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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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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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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위충현편

DUMMY

흑의 인이 붉은 장삼의 옆으로 걸어왔다. 달빛이 희미해졌다. 검은 장막을 친 듯 음침한 어둠이 밀려왔다. 절벽의 아래, 동굴에서부터 올라오는 박쥐 떼들이 달빛을 가리며 흑의인의 주변을 맴돌았다, 삐죽삐죽한 날개를 퍼덕이며, 찍찍거리는 괴성을 질렀다. 빨간 눈알이 괴기스럽게 반짝였다. 몇 마리는 흑의인의 어깨와 팔에 앉았다. 오른 쪽 어깨에 앉은 한 마리는 덩치가 다른 박쥐의 세 배 이상이고. 자주 빛 이 도는 날개에 눈이 노랬다. 그리고 눈알이 옆으로 가늘게 펴졌다가 다시 동그래지며 류사를 노려보았다. 붉은 장삼은 정중하게 대답했다.


“ 나는 손 요삼이라 합니다. 절정산장의 이 장주라면 아시겠습니까?”


뜻밖의 대답에 류사는 당혹스러워졌다. 삼 장주인 매서명과의 다툼에 이 장주가 보복하려고 나설 정도의 원한은 없었다. 설혹 매서명이 앙심을 품었다 하더라도 그 자신의 힘만으로, 충분히 보복 가능한 실력을 삼장주로서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윗사람인 이 장주로서 절정산장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나선다 하더라도, 깊은 밤중에 아랫사람을 시켜 굳이 불러내야할 절박한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손 요삼의 의도를 알지 못해, 류 사는 잔뜩 긴장했다. 상대를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불리하고 또 그만큼 조심스러웠다. 손 요삼은 류 사의 긴장을 늦추려는 듯 부드러운 손짓으로 자신의 맞은편에 있는 평평한 돌을 가리켰다. 미리 준비되어 있었는지 자신의 앞에도 걸터 앉을만한 돌이 있었다.


“ 갑작스러운 일이라 놀라시긴 하겠으나, 오랜 시간은 아니 걸릴 터이니 잠시 앉도록 하십시오.”


자리를 권하며 자신이 먼저 돌 위에 주저 없이 앉았다. 그의 뒤를 흑의 인이 시립했다. 굳이 지나친 경계심을 보일 필요가 없어 류 사도 맞은 편 돌 위에 걸터앉았다. 마른 나뭇가지의 불꽃이 세차게 피어올라 뜨거운 기운이 찬 공기를 덥혔다.


“ 늦은 밤에 이렇게 뵙기를 청한 것은 남의 이목을 조심하고자 함이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류 대협의 사부인 현기자를 잘 압니다.”


손 요삼이 얼굴을 가린 복면을 두 손으로 천천히 벗겨 내며 수작을 걸었다. 희다 못해 핏줄이 보이는 투명한 피부와 피 빛같이 빨간 입술이 나타났다. 눈은 가늘고 눈 꼬리가 길게 위로 휘었다. 눈동자는 자색이 도는 갈 색이었다. 깊숙이 사람을 들여다보았다.


나이를 짐작 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마치 경극 배우가 분장한 듯 했다. 류사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자, 손 요삼이 입술의 양 끝을 위로 올리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웃음이라기보다 연기로 느껴졌다. 손 요삼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두터운 남성의 음성에 여성의 고음이 있어 거친 듯 매끄러웠다.


“ 류 대협! 실례인줄 알지만 바로 묻겠습니다. 류 대협은 지금 동림당을 돕고자 한다는데, 그것이 현기자 어른의 뜻이라 생각하십니까?”


돌연한 질문에 류 사는 당황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손 요삼이 냉소했다.


“ 현기자 그 분은 송나라 주희의 성리학에 사로잡힌 동림의 유학자들을 싫어하였습니다. 그들은 위태감이 정권을 잡기 전 백성들에게 무거운 조세와 노역을 강요하던 자들이었습니다. 하늘의 이치를 스스로 정하여 이를 반대하면 사문난적이라 하여 유배를 보내거나 처형하였습니다. 이들의 전횡시대에도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고단하였습니다. 크게 보아 지금 위 태감의 전횡이나 다를 게 무엇이겠습니까? ”


손 요삼의 세상에 대한 논조는 정연했다. 그는 류 사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숲에 둘러싸여 좁은 하늘을 가렸던 박쥐들이 하나 둘씩 날아가고 겨울의 차가운 별빛이 내려왔다.


“ 그래서 생전에 현기자는 귀곡의 도를 찾고자 했던 것입니다. 사람의 높고 낮음을 나누고, 천지의 도를 인간에게 강제하는 유가의 편협함을 미워하여, 천지에 앞서 사람이 있음을 가르치는 귀곡의 학을 따르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천지지간에 대한 깨우침도 없이, 사리사욕에만 혈안이 된 위태감과 동창의 무리들이 백성들에게 끼치는 해악이 너무 크므로, 그들을 먼저 처단하려 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뜻을 이을 사람은 동림당의 일에 간여하길 바라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류 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완전히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몸짓은 아니었다. 손요삼은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했다.


“ 나는 동림당과 위 태감 둘 다 백성들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정하게 백성들을 구할 협의지사와 대의를 품은 사람들로 천하와 무림을 구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현기자와 제가 수차례 만나고, 생각을 같이한 결론입니다. 그래서 나는 류 대협에게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나기를 청한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나와 나의 사람들과 같이하는 것이?”


류사는 아무 말 없이 한참 불빛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왼 손으로 바닥에 깔린 마른 나무 잎사귀를 주워 만지작거렸다. 바짝 마른 잎이 손아귀에서 바수어져 바람에 날려갔다.


“ 손 이장주! 이렇게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여 부르니 실례가 되었다면 용서하시기 바라오!”


그러면서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 손 요삼이 반례했다.


“ 나는 스승의 뜻을 정확히는 모르오. 모른다는 이 말이 나의 진실이오이다. 스승은 나에게 무를 가르쳤소. 그리고 스승이 가르치는 것이 귀곡의 도라고 하였소이다. 귀곡의 도는 천지와 같이 하며, 한없는 천지의 흐름이라고 배웠소. 그것은 무이자 곧 도였소!”


류사는 마른 침을 삼켰다. 손 요삼이 뜻하는 그런 큰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힘을 가졌거나 힘을 가지려고 하는 자들은 늘 번거로운 말들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런 말들로 백성들을 현혹시키고, 어지럽혀서 백성들의 살과 피를 빼앗는 것이다. 손 요삼과 동림당과 위 충현만 그러하겠는가? 천지의 흐름보다 말이 어찌 앞 설 수 있으랴? 천지에 앞서는 말들이 어찌 뒤에 오는 천지를 알겠는가?


다만 아는 척하며 스스로의 이익을 꾀할 뿐이다. 그렇다면 현기자와 손 요삼의 뜻이 같을 수가 없다. 현기자는 다만 천지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라고 하였을 뿐이다. 류사는 무겁게 입을 떼었다.


“ 나는 칼을 쓰는 무부에 불과하오. 깊은 세상 이치를 모르오이다. 다만 나의 칼은 백성을 베는 자를 벨 것 이오, 백성을 짓밟는 자에게서 백성을 구할 것 이 오이다! 이것이 내가 아는 귀곡자 가르침의 전부요! ”


손요삼이 냉소했다.


“ 그렇다면 류 대협은 동림의 일을 계속 돕겠다는 것이군요!”


“ 먼저 말하였소이다. 백성을 베는 자를 베겠다고!”


류사는 말을 길게 이으려고 하지 않았다. 손요삼의 눈이 세모꼴로 변했다.


“ 뜻이 같으면 동지요! 다르면 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겠다.”


그의 어조가 냉혹해지며 류 사에게 하대했다. 흑의인의 어깨에 앉아 있던 박쥐가 날개를 쳤다. 흑의인의 목에서 쥐 울음 같은 소리가 울려 나왔다. 얼마 후 물러갔던 박쥐들이 돌아와 숲속을 돌아다녔다. 손 요삼이 흑의 인을 오른 손으로 가리켰다.


“ 여기 이 사람은 편복사자 (翩蝠使者) 장 편복(張便福)이다.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의 오른 팔이니 생각이 변하면 이 사람을 통하여 무슨 말이든 하라! 편복사자가 다시 그대를 찾을 것이다”


류사는 그를 자극하려 하지 않았다. 손 요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내 이야기를 깊이 생각하길 바란다. 나와 뜻을 같이하면 그대의 일은 무슨 일이든 돕겠다.”


류 사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 요삼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목구멍에서 기묘한 소리를 내었다. 박쥐들이 구름이 몰려들 듯 손 요삼과 장 편복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의 몸은 검은 날개에 휩싸여 허공에 떠 올랐다. 구름이 슬쩍 비켜나면서 달빛이 손 요삼을 비추었다. 허공에 손 요삼이 두 팔을 벌리고 섰다. 밤의 푸른 기운이 그의 온 몸을 덮었다. 어둠과 푸른 기운이 서로 교차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절벽을 향해 가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숲이 마구 흔들렸다. 류 사는 섬뜩했다. 손 요삼을 감싸고 사라진 박쥐는 흡혈박쥐였다. 그것들은 저 먼 안남 국에 서식하는 희귀한 날짐승이었다. 류사는 절정산장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그들의 괴이함에 놀랐다. 하늘을 보니 시간이 축시를 넘어 인시로 가는 듯 했다. 류 사는 최대한의 진기를 끌어올려 경신 술을 써서 동문 객잔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담을 뛰어 넘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시씨댁 아가씨가 자신의 방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여 담을 넘는 류 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인의 방은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시녀 아영이 등롱을 들고 여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류 사의 방에서 기침 소리가 들리며, 한 지평이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모두 뜬 눈으로 류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류사가 고개를 숙이며 그들에게 방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아직 새벽이 오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류사가 동림 섬서 분타를 떠나던 그 날 오후였다. 자금성 중화전에는 좌우를 물리치고 사례태감 위 충현이 황제를 독대하고 있었다. 위 충현은 푸른색의 관복에 오사모를 쓰고 여우 가죽을 댄 안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황제는 얼굴에 병색이 보였다. 희고 단아한 얼굴이었으나 핏기가 없었다. 용상에 앉아 피로한 듯 몸을 비스듬히 하고 위 충현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위충현은 얼굴에 주름이 졌으나 눈이 크되 삼백안이고 눈썹이 시커멓게 양쪽 눈꼬리까지 내려 뻗었다. 코가 크고 두툼하였으며 인중은 넓고 길었으나 대조적으로 입술이 얇고 가늘어서 잔인해 보였다.


턱은 사각이 져서 전체적으로 강인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그는 바닥에 두 팔을 짚고 황제에게 주청하고 있었다. 젊은 황제는 어탑 옆의 탁자에 쌓인 상소문을 왼손으로 쓸어 버렸다. 역정을 내었다.


“ 위 태감! 짐은 추원표가 역심을 품었다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는 전대로 부터의 충신으로서, 나라를 위한 간언은 하였으나 역심을 품을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 그를 추포하는 것을 받을 수 없다.”


“ 황상! 그는 모용세가와 어울려 만주족과 밀통하고 사사로이 병을 양성하여 그 세가 조정을 넘볼 뿐 아니라, 무림의 무사들을 불러 모아 은연중 패자(覇者)의 위세를 보이니 그 죄를 묻지 않으면 장차 대명천하의 큰 우환이 될 것입니다.


또한 그를 따르는 동림당의 무리들은 벼슬에서 물러난 것에 대해 황상에게 원망을 품고, 대신들을 모함하니 참으로 심복대환이옵니다. 이에 대 학사 오 유방 병부상서 호 일도 이부시랑 감형우등 대신 이십 여인이 연서하여 주청하오니 황상께서는 가납하여 주시옵소서!”


위 충현이 손바닥으로 바닥에 깔린 누런 융단을 두들겼다. 은근한 위협이었다. 천계제 주유교는 담이 작았다. 정사는 위 충현이 주로 처리하였고 황제는 유모인 객씨 부인과 규중 밀회를 즐겼으며, 손재주가 있어 목각을 즐겼다. 객 씨 부인은 위 충현의 내연녀였다. 그러나 위 충현은 이를 모른척하고, 오히려 객씨를 이용하여 황제를 쥐락펴락하였다. 동림당의 추 원표와 고 번룡등은 삼대에 걸친 중신들로서 천계제 역시 그들의 충심을 잘 알았다. 그들까지 벌하면 명 황실에서 위 충현의 세력을 견제할 만한 힘이 아무것도 없었다.


황제 역시 그 사실을 알기에 위 충현의 주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충현으로서도 물러 날 수 있는 처지가 못 되었다. 그가 비록 살아있는 자신의 사당을 짓고 구천세(九千歲)의 칭호를 듣고는 있으나, 명의 조정과 유림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하였다. 더구나 천계제는 몸이 약하여 언제 쓰러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동림당의 세력을 조속히 쓸어버리고, 후사를 준비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객 부인은 나이가 있어서 그랬는지 잉태의 기미가 없고, 후궁 중에서라도 물색을 해 두어야 다음 황위는 위충현의 손에 의해 세워질 수 있었다. 그러한 일들을 생각하면 위 충현으로서도 무작정 시간을 끌 수 는 없었다. 대간과 중신들을 동원하여 동림당을 탄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언제 다시 올 것인가?


시기를 놓치면 대간들은 다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위 충현은 대청 바닥을 두들기며 은근히 내공의 힘을 전했다. 범종의 맥놀이와 같은 울림이 황제가 앉은 어탑 아래로 퍼졌다. 천계제는 위충현의 위압에 은근히 겁을 먹었다. 그러나 추원표는 황제가 의지 할 수 있는 명나라 충신이었다. 황제는 신경질을 내며 어탑을 차고 일어났다.


“ 위 충현! 짐이 그대의 청을 받아 독대하고 다시 그 부당함을 알렸건만 끝까지 물러나지 않고 짐을 굴복 시키려 하는가? 그대가 지금 하는 행위가 황제를 능멸함 인줄 알지 못하는가?”


아무리 천계제가 기질이 약하고 실권을 잃었다 하나, 황제로서의 위엄까지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황제가 음성을 높여 질책하자 위 충현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용머리 형태로 조각한 커다란 쇠 화로에서 불꽃이 화르르 피어올랐다. 천장에 매단 용등이 바람에 흔들렸다. 위충현은 음성을 바짝 낮춰 황제에게 고했다.


“ 황상! 이 노비가 어찌 천자의 위엄을 범 하오리까! 오직 황실의 만대를 위해 사직의 위험을 없애고자 함이니 통촉하여 주소서!”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세 번 부딪치니 오사모가 벗겨지고 이마에 피가 비쳤다. 그는 천계제의 약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황제는 오른 손을 아래로 뿌리치며 뒤돌아섰다.


“ 에잇! 보기 싫구나! 그만하라!”


분부하는데 내관의 아뢰는 소리가 들려왔다


“ 황상! 봉성부인 입시이옵니다.”


알리는 소리가 휑하니 중화전을 울렸다. 황제의 얼굴이 환해졌다.


“ 안으로 들라하라!”


위 충현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일어나지 않았다. 패옥소리가 쟁쟁 울리며, 지분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봉성부인 객씨가 위충현을 지나쳐 황제의 몇 보 앞에서 무릎을 구부리며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숙였다.


“ 황상! 유모가 문안드리옵니다!”


얼굴이 붉은 매화처럼 화사하며 턱 선은 갸름하고 눈은 웃음기를 샐샐 흘렸다. 가슴은 풍만하고 허리는 잘록하며 둔부는 풍성한데, 전족을 한 앙증맞은 발이 종종걸음을 치니 허리와 둔부가 넘실거렸다. 황제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 봉성부인 어서 오시오! 오늘은 짐을 찾을 여유가 있었나 보구려!”


객부인은 눈웃음을 살살치며 황제의 곁으로 다가갔다. 황제가 어탑에 비스듬히 앉았다. 옥대가 축 늘어졌다.


“ 오늘은 짐이 무척 피곤하구려! ”


그러면서 은근한 손짓으로 객부인의 손을 이끌었다.


“ 황상!”


달콤한 콧소리를 내며 객부인이 어탑 앞에 무릎을 끓었다. 담자색의 모란이 수놓인 의복의 앞섶이 열리며 흰 라의 아래 희고 부드러운 젖가슴의 계곡이 비쳤다. 황제의 눈길이 스치는 것을 의식하면서 객부인은 옷깃을 여미는 척, 가슴을 열었다 닫았다. 그리고 부복해 있는 위충현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때서야 황제가 위 충현의 존재를 인식하고 헛기침을 했다.


“ 위 태감! 다음에 이야기 하고, 오늘은 그만 물러가라! 짐이 무척 피곤하다.”


위충현이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며 두 손을 높이 들어 맞잡고 뒤로 물러났다.


“ 황상! 노비는 이만 물러가옵니다.”


중화전의 문이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객부인의 교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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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군주의 스승편 +3 18.06.03 1,364 20 14쪽
28 평평허허 변변불변(平平虛虛 變變不變)편 +2 18.05.27 1,301 20 14쪽
27 이화원 편 +2 18.05.20 1,363 19 12쪽
26 승부(勝負)편 +4 18.05.13 1,454 16 14쪽
25 초야권(初夜權 편) +2 18.05.06 1,656 17 15쪽
24 금정사녀(金精蛇女) 편 +2 18.05.02 1,417 16 14쪽
23 섬서분타3편 +4 18.04.29 1,467 14 14쪽
22 섬서분타2편 +4 18.04.22 1,533 14 15쪽
21 섬서분타 1편 +2 18.04.20 1,607 17 12쪽
20 동림서원3편 +4 18.04.14 1,591 18 12쪽
19 동림서원2편 +4 18.04.11 1,747 18 18쪽
18 동림서원1편 +6 18.04.08 1,985 14 14쪽
» 위충현편 +4 18.04.06 1,922 19 16쪽
16 색염추미편 +4 18.04.06 1,946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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