다.


"근무시간에 팔자 좋게 쳐자고 있네."

"쳐자는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용건이나 말해."


응접대에 쇼핑백이 툭 떨어졌다. 카밀라가 나서서 쇼핑백을 들추자마자 눈을 반짝였다.


"세상에! 메디치 카포, 웬 에스프레소 키트에용!"


"저기 자는 썅년 주려고 샀다. 잘했냐?"


그러거나 말거나 요엘은 쇼핑백을 힐긋 보곤 한숨을 쉬었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건 알텐데. 육감이 그녀에게 속삭이는 듯 했다. 오늘 재수는 옴붙었다고.


"그제 일가고 앓았다고 해서 말이야."

"지금 네 덕분에 더 아파지는 거 같아..."


아프다고 말하면 더 아프다지만 속과 머리가 지글지글 끓었기에 한 말이었다.


"내가 일가고 아픈 거랑 이거랑 뭔 상관인데."


요엘이 퉁명스럽게, 굳이 말하면 불쾌해하는 낯으로 말했다. 메디치가 그녀 귓가에 고개를 디밀고 속삭였다.


"내가 맡긴 일 때문에 아팠다니까 마음이 아파서 말이야, 성녀님."


카밀라가 들고 있던 쇼핑백을 요엘이 낚아채곤 메디치에게 던졌다. 포장품이라 턱 하는 소리가 메디치의 가슴을 때리고 떨어졌다. 요엘의 낯은 차가웠지만 눈은 열이 오른 듯 이글거리고 있었다.


"넌 대체 나한테 뭔 불만이 그렇게 많냐?"

"일 맡긴 게 뭔 불만이야?"


메디치가 얼척이 없어하며 소리 질렀다. 그 모습에 요엘은 기가 차 헛웃음을 뱉었다. 요엘이 좋아하지 않는 것은 두가지였다.


에스프레소, 민간인 살해.


솔다토였을 땐 불가항력이었지만 카포가 된 직후 손을 뗀 일이었다. 사고 때문이었어도 현장이 아닌 사내에 자청해서 지원한 것도 그 이유가 한 몫했다.


"어차피 이단자라며, 그럼 민간인은 아니잖아?"

"...이단자도 아니었던데."

"교회가 그런 게 어디 한 두번이냐? 알면서 받은 거 아니었어?"


속에서 욕지기가 치밀어올라 요엘이 소리지르려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가 싫어하는 짓을 알면서 했을지언정 대놓고 약올리려는 놈에게 진심을 낼 필욘 없었다.


"선물 잘 받을게, 그러니까 나가."

"기껏 걱정해서 와준 사람한테 이따구냐? 내 부하 뺨다귀 후려친 것도 봐줬더만."

"그건 그새끼가 기어쳐올라서고."


...그 일 때문인지 너무 감정만 앞세웠다. 그렇다고 메디치를 앞에 둔 채 지금 평정을 유지할 힘은 없었다. 짜증나는 꿈도 꿨다, 좆같은 일도 있었고. 그 마당이라 요엘은 나가란 손짓을 했다.


"어쨌던 따로 감사라도 할테니까 나가. 아프니까."


사실 메디치를 곱게 쫓아낼 거면 자신은 구렁이처럼 있어야 했다. 오가는 시비도 웃고, 빈정거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러지 못한 마당에 메디치가 그걸 지나치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다. 하지만 그녀의 육감이 말한 대로 오늘은 운수가 더러웠다. 그렇게 되어버렸다.


"너한테 아플 속이 있긴 했냐?"


쨍그랑!


이번에 흩어진 유리조각은 피가 묻어 있었다. 늘상 쓰던 험상굳은 인상에 피까지 흐르니 시체와도 같았다. 메디치는 제 손에 상처를 갖다 댔다가 손에 묻은 피를 보고 기쁜 듯이 이죽거렸다. 그때 요엘이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빠악!


"카포!"


들리는 소리에 단테와 파빌로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이어 들어온 풍경에 파빌로는 숨을 멎으며 몸을 굳혔다.


주먹에 볼을 눌린 채 메디치가 눈을 희번뜩 빛냈다.


"야, 이제야 본성이 나오시네. 썅년아."


그 말에 되려 기뻐 요엘이 웃음을 띄웠다. 늘상 떠올리는 눈웃음은 사라진 채 그녀의 푸른 눈이 햇살에 비쳐 서늘하게 번뜩였다.


"그럼 뒤져."



그때부터 요엘의 집무실에 뭔가 부숴지는 소리가 나뒹굴었다. 카밀라는 어느새 쇼핑백을 챙기곤 파빌로 옆에 붙어서 앵앵거렸다.


"어떡해, 어떡해! 파빌로 좀 말려봥, 카밀라 무서웡!"

"네가 말려도 될걸 왜 나한테까지 그래!"


그 모습에 시퍼렇게 질려서 파빌로가 카밀라를 떨어뜨렸다. 두 사람은 어느새 몸을 엉키고 싸웠는데 서로 주먹질을 하다 메디치가 요엘의 머리채를 잡아채자 요엘이 메디치의 얼굴을 대놓고 움켜쥐어선 잡아 뜯을 기세로 감쌌다.


"이 씨발 년이!! 갈보 아니랄까봐!"

"갈보년 한테 쳐맞는 기분은 어떤데!"


열을 북돋는 의도라면 성공적이게도, 요엘이 메디치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이어 메디치가 그녀의 배를 걷어차 날려버려, 그녀가 벽에 나뒹굴자 퍼래진 파빌로의 낯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메디치 카포, 이제 그만하십시오."


어느새 왔는지 단테가 메디치의 팔을 잡아당기며 굳은 낯을 들이내밀었다. 그렇다고 메디치는 순순히 멈추지 않고 되려 팔꿈치로 그의 얼굴을 올려쳤다.


"저년이 죽는다고 조직에 뭔 문제 있을 거 같아?"


머리통이 흔들리는 듯 했지만 단테가 말없이 그의 팔을 안으로 휘감아 잡아당겼다.


"세레나타, 칠거면 빨리 치세요."


"이...! 낙오자 새끼가!"

"교양없는 깡패새끼보단 낫습니다."


얼굴을 불그락거리며 메디치는 단테의 무릎을 발로 걷어찼다. 가장 살이 없는 주제에 무게를 지지하는 축이라 단테가 맥없이 흐트러졌다. 전열을 가다듬고 요엘과 메디치는 이제 서로를 죽일 기세로 흉흉하게 눈을 뜨고 다가갔다.


"다들. 그만해."


그 소리에 두 사람이 고개를 하나같이 돌렸고 메디치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요엘은 아무 말 없이 피떡이 된 얼굴로 침을 뱉고 그녀를 꼬나 보았다. 그렇다고 메디치에게 품은 적의를 띈 정도는 아니었지만 못마땅한 낯이긴 했다.


같은 카포고, 키가 크다지만 그렇다고 그게 위엄있게 보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구릿빛 피부에 새까만 머리를 늘어뜨린 채 빛나는 노란 눈은 흑표범과 같아서 메디치는 그 주인공을 향해 저도 모르게 몸을 곧추세우고 떠듬거렸다.


".....라드그리드 카포."


그 대상을 보고 파빌로는 다시 화색을 띄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저 두 인간을 멈출 수 있는 인간이 왔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어쩌다보니 귀한 비상님의 마하를 호출한 두 인간...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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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6. 비수(1) +1 21.05.20 29 1 7쪽
18 ep5. 숨은 살의(完) 21.05.07 25 0 10쪽
17 ep5. 숨은 살의(4) 21.05.05 55 1 9쪽
16 ep5. 숨은 살의(3) 21.05.02 41 0 7쪽
15 ep5. 숨은 살의(2) 21.04.30 38 1 8쪽
» ep5. 숨은 살의(1) 21.04.26 31 1 8쪽
13 ep4. 엔리코(完) 21.04.23 63 1 10쪽
12 ep4. 엔리코(1) 21.04.22 40 0 10쪽
11 ep3. 부식된 일상 (完) 21.04.04 69 0 10쪽
10 ep3. 부식된 일상(2) +2 21.03.26 44 0 12쪽
9 ep3. 부식된 일상 21.03.21 52 1 8쪽
8 ep2. Crimson diamond(完) 21.03.08 47 0 21쪽
7 ep2. Crimson diamond(3) +1 21.03.03 39 0 10쪽
6 ep2. Crimson diamond(2) 21.02.26 74 0 11쪽
5 ep2. Crimson diamond(1) +2 21.02.24 54 0 9쪽
4 ep1. 악덕의 소굴(完) +2 21.02.21 76 0 21쪽
3 ep1. 악덕의 소굴(3) 21.02.20 77 0 11쪽
2 ep1. 악덕의 소굴(2) +2 21.02.18 138 0 8쪽
1 ep1. 악덕의 소굴 +2 21.02.17 270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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