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세영은 옥상에 있었다.
4월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직 가시지 않은 한파가 사납게 불어 닥쳤다. 휘잉, 하고 얼음장 같은 바람은 살을 에듯 할퀴고 지나간다.
세영은 서늘한 바람에 몸을 떨며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옥상 아래로 보이는 도시 야경은 아름다웠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비치는 그 모습은 흡사 하늘의 별빛이 아래로 내려온 것만 같았다.
한 걸음, 어릴 적 누군가 말해 준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이야기. 별이 되어서 남은 사람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감성적인 이야기······.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빛은 야경에 먹혀 보이지 않았다. 이래서야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지 않은가?
한 걸음, 세영은 자조하며 옥상 난간 위로 올라섰다.
휘잉 하고 아래서 불어온 거센 돌풍에 몸이 떨렸다. 한층 더 거세진 바람에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세영은 난간 위에서 아래를 내려 보았다. 눈이 부신 야경. 그 아래로 보이는 단단한 아스팔트는 틀림없이 자신의 머리를 으깨주겠지······.
“······.”
한 걸음, 어째선지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한 걸음만 내디딘다면 모든 게 끝난다. 그런데도 주체할 수 없는 떨림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세영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눈을 감았다.
앞으로 한 걸음.
어째서일까? 바라 마지않던 그 한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살고 싶어?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새어 나오듯 떠오른 의문에 답할 수 없었다.
살고 싶다? 산다는 게 뭐지? 살아가는 것이 어떤 걸 말하는 거야?
사람은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만약 그 관계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그건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생각하기에 존재한다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실제로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면 유령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단순히 그 자리에 존재한다고 살아있다 할 수 있을까?
“나는······.”
세영은 죽었다. 그날, 가족들이 떠났던 그때······.
거센 돌풍이 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몸을 지탱해주던 난간에서 후웅! 하고 세영의 등을 강하게 떠밀었다.
세상에서 소리가 사라진다. 점점 시야가 흐릿해지며 묘한 부유감은 점차 매스꺼움으로 바뀌었다. 하늘의 별이 멀어짐에 지상의 별이 가까워졌다. 눈가에 맺힌 물기가 볼을 타고 비가 되어 달을 적셨다.
······살고 싶지 않아?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의문에 세영은 또다시 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굉음과 함께 세영의 몸이 튕겨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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