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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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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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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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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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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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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금룡상단

DUMMY

호비는 류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경계심은 늦추지 않았다. 그는 구레나룻을 잘 다듬어 품위를 보이려 하였으나, 노랗게 병든 듯한 눈동자와 뾰족한 콧날이 오히려 괴이하였다.


“ 류 대협은 여기를 어찌 알고, 주 군주를 구하려 오셨습니까?”


그는 부드럽게 물었지만 음성이 우울하여 취조 하는 듯 했다.


“ 실은 소생이 안 것이 아니라, 배교의 사람이 가르쳐 주었소이다!”


류사는 배교 신녀의 이야기를 꺼내려다 그만 멈췄다. 아직 호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데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 그럼 주 군주가 어디 계신지도 아시겠군요.”


“ 양척 산 동굴에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 우리도 그렇게 알고 있소! 주 군주가 계신 곳은 수정궁이라 불리는 지하 동굴인데 그 길이와 크기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그 안이 무척 커서 수천 명의 사람이 들어갈 정도라고 하오! 요행히 그 안으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주 군주를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이오!”


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서 길잡이를 잡아서 물어보려 합니다.”


“ 길잡이?”


호비는 동의하지 않았다.


" 그런 자를 어디에서 찾겠소? “


류사가 한숨을 쉬었다.


“ 실은 구체적으로 어찌 해야 할 방략은 없습니다. 호 형이 좀 도와주시오!”


류사가 자인하자 호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 곳은 매서명의 세력이 집결되어 있는 곳이오. 그가 다년간 공을 들여 만든 곳이니 가볍게 생각하면 아니 되오! 그래서 우리는 양동작전을 쓸 생각이오.”


“양동작전이라면?”


“ 고대감이 가인 촌으로 들어가서 적을 공격하며 수정궁의 사람들을 끌어 낼 것이오! 그 빈틈을 이용하여 류형과 내가 주 군주를 구출합니다.”


“ 어떻게 잠입합니까?”


“ 여기에서 내려가 큰 길을 따라 삼십 리쯤 가면, 서소축(西小築)이라는 마을이 있어요! 그 마을 사람들이 한 달에 한번 씩 양식과 일용품을 가지고 우리가 있는 이곳을 지나 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 산은 옥룡 산이라고 하는데, 여기 어느 곳과 수정궁이 서로 통하여져 있어요. 그때 그들과 섞여 들어가려고 합니다.”


“ 우리는 그 마을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어떡하지요?”


호비가 손을 내저었다.


“ 그 마을에 우리 사람이 있습니다. 추노(鄒老)라고 불리는데 백정입니다. 그와 같이 올라가면 됩니다.”


“ 그렇군요! 소생은 그럼 호대협을 믿습니다.”


“ 뭘요! 위험이 많은 일이니까 각오를 단단히 하십시다!‘


그 날 밤은 그 집에서 보내고 류사와 호비는 다음날 느지막이 길을 나섰다. 길가에는 진달래와 풀꽃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어 밀고 인간사와 관계없이 구름은 허무하게 서쪽으로 흘러갔다. 바람은 동남풍이었다. 따듯한 기운은 대지에서 올라오지만, 더운 바람은 허공에서 부드럽게 흩어졌다. 춥고 따듯했다. 모든 것은 뚜렷한 분별이 없었다.


장안 성으로 향하는 관도는 그러한 분별과 분별없음 들이 어울려 물결처럼 흘러갔다. 표국의 깃발들이 남과 북으로 향하며 도사와 중들이 남녀의 흐름에 섞여 덧없이 사라졌다. 류사와 호비는 그들 무리에 섞여 묵묵히 말을 몰았다. 배교 신녀가 내어준 말은 순하면서도 영리하여 주인의 말을 잘 알아들었다. 류사가 고삐를 당기는 대로 멈추고 나아갔다. 강이 바라보이는 곳을 지나 일각이 미처 경과되지 않았다. 자작나무들이 무성한 산자락에 촌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비가 앞으로 나섰다.


류사가 그 뒤를 따랐다. 한 식경쯤 지나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들판 외따로 서있는 귀틀집으로 향했다. 집과 조금 떨어진 뒤편으로 축사가 보였는데 돼지와 닭오리가 보였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류사와 호비는 말을 내려 축사 옆에 묶어 놓고, 두리번거렸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맞은편 너와 지붕을 이은 막사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짐승 잡는 소리 같았다. 호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 지금 돼지를 잡는 것 같으니 여기서 기다려 보십시다!”


호비가 류사를 데리고 귀틀집 안으로 다시 돌아갔다. 집 안에 우물이 있고 마당이 넓었다. 한쪽에는 화단이 있었는데 진달래와 개나리가 화려했다. 마루에 햇볕이 따사로웠다.


“ 저기서 잠시 기다립시다!”


호비와 류사는 마루에 앉아 아무런 말없이 햇빛에 젖었다. 류사는 기둥에 기대 잠시 졸았다. 꿈속에서 주 요연의 모습이 멀리 보였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자꾸 멀어졌다. 그녀를 부르느라 애쓰는데 목이 잠겨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도중에 인기척을 느끼고 잠이 깼다. 눈앞에 보통 체격의 머리가 희끗한 초로의 사내가 솜을 놓은 무명옷을 입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비가 일어나서 류사를 그에게 소개했다. 그들은 서로 잘 아는 듯 했다.


“ 이 분은 현기자의 제자인 류사라는 분입니다! 주 군주와는 잘 아는 사이니 같은 편이라 보시면 됩니다.”


초로의 사내는 눈빛이 깊었다. 안개처럼 몽롱했다. 상대가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눈의 기운을 숨겼다. 류사는 일어나서 포권했다.


“ 금릉의 류사입니다! 현기자 스승의 문하입니다.”


초로의 사내가 반례했다. 표표했다. 산목숨을 끊는 백정의 냉혹함이 보이지 않았다.


“ 백정 추노요.”


간략했는데, 더 이상의 말로도 그를 설명할 수 없었다. 가장 분명한 자신의 소개였다. 그들은 추노의 권유로 방안에 들어갔다. 호비가 추노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추노는 묵묵히 듣다가 고개를 저었다.


“ 고기를 수송하려고 세 사람이나 따라간다는 것은 불가하오! 나 하나면 족하오! 촌장이 굳이 더 데려가려 하지 않을 터인데!”


호비가 난처해져서 방바닥만 내려다보자 추노가 말했다.


“ 그럼 이렇게 합시다! 좌호위는 어떻게 해서든 나와 같이 가도록 하고, 류 대협은 내일 촌장이 모집하는 상단의 표두에 응시하는 것이 어떻겠소?”


“ 표두요?”


호비가 의아해 하자 추노가 설명했다.


“ 이 마을 촌장이 이번에 서북 금룡 상단의 양양지부장이 되었다오! 그래서, 표두 한사람과 표사 몇을 뽑으려고 하는데, 내일 그 대회가 마을 뒤편의 가설무대에서 열린다오!”


“ 허! 그런 일도 있구려! 표두가 되면 어떻게 되오!”


“ 금룡 상단의 양양 지부장은 절정산장 뿐만 아니라 여러 관부와 부호들과 거래하게 되는데, 이번에 채용하는 포두는 절정산장과의 거래를 아주 맡긴다고 합니다.”


하고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촌장에게 과년한 딸이 있는데, 이번에 우승하는 포두가 다시 그 딸과 겨루어 이긴다면 사위로 삼겠다는구먼!”


하고 빙그레 웃었다. 호비 역시 미소 지으며,


“ 그야말로 비무초친이군요! 포두로 우승할 정도이면 시골 아녀자야 쉽게 꺾을게 아니겠소!”


“그게 또 그렇지가 않소이다!”


하고 추노는 부정했다.


“ 그녀는 절정산장 팔선의 한사람인 하선고의 제자이요. 평범한 여자가 아니오이다.”


“ 하선고라면 천하독패 조화종에게만 유일하게 패하여 그의 수하가 된 도교 팔선의 한 사람이 아니오!”


호비는 놀라워하며 추노의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 이런 시골구석에 그런 자들이 있다니 참으로 놀랍소! 그 촌장도 범상한 사람이 아니겠구려!”


“ 그렇소이다! 그가 바로 그 옛날 남방에서 녹림 삼십육채의 용호산채 채주였던 소면낭심(笑面狼心) 이 상걸(李 商傑) 이오. 그 딸의 이름은 이 묘선(李猫仙) 이라 부른다오. 그리고 이 마을 자체가 금룡 상단의 양양 물류본부이오. 여기서는 조정에 보내는 공납까지 맡아서 운송하오. 원 주민들은 돈을 주어 내보내고 일 할 사람들만 남겨두었소!”


“ 허허!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었소이다!”


“ 그럴 것이오! 이렇게 변한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으니 좌호위가 모르는 것이 당연하오!”


류사가 그들의 말을 듣다가 추노에게 질문을 하였다.


“ 추 노사! 그 이 묘선이란 여인은 절정산장의 사람입니까?”


“ 그렇게 보아도 무방할 것이오. 그녀의 출신 문파부터 조화종의 사람이니.”


“ 그렇다면 그녀만 붙잡는다면 수정궁은 손바닥 보듯 알 수도 있겠군요?”


추노가 애매한 웃음을 보였다.


“ 그것은 알 수 있다 하더라도 그녀를 붙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오! 우리는 단지 수정궁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아니겠소!”


류사가 입술을 깨물며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주요연을 구출할 수만 있다면 류사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소생이 내일 그 대회에 출전 하겠소이다.”


호비가 중간에 나서며 류사의 뜻을 받았다.


“ 류형이 나서는 건 좋습니다만, 너무 무리하진 마시오!‘


그 말은 표두는 좋으나 비무초친까지는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이었다. 그 것을 또 추노가 보충하여 말했다.


“ 좌호위! 그게 또 마음대로 결정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네. 내일 대회는 표두를 선발하려는 목적이 있지만, 사위를 보고자 하는 촌장의 뜻도 있다네! 우승자가 되면 자연히 촌장이 사위로 삼을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게 되겠지! ”


그 말을 듣자 류사는 다시 망설여졌다. 선택권이 없다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류사의 속셈은 표두가 되어 틈을 보아 이 묘선을 납치한 다음 수정궁에 관한 정보를 알고자 함에 있었다. 비무초친에 그 뜻이 있지 않으니, 혹시 가짜로 시작한 일이 진짜가 되어 이묘선과 혼인이라도 하게 된다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이 생겼다. 그것은 주 요연에게 차마 못할 일이었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기고 있으려니 추노가 나섰다.


“ 류 대협! 그럼 이렇게 한번 해 보십시다! 어차피 류 대협의 얼굴은 절정산장의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고 보이니, 얼굴을 변모하여 참가해 보는 것은 어떻겠소! 아주 못생긴 얼굴로 나서면 설마 사위 삼겠다고 할 것까지야!”


하고 제안했다. 류사가 호기심을 보이자 추노는 일어나 벽장을 뒤적거리더니 인피면구 한 장을 가지고 왔다.


“ 이것은 인피면구이니 착용하면 실제 얼굴과 구분하기 어렵소이다! 만든 사람도 사천 당가 인피면구의 제작 명인인 천변성(千變星) 당삼능(唐 三能)이니 무림의 귀물이오! 이것을 전에 고 대감에게서 급할 때 사용하라고 받아 놓은 것인데, 오늘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구려!"


류사와 호비가 만져보니 질감과 색깔이 사람 얼굴과 다를 바가 없어 감탄했다.


“ 한 번 써보시오.”


추노가 일어서서 류사의 얼굴위로 얼굴 가죽을 씌웠다.


“ 과연 감쪽같구려!”


호비가 감탄하자, 추노가 거울을 가져와 류사의 앞에 비췄다. 그 곳에 반쯤 화상을 입고 코가 짓물러진 환자의 얼굴이 보였다.


“ 이런 정도라면 사위로 삼기는 어렵겠소!”


호비가 단언하듯 말했다. 류사가 보기에도 젊은 처녀들이 얼굴만 보아서는 남편감으로 원할 것 같지 않았다.


“ 그럼 그렇게 정합시다!”


류 사가 결심하자 추노가 동의했다.


“ 이렇게 합시다. 오늘 저녁까지 촌장 댁에서 접수를 받는다고 하니, 내가 접수부터 하고 오겠소! 이름은 추서(鄒瑞)로 하고 금릉사람으로 하지요. 나이는 서른 정도로 합시다. 내 친척이라 일러 둘 터이니 그리 아시오.”


류사와 호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추노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그가 다시 집으로 돌아 온 것은 일각이 좀 지나서였다. 해가 중천에서 서서히 서편으로 넘어가는 때였다. 들어오면서 혀를 내둘렀다.


“ 생각보다 촌장 딸이 어여쁘오! 이거 류 대협! 인피면구를 벗어야 되는 것 아니오!”


하고 농을 건넸다. 류사는 순간 화가 나서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나는 미색에 취하는 사람이 아니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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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39 어가빙
    작성일
    20.11.15 16:46
    No. 1

    잘 봐습니다. 잘하면 촌장의 사위가 되겠군요. 이묘선? 여난이네요. 부럽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11.15 17:31
    No. 2

    아이구! 바쁘실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아까 취상이 궁금해서 뒷부분 컨닝을 좀 했습니다. 허! 제 상상외의 장면이 나오더군요! 조용히 흘러가다 격랑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어가빙
    작성일
    20.11.15 17:49
    No. 3

    해서 여주한테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마뜩치않아 하시는 분들도 제법 계셨습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11.15 18:07
    No. 4

    ㅎㅎ! 그래도 그걸 풀어나가는게 작가적 재미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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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행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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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동반영주 +2 20.06.01 512 8 12쪽
69 동굴로 들어서다 +2 20.05.30 517 11 13쪽
68 옥룡산 +2 20.05.27 523 12 12쪽
67 호송출행 +2 20.05.25 531 10 14쪽
66 무환 +2 20.05.23 542 10 12쪽
65 비무초친2 +3 20.05.20 543 11 14쪽
64 비무초친 1 +2 20.05.18 540 10 13쪽
63 동림수장 고번룡 +2 20.05.16 536 10 13쪽
62 하선고의 제자 +2 20.05.13 544 12 12쪽
61 이묘선 +2 20.05.11 537 13 13쪽
» 금룡상단 +4 20.05.09 601 10 12쪽
59 동림당 좌호위사 +3 20.05.06 578 13 13쪽
58 천향표 +3 20.05.04 613 12 12쪽
57 악마의 이름 +3 20.05.02 559 14 11쪽
56 돈 카펠리오 +2 20.04.29 57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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