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목

회귀한 반란군1 네임드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글썽
작품등록일 :
2023.05.10 18:17
최근연재일 :
2023.06.11 20:32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166
추천수 :
16
글자수 :
161,881

작성
23.06.10 17:25
조회
21
추천
0
글자
10쪽

그에게 회귀는 저주였다(2)

DUMMY

세르게이가 회귀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독약을 마신 뒤였다.


“왕자님. 죽고 싶지 않으시다면 저에게 협조해야 할 겁니다. 그래야 해독제를 매번 받을 수 있어요.”


당연히 세르게이는 코웃음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를 토하고 죽어버렸다.

다시 눈을 뜬 세르게이의 앞에는 그가 사악한 미소를 띠며 병을 흔들었다.


“왕자님, 그러니까 협조하시라니까요.”

“흐이이익.”


세르게이는 죽기 직전 피를 토하던 그 고통이 떠올랐다.

그 자는 불경하게도 왕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협조만 하십시오. 고통스럽지는 않게 살려드리겠습니다.”


세르게이는 그의 지시에 따라 조금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지만 방에서 나오지 않는 왕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그 자의 요구는 어디까지나 금전적인 부분 뿐이었다.

그렇기에 세르게이가 들어주기 그리 어려운 부분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 자는 왜 회귀 때마다 세르게이를 이리도 괴롭히는 것인가.

회귀 때마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거의 똑같은 패턴의 사치스러운 생활 뿐이었다.


“왜 내게 이러는 것이냐. 너는 이런 게 지겹지도 않더냐?”

“제가 뭔가 큰 그림을 그릴 거면 왕자님 같은 분을 선택하지 않았죠. 그저 제 소박한 꿈에 가장 가까운 게 왕자님일 뿐이었습니다. 저 같이 작은 그릇에 어울리는 건 왕자님이죠. 회귀하셨다한들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매 삶마다 딱히 신체적인 고통은 없었다.

그러나 너무도 치욕스럽고, 힘들었다.


아무리 넓다한들 세르게이는 항상 방안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회귀는 세르게이에게 고통일 뿐이었다.


세르게이는 매번 하늘에 빌었다.


‘제발 회귀를 계획한 신께 기도합니다. 조금만 더 이른 시점으로 회귀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은 세르게이의 기도를 들어주었다.


“왕자님 약 드실 시간입니다.”


그 가증스러운 놈이 세르게이에게 약이랍시고 잔을 들이미는 그 순간으로 회귀한 것이다.

세르게이는 곧장 그가 내민 약을 집어던졌다.


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세르게이를 보았다.


“왕자님?”

“이 가증스러운 놈을 끌어내라!”


그렇게 이번 생은 그의 뜻대로 되는 것만 같았다.



* * *



“아, 그렇게 되셨군요.”


눈앞의 이 간악한 놈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런데 그 가증스러운 놈은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

“죽었다.”

“죽였습니까?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내가 죽이지 않았다. 그 놈을 심문하려는데 이미 죽어있었다.”


이미 죽어있었다는 말은 세르게이가 어떻게 손 써볼 틈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가 잡히면 언제든 죽일 준비가 된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세르게이의 회귀에 간섭한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하신 말씀을 잘 종합해서 보자면 ‘나는 회귀했지만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이거 아닙니까?”


세르게이가 라엘을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회귀 전의 삶은 이제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단지 회귀자가 여러 명이라는 점과 너무 눈에 띈 라엘의 행보 탓에 일시적으로 우위에 섰을 뿐.

세르게이는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못 되었다.


세르게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라몬이 왕이 되는 것보다는 내가 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라몬의 성정, 행동들을 보았을 때 라엘이 죽고 난 뒤에도 멀쩡히 나라를 운영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게 세르게이가 대안이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말이다.


“왕이 되고 싶으신 겁니까?”

“그렇다. 그대가 언제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라몬이 왕이 된 세상에 살아봤다면 알 것이다. 그 곳은 지옥이다.”

“당신이 왕이 되면 뭐가 달라집니까?”

“그렇다. 내가 그 지옥 같은 시간을 어떻게 버텼겠나. 나는 오로지 내가 왕이 되어 어떻게 이 나라를 바로 이끌지만 생각했다.”


망상으로 고통의 시간을 버텨냈다는 소리다.


“그리고 네놈이 거래라고 했지 않느냐. 나는 너에게 정보를 줬으니 너도 내게 무언가를 줘야한다.”

“그 정보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거지 않습니까.”


추가적으로 얻은 정보라고 해봐야 세르게이가 쓸모 없다는 것 정도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세르게이가 아무리 서자라고 하나 왕자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남아있다.



* * *



라엘이 나온 것은 일출이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라엘!”


사라와 팔만은 복면인을 제압한 채 라엘을 기다리고 있었다.


“풀어드려. 얘기는 잘 끝났으니까.”


사라와 팔만이 검을 거두자 복면인은 왕자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가면서 설명할게. 우선 들어가자.”


조금만 더 늦어지면 기숙사에 들어가는 게 복잡해질 수 있다.

라엘은 들어가며 세르게이가 왕이 되고 싶어서 라엘을 고용하려 했다고 얘기했다.


“굳이 너를 왜?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이제 겨우 2학년인데. 거기다가 아카데미에서 노골적으로 반 제국 성향인 학생인 너를?”


입학 면접 때의 일로 아카데미에 조금만 관심 있으면 라엘이 어떤 아이인지는 다 알 수 있다.

제국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게 어려운 분위기인데 그걸 해낸 것이다.

그것도 무려 귀족들의 반인 a반의 구성원이 말이다.


이 정도의 강성 반제국파인 라엘을 후원하든 수하로 두든 관계가 생긴다면 제국의 눈밖에 나는 것은 분명하다.

왕이 되려는 자라면 라엘을 가까이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라엘의 추천인인 라몬 또한 대외적으로는 라엘과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었다.


“서자거든. 오죽 잡을 줄이 없으면 나한테까지 그랬겠어.”

“아~ 서자.”


왕국 역사에서 서자가 왕이 된 경우는 한 손에 겨우 꼽았다.

그들이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왕에게 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자 출신에서 왕이 된 자들조차 서자에 대한 차별은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본인들의 정통성을 위해 서자들을 더 차별했다.


지금 왕에게 적자가 둘이나 되니 평소라면 서자인 세르게이에게 차례가 올 리가 없다.


“그래서 도와주기로 한 거야?”

“돕는 것도 상황 봐가면서 도와야지. 다짜고짜 협박질부터 하는데 어떻게 도와.”

“아, 그 복면인이 협박한 거? 야. 그런 일이 있으면 이 누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누나는 무슨. 그래도 너네가 도와준 덕분에 잘 해결됐으니까 됐지 뭐. 아무도 없네. 얼른 들어가자.”


그들은 조용히 기숙사에 들어갔다가 얼마 쉬지도 못하고 다시 교실로 가야 했다.

결국 잠 한숨 자지 못하고 교실에 들어온 그들은 책상에 기대 푹 퍼져버렸다.


“라엘. 아무리 생각해도 우린 이 일을 주말에 했어야 했던 것 같아.”


팔만이 책상에 축 쳐지며 말했다.


“나도 힘드네.”


드르륵


아침 조회 시간이 되어 교실 문이 열리고 담임이 들어왔다.


“다들 알다시피 다음 주에 새싹밟기 실습이 있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새싹밟기는 1년 전 라엘이 한나, 더글라스와 부딪혔던 그 실습이다.

1학년에게는 거점 점령 훈련이라고 가르치지만 2학년과 3학년에게는 새싹밟기라는 별칭이 더 흔히 사용됐다.


반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기대에 찬 눈빛이 되었다.

작년에 당했던 것 이상으로 갚아줄 생각에 들뜬 것이다.

특히 무과a반은 작년에 2학년도 꺾고, 3학년과도 대등한 승부를 했었다.

어쩌면 이번 새싹밟기는 2학년 무과a반의 독무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낸 것에 보답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올해는 새싹밟기 수업이 없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모르간의 질문에 담임은 고개를 저었다.


“별 문제는 없다. 다만 새로 온 프란츠 선생이 이 훈련의 효율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서 올해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담임은 유인물을 나누어주었다.


<대항전 개요>


“자세한 내용은 거기에 있다. 다만 이번에는 12개의 반이 각각 대결하는 게 아니라 크게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실습할 예정이다.”


거기다가 반별로 분류되는 게 아니라 개별 분류다.


“선생님. 이거 잘못된 거 아닌가요? 반별로 팀이 나뉘는 게 아니라 개인별로 나뉜다고 돼있는데요?”


라엘처럼 이 지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더 있었다.

만약 적으로 팔만과 사라를 만나게 된다면 누구나 다 끔찍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잘못 본 게 아니다. 오늘 중으로 어떻게 나뉘게 될 지 안내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 실습은 평소 손발 맞춰본 같은 반끼리 실전 훈련하는 건데 손발도 안 맞춰본 사람들이랑 같이하는 건 조금 문제 있지 않을까요.”

“그런 지적은 일견 타당한 면이 있다. 다만 실제 작전에서는 우리 부대가 아닌 다른 부대와 연합 작전을 수행해야하는 일도 흔하다. 우리 반도 절반씩 나뉘니까 완전 새롭지는 않을 거다.”


그의 말은 더 이상 변경이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더 이상의 질문을 해봐야 변할 것은 없었다.


“더 질문 없는 걸로 알겠다. 그리고 훈련이 끝나면 바로 세계 청소년 체육대회 대표 선발이 있을 예상이다. 자세한 것은 추후 공지하겠다. 이상.”


담임이 나가자마자 다들 수근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주요 주제는 라엘과 친구들이 어떻게 찢어질 것인가에 관해서였다.


잠시 후, 프란츠가 들어왔다.

그는 전날 있었던 푸닥거리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담임에게 들어서 다 알고 있겠지만 이번 1학기 전학년 단체훈련은 두 개 조로 나누어 진행한다.”


프란츠는 유인물을 나누어주었다.

유인물에는 명단이 나뉘어져 있었다.

약 360명이 A팀과 B팀으로 나뉘어진 명단이었다.


모두의 관심은 라엘과 팔만, 사라가 어느 조로 나뉘어져 있나였다.


A팀 : 사라, 팔만

B팀 : 라엘


“야, B팀 망한 것 같지 않냐?”

“아무리 라엘이라도 사라랑 팔만을 함께 상대하는 건 힘들 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반란군1 네임드가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무인과 책사(1) +1 23.06.11 15 1 11쪽
» 그에게 회귀는 저주였다(2) 23.06.10 22 0 10쪽
31 그에게 회귀는 저주였다(1) 23.06.06 23 0 10쪽
30 기적은 내게만 일어나지 않는다(3) 23.06.04 24 0 11쪽
29 기적은 내게만 일어나지 않는다(2) 23.06.03 22 1 10쪽
28 기적은 내게만 일어나지 않는다(1) 23.06.02 22 0 11쪽
27 붉은 종강파티(3) 23.05.31 28 0 10쪽
26 붉은 종강파티(2) 23.05.30 28 0 12쪽
25 붉은 종강파티(1) 23.05.29 30 0 12쪽
24 어린 사자와 어린 날개의 싸움(2) 23.05.28 30 0 10쪽
23 어린 사자와 어린 날개의 싸움(1) 23.05.27 36 0 10쪽
22 왕자와 감찰관(3) 23.05.26 43 0 10쪽
21 왕자와 감찰관(2) 23.05.25 41 2 12쪽
20 왕자와 감찰관 23.05.24 37 1 11쪽
19 감찰관이 잃어버린 왕국의 보물(3) 23.05.23 39 1 10쪽
18 감찰관이 잃어버린 왕국의 보물(2) 23.05.22 41 1 10쪽
17 감찰관이 잃어버린 왕국의 보물(1) 23.05.21 47 0 12쪽
16 새싹의 반격(3) 23.05.21 50 1 12쪽
15 새싹의 반격(2) 23.05.20 53 1 12쪽
14 새싹의 반격(1) 23.05.20 53 0 12쪽
13 새싹이라고 그저 곱게 밟힐쏘냐(3) 23.05.19 57 1 11쪽
12 새싹이라고 그저 곱게 밟힐쏘냐(2) 23.05.18 65 0 12쪽
11 새싹이라고 그저 곱게 밟힐쏘냐(1) 23.05.17 68 0 11쪽
10 왕족과 혁명군(3) 23.05.16 75 1 12쪽
9 왕족과 혁명군(2) 23.05.15 77 1 12쪽
8 왕족과 혁명군(1) 23.05.14 83 1 12쪽
7 제국인은 사과하라(3) 23.05.13 97 0 12쪽
6 제국인은 사과하라(2) 23.05.12 102 0 12쪽
5 제국인은 사과하라(1) 23.05.11 119 0 12쪽
4 반란군 붉은 사자의 배신자(3) +1 23.05.10 127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