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운도 실력이다?(2)
“아싸! 1 눈금 4개 나왔어! 나는 여기다 베팅해야지~”
캡틴 코리아 님은 돈이 많이 얹어진 1번 카지노를 골랐다. 그 때 간디 비전 님이 끼어들었다.
“아, 그렇게 한번에 4개 주사위를 베팅하면 안 되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 몰라? 분산투자해야지 누가 처음부터 50%나 되는 주사위를 한 곳에 베팅하나.”
그러자 캡틴 코리아 님이 손가락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노노노, 난 여기에 걸겠어! 정치질하지 마시지, 간디? 이 게임에서 네 말은 절대 안 들을 거야.”
그 때 박살공주 님이 나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이 게임은 원래 시어머니질 하는 게임이에요. 안 그러면 게임의 묘미가 안 살아요.”
박살공주 님 말에 난 웃고 말았다. 시어머니질이라니, 표현이 꽤나 흥미로웠다.
그 때 운 게임은 싫다던 모임장님은 전의를 불태우며 말했다.
“아아, 그렇게는 못 놔두지! 특히 난 캡틴이 돈 버는 건 딱 질색이더라고. 나도 따라갈 거야! 두고 봐! 내가 내 돈은 못 벌어서 꼴찌해도 캡틴 너는 같이 못 벌게 한다. 오늘은 그게 내 목적이야, 암!”
그 모습이 아까 모습이랑 퍽 비교가 되어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싫다고 했던 게임이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 남을 배려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그러나 큰소리친 것에 비해 모임장님의 주사위는 매우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8개를 굴렸는데 같은 눈의 주사위가 2개씩 2쌍이 있고 나머지는 다 다를 수 있는 거지?
나도 운이 어지간히 없는 사람인데 모임장님은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오신 겁니까······
주사위를 다시 굴려도 그 모양이었다.
“아니, 나 따라오겠다는 분은 어디 갔나? 응? 오늘 운을 보여준다며?”
캡틴 코리아 님이 뻐기듯 얘기하자 모임장님은 살짝 분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안 되겠다. 그냥 가는 거야! 망하면 망하는 거지, 뭐! 가! 난 무조건 너 따라간다! 우선 이 두 개 주사위 1번 카지노에 걸어! 6개 중에 두 개 똑 같은 거 안 나오겠어?”
“안 나올 것 같은데? 내가 루크 너의 운을 아는데.”
나는 그만 쿡쿡 웃어버렸다.
둘이 티격태격하는 게 못내 재미있었다.
“난 그럼 그 동안 다른 카지노들 좀 먹어야겠네. 둘이 계속 좀 물어뜯어주시죠~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난 안전빵으로 갈라니까.”
박살공주 님은 그렇게 말하며 눈이 똑 같은 주사위 3개를 다른 카지노판에 베팅했다.
“아니, 그렇게는 안 되지!”
갑자기 티격태격되던 둘의 타깃이 박살공주 님으로 바뀌었다.
박살공주 님은 살짝 당황한 듯 외쳤다.
“어어, 뭐야? 다들 왜 이래?”
“남들이 이러는 동안 이익 보는 거 용서 못 하지. 어림도 없지!”
그 때 모임장 님과 캡틴 코리아 님이 동시에 위처럼 외치자 간디 비전 님까지 그 말에 동의했다.
“그렇지. 난 특히 박살이가 저럴 때 얄밉더라고!”
그러면서 간디 비전 님은 다음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난 나의 길을 가련다~ 얘들아, 박살이를 좀 부탁해.”
“아니, 이런 비겁한 자식이?”
캡틴 코리아 님이 화내듯 말하자 간디 비전 님이 어깨를 으쓱하며 반문했다.
“게임에서 비겁한 게 어디 있어? 내 마음이지.”
나는 그냥 마냥 즐거웠다.
넷이 티격되는 것도 재미있고 그 사이에 내가 끼어있다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어 웃으면서 주사위를 굴리자마자 갑자기 띠링하며 메시지가 떴다.
- ‘나는야 육잡이!’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업적의 효과로 운이 1 오릅니다.
오와··· 신기하네. 6 눈금 4개가 한꺼번에 나오다니.
나는 6 눈금 주사위 네 개를 어디에 베팅할까 한참을 망설였다.
“아아, 비다로까 님, 주사위 그렇게 베팅하는 거 아닙니다. 다시 굴리는 건 어때요?”
모임장님이 그렇게 말하자 박살공주 님이 눈을 휙 흘기며 말했다.
“자꾸 시어머니질할 거야?”
“시어머니질하는 게 아니라 진짜 나는 비다로까 님을 위해서 말한 거지.”
“한 명이라도 내 밑으로 두자 전략은 아니고?”
“나 그렇게 비열한 사람 아니다?”
둘의 티격태격하는 소리를 듣다가 나는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오 그렇다면 저는 1번 카지노에 걸게요! 캡틴 코리아 님이랑 주사위 수도 같으니까 재미있을 거 같은데요?”
그러자 캡틴 코리아 님이 다급하게 외쳤다.
“아니, 다른 카지노 먹을 수 있는 것도 많은데 왜 여길 굳이······”
“저번에 여기서 배운 게 있는데 게임은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남 약 올리려고 하는 거라던데요?”
내가 빙긋 웃으며 얘기하자 이런 메시지가 떴다.
- 말빨이 1 오릅니다.
캡틴 코리아 님은 열심히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비다로까 님, 진정하시고 제 얘기를 좀 들어보세요. 우리가 지금 이러면은 박살공주 님하고 간디만 이득을 잔뜩 보는 거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분산 투자를 해야한다 이 말이에요. 우리 둘이 힘을 합치는 건 어때요?”
난 쿡 웃었다.
당황한 듯 열심히 설득하는 캡틴 님의 모습도 아까 간디 님이 하던 똑같은 말로 날 설득하려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 때 모임장님이 살짝 엄숙한 척 하는 눈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비다로까 님, 이건 어때요? 우리 같이 캡틴을 죽이는 건? 우리가 손을 잡는 거죠!”
그런 모임장님의 태도가 재미있어서 난 다른 곳에 주사위를 베팅해 버리고 말았다.
어찌되었건 난 누구를 약올리든 약만 올리면 되는 거 아닌가?
모임장님은 살짝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누가 봐도 제가 꼴찌인데 꼭 그렇게까지......"
내가 살짝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사과했다.
"어, 죄송해요, 모임장님! 저는 그냥......"
그 때 캡틴 코리아 님이 끼어들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자식 지금 연기하는 거에요."
그런 그를 모임장님이 노려봤지만 장난끼가 그득해서 별로 무섭진 않았다.
그 때 띠링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떴다.
- 정치질이 1 오릅니다.
그런 식으로 게임은 4라운드가 진행되었고 모임장님은 끈질기게 캡틴 코리아 님을 따라다니며 나름 방해했다.
결국 게임은 간디 비전 님의 승리로 끝이 났다. 나는 어쩌다 보니 어영부영 끼어서 3등을 했다.
게임이 끝나고 다들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친 후 게임 컴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간디 비전 님은 콧대를 한껏 치켜들며 매우 장난스럽게 말했다.
“운도 실력이라고! 모임장, 똑똑히 봐두라구!”
모임장님은 장난스레 미간을 찌푸리며 살짝 볼멘 소리를 냈다.
“쳇 운도 실력이라는 말, 나는 절대 인정 못 해.”
운도 실력이라······ 왠지 웃픈 말이었다.
나는 같이 게임 컴포를 정리하면서 나도 모르게 물었다.
“진짜 운이란 건 뭘까요, 모임장님?”
그러자 모임장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는요 그래서 보드게임 좋아하거든요.”
“네?”
나는 나도 모르게 반문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뜻이지?
모임장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어가셨다.
“보드게임에서는 운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지지 않잖아요. 전략적으로 얼마든지 머리를 써서 이길 수 있는 게임들도 되게 많거든요. 너무 풀죽지 맙시다, 우리. 같이 운 요소 없고 취향에 맞는 전략게임 찾자구요. 그까짓 운, 실력으로 엎어버리자 이거에요!”
오늘 꼴찌는 모임장님이고 나는 풀죽은 적이 없는데······ 신경 많이 쓰셨구나.
하지만 여기서 난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운 요소 있는 게임이 싫다고 한 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살짝 싸해졌다. 아······ 이 눈치 없음이란! 아예 말을 말았어야지! 조금 전에 나를 완전 패고 싶다!!
난 얼른 이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 그래도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모임장님. 저는 화장실 좀 가볼게요!”
나는 화장실을 가서 몇 번이나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후회했지만 늦었다.
아휴··· 이런 게 하루이틀이냐. 다시 가서 사과드려야겠다.
그 때 시스템이 나를 약올리는 것처럼 이런 메시지를 내보냈다.
- 비다로까 님의 오늘 행동을 거울 삼아 눈치가 2 오릅니다.
뭐라고? 이 시스템 뭐야? 병주고 약주는 건가?
난 화를 내고 싶었지만 시스템 말이 너무 맞는 말이라 도무지 화나는 감정조차도 들지 않았다.
그냥 살짝 멍해졌을 뿐이었다. 아,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난 민망함을 무릅쓰고 다시 돌아가 모임장님께 사과를 드렸다.
모임장님은 괜찮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손을 휘휘 내저으셨다.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괜히 마음이 살짝 뭉클해졌다.
그리고 다음에 과연 5명이서 어떤 게임을 할 것인가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아지트로 들어왔다.
우리는 3명씩 나누어 전략게임을 하기로 합의를 봤다.
그 날 온 분은 ‘이구역의미친놈’이라는 처음 보는 분이었는데 그 날 가입하고 처음 와본다고 했다.
그 분도 보드게임을 많이 해본 분은 아니라고 하기에 모임장님과 간디 비전 님이 접대(?)게임한다고 데려갔고 나는 나머지 분들과 재미있게 게임을 즐겼다.
게임을 한창 하고 있을 때 지은이에게 톡이 왔다.
- 이 동네에 수제버거집 생겼는데 가볼래? 맛집탐방 고?
나는 당연히 오케이했다.
수제버거라니!!
난 패티의 육즙과 먹음직스러운 감자튀김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 작가의말
우리 동네에 정말 맛있는 수제버거집 있는데 가고 싶네요! 거기는 매번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제가 못 갈 것 같아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ㅁ;
추신 : 아 그리고 위에 소개한 게임, 안 해보신 분은 한번 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뉴비분들도 즐겁게 즐기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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