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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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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9,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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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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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형천

DUMMY

"흑마술!”


지켜보던 갈리에르가 신음했다. 연기는 검은 천으로 변해 허공을 흐느적거렸다. 수월도가 천에 휘감겼다. 어느 사이인가 여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한 쪽 벽에 그림이 떠올랐다. 풍화륜을 타고, 손에는 화첨창을 든 나타가 류사를 바라보았다.


“ 나는 상나라를 물리치고 주나라를 세운 나타태자이다. 한번 죽고 영생을 얻었으니 삶과 죽음을 모두 아는 완전한 자다. 류사! 칼을 놓고 나를 따름이 어떠한가?”


“ 요망하다! 삶과 죽음을 어지럽혀 미혹하게 하다니, 수월도로 너의 어지러움을 베어주마!”


류사의 칼질이 벽을 향하였다. 화첨창이 평범하게 가로막았다. 풍화륜이 회전하며 나타태자의 사방을 지켰다. 류사의 칼질은 풍화륜에 의해 가로막혔다.

풍화륜의 회전 범위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온 사방이 풍화륜의 그림자로 덮이면서 류사와 갈리에르를 구석으로 몰았다. 갈리에르가 황금 십자가를 꺼내들었다.


“ 우리 주님의 뜻으로 명하니 너의 정체를 드러내라!”


십자가가 풍화륜과 부딪쳤다. 맹렬히 회전하던 풍화륜이 갑자기 멈췄다.


"쩡그렁!“


소리를 내며 양철통이 땅바닥에 굴렀다.


“ 잔재주로군!”


류사가 냉소했다. 나타태자가 갈리에르에게 볼멘소리를 던졌다.


“너도 마술사인가?”


갈리에르가 부정하지 않았다.


“ 눈속임을 하는 것이 마술이라면 나도 모른다고 할 처지는 아니네!”


나타태자가 냉소하고는 바로 화첨창을 양가창법으로 휘둘렀다. 석실 안이 창의 그림자로 가득해졌다. 양가창은 창을 길게 사용했다. 어깨까지 비틀어 공격 범위를 최대한 넓혔다. 예측 못하는 각도와 거리에서 창날이 불쑥불쑥 나타났다.


양가 창법을 격파하려면, 창의 범위를 제한해야했다. 류사의 수월도는 그 거리 속으로 들어갔다. 창은 물러나며 다시 들어왔지만 수월도가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칼이 창대를 미끄러지며 안으로 들어갔다. 폭풍우 같던 화첨창이 주춤했다. 좁혀진 공간에서 짧은 선이 번득였다.


“ 크아악!”


나타태자가 창을 떨어뜨리고 복부를 안았다. 칼이 그의 배를 찌르고 들어갔다. 류사가 나타태자 왼편에 서 있었다.


“ 좋은 칼질이군!”


나타태자가 무릎을 꿇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미소를 보이려 하였지만 불가능하였다. 피가 흥건하게 배어나왔다.


“ 너는 누구냐?”


류사가 물었다. 그가 서서히 석실 바닥에 자빠지며 중얼거렸다.


“ 차라리 잘 됐네! 허세부리며 사는 것도 지겨울 때가 됐어!”


피가 흥건히 바닥에 고였다. 갈리에르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반듯한 돌로 만든 사각형의 폐쇄된 방이었다. 문이 보이지 않았다. 들어 올 때 분명히 문을 통해 들어왔는데, 흔적이 없었다. 갈리에르는 침착하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 이중 장치로군! 문과 벽이 돌아가게 되어있어. 내벽이 돌아가면서 외벽의 문이 차단되는 원리이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보고 여기에서 다시 볼 줄 몰랐군!”


“ 그럼 갇힌 것인가요?”


류사가 걱정스레 물었다. 갈리에르가 미소 지었다.


“ 이런 기관들은 문을 열고 닫는 장치들을 어딘가에 해 놓고 있지! 그걸 찾아보세!”


류사가 수긍했다. 그들은 반각 가까운 시간동안 사면의 벽을 매만지고 살폈지만 특별한 점을 발견 할 수 없었다. 류사는 차츰 불안해져갔다.


“ 아무 것도 없군요! 이거 참 완벽히 걸려들었군요!”


갈리에르가 미소지었다.


“ 류사! 불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자신을 괴롭히지 말게! 우리 주님은 언제나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신다네!”


류사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갈리에르는 나타태자가 나왔던 맞은 편 벽을 다시 유심히 바라보았다

.

“ 류사! 이렇게 된 이상 앉아서 죽을 수 없으니 나타태자가 나왔던 맞은편 벽을 두들겨 보세. 그 벽이 약해 보였어.”


그러더니 성큼 걸어가 벽을 주먹으로 쾅 때렸다.


“ 크륵!”


하는 소리의 울림이 약하게나마 들려왔다.


“가운데가 빈 듯하네! 이 곳이 출입 문 같아!”


류사가 달려가서 두 손바닥으로 쳤다. 이번에는 ‘쿵!’ 하는 음향이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한번 해 보죠!”


류사가 손바닥을 앞으로 모으며 기를 모았다. 태허현천강기가 두 손바닥에 피어오르며 서서히 벽으로 향했다.


“크르륵!‘


이번에는 강력한 반향이 왔다. 벽은 보기와 달리 두께가 얇았다. 류사가 다시 두들기기 위해 기를 모으는데 맞은편에 한사람이 나타났다. 동방삭이었다.


“ 그만해라! ”


그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 미련한 놈들! 벽을 다 부술 작정이냐?”


갈리에르가 몸을 날려 그를 붙잡으려하자 동방삭이 피하면서 소리 질렀다.


“ 날 따라오너라! 너희들이 살 길을 일러 주겠다!”


그러면서 앞장서자 류사와 갈리에르는 얼른 따랐다. 바깥은 계단이 있었다. 나선형으로 돌아가며 위로 향하였다. 동방삭이 말하였다.


“매서명은 위에서 기다린다. 그를 만나려면 위로 가라, 그러나 흉험한 일이 많으니, 살고 싶으면 돌아가라! 백요경의 특별한 청으로 너에게 살길을 열어주마!”


류사가 쓴 웃음을 지었다.


“ 매서명을 찾으려 함은 살고 죽음의 문제가 아니다. 호의는 고맙구나!”


동방삭이 매섭게 눈을 빛냈다. 살다보면 터무니없는 일에 목숨 거는 사람을 가끔 보기도 한다. 그 터무니없는 일이 어떤 뜻을 보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헛된 희생일 경우가 허다하다. 의리나 우정, 충성 같은 낱말들이란 얼마나 빈껍데기인가?


그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 해도, 남은 사람들에게는 단지 스쳐가는 기억일 뿐이다. 세상의 어떤 중요한 가치도 목숨보다 귀하지 않다. 목숨이 우선이고, 견고한 이념이란 산 사람에게만 유용할 뿐이다. 그리고 사랑이란 얼마나 변하기 쉬운 것인가? 그건 마치 기호품 같은 것이다.


얼마든지 다른 사랑으로 대체 가능하다. 선택 가능한 일에 굳이 자신을 바칠 필요는 없다. 젊을 때는 사랑이 모두 인줄 알지만, 살다보면 그것처럼 변화무쌍한 게 없다. 젊은이들에게 비밀 한 가지를 알려준다면, 사랑은 변해가면서 하는 게 진짜 사랑이다. 사랑이란 사실 종족 번식을 위한 자연이 주는 쾌락이다. 동방삭은 류사가 안타까워 혀를 찼다.


“ 가 보아라! 다만 시간을 지켜서 가야 할 것이다. 오늘 저녁 삼경이 지나기 전에 가지 못하면 주요연을 구하지 못한다.”


삼경 이라면 깊은 밤이다. 갈리에르가 류사의 생각을 알고 설명했다.


“ 시간이 가장 어둠에 반짝 일 때, 해가 땅의 반대편에 있을 시간이 삼경일세! 그 때가 흑마법의 시간이야! 악마가 지옥에서 걸어나오고 지옥의 불길이 영혼을 태우는 시간. 그때 마의 힘이 세상을 지배한다네!”


“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류사가 초조히 물었다. 동방삭이 답했다.


“ 지금은 초경이 시작되는 중이다, 이 곳은 주왕의 무덤, 사랑에 배신당하고 부하에게 죽임을 당한 세상의 왕이 있는 곳이다. 그의 저주가 누구를 향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시간이 끝나면 주왕의 선택을 알 수 있겠지! 지금부터는 매서명도 자네도 아닌 주왕의 선택이 운명을 만들어 낼 것이다! 우하하! 나는 주왕의 가신 삼천갑자 동방삭이라네! 으하하!”


그가 유쾌히 웃으며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류사가 앞섰다. 나선형의 계단을 오르는데 흐릿한 연기가 난간에서 피워 올랐다. 환각이 났다. 뒤에서 따라오던 갈리에르가 중얼거렸다.


“양귀비 향이야. 숨을 조금씩 쉬도록 하게 !”


참고 걸어 오르니 꽃밭이 나타났다. 붉고 노란 꽃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향긋한 냄새가 사방을 떠돌았다. 어디에선가 빛이 들어왔다. 달빛과 같이 은은했다. 꽃밭 가운데로 길이 나 있었다. 그 건너편에 계단이 보였다. 류사는 꽃밭 가운데 길을 들어섰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길옆의 꽃들이 흔들렸다. 꽃다발이 일어서서 류사를 향했다. 커다란 모란이 소리를 내었다.


“ 거기 서 있지만 말고 내 일을 좀 도와주게! 거름을 주어야 하는데 일손이 모자란다네!”


류사가 기이하여 가만히 있으니 그가 앞으로 걸어왔다. 한 손에 삽만한 호미를 들고 베잠방이를 걸쳤는데 목소리는 배에서 났다. 머리가 보이지 않고 커다란 모란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 이보게! 꽃이 아름답지 않는가? 내 꽃밭은 천국과 같다네! 사시사철 피어 있으니 화려하기가 말할 수 없을 정도지!”


“ 그런데 어디 계신지?”


류사가 어리둥절하여 모란꽃의 여기저기를 살폈으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베잠방이가 양손으로 펼쳐지며 커다랗고 둥근 배가 나타났다. 배꼽에 입술이 달려 있고 눈과 코 모양이 젖꼭지와 가슴에 나 있었다.


“ 나일세!”


류사는 놀랐지만 꾹 참고 물었다.


“ 그럼 노인께서?”


정체도 모르지만 가급적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공손하게 물었다.


“ 응! 나야! 머리가 안보여서 놀랐지?”


그가 위로하듯 물었다.


“ 예! 그런데 머리는 어디 가셨어요?”


얼떨결에 묻는다는 것이 이상한 질문을 해 버렸다. 그가 불쾌할지 모르는데! 그런데 오히려 호쾌하게 웃었다.


“ 크하하! 재미있군! 재미있어!”


“ 무어가 말입니까?”


“ 내 머리에 대해 묻는 자가 있다는 게 말이야! 보통은 놀라서 달아나기 바쁜데 자네는 내 아름다운 머리에 대해서 궁금한가 보군!”


그가 제멋대로 해석해 버렸다. 그러더니!


“ 자네는 내 이름을 들어본 적 없나? 역사책에서 본 적도 없고!”


묻더니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흥분하여 소리쳤다.


“ 요즘 것들은 옛일을 알려고 하지 않는군! 우리 어릴 때와 달라! 너무 달라!”


배가 마구 출렁대었다. 배꼽이 벌어지며 ‘푹’ 한숨을 쉬었다.


“ 내 이름은 형천이라고 하네! 치우천황의 막하에 있던 아문 장군 형천이지!”


형천이라고 하니 류사는 알 것 같았다. 형천은 치우와 황제의 전쟁 시에 치우 천황의 막료였다. 그는 용맹무쌍한 장수로서 쌍도끼를 특히 잘 썼는데 황제의 군사와 일곱 번 싸워 일곱 번 모두 이기는데 공을 세웠다.


그러다 마지막 탁록의 전쟁 때 황제에게 잡혀 목이 잘렸는데, 그 후 배를 머리로 삼아 쌍도끼를 휘둘러 황제 군을 괴롭혔다는, 설화 속의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여기에서 만나리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싸우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첨했다.


“ 형천 대장군이시군요! 말씀을 들으니 기억이 납니다! ”


형천이 기뻐했다. 그러면서 류사의 뒤에 서 있던 갈리에르를 바라보았다.


“ 자네는 중원 사람이 아니군! 어디에서 왔는가?”


갈리에르가 무서워서 자세를 바로 했다.


“ 예! 저는 서반아국에서 왔습니다. 중원과 반대편에 있는 나라입니다.”


“ 흠! 여기는 양귀들이 자주 오가니 서양인도 익숙하네!”


형천의 가슴 젖꼭지가 살짝 접혀졌다.


“그런데 자네들이 여기 오니 나는 참 기쁘다네! 알다시피 지금은 꽃들이 깨어나는 시간이네! 나 혼자로는 일손이 모자라지! 자네들이 좀 도와주어야겠어!”


류사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 대장군! 실은 저희들이 오늘 예식에 참석해야 하는 긴급한 일이 있어서, 가는 길에 도와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무슨 소리!”


형천이 펄쩍 뛰었다. 그는 잔뜩 배에 힘을 주며 설교했다.


“ 자고로 자연을 보살핌이란 때와 장소가 있는 법! 시기란 지금을 말함이요1 장소란 여기이다. 저 약하고 부드러운 식물들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시들고 피어나지 못하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들도 생각이 있고 배고프고 아픔을 아는 목숨들이라네! 이들을 위해 잠시간의 시간도 내어주지 않음은 너무도 비정한 처사가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젖꼭지가 하늘로 향했다. 노했다는 표시였다.


“ 잠깐 한식경이라도 나를 거들어주면 꽃들도 무척 고맙게 생각할 것이네!”


갈리에르가 나섰다. 그가 흥정했다.


“ 대장군! 그럼 저희들이 한식경을 도와드리면 보내주시겠습니까?‘


형천의 뱃살이 다시 출렁였다. 호쾌하게 웃었다.


“ 그렇다면야 말할 것이 무엇인가? 자네들의 생명사랑에 대한 성의가 더 중요하지.시간이 중요한가? 아무렴! 내 그리하지. 그리고 난 흠! 대장군은 아닐세! 조금 더 있었으면 되는 것은 틀림없었지만, 기실 아문장군이라네! 흠흠! ”


류사가 다시 다짐 받았다.


“ 틀림없이 보내주셔야 합니다. 장군!”


“ 아 그럼 그렇고 말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9 어가빙
    작성일
    20.11.19 11:53
    No. 1

    잘 봤습니다. 봉신연의에다 산해경까지...다채롭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11.19 12:23
    No. 2

    어가빙님의 지식이 깊습니다. 사실 동양 고대의 신화와 서양 중세의 흑마법을 병행 시켰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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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행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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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천 +2 20.06.13 482 6 13쪽
74 주왕의 묘 +6 20.06.10 497 8 11쪽
73 사이렌 +2 20.06.08 460 7 11쪽
72 스텔라 +2 20.06.06 460 7 15쪽
71 어린진 +2 20.06.03 472 7 14쪽
70 동반영주 +2 20.06.01 512 8 12쪽
69 동굴로 들어서다 +2 20.05.30 517 11 13쪽
68 옥룡산 +2 20.05.27 523 12 12쪽
67 호송출행 +2 20.05.25 531 10 14쪽
66 무환 +2 20.05.23 542 10 12쪽
65 비무초친2 +3 20.05.20 543 11 14쪽
64 비무초친 1 +2 20.05.18 540 10 13쪽
63 동림수장 고번룡 +2 20.05.16 536 10 13쪽
62 하선고의 제자 +2 20.05.13 544 12 12쪽
61 이묘선 +2 20.05.11 537 13 13쪽
60 금룡상단 +4 20.05.09 601 10 12쪽
59 동림당 좌호위사 +3 20.05.06 578 13 13쪽
58 천향표 +3 20.05.04 613 12 12쪽
57 악마의 이름 +3 20.05.02 559 14 11쪽
56 돈 카펠리오 +2 20.04.29 57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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