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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연재수 :
1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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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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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9,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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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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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동림서원2편

DUMMY

시커먼 구름장들이 북으로부터 밀려오고 있었다. 바람은 스산하게 불어왔지만 오히려 비는 그쳐 있었다. 동림서원 외문으로 흑의의 무사들이 꾸역꾸역 들어왔다. 그들은 서너 명씩 대오를 지어 외문을 장악했다.


동림서원은 몇 개의 문이 중첩되어 안과 밖을 차단했다. 정문과 외문을 들어서면 빈객을 맞는 심우당이 나오고 연못과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흑의의 무리들은 대오를 지어 정원과 연못 주변에 포진했다. 그 때 중문이 열리며 유건을 쓴 단아한 풍채의 중년 유사가 좌우에 유생들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그는 흑의의 무리들을 보면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포권하며 낭랑하게 인사를 건넸다.


“ 소생은 강학접주(講學接主) 사공문덕(司公問德) 이라 하오이다. 위태감의 무덕을 숭앙한지 오래되어 한번 친견하기를 오래 앙모하였는데 오늘 만나 뵙게 되어 참으로 천행이오이다. 위태감은 어디 계시오?”


그러자 무리들의 앞에 섰던 사람 중 바른 편에 서 있던 흑의인이 얼굴을 덮은 흑포를 훌떡 벗으며 깔깔대며 웃었다.


“ 문덕! 너와 여산에서 헤어진 지 벌써 십년이 넘었구나. 오늘 너를 보니 너무나 기쁘다. 태감이야 워낙 바쁘신 몸이니 여기까지 오실 리가 있느냐!”


그러자 사공문덕이 마주 미소 지었다.


“ 그대는 웃음이 멈추면 사람이 죽는다는 소지살(笑止殺) 제말생(諸末生) 이구나. 그 때 여산에서 공자님의 어지심을 가르쳤는데 아직 그 말뜻을 깨우치지 못하였구나.”


사공문덕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제말생이 웃음을 그치지 않고 답했다.


“ 문덕! 칼끝에는 인정이 없는데 어찌 공자의 도를 살펴보겠느냐? 나에게는 새로 만든 몇 수의 묘한 창법이 있으니, 한번 시험해 보고 싶다.”


말이 그침과 동시에 등 뒤에서 끝이 갈퀴처럼 생긴 창을 꺼내들고 달려들었다. 순간 사공문덕은 옆구리에 찼던 검을 뽑아 막으며 은유한 힘을 검 끝으로 밀어내었다. 한랭한 경기가 제말생을 찔러오자 그는 냉소하며 갈퀴를 좌우로 휘둘러 기운을 해소하면서 검을 갈퀴로 붙잡으려고 하였다. 사공문덕은 상관하지 않고 연속하여 삼검을 앞으로 찔러 왔다. 속도와 힘이 주변의 공기를 제압했다.


차가운 기운이 제말생을 똑바로 찔러오자 그는 배꽃이 떨어지듯 창을 어지러이 움직여 검을 흩뜨렸다. 그러자 사공문덕이 창의 공격권내로 성큼 들어서며 제말생의 움직임을 좁혔다. 거리가 좁아지자 제말생은 뒤로 물러나며 창의 움직이는 범위를 넓히려고 하였다. 그러나 사공문덕의 검은 그 틈을 주지 않고, 제말생의 오른쪽 가슴을 베어 들어왔다. 사공문덕의 검은 기이할 정도로 빠르고 사나웠다. 제말생은 복잡한 창술의 변화로 검의 쾌속함을 무찌르려 하였으나,


사공문덕의 힘과 속도는 변화의 여지를 봉쇄했다. 제말생은 중봉으로 검의 들어옴을 가로 막았으나, 막기에는 이미 늦어 검의 방향만 비틀리게 했다. 사공문덕의 검은 제말생의 견정혈 아래를 찔렀다. 제말생은 뒤로 주르륵 물러나며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사공문덕의 검기는 십년 전의 만남보다 훨씬 무서워져 있었다. 제말생의 뒤로 예종진이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그리고 그를 뒤로 보내자 수하들이 제말생의 몸을 받아 상처를 싸맸다. 예종진이 앞으로 나서려 하자 가운데 섰던 흑의인이 그를 말리며 앞으로 나섰다.


“ 오늘의 일은 병기의 날카로움을 다투려 함이 아니니, 그대는 물러서 있으라.”


하고는 허리춤에 찼던 검을 뽑아 성큼 성큼 앞으로 걸어와 사공 문덕에게 강하게 내리쳤다. 그의 검은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그저 툭 하고 쳤으나, 사공문덕은 얼굴빛이 변하며 감히 막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 그대는 혹시 공동파의 공성자가 아니시오?”


하고 물었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비쩍 마른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 흑포를 더욱 눌러썼다,


“ 지금 이 판국에 이름은 알아서 무얼 하겠느냐? 너의 목숨이나 간수하라.”


하면서 비스듬히 몸을 날려 사공문덕의 몸을 정면에서 공격했다. 그의 검에서는 흉흉한 붉은 기가 감돌았다. 온몸에서 불덩이와 같은 열기가 뻗쳐 나오며, 그 힘은 주변을 제압했다. 사공 문덕은 이를 악물고 들어오는 검을 맞받았다. 한랭한 힘과 열양한 힘이 맞부딪치자 “치지직”하는 소리가 나며 검신이 탔다.


둘은 검이 맞붙은 자세에서 서로 밀었다. 그러다 흑의인 이 검을 아래로 내리며 사공문덕의 왼편으로 비켜 들어갔다. 그 신법의 빠르기란 실로 번갯불과 같아서, 알면서도 막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사공문덕의 술법도 만만치 않아 물러서지 않고 왼발을 축으로 돌면서 사선으로 들어오는 검을 베었다. 하지만 공성자의 검은 허초였다. 적은 들어오지 않고 훌쩍 뛰어 물러나며 열양장의 강맹한 장력을 퍼부었다. 열양장은 공동파의 절기로서 강한 파동과 함께 적을 상해하는 은은한 독기를 품고 있었다.


이때 사공문덕의 왼편 가슴이 열렸다. 어쩔 수 없이 그는 허리를 눕혀 철판교의 신법을 써서 피하며 공중제비를 돌아 물러섰다. 공성자가 따라 붙는 것을 옆에 서있던 유생 둘이 검을 내밀어 가로 막았다. 공성자는 “흥” 하는 코웃음을 치며 들어오는 유생들의 검을 하나는 잡아서 밀어 버리고 하나는 칼등을 쳐서 떨어뜨린 다음 발길질로 유생의 아랫도리를 걷어찼다. 유생 둘이 나둥그러지자 뒤에 있던 흑의인들이 양 옆으로 몰려들며 문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이 문안으로 들어서 도열하는 순간 화살이 날아왔다. 강당 앞에 진을 치고 있던 궁수들이 사공문덕이 물러서자, 곧 바로 화살을 퍼부었다. 흑의인 들이 여기저기 거꾸러졌다. 그러자 중문 안으로 방패를 든 흑의인 들이 들어서며 앞을 엄호했다. 잠시 뒤 가슴에 두터운 등갑을 두른 흑의인 들이 나타나 앞으로 돌격했다.


그들의 몇은 화살에 맞아 나둥그러졌으나 나머지는 그대로 돌진하여 궁수들을 베었다. 그들은 두터운 대감도로 상대방의 저항을 무시하고 마치 도끼를 쓰듯 무차별로 궁수들을 격타했다. 그러자 궁수들은 뒤로 물러나고 창검을 든 유생들이 앞으로 나와 그들을 맞아 싸웠다. 순식간에 강당 앞은 여기저기 쓰러진 사람들과 신음소리로 뒤덮였다. 강당 안에서 검을 든 도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무당의 오행 검진을 치며 밀고 들어오는 흑의인 들을 정확하게 베었다. 상하좌우로 완벽한 공수의 균형을 갖춰 아래로 찌르고 위에서 내리쳤다.


오행검진의 금목수화토는 상생하고 상극했다. 상생은 옆과 앞을 서로 지키며, 상극은 중에서 치고 아래에서 적을 흩뜨렸다. 하나의 검은 옆으로 흐르고 또 다른 검은 들어오는 적을 엄밀히 막았다. 흑의인 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을 지휘하던 공성자가 크게 고함쳤다.


“ 홍진마살(紅塵魔煞)들은 무얼 하는가? 즉시 저들을 처단하라.”


그러자 담 위에서 붉은 옷을 걸친 사내 셋이 뛰어 내렸다. 가슴을 반쯤 드러내고 키가 작달막한 사내가 유성추를 휘두르며 앞서서 오행 검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오행검진을 지휘하는 영통도장을 노렸다. 길게 휘두르는 유성추의 철퇴가 가운데에서 오행검진을 지휘하던 영통의 머리를 치고 들어왔다. 유성추의 쇠 덩어리 거죽에는 쇠침이 비죽비죽 솟아나와 바로 막기가 힘들었다.


영통자는 고개를 수그려 피하긴 했지만 가슴이 서늘했다. 그 뒤를 긴 낭선을 든 홍의인이 멀찍이서 옆으로 낭선을 쓸었다. 오행검진을 친 도사들이 진을 고치려다 보니 진형이 잠시 헝클어졌다. 그 빈틈을 커다란 참마도가 들어와 휘저었다. 도사들은 일시에 뛰어서 피하며 검을 아래로 내려 오행검진의 기수식을 취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홍진마살들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다시 긴 유성추가 들어오며 그들의 가슴을 후렸다. 도사중의 하나가 그 추를 맞받았다. 강하게 철추를 치자 추가 깨지는 소리가 나며 후드득하고 쇠침이 튀었다. 그 파편이 무당 도사 두 사람의 얼굴과 손을 격중했다. 쇠침에는 독이 있었다.


순식간에 얼굴과 손이 시퍼레지며 마비되었다. 비명을 지르며 그들은 쓰러졌다. 영통자는 이를 부드득 갈며, 두 번 도약하여 유성추를 든 홍진마살의 둘째인 추살 마군퇴(追煞 馬君堆)를 급습했다. 그의 양의검법은 불을 뿜듯 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내리처진 일 검이 미처 피하지 못한 마군퇴의 몸을 양단했다. 그리고 다시 참마 도를 들고 달려드는 홍진마살의 첫째를 양의검법의 소양격현(紹陽隔顯)의 초식으로 적의 손목을 베어 들어갔다. 첫째인 마군여는 참마 도를 버리고 허리에 찬 쌍수도를 뽑아 영통자를 대적했다. 이 때 공성자는 얼굴을 가린 흑포를 벗고 화려한 복장을 한 중년 검객과 대적하고 있었다. 공성자가 크게 소리쳤다.


“ 모용원장! 모용세가가 감히 위태감과 대적하다니 겁도 없구나!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린다면 네 집안을 살려주마!”


모용원장이 냉소했다.


“ 공성자! 부귀에 현혹되어 도문을 떠난 자가, 누구에게 꾀임을 하느냐? 너의 이름을 들은지 오래이니, 어디 한수를 보자꾸나.”


하고는 손에 든 검을 내질렀다. 그의 검은 느리게 나가다 갑자기 빨라졌다. 공성자가 선 자세 그대로 검을 위로 쳐 올리며 한걸음 앞으로 들어오자, 이번에는 옆으로 비켜서며 비스듬히 검을 아래로 그었다. 둘은 순식간에 이십 합을 겨누었다. 갈수록 검기가 삼엄해졌다. 검을 부닥칠 때마다 주변의 공기가 몰리는 듯했다.


모용원장의 검이 어느 순간 아래위로 빠르게 움직이며 밀고 들어갔다. 그러다 한 순간 둘의 검은 딱 붙었다. 이제는 내력이 승패를 갈라야했다. 둘은 온몸의 기를 모아 검에 집중했다. 모락모락 김이 두 사람의 정수리에서 솟아올랐다. 밀리지도 않고 밀지도 못하는 상황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다 모용원장의 입에서 용울음 울리는 소리가 나며 검신이 떨렸다. 모용세가의 용음비천(龍音飛天)이었다. 검이 맞부딪친 상황에서 모용원장은 허공으로 솟구치며 위에서 아래로 찔렀다. 파도치는 듯한 검기가 공성자를 엄습했다. 강렬한 압박에 공성자는 검으로 대적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내려오는 모용원장을 향해 공동파의 절기 운몽유룡(雲夢遊龍)의 일장을 쳐내었다. 안개인 듯 구름인 듯한 경기가 모용원장을 휘감았다. 그러나 그 사이를 뚫고 용이 한 마리 꿈틀거렸다. 모용원장은 강기의 사이로 검을 찔렀다. 공성자는 깜짝 놀라 두 손으로 검신을 붙잡았다. 그러나 세차게 미는 검의 날카로움에 손이 베여 피가 흐르며, 검은 막힘없이 공성자의 아랫배를 찔러갔다. 이 때 공성자의 옆에서 싸우고 있던 예종진이 검을 뻗어 모용원장의 검을 가로 막았다. 모용원장은 뒤로 물러났다. 공성자가 뒤에서 달려오는 제말생에게 분부했다.


“ 불을 질러라, 그리고 동림서원의 유생들을 모두 죽이라.”


하늘은 검은 구름이 덮었으나 부슬부슬 오던 비도 그치고 바람만 세차게 불고 있었다. 제말생은 지시에 따랐다. 불방망이를 든 흑의인들이 달려 들어와 강학당과 장서원에 불을 질렀다.


일부 유생들이 후원에서 물을 길어와 불을 끄려고 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유생들이 후원에서 달려 나와 흑의인들과의 싸움을 계속하였으나, 강호에서 싸움으로 먹고사는 녹림의 무리들을 당해 내지는 못했다. 죽고 다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그들은 후원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모용원장과 영통자가 앞을 가로막고 사공문덕이 유생들을 엄호하며 불길 속에서 뒤로 물러났다. 공성자가 크게 소리쳤다.


“ 모용원장! 추원표는 어디 있느냐? 즉시 나와서 포박을 받으라!”


동림서원에서는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불 빛 속에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아비규환만 마당에 가득했다. 그러나 동림서원의 유생들은 살려줄 것을 빌지 않고 끝까지 저항했다. 그들은 쳐들어오는 도끼를 부러진 칼로 막고 적의 다리를 물어뜯으면서 싸웠다. 수 십 명의 시체가 마당에 가득 널리고, 부상자들은 땅바닥을 후벼 파며 고통에 절규했다. 피비린내가 마당을 휘감았다.


검붉은 불길은 강원의 기둥과 서까래를 무너뜨리며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밝혔다. 까마귀들이 공중을 선회했다. 죽음의 냄새는 죽음을 언제나 불러들였다. 그러다 문득 담 위를 뛰어넘어 거대한 새와 같이 누런 장포를 휘날리며 큰 몸집의 사나이가 떨어져 내렸다. 상투를 틀고 눈매는 온화했으나 단단한 입술과 네모진 턱이 위엄을 보였다. 그는 공성자를 바라보며 꾸짖었다.


“ 무얼 지체하는가? 어서 추원표를 추포하라.”


공성자가 길게 답하고 수하들을 꾸짖었다.


“ 어서 저들을 해치워라.”


불꽃이 마구 휘날리는 중에 모용원장은 우뚝 서 있었다. 그는 전신(戰神)처럼 꼼작 않고 서서 달려드는 흑의인 들을 바라보았다. 이때 비가 내렸다. 폭우였다. 세찬 빗줄기 속에 베고 베이는 사람의 실루엣이 마치 환영처럼 보였다.


모용원장에게 달려들던 흑의인 들은 하나씩 땅바닥에 쓰러졌다. 모용세가의 검은 간결하면서 사나웠다. 정확하게 베고 군더더기 없이 급소를 찔렀다. 황의의 사나이는 냉정하게 그 모양을 바라보다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손을 들어 흑의인 들이 달려드는 행동을 중지시켰다.


“ 모용원장! 과연 대단하구나! 모용인우 어른은 잘 계신가?”


모용원장은 검을 가로 비껴들고 오만하게 말을 받았다.


“ 우리 가문의 일을 물을 만큼 친하진 않을 텐데! 네가 무당의 배신자 광성자 소도진이냐?”


황의인은 묵연히 땅을 바라보았다. 언제 들었던가? 천둥치듯 들리는 “무당의 배신자!”


그는 망연히 중얼거렸다. “그날처럼 폭우가 쏟아지는구나.” 그날! 그는 여인을 잃었고 사장(師長)을 찔렀다. 여인은 혈수궁의 사람이었다. 사장의 손에 그녀가 죽었다. 그녀가.....!!!


소도진은 빗속을 응시했다. (정의가 무엇이더냐? 모용원장! 사람을 죽이고 죽는 일에 정의가 따로 있더냐? 이긴 자는 정의가 되고 진 자는 불의가 될 뿐... 정의가 무엇인지 알려주마. 모용원장!)


그는 빗속을 달려 높이 도약했다. 후두둑치는 빗줄기가 상쾌하게 온 몸을 때렸다. 떠오르면서 등 뒤의 검을 뽑아 높이 쳐들었다. 진기가 용솟음쳐 올랐다. 번개가 서쪽 하늘에서 번쩍였다. 비천일섬(飛天一閃) 그와 동시에 광성자의 검은 모용원장을 향해 내리꽂혔다. 강맹한 진기의 파공음이 허공을 찢었다. 모용원장은 광성자의 비천일섬을 정면으로 맞부딪치기에는 자신의 공력이 모자란다는 것을 즉시 깨달았다.


그는 검을 들어 원을 그리며 광성자의 검기를 흩으면서 비스듬하게 몸을 날려 검기 밖으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광성자의 검은 수직으로 내려오다 땅으로 떨어지면서 돌변하여 반원을 그렸다, 그리고 검권(劍圈) 밖으로 나가려는 모용원장을 향해 밀려왔다. 검에서 뻗어 나온 하얀 검기가, 모용원장의 앞가슴을 강타했다. 호신강기가 저항했으나, 광성자의 내력은 강했다.


모용원장의 앞자락이 찢어지고 비릿한 내가 풍기며 목구멍에서 선혈이 왈칵 올라왔다. 옆에서 흑의인을 막던 영통자가 놀라 달려왔다. 그는 얼른 검을 평저의 자세를 취해 광성자에 대한 예를 보였다. 모용원장은 다른 무당도사가 부축하여 내문 안으로 들어갔다. 광성자는 더 이상 추적하지 않았다.


“ 사백! 물이 바다로 갔으나 떠나온 샘을 버릴 수는 없는 법. 무당에 대한 한 호흡의 정이라도 있다면 이만 물러가 주십시오!”


광성자는 그의 부탁을 일소해 버렸다.


“ 나는 이미 무당과의 인연을 끊은 지 오래된 몸, 지금 새삼스러이 옛정을 논하겠느냐? 공연한 정리를 내세우지 말고 너는 뒤로 물러가있으라! 내가 찾는 자는 추원표이니 그를 내놓아라!”


“ 제자는 동림을 보호하러 장문인의 명을 받고 온 처지에 어찌 물러 날 수 있겠습니까? 사백께서는 이 제자에게 가르침을 내리소서.”


“ 검에는 인정이 없으니, 나를 원망하지 말라.”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광성자는 영통자에게 가혹한 수단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승풍파랑(昇風波浪)의 한 초식을 뿌려 그가 물러나게 하려 하였다. 승풍파랑은 바람에 물결이 일듯이 변화하여 공격하는 수법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오성 정도의 공력으로 경기를 쏟아 영통자를 쳤다. 그러나 영통자는 광성자를 두려워하여 처음부터 자신의 최선을 끌어올려 반격했다. 그러자 오히려 경기가 광성자를 습격해 들어왔다. 광성자 소도진은 노했다. 암암리에 사정을 보아주려 하였으나, 잘못하다가는 망신을 당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팔성의 공력을 써서 독용출동(毒龍出洞)의 사나운 공격을 가하였다. 영통자는 처음에 자신의 반격이 먹혀들자 의아하였으나, 한편으로는 자만심도 생겨 들어오는 공격을 그대로 맞받아쳤다. 무당의 면장을 써서 두 팔로 크게 원호를 그리면서 들어오는 독용의 대가리부터 해소시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밀고 오는 독용의 경기는 처음엔 느릿하게 굴러왔다가,


갑자기 용이 대가리를 치켜들 듯이 부풀어 오르며 빠른 속도로 영통자에게 달려들었다. 영통자는 펼쳤던 팔을 오므리며 앞으로 두손을 평평하게 밀었다. 그러나 뒤미처 달려든 두 번째 경기가 용솟음쳐 오르며 영통자의 앞가슴을 강타했다. 영통자는 뒤로 비칠거리다 자빠졌다. 전신에 맥이 풀리고 속이 메슥거리며 시뻘건 피가 입 밖에 뿌려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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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33 개미산
    작성일
    20.10.14 18:23
    No. 1

    좋습니다. 추천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10.14 20:04
    No. 2

    바쁘실텐데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어가빙
    작성일
    20.10.26 11:43
    No. 3

    잘 봤습니다. 어지러운 난전의 묘사에 있어서 작가님처럼 명징하게 써내려가는 분도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10.26 13:29
    No. 4

    과찬이십니다! 아직 많이 서툽니다! 웹소설도 공부가 많이 필요한것 같습니다!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가빙님도 그 중의 한 분이십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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