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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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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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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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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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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송출행

DUMMY

개울물이 자갈에 쓸리는


“좌르륵”


소리를 내며 들판을 따라 강으로 흘러갔다. 이 묘선이 어둠에 젖어가는 류사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혹시 인피면구임을 눈치 챌까 걱정하여 류사는 고개를 숙였다. 이묘선이 냉소했다.


“ 너의 재주로 보아서 표두를 원할만한 사람이 아닌데,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냐?”


의심하여 묻자 류사는 뜨끔하여 황급히 손을 들어 가로저었다. 어둠이 류사의 표정 변화를 가려주어 다행이었다.


“ 소인은 어려서 낭인의 지도를 받고 군사 일에서 칼부림을 익혔을 뿐, 내세울 만한 재주는 없습니다. 더구나 얼굴이 화상을 입어 일자리를 얻기가 어렵기에, 상단의 표두를 하게 됨도 큰 광영입니다. 아가씨께서는 소인을 높이 보아주시는 것입니다.”


“ 그런가?”


이 묘선은 크게 믿지 않았지만, 굳이 신경 쓸 일은 아닌 것으로 치부했다.


“ 너는 이번 운송을 마치면 나의 신변을 지키는 호위 무사로 쓰겠다. 녹봉도 넉넉히 줄 터이니 충성 하도록 하라!”


“ 이를 말씀입니까? 그리하겠습니다.”


이묘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내일 가주가 너를 부를 것이다! 그때 가주가 나에 대해 물으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 단지 주인의 뜻에 따르겠다고만 하라! 그 이외에 헛된 말은 용납하지 않겠다.”


류사가 이묘선을 올려다보았다.


“ 소인이 무슨 다른 말을 하겠습니까? 아가씨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 내 뜻을 밝혔으니 설혹 과도하게 너를 총애하는 모습을 보여도 오해하지 말라! 그것은 내 진심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꺾기 위한 행동일 뿐 이니라!


“ 아가씨의 뜻을 알겠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류사가 포권으로 다짐했다. 이묘선은 가볍게 웃고 몇 발자국 걷더니 경신술을 써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번에는 연화대를 쓰지 않았다. 류사는 그 뒤를 따라 고번룡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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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하늘이 흐렸다. 비는 오지 않았다. 류사는 사시 정각에 이가부로 갔다. 위사들이 연무당으로 그를 안내했다. 대청에는 이번에 새로 발탁된 표사 몇이 미리 와 있다가 류사를 향해 인사했다. 젊은 사내 둘과, 중년에 들어선 주먹코의 키가 작은 남자가 이번에 표사가 된 사람들이었다.


“ 왕이정이라 합니다. 백학권을 조금 배웠습니다.”


중년 사내가 겸양하며 인사했다. 눈빛이 잠잠하여 속을 알 수 없었다. 젊은이들은 점창의 속가제자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자세를 낮췄고, 류사를 무시하지 않았다. 어제 위요를 물리치는 그를 보았기 때문인지 오히려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잠시 기다리니 이상걸이 마권퇴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 그대들이 우리 상단의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 앞으로 마총관의 지시에 따라 상단의 원행에 최선을 다하라!”


하고 의례적인 인사말을 한 다음에 그는 가고, 마권퇴가 여러 가지 지시와 안내를 했다. 그 다음에.


“ 여러분들은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이 시간에 모이도록 하게! 우리 아가씨의 인솔로 화물을 호송할 것이니 단단히 준비들을 하고 오게. 그리고 추 포두! 자네는 가주께서 보자 하시니 나를 따라오게나.”


하고 앞장섰다. 연무당을 나와 내당으로 가니 객실에서 이상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차 한 잔을 따라주며 근엄하게 말했다.


“ 추 포두! 사람이란 자신의 분수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 법이라네! 설혹 분에 넘는 일이 있더라도, 자신이 감당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마땅히 사양해야 하지 않겠는가?”


류사는 앉지 않고 선 자세 그대로 허리를 숙였다. 이상걸이 말을 계속했다.


“ 어제 우리 소부주가 자네와 손을 나눠 본 것은 비무초친의 뜻이라기보다, 자네의 칼 솜씨에 흥미를 가졌기 때문이라네! 그러니 그에 대해 다른 뜻을 품지 말게! ”


이상걸은 어색한 듯 류사의 눈치를 보며 헛기침을 했다. 그러면서 달래듯 말했다.


“ 요즘 우리 소부주의 마음이 심란하여 뜻밖의 행동을 할 때가 많네! 그러니 자네는 오해하여 도를 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게! 원래 이번 화물 운송에는 자네를 동행시키려 하지 않았으나 소부주의 청으로 가는 것이니, 자신의 행동을 잘 단속하게나.”


류사가 포권하며 이상걸의 뜻에 따를 것을 다짐했다.


“ 부주님의 뜻에 따라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겠습니다.”


“ 그렇지! 그래!”


이상걸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손으로 류사의 어깨를 두들겼다.


“ 역시 자네는 내 말 뜻을 잘 알아듣는군! 내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


하고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류사의 얼굴 가까이 얼굴을 들이댔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춰.


“ 이보게! 이번 길에 소부주를 잘 지켜줄 것은 물론이거니와, 누구를 만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었다가 나에게 알려주게나. 부모가 되다보니 과년한 자식이 항상 걱정이 되어서 그러네!”


류사는 가슴이 뜨끔하며 아파왔다. 이상걸이 자식을 아끼는 마음이 느껴지며 이묘선을 기습해야 하는 현실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태연히 약조했다.


“ 소부주의 신변을 돌보며, 하시는 일을 부주님께 보고하겠습니다.”


“ 그래 그래! 그럼 됐네! 자네가 추노의 조카라서 자네를 더욱 유심히 살펴보고 있네! 그의 성실함으로 우리 부의 일이 많은 덕을 보고 있다네! 내가 잊지 않고 그대들에게 보답하도록 하겠네!”


그리고는 탁자위에 놓인 주머니를 집어 류사에게 내밀었다.


“ 이건 내 마음이니 받아주게! 금화 열 냥일세.”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은자로 치면 백 냥이니 작은 기와집 한 채 값이었다. 류사는 사양하지 않았다. 서슴없이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 행동이 이상걸을 믿게 만들었다. 인간관계는 말로 이루어지는 것보다 이해관계가 앞섰다. 물질의 오고감이 마음을 움직이지, 마음이 먼저가 아니었다. 이상걸은 그것을 잘 알았다. 그는 흡족하게 웃으며 류사의 어깨를 다시 두들겼다.


“ 소부주를 잘 대하면 앞으로 중히 쓸 것이니 그리 알게! 그럼 이만 나가보게!”


류사는 깊게 읍하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습기가 차서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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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화물이 가득 실린 수레와 짐꾼들이 옥룡산을 향해 길을 나섰다. 이묘선이 검은 저고리와 바지를 입고 말을 탄 채 앞에서 이끌었다. 류사는 말을 타고 행렬의 앞뒤를 오고가며 감독했다. 표사 여섯이 그의 명에 따랐다. 신입표사 셋에 이미 있던 사람들이 합류하였다. 고번룡과 호비는 푸른 저고리에 흰 바지를 바쳐 입고 행렬의 중간쯤에서 수레를 밀고 왔다. 류사와 그들은 이묘선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눈인사만 하고 말을 섞지 않았다. 이묘선은 류사의 행렬을 지휘하는 솜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류사는 행렬을 어지럽지 않게 물 흐르듯 통솔했다. 이묘선이 혼잣말을 했다.


“ 보통 솜씨가 아니야! 군사 일을 했다던가?”


이묘선의 옆으로 말을 몰고 오던 류사가 그 말을 들었다. 못들은 체 하고 말고삐를 돌리려니 이묘선이 손짓했다.


“ 추 표두! 행렬을 가지런히 하는 법도가 예사 아닌데 군사에서 무슨 일을 했는가?"


류사는 망설이다 정중히 답했다.


“ 총기로 있었습니다!”


이묘선이 눈을 크게 떴다.


“ 그렇군! 군졸로서 그만큼 올라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


하고는 류사의 아래 위를 살폈다. 훤칠한 모습의 그가 다시 보였다. 류사는 무과 출신이라고 변명하지 않았다. 지금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았다. 류사는 그녀를 지나쳐 밀을 실은 수레 옆으로 갔다. 관도가 계속되고 있었다. 행인들은 끊이지 않고 지나가고, 가끔 절정산장의 무리들이 금룡상단의 깃발을 보고 인사하고 지나갔다. 관병들도 이묘선에게 친근한 미소를 보였다. 금룡상단은 관료사회와 무림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별다른 다툼 없이 강을 따라 하루 종일 걸려 옥룡산으로 들어섰을 때에는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묘선이 지시했다.


“여기서 반시진만 가면 숲이 나타나니 그 근처에서 야영하고 내일 아침에 수정궁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익숙한 길인 듯 했다. 망설임 없이 앞장서서 길을 찾아갔다. 며칠 전 류사가 지나가던 길이었다. 그녀가 말한 대로 얼마간 나아가자 숲이 보이고 풀밭이 나타났다. 그 한편에 작은 초막이 있었다. 천향표가 있던 집이었다. 그녀를 생각하자 류사가 마음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자신의 아들을 만났는지 근심이 되었다. 날은 어두워져 가고 금룡상단은 초막 가까이 이동했다. 행렬에서 슬쩍 고번룡이 빠져 나왔다. 이묘선을 제압하라는 신호였다. 류사의 손에 땀이 맺혔다. 시간이 다가왔다. 이묘선에게 가까이 다가서서 혈도를 짚기에는 위험했다. 그녀는 여자의 느낌으로 류사가 손을 쓸 수 있도록 가까이 접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다. 류사는 오른 쪽 허리춤을 만지작거리며 유성표를 확인했다. 이묘선이 류사를 돌아보며 무슨 지시인가를 하려고 입을 달싹였다. 그 때 숲 밖으로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나 둘이 아니었다. 이묘선은 바짝 긴장했다.


“ 무엇이냐?”


그녀가 뾰족하게 소리쳤다. 어둠 속에서 무슨 대답인가가 들렸지만 분명하지 않았다.


“ 제가 가보겠습니다.”

류사가 씩씩하게 소리치며 말을 몰아 이묘선의 옆을 지나 앞으로 향했다. 온몸에 긴장이 팽팽했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게나!”


이묘선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석대의 유성표가 상반신을 노리고 들어왔다. 이묘선은 당황하였지만 몸을 말의 반대편 등에 바짝 눕혀 두 대의 유성표를 피하고 한 대는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림자 하나가 일렁이더니 그녀의 경문혈과 견정혈을 찔렀다. 유성간월 고번룡이었다. 그의 별호 그대로 순식간에 달려와 그녀를 제압했다.


“ 너 이놈! 너를 믿었건만!”


이묘선의 눈에 원독이 가득했다. 눈의 실핏줄이 터져 핏물이 배였다.


“ 미안하네!”


고번룡이 덤덤하게 한마디 했다. 그러면서 이묘선의 아혈을 찔렀다. 표사들이 류사를 향해 달려왔다. 왕이정이 앞섰다.


“ 모두 물러가라!”


류사가 타일렀다. 그러나 왕이정의 긴 창이 류사를 향해 찔러 들어왔다. 학이 날개 치듯이 상하로 현란하게 움직이며 말 탄 류사의 복부와 다리를 노렸다. 류사가 수월도를 뽑아들었다.


“ 짐꾼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땅에 엎드리라! 움직이는 놈들은 모두 시살하겠다.”


수월도가 위에서부터 왕이정의 창을 내리쳤다. 창의 중봉이 뚝 잘렸다.


“ 왕이정! 죽이고 싶지 않다!”


왕이정이 이를 갈았다.


“ 적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를 처단하겠다.”


류사는 놀랐다. 매서명이 금룡상단에까지 손을 뻗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 곳은 위충현의 세력이 미치는 곳이었다.


“ 너는 매서명의 수하이냐?”


류사가 물었으나 왕이정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 들어온 젊은 표사 둘이 류사를 향해 달려왔다. 그 때 큰 새가 우는 듯한 “ 킥킥!”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음순간 젊은 표사 둘이 가슴을 부여잡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허공에 거대한 새가 날개를 폈다가, 땅에 내려섰다. 호비였다. 나르는 매의 울음소리라고 불리는 아비규환의 호비였다. 그의 장력은 바위처럼 젊은 표사의 늑골을 부수었다. 나머지 표사들은 짐꾼들과 함께 땅바닥에 엎드렸다. 왕이정이 부러진 창끝으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


“ 적그리스도가 너를 죽일 것이다!”


죽기 전에 왕이정이 단말마의 신음을 질렀다. 어둠 속에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 류사! 어디 있는가?”


갈리에르 신부였다. 그가 의아한 얼굴로 류사를 쳐다보았다.


“ 접니다! 갈 신부님! 제가 면구를 썼습니다!”


갈리에르가 류사를 물끄러미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틀림없군! 그것 참 잘 만든 면구일세!”


갈리에르가 감탄했다. 그 사이에 여러 사람이 달려와 주위를 에워쌌다. 고번룡이 지시했다.


“ 표사들은 포박하고 짐꾼들은 일으키라!”


동림당의 수하들이 지시에 따라 움직여 표사들을 숲속 어딘가에 감금하고 나머지는 야영할 준비를 했다. 갈리에르와 호비가 이묘선을 끌고 초막으로 향했다. 이묘선은 아혈이 짚혀 말은 못하고 눈물만 뿌리면서 류사의 곁을 지나갔다. 류사는 그녀의 눈을 피해 먼 곳을 바라보았다. 고번룡이 류사의 손을 툭 쳤다.


“ 그녀를 다치게 하지 않을 터이니 걱정하지 말게!”


류사가 한숨을 푹 쉬었다.


“애꿎은 사람을 힘들게 만들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고번룡이 그 말을 받았다.


“ 어떤 일이든 죽거나 다치는 사람은 애꿎은 사람들일세! 그에 비하면 이묘선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아니지! 절정산장과 연을 맺고 있으니.”


하고 덤덤한 표정으로 초막을 향해 걸어갔다.


“ 내일은 무척 힘든 날이 될 테니 푹 자두도록 하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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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주왕의 묘 +6 20.06.10 497 8 11쪽
73 사이렌 +2 20.06.08 461 7 11쪽
72 스텔라 +2 20.06.06 460 7 15쪽
71 어린진 +2 20.06.03 472 7 14쪽
70 동반영주 +2 20.06.01 512 8 12쪽
69 동굴로 들어서다 +2 20.05.30 517 11 13쪽
68 옥룡산 +2 20.05.27 523 12 12쪽
» 호송출행 +2 20.05.25 532 10 14쪽
66 무환 +2 20.05.23 542 10 12쪽
65 비무초친2 +3 20.05.20 543 11 14쪽
64 비무초친 1 +2 20.05.18 540 10 13쪽
63 동림수장 고번룡 +2 20.05.16 536 10 13쪽
62 하선고의 제자 +2 20.05.13 544 12 12쪽
61 이묘선 +2 20.05.11 537 13 13쪽
60 금룡상단 +4 20.05.09 601 10 12쪽
59 동림당 좌호위사 +3 20.05.06 578 13 13쪽
58 천향표 +3 20.05.04 614 12 12쪽
57 악마의 이름 +3 20.05.02 559 14 11쪽
56 돈 카펠리오 +2 20.04.29 57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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