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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바사 님의 서재입니다.

령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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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바사
작품등록일 :
2020.03.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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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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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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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헤지펀드(6)

DUMMY

38화 헤지펀드(6)



***



우웅- 우웅-

김소영의 휴대폰이 울렸다.


“네. ...지금요? 어... 그냥 카페에 있어요. 계약 건 때문에. ...아 네. 글쎄요. 어떻게 찾아오셨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어렵겠네요. 네, 방문 약속 같은 건 없었거든요. 제 책상에 명함 있으니까 일단 그걸 드리고 돌려보내셔야 할 거 같아요. ...네, 고마워요.”


뚝- 그렇게 전화를 끊고는 한숨을 쉬었다.


“바쁘나? 진짜 그냥 들어가도 되는데.”


주영근이 걱정스럽게 묻자, 김소영은 고개를 젓는다.


“아냐. 조금 더 있자. 너, 설마 내가 빨리 들어갔으면 하는 거야 지금?”

“...에이. 대표가 돼서 일할 시간에 이렇게 노닥거려봐야 뭐하나 해서. 젊은 애들이랑 같이 있으면 누나도 더 신경 쓰일 텐데.”


주영근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김소영이 주먹을 들이밀었다.


“뭐! 뭐! 뭐가 신경 쓰이는데? 말 똑바로 하시죠? 주영근 씨? 죽을래?”

“어머! 언니, 저런 바보는 신경 쓰지 마요. 저랑 나이 차이도 거의 안 나 보이는 데요 뭐.”

“그래? 너 정말 이쁨 받는 법을 아는 구나? 호호.”


김소영과 신하윤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짝- 하고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러자 주영근은 쯧쯧 혀를 찼다.


“그렇게 간신배들만 옆에 두면 훗날 큰 재앙이...”

“진짜 저놈의 주둥이를...”

“딱 보면 간신배 포지션은 너 아냐? 내시 같이 생겨갖고는.”


푸하핫- 옆에서 가만히 듣던 유현이 격하게 웃자 주영근이 발끈 한다.


“니가 그렇게 웃으면 안 되지. 주인공! 여기선 같은 남자로서 도와줘야 할 거 아니가!”

“아니, 근데 풋, 너무 웃겨서. 아니, 큭, 잘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너 십상시라고 들어 봤냐?”

“그래애! 내가 십상시다! 내가 간신배다아!”


그렇게 주영근이 오바를 떠는 사이 다시 김소영의 휴대폰이 우웅- 하고 울렸다.

김소영은 문자를 확인한 후, 시계를 다시 확인했다.


“그래. 영근이 너 말대로 어르신은 빠져줄게. 재밌게들 놀다 가.”

“네. 어르신. 살펴가세요.”

“언니, 담에 꼭 연락 드릴게요.”

“응. 편하게 연락해. 현이 너도 계약 때문이든 뭐든, 궁금한 거 있으면 연락하고.”

“예. 들어가세요.”


짤랑- 김소영이 카페를 나갔다.



***



셋은 남은 케익을 먹으며 조금 더 수다를 떨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5시도 안 됐지만 바깥은 황혼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으, 이제 내일부터는 또 공부 시작이네. 너희는 방학 동안 뭐해?”

“놀지. 방학은 놀라고 있는 거 아니가?”

“너나 현이나 둘 다 똑같아... 아니 참 현이는 일하는구나?”

“...일한다고는 학기 초부터 말 했었거든?”

“에이, 그때는 그냥 단순히 엉뚱한 알바 하는 줄 알았지.”


신하윤은 어색하게 호호- 하고 웃었다.

갑자기 주영근이 걷다 멈춰 서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유현에게 말했다.


“아참, 현아.”

“어?”

“너, 나한테도 그 령이라는 거, 보여주면 안 되나?”

“령? 어... 보여주는 거야 상관없는데. 근처에 령이 있어야 보여주지.”

“아니다. 너 무슨 능력 같은 거 있다며? 초능력? 그런 거 보여주면 안 되냐?”

“어, 안 될 건 없는데. 나는 근데 육체노동이라... 아, 하나 있긴 있지.”


유현은 얼떨떨하게 말하며 고민하다가, 주영근에게 되물었다.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아 그냥 좀 보여줘. 나도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유현은 조금 의아했다.

원래 평소엔 심각함과는 1만 광년은 떨어져 있는 캐릭터가 주영근이다.

지금 보이는 모습은 심각하다 못해 어쩐지 절박해보이기까지 하다.

신하윤도 고개를 갸웃하며 말없이 둘을 지켜봤다.


“음, 알았어. 그럼 잠깐 저기로 가자.”


유현은 둘을 끌고 역 근처 한적한 곳으로 갔다.


“자, 내 손을 봐. 아무것도 없지? 어디 뭔가 숨기거나 그런 거 없어.”

“응? 뭐야? 무슨 마술하는 것도 아니고.”

“아 그냥 봐봐.”


어쩐지 관객이 있으니 조금 긴장되긴 했다.


‘설마 실패하진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이미 유현의 손에는 2미터 가량의 기다란 대나무 봉이 쥐어져 있었다.


“어?”

“뭐야?”


신하윤과 주영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있네. 초능력.”


주영근은 허탈하게 중얼거렸고,


“잠깐 있어봐. 그거, 나 좀 줘봐.”


신하윤이 손을 뻗어 항마봉을 가져갔다.

이리저리 돌려보며 뭔가 장치는 없는 지 꼼꼼히 살펴본다.


“마술 같은 거 아냐. 애초에 그 정도 크기의 대나무를 어디에 숨기냐?”

“그래도오. 이거 말도 안 되잖아!”

“응, 살아보니 세상엔 말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더라.”


유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주영근을 바라봤다.

주영근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제 됐지? 근데 이런 건 왜 보여 달라고 했어?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


유현은 항마봉을 휘두르다 자기 머리를 때리고는 인상을 찌푸리는 신하윤을 보며 주영근의 대답을 기다렸다.

혹시 령 퇴치나 영술 같은 것에 관심이 생겼나?

주영근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야, 실제로, 초능력이 있고 초능력자가 있다면...”

“어.”

“혹시 미래를 볼 수 있는 초능력 같은 것도 있나?”

“어?”


그건 유현이 전혀 예상 못한 질문이었다.



***



“있지. 미래를 보는 초능력. 무당이나 점쟁이, 예언자들이 맨날 그 소리 하잖아?”


역시 잘 모르는 건 은설희에게 물어보는 편이 빠르다.

은설희는 누군가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 많은 것을 귀찮아하고 신경 쓰지도 않지만, 아는 것을 설명할 때만큼은 귀찮아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모르는 것은 딱 잘라서 모른다고 해주니 체면 같은 것도 생각하지 않는 훌륭한 교사의 전형이다.


아... 비슷한 인물상으로 권영수가 떠올라 버렸다. 훠이- 훠이-

하긴, 오타쿠라는 단어의 어원으로 본다면 영술사라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오타쿠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지만.


“참, 저도 고등학교 다닐 때 사주나 타로카드 본 적 있었어요.”

“사주나 타로카드는 조금 다르지. 미래를 보는 게 아니라 흐름을 보는 거니까.”

“그게 차이가 있어요?”


은설희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한참 고민하더니, 이윽고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음, 예를 들어서 어떤 미래가 하나 있다고 치자고. 그건 장면으로 볼 수도 있고, 상징으로 볼 수도 있어. 혹은 경험적이지 않은 이론적인 관념으로 볼 수도 있지. 이건 사주에서도 유명한 이야기인데. 왕이 될 사주라는 말 들어봤어?”

“아뇨. 늘 그랬듯이 그냥 다 설명해주시면 되요. 오컬트는 젬병이라.”

“오컬트가 아니라 학문! 아, 뭐 중요한 건 아니니까. 어쨌거나, 사주처럼 이론적으로 상징을 보고, 흐름을 보면 어떤 결론이 나온단 말이지. 그 결론을 해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지만 말야.”


역시 설명 중에는 사소한 태클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튼, 어떤 왕이 사주에 대해 의문을 품었어. 사주는 생년월일시로 결정되잖아? 그럼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 사람은 똑같은 사주를 갖고 있는데 왜 이 나라의 왕은 자신뿐이냐는 거야. 그래서 자신과 같은 사주를 지닌 사람을 찾아보게 했지.”

“아하 그러네요. 지금도 똑같은 시간에 태어나는 애들이 한 둘이 아닐 건데. 걔네는 다 똑같은 운명을 타고나는 거네요?”

“응. 그래서 왕은 정확히 자신과 똑같은 사주를 지닌 사람을 찾았어. 하지만 그 사람은 왕이 아니라 양봉업자였어. 그래서 왕이 옆의 신하에게 ‘사주라는 것은 틀렸다. 똑같은 왕의 운명을 타고 났는데 저 사람은 평범하게 벌을 치는 사람이 아니냐.’ 하니, 그 신하가 ‘전하, 전하는 만백성의 왕이시지만, 저자는 벌들의 왕입니다.’ 라고 말했다고 해.”


은설희가 성대모사까지 하며 열연하는 모습에 유현은 풋, 웃음이 나왔다.


‘이럴 땐 참 귀엽단 말야.’


유현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설희는 설명하는 데 빠져있었다.


“그런 식이야. 해석의 여지가 큰 거지. 물론 아무렇게나 설명하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 해석하는 사람도 온전히 지식으로만 하는 건 아니거든. 그건 영력을 좀 다뤄봤으면 알겠지만, 해석하는 일 자체에도 그런 능력이 적용되거든.”

“에이, 그래도 그런 해석은 저도 할 수 있겠어요. 설령 농부가 되도 쌀의 왕, 청소부가 되도 쓰레기들의 왕, 판사가 되면 법의 왕... 뭐 그런 식으로.”


유현이 툴툴거리자 은설희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 뭐. 중요한 건 욕망과 믿음이야. 그럼 대체 왜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미래의 정보를 구하러 다닐까? 온전히 믿지도 않으면서 말야.”

“음, 미래를 모르니까...? 불안하니까?”

“응, 누구나 미래를 알고 싶어 해. 궁금하니까, 불안하니까. 하지만 막상 미래를 알려줘도 그걸 온전히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일단 누가 알려주느냐에 따라서도 다르겠죠. 용하면 용할수록 더 믿을 수도 있고.”

“응. 너가 가입했다는 헤지펀드. 주식도 따지고 보면 미래를 알아야 하는 거잖아? 하지만 사람들은 펀드매니저의 말을 신뢰하고 돈을 투자하지. 그 사람이 얼마나 용하냐에 따라서.”

“아니죠. 펀드매니저는 미래를 보는 게 아니라 예측하는 거죠.”


유현의 반박에 은설희가 다시 웃었다.


“무슨 차이가 있어? 어쨌든 돈을 투자했다는 건 믿기 때문에 투자하는 거잖아. 그 사람을 믿든, 그 사람의 과거 수익률을 믿든. 앞으로 이 사람이 돈을 벌어줄 거라는 기대 때문에 투자하는 거지. 지금 시대에 돈이란 사람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걸? 생명을 남에게 맡긴다니, 그 사람의 미래를 보는 안목을 믿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하지.”

“으음...”


유현은 딱히 반박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어차피 미래를 모르는 것은 맞지만.

만약 평소 꾸준히 1년에 2배의 수익률을 내는 펀드매니저와 점쟁이 중에서 한 쪽의 말을 듣고 투자를 한다면, 나는 어느 쪽에 투자하게 될까?

물론 펀드매니저에게 맡기겠지.

그 믿음은 딱히 확률의 문제는 아니었다.

오컬트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전문가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더 파고들면, 돈을 관리하는 전문가는 수익과 손해 사이에서 최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


하지만,

만약 2배의 수익률을 내는 펀드매니저와 그의 10배의 수익을 내는, 백발백중의 점쟁이 중에 한 쪽의 말을 듣고 투자를 한다면?

말할 것도 없이 후자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기 때문에 가정은 무의미하다.

...근데 만약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엇나갔는데요. 그러니까 미래를 보는 초능력이 진짜로 있어요?”

“응, 말했잖아. 점쟁이, 무당, 예언가.”

“아뇨, 그러니까. 100프로 미래를 맞추는 초능력요.”

“흐음...”


은설희는 턱을 괴고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나는 본 적은 없어. 애초에 미래에 대한 예언이란 건 그런 거거든. 대부분은 해석의 차이고. 실제로 그 해석의 대상이 맞는지조차도 알 수 없어. 생각해봐. 10번 중 9번을 맞춰도 1번 틀리면 그건 미래를 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 글쎄요? 그 정도면 엄청 잘 보는 거 아녜요?”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미래를 보는 건 아니지. 사람들은 예언이 빗나가면 미래가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미래라는 건 바뀌는 게 아니거든? 어떤 변수로 인해 바뀔 미래라면, 그건 미래라고 말할 수 없어. 미래에 있을지도 몰랐던 가능성에 불과한 거지. 결국 예언가는 미래를 본 게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망상을 본 거야.”


또 어딘가 관념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이해는 됐다.

미래가 현재가 되지 않는 한은 미래란 항상 가능성의 영역일 뿐이라는 것.

미래를 바꾼다는 것은 고정된 미래가 바뀐 게 아니라 원래부터 바뀔 미래였고, 예언했던 바뀌기 전 미래는 사실 미래가 아니라 망상이었다는 이야기다.


“선배는 그런 쪽은 다뤄보신 적 없어요?”

“응. 불가에선 점치지 말라고 하거든. 그리고 운명이란 정해져 있다고 믿는 편이야.”


역시, 종교적이야.

유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리를 했다.


“그럼, 미래를 보는 초능력이란 건 없다는 걸로 알면 되죠?”

“아니? 난 그런 소리 안했는데?”

“엥? 선배는 안 믿는다면서요.”

“무슨 소리야. 본 적 없다고 했을 뿐이지. 있는지 없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하아.”


긴 이야기 끝에 결국 소득은 없었다.

주영근에게는 딱히 해줄 말은 없을 것 같다.


“예언이란 확실하든 불확실하든, 관계없어. 일단 예언이라는 것을 했다는 게 중요해. 혹은 예언을 받았던가. 그 자체에 의미가 있거든.”

“틀린 예언이면 하나마나 아녜요? 저도 예언 하나 할게요. 오늘 저는 일찍 퇴근할 겁니다. 지금요.”

“...그리고 너, 예언 같은 거 함부로 하지 마. 헛소리라는 걸 스스로 알아서 다행이지만. 그리고 예언은 벌써 틀린 것 같네.”


은설희는 바깥 창문 쪽으로 손가락을 들었다.

거기엔 식충이, 아니 도깨비가 불꽃 형태로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오늘도 밥 챙겨줘야 하는 날인가...?


“이제 저 녀석 식사랑 식비는 니가 챙기기로 했지? 수고해.”


은설희는 그렇게 말하곤 슥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냥 아무 소원이나 말해버리면 편해지지 않을까?



***



“...그러니 의원님께서도 이번 기회에 기반을 다져두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한식당.

vip전용 룸에는 왕건호와 국민자유당 실세 중 하나라는 홍승수 의원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홍승수 의원.

50줄이 한참 넘은 나이임에도 크게 주름지지 않은 단정한 외모로, 그의 지지층에는 그 젠틀해 보이는 외모가 이유인 사람도 꽤 많았다.


“그래요? 저는 이미 기반은 다져놓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떻게 더 다지라고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그가 짐짓 거드름을 피우자, 왕건호는 고개를 숙였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가친이신 왕 회장의 수고가 많지 않습니까. 현재로서는 모두 가정일 뿐이지만, 자칫 모든 걸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때 누가 의원님을 챙기겠습니까?”

“글쎄요... 하지만 고작 왕씨 일가도 아닌 구 전무가 무슨 힘이 있어서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걱정이 지나치신 것 아닙니까? 허허.”

“저도 단순한 걱정이라면 좋겠습니다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힘이 가장 무섭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미 물밑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호오, 물밑이라면 어느 쪽에서?”


홍승수의 떠보는 듯한 말에 왕건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까부터 거드름을 피우는 척, 모르는 척 계속해서 연기를 하는 그의 의중이 궁금했다.


“...현장에서 활동 중인 친구들이 많아서 정보를 계속 받고 있습니다. 언론이나, 금융 쪽에서 종사하는 친구들이죠.”

“그렇군요.”


쭈욱- 홍승수는 다시 술잔을 들이켰다.

왕건호는 빈 술잔을 다시 채웠다.


“...이미 정황상 의심스러운 투자그룹이나 펀드에 대한 조사는 끝났습니다. 의원님께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사용하시든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부스럭- 왕건호는 서류뭉치를 조심스럽게 건넸다.

홍승수는 서류를 살짝 꺼내본 뒤, 가방에 넣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왕 상무님께서 이리 말씀하시니 저도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해 조사해보도록 하죠.”

“네. 감사합니다. 만약 걱정하던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의 모든 산업은 외국자본에 완전히 잠식 되어 결코 독립적인 운영이 불가하게 될 겁니다. 그건, 곧 의원님의 계획에도 긍정적이진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맞습니다. 그래서야 어떻게 독립국가라고 하겠습니까. 허허. 그 점은 염려마시고. 저는 이만 일어나 봐야겠습니다.”


스윽- 홍승수가 자리를 털자 왕건호도 함께 일어섰다.


“벌써 들어가십니까? 더 드시지 않고.”

“사실, 집에서 오늘은 꼭 일찍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조금 늦는다곤 했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돌아 가볼까 해서요.”

“하하, 가화만사성이라고. 의원님의 비결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비결이라뇨. 그냥 마누라에게 잡혀 사는 거죠. 허허허.”


왕건호는 대문 밖 홍승수의 차량이 있는 곳까지 배웅했다.

의도는 잘 전달했지만 어쩐지 뒷맛이 씁쓸했다.

이윽고 차가 떠난 뒤, 저녁 시간 동안 몇 차례나 부재중 연락이 왔던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래, 한 번 알아봤어?”

[저, 형님.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낮에 보냈던 애들이 연락이 끊겼습니다.]

“뭐라고?”

[UR쪽에서 분명 대기하고 있었을 텐데, 그 후로 전혀 연락이 안 됩니다. 휴대폰은 전부 꺼져 있고요.]

“......”


왕건호는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아직 어려요. 제 아무리 천재니, 배짱이 좋니 하지만 역시 경험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법이죠. 뭐, 확실히 지 형보다는 훨씬 낫지만요.”


홍승수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쪽이 제시한 것은 뭡니까?]

“저울에 무엇을 올려야 할지 잘 모르더군요. 지금까지의 지원을 계속해 준다는 정도. 그리고 다른 거라면, 뭐 애국심에 대한 이야기 정도군요. 말만 위험하다고 하지, 진짜로 위험하다는 것을 잘 몰라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면 겨우 그 정도를 제시할 리가 없으니까요.”

[대충 예상이 됩니다. 아, 애국에 관해 조금이라도 마음이 쓰이신다면 특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외국자본이 아니니까요.]

“오, 정말로 수완이 좋으신 모양이군요.”

[어차피 조사한다고 알 수 있는 것은 없을 겁니다. 다만 저는 의원님께 각별히 호감이 있습니다. 한국의 다음을 생각한다면 역시 의원님뿐이라는 생각이지요.]


홍승수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무슨 뜻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추후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뚝-


“후우...”


홍승수는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이 흥분이 술기운인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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