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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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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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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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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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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초친 1

DUMMY

"강호의 여러 형제들과 금룡상단의 식구들, 그리고 참석해 주신 영웅 호한들에게 재삼 감사드리는 바이오! 이번에 비무대회를 마련한 것은, 가주께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리 이부가 금룡상단의 지부로서 당당히 천하의 상거래에 나서게 되었음을 알려드리기 위함이오! 그래서 겸사겸사 작은 잔치나마 열어 우리 마을 사람들과, 강호의 여러 영웅 호한들에게 잠시나마 유흥의 기쁨을 주어 위로하고자 함이오이다. 비무가 끝나면 마을회당에 잔치 상을 마련하였으니, 마음껏 즐기시기 바라오!”


이 말이 끝나자 군중들이 술렁거리며 환호작약하였다. 어려운 시기에 고기와 술을 먹고 마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그 핏물이 흥건하여도, 그것이 나의 목숨이 아니라면, 기름진 고기와 향긋한 술 한 잔을 어찌 마다하랴? 인간의 염치없는 욕망을, 힘을 가진 자들은 잘 알고 있고, 고기와 술은 곧 우매한 군중들을 다스리기에 적합한 수단이었다. 오랜 세월 이상걸의 그늘 아래 사람 다스리는 법을 습득한 마권퇴는 비무대회의 분위기를 슬슬 띄우기 시작했다. 그는 작은 눈을 가늘게 뜨고 사방을 살펴 본 다음 헛기침을 했다.


“ 우선 표사를 뽑는 방식을 설명하겠소. 표사는 비무를 하지 않고 형의 운용과 투로의 시범을 보아 선발하겠으니, 굳이 피를 보지 않으시겠다는 우리 가주의 어진 뜻이오!”


군중 속에서 “에이!” 하고 실망하는 소리와, “ 그럼 그렇지!” 하고 안도하는 분위기가 동시에 감돌았다. 폭력과 평화는 늘 같이 따라다니는 법이니, 사람의 일이란 늘 그러한 것이다. 마권퇴는 말을 계속했다.


“ 허나! 표두는 진검으로 승부할 것이오! 그 이유는 미리 알려드린 바와 같이 표두로 발탁된 자에게는 우리 이부의 이묘선 아가씨와 비무초친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오! 우리 가주께서 마음에 드는 우승자라면 그 기회가 제공될 것이고,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처음에 언약한 월봉이외에 상금으로 은자 백 냥을 따로 제공할 계획이오!”


이 당시에 은자 백 냥이라면 현재 시세로 환산하여 거의 오천만원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다. 군중들은 은자 백 냥이란 소리에 술렁거렸다. 돈과 목숨은 서로 나눌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어쩌면 서로 다르게 불리는 같은 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돈에 목숨을 거는 행위는 너무 당연한 것이다. 마권퇴는 주위를 둘러보고 흡족한 웃음을 입가에 걸었다.


“ 표두를 지망하시는 분들은 모두 네 분이오! 이 분들이 각자 두 분씩 겨루고, 다시 이긴 분이 겨루어 최종 승자를 가리겠소! 그 다음에 가주께서 비무초친 하실 것인지를 결정하실 것이오!”


군중들이 박수를 쳤다. 마권퇴가 진행을 맡은 위사들을 불러 표사들의 무예 시범부터 준비시켰다. 그러자 위사들이 대기하고 있는 표사 지망자들을 불러 한사람씩 무대 위로 올렸다. 그들은 군소 지방문파의 출신이 많았고, 간혹 가전의 무공을 선보이는 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특별히 이가장의 가주 눈에 띄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표사로 쓰기에는 적당한 무사들이 제법 보였다. 이가부의 가주 이상걸은 그들 중의 몇을 골라 명단위에 점을 찍었다. 다음 순서는 군중들이 학수고대하던 표두 지망자들의 무대였다. 마권퇴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장내를 하인들이 정리했다.


“ 표사 신청자들의 시범을 잘 보셨소이까?”


마권퇴가 묻자 군중들이 시끌벅적하게 만족스런 환호를 보냈다.


“ 하하! 감사하오! 그러면 다음 순서로는 표두 시합을 하도록 하겠소이다. 진검으로 하는 승부라서 위험 할 수 있으니, 시합하시는 분들은 가급적 점하는 선에서 마치도록 하시오.”


하고는 표두 신청자를 소개했다.


“ 처음에 나설 표두 신청자는 동정호 군산 소채주 소상검 서일평 공자이오! 강호의 경험을 쌓기 위해 출전 하였다 하니 좋은 뜻으로 보아 주시오!”


하고 오른 손을 들어 신청자 대기석을 가리키자, 화려한 비단 옷을 걸쳐 입은 소상검이 쇠 퉁소를 손에 쥐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가주인 이상걸과 이묘선 아가씨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상걸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으나 이묘선은 그의 눈길을 무시했다. 소상검은 애틋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황급히 표정을 바로 하여 관중에게 인사를 하였다.


“ 동정호 군산 수채의 서일평이라 하오!”


하고 두 손을 모았다. 관중들은 멀리서 온 뜻밖의 인물에게 흥미를 가지고 격려했다. 그들 중에서도 돌 문어와 그 수하들이 손이 부서져라 손뼉을 쳐대었다. 서일평은 마권퇴에게 인사하고 자세를 바로 하였다. 그러자 마권퇴가 서일평을 상대할 표두 신청자를 불렀다. 류사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수월도를 허리에 찬 채 무대 위로 올라와서 이상걸 부녀에게 먼저 포권으로 인사를 했다. 이묘선의 호기심서린 눈동자가 반짝 류사에게 집중되었다가 사라졌다.


마권퇴가 군중들에게 류사를 소개했다.


“ 이분 역시 멀리 금릉에서 오신 협객이시오. 이름은 추서라하고 우리 마을에 계신 백정 추노의 조카가 된다하오!”


그러자 군중들이 웅성거렸다. 류사의 출신이 백정 추노의 친척이라는 사실에 멸시하는 마음도 있었고, 헌칠한 몸에 비해 화상을 입어 일그러진 얼굴 모습을 보고 동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러저러한 웅성거림을 들으며 소상검 서일평은 자못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같이 지망한 다른 사람들보다 류사가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은 어제 저녁 이묘선의 무공을 본 소상검이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가려 하였으나 그를 붙잡은 사람이 마권퇴였다. 마권퇴가 녹림에서 이상걸을 따라 다닐 때 동정호 군산 채주 서원필의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의 신세를 갚으려고, 집으로 돌아가는 서일평을 붙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첫 상대로는 비교적 만만해 보이는 류사를 선택하여, 서일평이 쉽게 이기도록 배려하였던 것이다. 그런 사정을 알고 소상검은 자못 멸시하는 심정으로 류사를 바라보았다. 마권퇴가 두 사람에게 무기를 상대방의 신체에 점하는 정도로 그치도록 하라는 주의를 주었다. 소상검은 들은 척 만척하고 이묘선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멋지게 보여 이길 궁리만 하였다. 마권퇴가 무대를 내려가고 두 사람이 마주 섰다. 류사는 천천히 자세를 낮추었다. 서일평은 쇠피리를 바로 잡고 류사의 앞으로 한 발자국 움직였다. 상대의 반응을 보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첫 걸음부터 무언가 이상했다. 가볍게 본 적수는 고개를 수그린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서일평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수렁을 걷는 느낌이었다. 류사는 침잠했다. 고요가 그의 주변을 돌았다. 서일평의 피리를 잡은 손에 땀이 맺혔다. 류사는 칼자루에 손을 얹은 자세 그대로 서일평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림이 길어지자 관중들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경망스럽게 돌문어가 소리쳤다.


“ 소주! 한 칼에 그 놈을 해치우시오! 기다리실 것 없소이다. 그놈! 떨고 있어요. 해해해!”


불현 듯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 불안이 깊어질수록 피하려고 하는 마음과 그 것의 정체를 알아보려는 호기심이 서로 부딪치며 혼란 속으로 서일평을 밀어 넣었다. 상대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이놈은!”


서일평은 화가 났다. 그러면서 돌문어의 말대로 상대가 별거 아닌 느낌이 들었다.


“ 허장성세야!”


점점 마음이 그리로 기울어갔다. 그렇게 믿고 싶은 순간 역으로 류사가 먼저 움직였다. 쇠피리가 내리치려는 공간을 상대는 파고들어오며 칼자루로 서일평의 턱을 강타했다.


“ 이건 꿈이야!”


서일평은 어리둥절했다. 강한 타격이 머리를 울리면서 빙글 하늘이 돌아갔다. 천지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격렬한 통증이 얼굴 전체로 퍼지면서 서일평은 무대 바닥에 터무니없는 자세로 자빠졌다. 류사는 수월도를 제대로 뽑지도 않았다. 관중들도 어처구니가 없어서인지 조용해졌다. 돌문어가 악을 쓰며 무대 위로 올라오려고 하였다. 위사들이 그를 막았다. 그리고 하인 몇이 올라와 서일평을 들것에 실어 무대 밖으로 내갔다. 류사는 따갑게 비치는 햇빛 속에 그대로 서있었다. 이상걸이 류사를 자세히 쳐다보았다. 이묘선이 류사의 눈과 마주치자 냉소하며 피했다. 마권퇴는 뜻밖의 사건에 경악했으나, 곧 마음을 가다듬어 예기치 않은 상황을 정리했다. 그는 류사를 무대 아래로 내려가게 하고 다음 출전자를 불러올렸다.


“ 이번 출전자는 소지살 제말생이오! 녹림에 계신 분들은 그 이름 석 자를 아실 것이오. 무이산 산채에서 활동하던 분이시오!”


산적이라는 말을 돌려서 점잖게 그를 소개했다. 소지살 제말생 역시 마권퇴가 아는 사람이었다. 마권퇴 역시 태항산 산적으로 지내다 이상걸에게 귀순하였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제말생이 금룡상단의 포두로 지원하는 사정은 자신도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수상하긴 하였으나 나이 들어 의탁할 곳이 없어, 찾아 왔겠지 하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 짐을 싸서 나가는 그를 수하를 시켜 붙잡아 두었던 것이다. 서일평이나 제말생,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포두가 되면 자신의 울타리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 현실적인 속셈도 있었다.

소지살 제말생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어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어느 지방이나 산적출신들이 한둘 정도는 있는 어지러운 세상이었다. 마권퇴는 제지하지 않고 다음 사람을 호명했다.


“ 소지살 제말생 대협의 상대가 되실 무사는 토번에서 왔으며, 이름이 위요라고 하오! 수련은 천산에서 하였소!”


그러자 뚜벅뚜벅 머리에 죽립을 쓴 키 큰 사내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입술이 화장한 여인처럼 붉고 얼굴이 눈처럼 희었다. 수려한 몸매의 사내는 허리에 끝이 넓고 자루는 좁은 기형의 단검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 위요라고 하오!”

말하면서 그는 이묘선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묘선은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지 않았다. 가늘게 그녀의 어깨가 떨렸다. 위요는 군중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녀만 바라보다 마권퇴의 눈총을 받고서야 자세를 바로했다. 그리고는 정색하고 이상걸을 바라보며 말했다.


“ 장주!”


하고 힘차게 불렀다. 교만한 태도였다. 이상걸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그를 응시했다. 이묘선도 화들짝 놀라 그를 노려보았다. 위요는 그들의 반응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 나 위요가 여기 온 이유는 금룡산장의 포두가 되고자 함이 아니오!”


오만하게 말하는 그의 태도에 이상걸은 말할 것도 없고 군중들도 놀랐다. 다만 이묘선만이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비무초친에 응하기 위함이오.”


이상걸은 어이가 없었다. 마권퇴가 그 대답을 하였다.


“비무초친은 우승하고 나서, 우리 가주와 소주의 의견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지, 출전자가 먼저 꺼낼 이야기가 아니다.”


위요는 강력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 우승을 원한다면 해주겠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내가 원하는 건 그 이후에 반드시 소저와의 시합을 한다는 약조를 해 주는 것이다.”


이상걸이 나섰다.


“ 약조를 해주지 못하겠다면 어쩌겠는가?”


위요가 엷게 웃었다.


“ 그렇다면 장주는 아끼는 사람을 잃을 것이오!”


“ 무엇이!”


이상걸이 어처구니없으면서도 화가 솟아났다.


“ 너! 이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그러면서 주위를 불러 위요를 붙잡으려하니 이묘선이 그를 말렸다.


“ 아버지! 잠시만.”


하고 사정하니 이상걸이 무언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는 가만히 속삭였다.


“ 너 이놈! 혹시 저자와 염분이라도 났느냐?‘


이묘선이 황급히 머리를 가로저어 그렇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걸은 수하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위요를 바라보았다. 이묘선과 위요의 눈이 부딪쳤다.


“ 설향!”


하고 위요가 애틋하게 불렀다. 이상걸은 또 한 번 놀랐다. 자신의 딸이 설향이라니! 아연했다. 마권퇴도 어리둥절하여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군중들도 뜻밖의 상황에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 설향!”


다시 한 번 위요가 애절하게 이묘선을 부르며, 호소했다.


“ 나는 당신을 오랫동안 찾았소! 사람이 그렇게 무정히 떠나는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이오?”


이묘선이 강하게 부르짖었다.


“ 설향이 누구냐? 나는 그런 사람을 알지 못한다.”


위요가 호소했다.


“ 설향! 나는 그대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알아 볼 수 있다. 당신을 찾기 위해 나는 청해와 사천을 뒤져 이곳에 왔다, 그런데 어째서 나를 모른 체 하는가? 그대가 설산에서 얼어 죽어가고 있을 때, 내가 백년 설련자로 구해준 것을 잊었단 말인가?”


“무어라! 백년 설련자?”


군중들이 술렁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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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9 어가빙
    작성일
    20.11.16 11:31
    No. 1

    잘 봤습니다. 류사의 여난이 아니었군요. 두 연인 사이에 끼어 난망해하는 롤인 듯. 재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11.17 06:51
    No. 2

    여자 많아도 사실 골치 아픕니다! 능력이 있더라도 한 둘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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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옥룡산 +2 20.05.27 523 12 12쪽
67 호송출행 +2 20.05.25 531 10 14쪽
66 무환 +2 20.05.23 542 10 12쪽
65 비무초친2 +3 20.05.20 543 11 14쪽
» 비무초친 1 +2 20.05.18 540 10 13쪽
63 동림수장 고번룡 +2 20.05.16 536 10 13쪽
62 하선고의 제자 +2 20.05.13 544 12 12쪽
61 이묘선 +2 20.05.11 537 13 13쪽
60 금룡상단 +4 20.05.09 600 10 12쪽
59 동림당 좌호위사 +3 20.05.06 578 13 13쪽
58 천향표 +3 20.05.04 613 12 12쪽
57 악마의 이름 +3 20.05.02 559 14 11쪽
56 돈 카펠리오 +2 20.04.29 57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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