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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반란군1 네임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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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썽
작품등록일 :
2023.05.10 18:17
최근연재일 :
2023.06.1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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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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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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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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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왕족과 혁명군(3)

DUMMY

라몬은 태연히 다리를 꼬고 앉아 말했다.


“너를 직접 보고 싶었다. 도대체 어떤 자이기에 아카데미에서 천지분간 못하고 행동하는 건지 말이다. 고국에 돌아오고 나니 그게 가장 궁금하더구나.”


라엘은 대답을 않고 그저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건방진 눈빛이로고. 그 눈알을 파버려야 하는 것인가.”


라몬이 언짢은 표정을 짓자 옆에서 기사가 그에게 속삭였다.

그는 기사의 말을 듣고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구나. 하긴 그간 제국에 있느라 대외적인 활동이 없었긴 하지. 허나 다음부터 그런 눈빛을 다시 보인다면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야.”


라엘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서 고개를 내리깔았다.

그리고 모르는척 물었다.


“누구신지 감히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자네는 정말 자네의 추천인이 누군지 모르는 건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면접과정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에서 그렇게 소란을 피우는 데도 넘어갈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라몬을 본 순간 라엘은 생각했다.

저 자구나, 저 자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라고.


“나는 라몬. 이 나라 유일한 적통의 왕자이자 장차 왕이 될 자다. 자네의 추천인이기도 하지.”


라엘은 즉시 고개를 쳐박았다.


“제가 감히 귀한 분을 못 알아뵙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괜찮네. 그래도 베리어스에게 꽤 잘 교육받은 모양이야. 아카데미에서 왕국에 대해 충성심을 보이는 말들을 많이 하는 바람에 내 입장이 몇 번 난처할 뻔 했어.”


그럼 잘랐어야지.

라엘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삼켰다.

대신 고개만 박고 있었다.


“그래도 자네 같은 사람이 있어 왕국의 미래가 밝은 것이라 생각하니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저 제국의 마수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지랄하고 자빠졌네.’


라몬이 제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라엘과 팔만에게 추천서를 써준 것도 물밑에서 붉은 사자를 돕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본인이 왕이 되고 난 후 영향력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황제 암살 계획에 자기 동생의 죽음이 이용될 것을 알고도 묵인했었다.

그러다 작전이 실패하고 제국의 분노가 예상보다 크자 바로 붉은 사자를 쳐내버렸다.


“왕자님께서 장차 보위에 오르셔서 이 나라를 빛내기 위해서 이 미천한 놈이 작은 보탬이나마 될 수 있다면 영광일 뿐입니다.”

“하하하. 그래도 생각보다 경우가 있는 아이구나. 나는 네놈을 어찌 교육해야 하는가 잠시 고민했었다.”


여기서 막나가면 진짜 죽일 것 아닌가.

라몬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자였다.

제국이 아니면 저 자의 제멋대로인 기분을 통제할 자가 없다.


“그나저나 내 동생은 만나보았는가? 그 아이도 이번에 필딘 아카데미에 입학하였다던데.”


옆에 서 있던 기사가 라몬에게 속삭였다.


“아, 그 일 때문에 아버지께서 부르셨다고? 허허.”


라몬의 표정이 좋지 않다.

공주의 일인 것 같은데.

이 무렵 공주가 왕실로 복귀해야만 했던 그 일이라.


라엘은 무슨 일인지 생각났다.

이 무렵 공주의 혼처가 결정되었다.

내년 세계 청소년 체육대회 대표단으로 제국에 갈 때 정식 약혼식이 예정되어 있을 것이다.

그 약혼식은 어차피 곧 취소되겠지만.


“내 동생이 곧 혼처가 결정된다고 하는구나.”

“예.”


그는 의자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물었다.


“헌데 상대가 백작가의 자식이라 하는구나. 아무리 제국이라 하나 고작 백작가의 자식과 그 아이가 혼인할 예정이라 하니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찌 하면 좋겠느냐?”


라몬이 바라는 상황은 두 가지다.


1. 온전하게 왕국의 권력을 모두 쥐는 것.

2. 그게 안 된다면 제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자신이 이용할 수 있을 것.


물론 공주와 결혼하게 될 백작가도 제국에서 꽤나 힘있는 가문이지만 라몬의 마음에는 썩 내키지 않는 것이다.

그 가문은 권력가도 아니고 그저 제국에 꽤 큰 의료시설을 보유한 가문일 뿐이다.

제국의 유력 가문이 자신의 편이 되길 바라는 라몬에게는 그다지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가만···’


라엘은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어차피 취소될 혼인이지만 여러 가지 이용할 만한 부분이 있다.


“그 혼사를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뭐라?”


라몬이 몸을 움찔하며 일으키려다 다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여기서 라몬의 환심을 사둔다면 라엘에게는 장차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


“제가 곧 명분을 만들어서 그 가문에서 취소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정말 방법이 있는 건가?”


라몬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고작 애송이에 불과한 라엘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 것이다.


“예. 감히 왕자님께 말씀드리기엔 실로 비루하고 천박한 방법이라 차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왕국과 공주님께 폐가 될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제 목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네놈의 목에는 그 말에 신뢰를 담보할 가치가 없다. 만약 맹세하겠다면 베리어스의 목을 걸어라.”


라엘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앞으로 제국과의 싸움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 자가 왕이 되는 것만은 반드시 막으리라.


“감히 목을 걸 자격은 되지 않습니다만 제가 왕자님께 바칠 수 있는 모든 걸 바치겠습니다.”


라몬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번 믿어보겠다. 내가 어려서부터 워낙 그 아이를 아꼈다. 최근까지 내가 오랜 시간 제국에서 생활해 보니 저 간악한 제국의 인사들은 믿을 게 못 돼.”


라몬은 제국에서 은근한 무시를 받은 것을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있다.

그러나 그 이유 때문에 공주를 보낼 수 없는 게 아님을 라엘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라엘은 군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충심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좋아. 이만 가보게.”


라몬이 손을 휘젓자 처음 라엘을 데려온 자들이 그에게 두건을 건넸다.

라엘은 두말없이 그들이 내민 두건을 뒤집어 썼다.

그리고 돌아갈 때도 올 때와 마찬가지로 시야를 가린 후에 기숙사로 돌아왔다.


“이제 왔군.”


기숙사 방에 들어오자마자 허크가 그를 맞이했다.


라엘은 이전에 허크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그 당시 대화를 떠올려 보면 허크가 라몬과 어느 정도의 소통창구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디 갔다 온지 알고 계시나 보네요. 그럼 미리 언질이라도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제가 왕자님 기사들에게 칼부림이라도 하면 어쩔 뻔 했어요.”

“똑똑한 아이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 다음부터 이런 일이 생기면 미리 말해주마.”


형식상 하는 말인 게 분명하다.

라엘도 그걸 알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나저나 마일에 대한 보고가 너무 드문드문 올라오더구나.”

“매번 특이사항 없다고 올리기도 민망해서요. 앞으로는 특이사항 없어도 꼬박 올리도록 할게요.”

“다음주에는 공주님께서 아카데미에 복귀하신다. 특별히 더 주의하도록.”

“아, 네.”


최근 관찰한 결과 마일이 제법 제멋대로인 면이 있지만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있다.

그것이 공주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든 본인의 신념을 위해서든 관계없다.

라엘에게는 그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라엘은 허크의 말을 대강 흘리고는 말했다.


“저도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뭐지?”

“제국에 쥐를 조금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쥐를 푼다는 것은 제국 내에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는 붉은 사자의 은어다.


“쥐? 갑자기 뭐지? 왕자님께서 무슨 말씀이라도 하신 거냐?”

“예. 공주님의 혼사를 취소시키길 바랐습니다.”


허크는 잠시 고민했다.


“그 정도 가치가 없는 것 같은데.”


붉은 사자의 입장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다.

공주의 혼사를 언제까지고 취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두 번은 막을 수 있더라도 겨우 그게 다다.

오히려 불필요한 일에 힘을 쓰다가 조직의 일부가 발각될 위험도 있다.


“우리는 왕자의 사조직이 아니다. 우리가 충성하는 대상은 왕국일 뿐 왕자와는 어디까지나 협력관계이다. 그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면 그런 무의미한 작전은 시행할 수 없어.”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왕자와 무슨 거래를 한 게냐?”

“조금 전 왕자에게 충성하는 게 아니라고 했지 않습니까? 그리고 왕자가 거래를 할 거였다면 제가 아니라 허크 아저씨한테 직접 얘기했겠죠.”

“그럼 뭔가?”

“그 가문이 병원을 운영 중인 것은 알고 계십니까?”

“그런가?”


현재 공주의 혼사가 결정된 가문은 지금으로부터 3년 뒤 붉은 사자의 표적이 된다.

붉은 사자가 간절히 찾으려는 사람, 로렌츠 공작이 그 가문에서 생체 실험을 당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작전 과정에서 로렌츠 공작은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지경이어서 그 자리에서 직접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라엘이 직접 참여한 작전은 아니었지만 참여자들에게 들은 바로는 가히 끔찍했다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제국의 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그 가문이 운영하는 병원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국 병원에 문제가 있어봐야 얼마나 큰 문제라고. 거기다가 나름 왕국에 혼인처로 결정된 집이다.”

“병원에서 금지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합니다.”


그제야 허크가 라엘의 말에 관심을 가졌다.


“근거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실험대상에 왕국에서 납치된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왕국민을 납치해서 실험을 한다고?”


제국과의 전쟁 과정에서, 항복 이후 왕국에 다수의 실종자가 발생하는 것도, 일부 실종자의 흔적이 국경에서 있는 것까지는 붉은 사자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들이 그저 왕국 생활이 힘들어서 도피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실제로 공식 루트를 이용해서 다른 나라로 넘어가거나 아예 국적 변경을 하는 자들도 많았다.


이걸 조직적인 납치라는 걸 알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2년 뒤인 것이다.

납치에 대해서 조사하다보니 지금 공주의 혼사가 오가는 가문이 뒤에 있음을 알아냈고, 더 파다보니 로렌츠 공작도 그 곳으로 납치된 것을 알게 되었다.


쾅!


허크는 라엘의 책상을 주먹으로 쳤다.

그는 분노를 억지로 누르며 라엘에게 물었다.


“정보의 출처는 마일인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정보입니다.”


허크의 눈이 가늘어졌다.

단순히 공주의 혼인을 깽판치는 게 아니라 금지된 실험으로 들어가면 위험부담도 커진다.

그런데 출처도 모르고 들이대라고 라엘이 요구하는 것이다.


라엘 입장에서는 어설프게 마일을 팔았다가는 거짓이란 걸 쉽게 들킬 수 있기에 말할 수 없었다.

마일의 위치에서는 그만한 소식을 접하기 쉽지도 않고 라엘에게 나불거릴 정도의 신뢰가 쌓이지도 않았다.

그러니 정보의 출처를 둘러댈 수조차 없었다.


“왜 말할 수 없는 거지?”

“출처와의 신뢰를 위해서입니다. 이만한 기밀을 알려준 상대인데 여기서 출처를 밝혀서 일을 그르칠 가능성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허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라엘이 붉은 사자에서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에 그나마 설득이 가능했던 측면도 있었다.


“이 정보를 알게 됐다면 분명 조직에서 움직였을 것입니다. 어차피 움직일 일이었다면 왕자에게 확실한 빚을 만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작전을 시행하는 것 이상의 이득이 있어야 될 것이다.”

“있을 것입니다. 확실히.”


왕국의 역사적 명장이자 제국 항쟁의 최선봉이었던 로렌츠 공작을 3년 일찍 발견한다면 그를 살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것만으로도 붉은 사자의 목표 중 가장 큰 것을 달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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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그에게 회귀는 저주였다(2) 23.06.10 21 0 10쪽
31 그에게 회귀는 저주였다(1) 23.06.06 22 0 10쪽
30 기적은 내게만 일어나지 않는다(3) 23.06.04 24 0 11쪽
29 기적은 내게만 일어나지 않는다(2) 23.06.03 22 1 10쪽
28 기적은 내게만 일어나지 않는다(1) 23.06.02 22 0 11쪽
27 붉은 종강파티(3) 23.05.31 28 0 10쪽
26 붉은 종강파티(2) 23.05.30 28 0 12쪽
25 붉은 종강파티(1) 23.05.29 30 0 12쪽
24 어린 사자와 어린 날개의 싸움(2) 23.05.28 30 0 10쪽
23 어린 사자와 어린 날개의 싸움(1) 23.05.27 36 0 10쪽
22 왕자와 감찰관(3) 23.05.26 43 0 10쪽
21 왕자와 감찰관(2) 23.05.25 41 2 12쪽
20 왕자와 감찰관 23.05.24 37 1 11쪽
19 감찰관이 잃어버린 왕국의 보물(3) 23.05.23 39 1 10쪽
18 감찰관이 잃어버린 왕국의 보물(2) 23.05.22 41 1 10쪽
17 감찰관이 잃어버린 왕국의 보물(1) 23.05.21 47 0 12쪽
16 새싹의 반격(3) 23.05.21 50 1 12쪽
15 새싹의 반격(2) 23.05.20 53 1 12쪽
14 새싹의 반격(1) 23.05.20 53 0 12쪽
13 새싹이라고 그저 곱게 밟힐쏘냐(3) 23.05.19 57 1 11쪽
12 새싹이라고 그저 곱게 밟힐쏘냐(2) 23.05.18 64 0 12쪽
11 새싹이라고 그저 곱게 밟힐쏘냐(1) 23.05.17 68 0 11쪽
» 왕족과 혁명군(3) 23.05.16 75 1 12쪽
9 왕족과 혁명군(2) 23.05.15 77 1 12쪽
8 왕족과 혁명군(1) 23.05.14 83 1 12쪽
7 제국인은 사과하라(3) 23.05.13 97 0 12쪽
6 제국인은 사과하라(2) 23.05.12 102 0 12쪽
5 제국인은 사과하라(1) 23.05.11 119 0 12쪽
4 반란군 붉은 사자의 배신자(3) +1 23.05.10 1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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