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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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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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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903

작성
22.06.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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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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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장. 우주 정거장에서(7)

DUMMY

회의실은 잠시 동안 깊은 침묵에 빠졌다. 모든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내가 입을 뗐다.


“그런데 에어록을 연 것을 보면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잖습니까?”


“그래요. 그들은 죽은 자들이지만 살았을 때의 뭔가를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바로 문을 열지 못하고 시간이 걸린 걸 보면 그 기억은 희미한 자취에 불과한 것 같아요.”


“그럼 죽은 자들은 무엇 때문에 기지 안으로 들어와 과거의 동료들을 죽이는 건가요?”


클라크의 이어지는 질문에 켐젠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나도 그게 정말 궁금해요. 아무도 그것을 몰라요. 아까 봤듯이 대화 시도 같은 건 소용없어요. 그들은 그냥 덤비고 파괴합니다.”


김철수가 정지한 화면을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기지로 복귀해야 한다는 무의식의 작용일 수도 있지만, 사냥과 파괴라는 인간 본성에 충실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죠. 죽어도 사라지지 않고 마음의 밑바닥 남아 있는 것 말입니다.”


클라크가 화를 참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그런 건 다음에 생각합시다. 일단 우리가 할 일이나 명확히 합시다. 우리에게 원하게 뭐요? 저 괴물 좀비들로 부터 월리엄 기지를 보호하는 것? 아니면 추적해 저들을 처리하는 것? 뭘 하라는 겁니까?”


괴물 좀비라는 단어가 기분을 건드렸는지 켐젠이 얼굴을 찌푸리며 클라크를 노려보았다.


“저들은 영화에 나오는 물어뜯는 좀비가 아니오. 에어록의 비밀번호를 아는 걸 보면 인간이라는 자기 인식이 남아 있어요. 만약 그런 인식이 조금이라 있다면 저들은 아직도 우리 동료요. 내 부하란 말입니다.”


“하지만 산 사람들을 죽이고 있지 않아요? 나도, 박사 당신도, 위험하기란 마찬가지에요.”


클라크가 반박하자 김철수가 손을 들어 말리며 침착하게 말했다.


“보안 요원이 할 일은 둘 모두 입니다. 기지를 지키는 것과 저들을 찾아내 더 이상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켐젠이 다시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실 저들이 나타난 건 월리엄 기지만이 아니에요. 포스트 B와 아서 기지의 감시 카메라에도 잡혔어요. 아서 기지는 바이러스 때문에 폐쇄되었고 포스트B는 무인 기지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저것들이 사방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건 확실해요.”


김철수가 켐젠에게 얼굴을 돌려 말했다.


“다른 기지에 각별한 주의 명령을 내려야겠군요.”


“모든 기지의 야외 활동을 금지 시켰어요. 에어록도 안에서 열어줘야 하는 수동방식으로 바꾸었고요.”


클라크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런데 저 괴물들은 어디로 간 겁니까? 아무리 죽은 자가 살아나 좀비가 되었다고 해도 집이라 기지나, 그런 게 있을 것 아닙니까?”


켐젠이 여전히 침울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서 기지 근처의 리네아 분출공에 설치한 관측기에 잡힌 걸로 판단하자면, 그들은 유로파의 바다 속을 들락거리는 것 같습니다.”


클라크가 놀라 되물었다.


“바다로 들어갔다고요?”


“예. 바다요. 바다 속에 그들의 거주지가 있는 것 같아요. 조사해 본 걸로는 좀비가 되어버린 저것들이 나타났을 때는 모두 미진이 발생했고, 리네아의 분출공이 열렸을 때에요.”


클라크가 얼굴을 찌푸렸다. 수심 10km는 발목 깊이라 할 유로파의 바다로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클라크가 걱정과 흥분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이 얼음 밑의 바다로 들어가는 말은 아니겠죠?”


켐젠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지금으로는 뭐라 할 말이 없군요. 하지만 바다 밑을 수색할 필요가 생긴다면···”


완벽한 어둠의 얼음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은 켐젠도 차마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클라크가 단호하고 강하게 잘랐다.


“우린 저 좀비들을 따라 바다 속까지는 가지 않을 거요.”


김철수가 끼어들었다.


“당신 같은 보안대원들은 기지의 연구원들처럼 당하진 않을 겁니다. 월리암 기지에서 당한 대원들은 전부 비무장의 과학자와 엔지니어였어요. 이 유로파에는 무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훈련받고 무기도 있잖아요?”


“무기는 무슨 무기. 당신들이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은 탓에 우리가 가진 건 개인화기 외에 기관총과 수류탄이 다요. 이미 죽은 인간들을 상대할 무기는 없단 말이요.”


흥분한 클라크에 김철수는 차분하게 반박했다.


“우리도 저들이 총에 맞으면 죽을지 아닌지 몰라요. 약점을 모른단 말입니다. 그러니 다같이 힘을 모아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어요.”


김철수는 다시 다짐받듯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계약서에 분명 그 내용이 다 들어가 있어요. 설마 법적으로 신디케이트와 상대할 생각은 아니겠죠? 정보를 주지 않았다느니 계약이 틀렸다느니 하는 얘기는 다시 하지 말아요. 어떻게 시작 되었던 우린 이제 한 배를 탄 거요.”


클라크는 얼굴이 붉어지며 화를 터뜨리려하다 김철수의 단호한 얼굴을 보자 이를 물고 참았다. 회의실에는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지구의 신디케이트 본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죽은 대원의 가족들은요?”


김철수가 나를 보며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공식적으로 희생자들은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한 걸로 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건 우주 정거장의 비극처럼 어느 정도 사실이고요.”


그렇다. 아무리 이상한 죽음이라도 바이러스 때문이라면 누구나 수긍하고 모두에게 통한다. 모든 종류의 바이러스와 모든 종류의 질병이 흥겨운 잔치를 벌이고 있는 지금의 지구에서는, 바이러스야 말로 세상 모든 죽음의 의심없는 이유가 된다. 마음을 잡은 듯 클라크가 물었다.


“좋아요. 하지만 이 일이 끝난 뒤 별도의 보너스는 생각하고 있어야 할 거요. 그럼 어디부터 뒤져 저것들을 잡을 지 얘기해 봅시다.”


김철수가 현실을 재삼 상기한 듯 우울하게 말했다.


“유벤타 공장이 걱정이에요. 그곳은 주위가 온통 분출공이라 언제든지 저 좀비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어요. 거기가 당한다면···”


그럼 우르에서 유벤타 채취가 불가능해진다. 지구인의 대부분이 팽팽한 젊음과 활력을 잃고 순식간에 노쇠의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의미다. 클라크도 그걸 모를 리 없다.


“좋습니다. 그럼 거기부터 인원을 배치하죠.”


클라크가 동의하기 무섭게 켐젠이 말했다.


“실종된 대원들의 수색도 병행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클라크가 바로 반발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린 이 빌어먹을 얼음 세상을 돌아다니다 바다 밑까지 들어갈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그건 인원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이요. 그러니 중요한 곳을 먼저 지키고 월리엄 기지처럼 그 좀비들이 공격해 왔을 경우 그것들을 잡아 정보를 얻는 게 효율적이에요.”


김철수도 클라크의 말에 동의했다.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당장은 유벤타 공장을 보호하는 데 집중해야 되요. 유벤타 공장은 카티냐 기지로 가는 입구이기도 해서 반드시 우리가 지켜야하는 곳이잖습니까?”


켐젠은 더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클라크가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유벤타 공장은 그렇다고 해도 지금 있는 제임스 기지는 왜 공격받지 않았죠?”


김철수가 잠시 생각하다 침착하게 대답했다.


“제임스 기지가 리네아와 떨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분출공과 거리가 머니까 저 좀비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어요.”


클라크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제임스 기지에는 소수의 보안요원만 남겨놓죠. 다른 기지는요?”


켐젠이 신중하게 말했다.


“유벤타 공장 외에는 아서 기지가 중요해요. 그곳은 유로파의 반대쪽과의 거의 중간 지점이라 유벤타 공장과 제임스 기지간의 통신과 이동에서 중요한 기지가 되죠. 하지만 아서 기지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대원은 모두 사망해서···.”


김철수가 말을 받았다.


“그 외는 무인 기지거나 과학 관찰 기지라 중요도는 떨어지죠. 그런 기지에서 근무하던 연구원들은 인원도 소수라 대부분 철수 시켰어요.”


클라크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결심하자 회의는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클라크의 제안에 따라 조를 세 개조로 나누고 분산시키기로 했다. 켐젠은 제임스 기지에 있고, 김철수는 클라크와 보안요원 대부분과 함께 유벤타 공장으로 가 그곳을 관리하기로 큰 그림이 짜여졌다. 나도 물론 김철수와 동행해야 했다. 나는 유벤타 공장 근처의 분출공을 돌아보며 우르가 왜 광파 발생기에 반응하지 않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조용히 있던 미찌코가 불쑥 입을 열었다.


“나도 유벤타 공장에 갈 거예요.”


김철수가 놀란 눈으로 바로 반대했다.


“가와무라 박사는 제임스 기지에 남아 지구와 소통하며 우릴 지원하는 게 좋겠습니다.”


미찌코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나도 유벤타 공장에 갑니다. 그곳에서 이런 일 벌어진 여러 이유를 조사할 겁니다.”


켐젠은 얼굴이 굳어지고 김철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신디케이트에서 미찌코의 권한이 원래 대단한지, 아니면 어떤 특명과 특권을 받았기에 권위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더 이상 미찌코의 의견에 반대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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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22.06.15 22:05
    No. 1

    내용이 반복된 부분이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행성케이투
    작성일
    22.06.15 23:37
    No. 2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글자 수가 미달이라 마지막 부분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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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3) +2 22.06.17 789 42 11쪽
27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2) +1 22.06.16 819 40 11쪽
26 4장. 유벤타 공장을 향하여(1) +1 22.06.16 840 37 10쪽
25 3장. 우주 정거장에서(9) +1 22.06.16 821 35 10쪽
24 3장. 우주 정거장에서(8) +2 22.06.16 842 38 10쪽
» 3장. 우주 정거장에서(7) +2 22.06.15 853 40 10쪽
22 3장. 우주 정거장에서(6) +2 22.06.15 840 43 10쪽
21 3장. 우주 정거장에서(5) +2 22.06.15 872 41 11쪽
20 3장. 우주 정거장에서(4) +1 22.06.15 878 46 13쪽
19 3장. 우주 정거장에서(3) +1 22.06.14 898 42 13쪽
18 3장. 우주 정거장에서(2) +2 22.06.14 905 39 9쪽
17 3장. 우주 정거장에서(1) 22.06.14 947 39 10쪽
16 2장. 회상: 우르 사냥(11) +2 22.06.14 903 43 10쪽
15 2장. 회상: 우르 사냥(10) +2 22.06.13 927 41 10쪽
14 2장. 회상: 우르 사냥(9) 22.06.13 966 42 9쪽
13 2장. 회상: 우르 사냥(8) +1 22.06.13 986 46 10쪽
12 2장. 회상: 우르 사냥(7) +2 22.06.12 1,005 45 10쪽
11 2장. 회상: 우르 사냥(6) 22.06.12 1,053 46 11쪽
10 2장. 회상: 우르 사냥(5) +2 22.06.12 1,085 47 10쪽
9 2장. 회상: 우르 사냥(4) +2 22.06.11 1,130 46 10쪽
8 2장. 회상: 우르 사냥(3) 22.06.11 1,198 51 10쪽
7 2장. 회상: 우르 사냥(2) +2 22.06.11 1,377 51 14쪽
6 2장. 회상: 우르 사냥(1) +3 22.06.11 1,528 48 9쪽
5 1장. 다시 유로파에(5) +2 22.06.11 1,605 58 10쪽
4 1장. 다시 유로파에(4) +1 22.06.10 1,684 63 10쪽
3 1장. 다시 유로파에(3) +3 22.06.10 1,818 61 10쪽
2 1장. 다시 유로파에(2) +4 22.06.10 2,081 7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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