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끝이 났습니다.
끝이 나네요 이게.
완결을 내는 날은 평생 안 올줄 알았는데.
왔네요.
기분이 싱숭생숭합니다.
먼저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로 정말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빙의한 악역이 너무 강함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응원의 덧글을 남겨주신 독자님들 덕분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멈추고 싶어질 때마다 응원 덧글을 생각하면서 뿌듯해 했던 게 몇 번이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덧글 없이 읽어주신 독자님 덕분이 없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읽어주신 독자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_ _)
완결낸 김에 밀린 쪽지를 한 번 봤습니다.
쪽지로 막 실망했다는 쪽지가 엄청 많이 와있을 거라고 막 혼자 벌벌 떨었었습니다.
쪽지가 44개나 와있으니 욕 몇 개는 좀 있겠구나 했었는데, 근데 막상 들어가보니 문피아에서 보내는 연재 재개 쪽지더라구요.
괜히 쫄았습니다 하하...
Q. 왜 연중런 했었음?
A. 사실 크게 말씀 드릴 말은 연재재개 공지에 있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괜히 벌벌 떨면서 글 쓰는 게 무섭고, 잘 써지지도 않고, 미칠 것 같더라구요. 개인 사정도 당시 겹쳐서 좀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핑계죠. 그런 거에 쫄아서 쉴 놈이었으면 작가 하면 안 된다! 그리 말씀하시면 할 말이 없습니다.
실제로 연중했던 한달반쯤 중 심적으로 지쳐있었던 건 한 1~2주였던 거 같습니다. 병원도 갔다오고 글도 좀 놓고 쉬니 괜찮아졌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달이나 넘게 쉬었던 이유는 비축분을 쌓아서 연재하고 싶어서 그랬기도 하고, 연중한 작가라는 그 타이틀이 너무 무서워서 로그인을 못하기도 했습니다.
절대 연중 안할 거다라고 호언장담해놓고 이렇게 되니 굉장히 부끄럽더라구요. 자신감도 팍 죽고.
내가 이렇게 책임감이 없는 놈이었나, 나름 책임감 하나는 괜찮은 놈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책임감이 어떤 뜻인지도 모르는 놈이었구나 등등.
결국, 멘탈이 약해서 그랬습니다. 쫄보라서, 글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책임감도 부족해서 그랬습죠.
지금은 그래도 책임감이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Q. 결말의 상태가?
A. 독자님들이 요 결말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고민을 많이 했던 결말입니다. 결말에 대해 얘기하려면 작품 컨셉 자체에 대해 길게 늘어놔야할 것 같은데요...
'빙의한 악역이 너무 강함'은 어린 작가의 치기로 태어난 소설입니다.
뭔가 막, 괜히 자존심막 그득해가지고 힙스터스러운 소설로 성공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괜히 화가 나더라구요.
막 잘써서 인기 많아진 작가들 보면 괜히 부럽긴 한데, 괜히 화나고.
그래서 낸 소설이죠.
해당 작품은 최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 웹소설이라는 분야에 대한 비판이고 또 비꼼이었습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작품 내에 등장하는 작가라는 존재의 은유는 초반에만 회수 못할 떡밥들을 막 늘어놓고, 끝에 가서는 뱀꼬리만도 못한 소설로 만드는 수많은 작가를 상징합니다.
그 때는 저는 안 그럴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오히려 그런 작가들도 대단한 거였구나 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금 아는 건 모르느니만 못한 수준이라는 걸 다시 깨닫 게 해주는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허허....
그래서 뒤늦게 나도 비슷한 놈이었구만 하고 깨닫고, 애초에 비판할 수준의 깜냥이 아닌데 이런 결말을 내도 될라나? 했다만...... 어쨌든 밀어붙였습니다. 이제와서 바꾸기엔 애초부터 그런 내용으로 글을 썼으니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그런 느낌...
그렇기에 결말에피소드에서 소설 내에 등장하는 '소설 속 소설'의 용두사미 같은 결말은 의도한 부분이었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작가는 전형적인 그런 작가들에 대한 은유였으니 그렇게 설정하는 게 좋은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작가가 쓴 소설들도 무협, 귀환물, 헌터물, 빙의물 순으로 전개하는 거나,작품 끼리의 연계를 좋아하는 설정, 예전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설정들도 그런 느낌입니다.
의도를 담아서 일부러 결말 부분을 읽다 말고, 상상하게 만드는 쪽이 오히려 흥미로울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죠.
말을 하다보니 이상한데로 좀 빠진 것 같습니다.
결말이 왜 이 모양이냐!라고 말씀하신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클리셰를 싹다 비틀어 버리자는 생각으로 썼던 소설이라 그렇습니다.
빙의물의 결말은 보통 한 세계에 남거나, 또는 다른 세계에는 절대로 갈 수 없게 되는 클리셰가 보통이죠.
저는 그게 좀 불만이었습니다.
'아니 초월자쯤 되서 데려올 수 있었으면 왔다갔다 하는 것도 가능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그걸 비틀어보자 하고 낸 결말이 이 모양입니다...
처음에 생각했을 때는 개참신하네! 했는데 막상 만들고보니 그냥 빙의물 클리셰나 다름 없는 거 같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허허.
그 뒤의 전개에 대해서 마지막화에 끝이 끝답지 않은 느낌을 주는 것도, 조금 의도한 부분이 있습니다. 최규리와 기희선이라는 두 히로인 사이에서 주인공이 선택하는 장면을 넣지 않은 것도 그런 의도의 일환입니다.
소설 내에서 언급했듯이 소설 한 편을 다 보고나면 끝나버렸네 라는 허무감을 주는데, 그런 느낌을 최대한 지우고, 또 뭔가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보지 않아도 그 소설에서는 계속 새롭게 즐거운 일들이 일어날 거라는 느낌을 주고싶었습니다.
그 느낌을 통해 독자님들께 활기를 주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지만, 그게 잘 전해졌을런지는... 모르겠네요 하하...
Q. 후반부가 개노잼임.
A. 일단 독특한 전개와 독특한 결말을 선택한 만큼 그런 독특한 전개에 대해 설득이 잘 되지 않았던 면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클리셰는 불필요한 부분을 생략할수록 빠른 전개가 가능해지고 더 맛있는 소설을 만들어내지만, 색다른 전개는 더 자세히 설명함으로서 독자님들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작가 본인의 역량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보니 그런 부분을 잘 구분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독자님들이 클리셰라고 받아들일까? 싶은 부분이 사실은 클리셰가 아닐 때도 있고, 그냥 클리셴데도 그냥 비꼬거나 생략하는 것 없이 그대로 집어넣었던 때도 있습죠.
특히 연재재개 후에는 재미 자체보다는 떡밥 회수와 개연성에 대해서 더 고민을 많이 하는 바람에 재밌는 연출이나 재미요소를 넣는 일이 좀 많이 떨어졌습니다. 한참 연재 재개 했을 때에 어떤 웹툰의 용두사미식 결말이 화제가 크게 되었던 때인지라 내 결말도 그렇게 되면 어쩌지? 하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재미보다는 떡밥 회수에 치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재미요소에 대한 고민은 한 편을 쓸 때마다 고민합니다.
이러면 재밌을까 저러면 재밌을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없었다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_ _)
아.
떡밥회수 위주의 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회수하지 못한 떡밥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더라구요. 허허... 혹시 궁금한 떡밥이나 내용이 있으시다면 덧글로 남겨주시면 답댓글로 남겨드리겠습니다.
일단 독자님들이 궁금해 하실만한 건 저 위에 세 개 정도가 생각나는 듯 해서 간단히 적어봤습니다...!
궁금해하시거나 이해 안 가는 전개가 더 남아 있을 수 있겠지만, 작가가 멍청해서 생각치 못한 부분일터이니 가감없이 물어봐주시고, 비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 _)
어쩌다보니 독자님들이 상상하며 재미를 느끼도록 만드는 소설을 써보겠다는 아집이 생겨 후반부에 가면 갈수록 끊어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생략하지 않아도 되었을 만한 장면들도 많고, 더 잘쓰고 더 잘 살릴 수 있었던 캐릭터들도 많았던 거 같은데 많이 아쉽습니다.
더 잘해야했는데... 하고.
후회하면 뭐하겠습니까.
앞으로 더 잘해야지.
차기작은 아마 준비가 되면 바로 시작할 것 같습니다.
많이 배웠으니 배운 만큼 더 좋은 소설을 써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쉬는 타이밍 없이 열심히 써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중 등장했던 작가의 언행이나 생각들이 온전히 제 생각인 것은 아닙니다만, 독자가 있어야 작가가 있다는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작가가 아무리 글을 써봐야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법이니까요.
비밀댓글, 쪽지 등등으로 응원해주셨던 독자님들께 특히나 감사드립니다.
이런 글을 써줘서 고맙다는 말씀들 정말,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부족한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해주시는 독자님이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있으시다면 꼭 더 좋은, 더 재밌는 소설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꾸벅(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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