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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반란군1 네임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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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썽
작품등록일 :
2023.05.10 18:17
최근연재일 :
2023.06.11 20:32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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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5
추천수 :
16
글자수 :
16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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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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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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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그에게 회귀는 저주였다(1)

DUMMY

며칠 뒤 라엘은 수업이 끝나고 나가려는 팔만과 사라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 있어?”


평소 라엘이 이렇게 따로 부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사라의 눈에는 기대감이, 팔만에게서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둘 다 오늘 밤에 시간 좀 비워줘.”

“사라도?”


팔만이 놀라 물었다.

보통 밤늦게 무언가를 해야한다면 붉은 사자의 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사라를 끌어들인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안전장치 같은 거랄까.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아니야.”


라엘은 붉은 사자의 일은 아니라고 돌려서 말해주었다.

팔만이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팔만의 기분과 관계없이 사라는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즐거워보였다.


“뭐가 됐든 난 좋아. 재밌을 거 같아.”

“검 챙겨야 되니까 적당한 긴장감은 유지해줘.”

“검? 진검?”


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사라의 얼굴에 긴장감이 자리 잡았다.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팔만을 보았다.


“너희 평소에도 뭔가 위험한 일 하는 거야?”

“빠지고 싶으면 지금 말해.”

“아니. 할 거야. 그래도 뭔지는 좀 알고···”

“뭔지 알고 하고 싶으면 빠지고.”

“야, 너는 부탁하면서 그런 것도 안 알려···”

“안 알려주고 해야 서로서로에게 좋은 경우도 있거든. 그치 팔만?”

“응.”


팔만마저 라엘의 말에 동조하자 사라가 혀를 찼다.


“아주 그냥 이럴 때면 환상의 콤비지? 알았어. 그냥 따라 갈게. 근데 엄청 위험하거나 그렇진 않지?”

“칼 들고 다니는데 안 위험하면 그게 좀 문제 있는 거 아닐까? 그리고 위험하니까 너 정도 되는 사람한테 부탁을 하는 거지. 그게 아니면 팔만만 데리고 갔을 거야.”

“알겠어. 그냥 갈게. 그래도 나중엔 꼭 말해줘야 돼!”

“그래. 기회 봐서 잘 마무리되면 알려 줄게. 우선 새벽 1시에 아카데미 서쪽 담벼락으로 와.”


팔만과 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정이 됐을 때쯤 라엘은 홀로 기숙사 옥상으로 올라왔다.

세르게이와 만난 날 이후 라엘은 밤마다 기숙사 옥상에 올랐다.


“오늘도 나타났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프란츠는 거의 매일 자정이 넘어서 본관에 몰래 들어갔다.

본관 대부분이 밤에는 불이 꺼져있기에 그가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굳이 아무도 없는 밤에 저러는 걸 보면 순수한 의도라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늘 그랬듯 프란츠는 1시가 조금 안 된 시각에 본관에서 조용히 나왔다.


“이제 등장해야지.”


라엘의 시선이 아무도 없는 아카데미 정문 쪽을 향했다.

그 때 프란츠가 갑자기 검을 뽑아들고 전방을 주시했다.


“누구냐.”


아주 먼 거리.

그래서 들리지 않아야 할 목소리인데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잠시 후 프란츠의 검이 가리키는 어둠 속에서 복면인이 나타났다.

세르게이의 수행인이었다.


“나이스 타이밍.”


라엘은 망원경을 이용해서 둘의 행동을 지켜봤다.

뭔가 말하는 중인 건 같은데 멀어서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가 복면인은 입이 가려졌고, 프란츠는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1분도 지나지 않아 갑자기 프란츠가 복면인에게 검을 휘둘렀다.

라엘은 그 모습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프란츠가 좀 더 강한가.”


라엘을 기준으로 보면 복면인도 아득할 정도로 강한 자였다.

그런데 프란츠는 그보다 딱 한 수 위다.

복면인을 손쉽게 제압하지는 못했지만 복면인의 옷 여기저기가 베이고 피가 흐르고 있다.


거기다가 상황도 프란츠의 편이다.


챙, 펑


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와 마나가 부딪혀 폭발하는 소리까지.

곧 있으면 분명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복면인이 더욱 불리해진다.

그래서인지 복면인의 검이 점점 둔해진다.

생각이 많아진다는 증거였다.


“이대로 쓰러져 주면 베스튼데.”


그렇다면 굳이 팔만이나 사라의 도움도 필요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이 라엘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복면인에게도 비장의 한 수가 있었던 것이다.


복면인은 프란츠의 검을 힘껏 튕겨내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곧장 품에서 연막탄을 꺼내 던지고 사라졌다.


먼 거리에서 둘의 움직임을 보는 라엘에게는 복면인의 도주가 보였지만 바로 앞에서 상대하는 프란츠는 그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라엘은 곧장 기숙사 옥상에서 뛰어내려 아카데미 담을 넘어섰다.


“라엘 왜 이렇게 늦었어. 안 오는 줄 알았잖아.”

“쉿!”


라엘은 다급히 사라의 입을 막았다.

팔만은 이런 상황이 익숙해서 일단 침묵을 유지하지만 사라는 그게 아니었다.


‘다음부터는 이런 것도 고려해야겠어.’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었지만 평범한 학생에게 이런 건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라엘은 수신호로 따라오라고 했다.

간단한 수신호는 수업시간에도 배우기 때문에 사라도 군말없이 라엘의 뒤를 따랐다.


30여 분을 달린 끝에 일행은 도시 외곽의 허름한 집 앞에 멈춰 섰다.

세르게이의 은신처였다.


“헉, 헉.”


그들의 도착에 맞춰 복면인이 나타났다.

그는 갑자기 눈앞에 서있는 라엘 일행을 보고는 다시 라엘을 응시했다.


“무슨 일이지? 배신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배신은 신뢰를 주고 받는 사이에 하는 거고. 이건 그 쪽이 일방적으로 저를 이용해먹으려는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시도죠.”

“설마 오늘 날 아카데미로 부른 것도···”


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네요. 그냥 잡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엘은 세르게이에게 프란츠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다며 그를 유도해냈다.

당연히 세르게이가 직접 오지는 않았고, 복면인을 보냈다.

야밤에 경계심이 극에 달해있는 프란츠라면 복면인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판단했고 실제로 이렇게 복면인은 부상을 입었다.


“팔만, 사라. 이 자를 제압해줘. 안에 들어오지는 말고. 이따가 끝나면 다 설명해줄게.”

“응.”


팔만과 사라 그리고 복면인을 뒤로 하고 라엘은 은신처 안으로 들어갔다.

은신처 안 세르게이가 숨어있는 방 문을 열자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라엘을 보았다.


“무슨 짓이지, 라엘?”


세르게이의 시선은 라엘보다는 그가 들고 있는 칼에 향해 있었다.

감히 왕자인 자신이 있는 곳에 들어오면서 칼날을 그에게 향하도록 들고 있다.

세르게이는 라엘을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충성 서약이라는 게 너무 불공정한 계약인 것 같아서 수정 좀 하려고요.”


라엘이 어깨에 칼을 걸치며 껄렁한 자세로 말하자 세르게이가 책상을 때렸다.


쾅!


“네놈 감히 충성 서약을 어기겠다는 거냐?”

“아, 그 종이 쪼가리?”


라엘은 자신의 몸을 툭툭치며 말했다.


“어떻게 하죠? 이렇게 불충한 말을 해도 아무런 효력이 없네?”

“네 이놈!”

“아이고, 귀 아파라.”

“네놈이 이 일을 어찌 감당하려고!”


라엘이 귀를 후비며 불충한 자세를 보이자 세르게이는 그저 부들부들 떠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아니, 누가 어떻게 한대요? 그냥 우리 좀 더 공평한 계약관계를 맺자는 거잖아요. 아, 그 호위 생각해서 시간 끌려는 거면 소용 없어요. 다 처리하고 왔으니까.”

“네놈이 어찌···! 어떻게 된 거냐. 어떻게 해서 서약서도, 내 호위도. 이런 상황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던 거지! 난 분명 지난 생에 너에게 접근한 적이 없으니 이런 대처를 할 수 있을 리도 없거늘.”

“평범한 사람은 인생 한 번 삽니다. 그러니까 매번 그 순간에 최선을 고민하게 되죠. 왕자님이 얼마나 회귀를 자주 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회귀 전 기억에 얽매이면 할 수 있는 일도 놓칠 겁니다. 이건 진지하게 충언을 드리는 거니까 새겨 들으세요.”


세르게이는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낙심했다.

지금 그가 라엘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바라는 게 뭐냐.”

“이제 말이 좀 통하시겠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팔만과 사라에게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보챌 수는 없다.

이런 자에게는 느긋한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회귀자가 얼마나 됩니까?”

“모른다.”

“예?”


자세나 기세는 협조적이다.

그런데 대답은 예상치 못한 내용이다.


“회귀 여러 번 하신 거 아닙니까? 저 말고도 파악한 사람은 있을 거 아닙니까.”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자존심이 강한 세르게이라면 분명 발끈해서 대답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오히려 세르게이는 기가 죽은 듯한 표정이다.


“나는 회귀를 했지만 모든 회귀가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매번 그와 만날 때면 생각한 것이지만 그는 회귀자치고 뭔가 정보가 부실했다.

충성서약서만 해도 라엘보다 긴 시간을 생존했다면 알고 있어야할 무력화에 대한 대응이 전혀 없었다.


“당신 설마 회귀자가 아닌 거 아닙니까? 회귀자가 따로 있다거나···”


어떤 회귀자가 그를 조정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가장 처음 들었다.

세르게이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회귀하고 정상적으로 활동한 건 이게 처음이다.”

“무슨 뜻입니까?”

“나는 회귀 때마다···”


세르게이는 무언가 끓어오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목소리까지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 자의 꼭두각시가 되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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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무인과 책사(1) +1 23.06.11 15 1 11쪽
32 그에게 회귀는 저주였다(2) 23.06.10 21 0 10쪽
» 그에게 회귀는 저주였다(1) 23.06.06 23 0 10쪽
30 기적은 내게만 일어나지 않는다(3) 23.06.04 24 0 11쪽
29 기적은 내게만 일어나지 않는다(2) 23.06.03 22 1 10쪽
28 기적은 내게만 일어나지 않는다(1) 23.06.02 22 0 11쪽
27 붉은 종강파티(3) 23.05.31 28 0 10쪽
26 붉은 종강파티(2) 23.05.30 28 0 12쪽
25 붉은 종강파티(1) 23.05.29 30 0 12쪽
24 어린 사자와 어린 날개의 싸움(2) 23.05.28 30 0 10쪽
23 어린 사자와 어린 날개의 싸움(1) 23.05.27 36 0 10쪽
22 왕자와 감찰관(3) 23.05.26 43 0 10쪽
21 왕자와 감찰관(2) 23.05.25 41 2 12쪽
20 왕자와 감찰관 23.05.24 37 1 11쪽
19 감찰관이 잃어버린 왕국의 보물(3) 23.05.23 39 1 10쪽
18 감찰관이 잃어버린 왕국의 보물(2) 23.05.22 41 1 10쪽
17 감찰관이 잃어버린 왕국의 보물(1) 23.05.21 47 0 12쪽
16 새싹의 반격(3) 23.05.21 50 1 12쪽
15 새싹의 반격(2) 23.05.20 53 1 12쪽
14 새싹의 반격(1) 23.05.20 53 0 12쪽
13 새싹이라고 그저 곱게 밟힐쏘냐(3) 23.05.19 57 1 11쪽
12 새싹이라고 그저 곱게 밟힐쏘냐(2) 23.05.18 65 0 12쪽
11 새싹이라고 그저 곱게 밟힐쏘냐(1) 23.05.17 68 0 11쪽
10 왕족과 혁명군(3) 23.05.16 75 1 12쪽
9 왕족과 혁명군(2) 23.05.15 77 1 12쪽
8 왕족과 혁명군(1) 23.05.14 83 1 12쪽
7 제국인은 사과하라(3) 23.05.13 97 0 12쪽
6 제국인은 사과하라(2) 23.05.12 102 0 12쪽
5 제국인은 사과하라(1) 23.05.11 119 0 12쪽
4 반란군 붉은 사자의 배신자(3) +1 23.05.10 1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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