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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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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최근연재일 :
2020.09.16 13:52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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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6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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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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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7 장 선택된 쌍둥이 (6)

DUMMY

세드릭이 관문에 도착했을 땐 이미 아침이었다.

밤새 달렸음에도 불과하고 해가 뜨고 나서야 도착할 정도로 먼 길을 달려왔다는 뜻이다.

만일 그가 마검사가 아닌 마법사였다면 비정상적으로 긴 거리를 텔레포트한 안의 능력과 그런 그녀의 위치를 단시간에 찾아낸 디엘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드릭은 마법사도 아니었고, 안과 디엘에 관해선 더더욱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자기를 잠도 못 자게하고 이 먼 곳까지 오게 만든 공주와 국왕에게 투덜거리며 ‘마샤안’이라고 쓰여 있는 관문을 통과했다.






12년간 거리에서 액세서리를 팔아오던 틸크는 이른 아침부터 들린 독특한 한 쌍의 손님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허리에 차놓은 검을 봐선 검사 같은데, 조금 촌티가 났다.

아무래도 한두 달 전에 여행하겠답시고 검만 차고 나온 시골청년이 분명했다.

물론, 그렇다 보기엔 검집이 유난히 좋아보였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기엔 앞에 있는 여자가 더 이상했기 때문이다.


평생 두고 앞에 있는 아가씨만큼 고운 피부를 가진 여자를 본적이 없었다.

험한 일은커녕 햇빛 밖에 나온 적은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뽀샤시하고 부드러운 피부.

피부뿐만이 아니다. 윤기 있는 검은 곱슬머리에 심야보다 깊은 검은 눈동자.

동작 하나하나에 넘쳐흐르는 기품.

드레스가 평민치고 좋은 것임에도 불과하고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아니, 옷만 평민이지 귀족이 분명했다.


이렇게 둘은 서로 풍기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렸다.

마치 태양과 달을 옆에 둔 것 같다고나 할까.

틸크는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에 홀로 고민에 빠졌다.

남매라 보기엔 분위기가 좀 다르고, 연인 사이라 보기엔 너무 비슷했다. 도대체 무슨 사이일까.


한참 동안 머리 장식들을 바라보던 여성은 마침내 핀 하나를 골랐다.

끝에 주황색과 노란색의 나비 장식을 달고 있는 심플한 금속 핀이었다.


“이건 어때?”


여성이 청년에게 보여주며 물었으나 그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미간을 좁혔다.


“이런 거리에서 말고 제대로 된 곳에서 고르지 그래?”


‘무슨 그런 말을!’ 이라고 순간 외치고 싶은 틸크였으나 고맙게도 여성이 먼저 나섰다.


“가끔은 이렇게 거리에서 사는 재미도 있다, 뭐.”


여성이 볼을 부풀리며 주장하자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핀 값을 냈다.

오늘 하루는 장사가 잘 될 것 같다.






“이건 어때?”


엘시아가 티나 앞에 내민 건 무릎 조금 아래까지 올라오는 갈색 가죽부츠였다.

앞이 끈으로 되어있어 신고 벗기 편해 보이는데다 줄기와 잎이 박음질 된 디자인도 나름 괜찮았다.

얼핏 봐도 10cm가 넘어 보이는 굽이 문제지만 말이다.


“굽이 너무 높아요.”


티나가 솔직히 대답하자 엘시아는 굽을 바라보며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앞에도 굽이 있어 괜찮을 텐데.”

“저한텐 너무 높아요.”


산다면 신게 될 당사자가 아니라고 자꾸 우기자 엘시아는 아깝다며 부츠를 내려놓았다.


“그럼 다음 가게에 가볼까?”

“너무 그렇게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엘시아가 신나게 다음 가게를 찾아 나설 준비를 하자 티나가 말했다.

그에 엘시아는 뜨끔 거렸지만 티내지 않으며 검지를 좌우로 까닥거렸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전에 옷 새로 사주겠다 그랬잖아.

그런데 옷은 이미 마련했으니 옷에 맞는 신발이라도 사주려는 거야.

지금 신발은 너무 헌데다 옷하고도 잘 안 맞는다고.

그리고 나중에 마법장신구도 하나 사줄게. 그래야 내가 곁에 없어도 변장 마법이 지속될 거 아니야.”


엘시아의 활발한 말투에 티나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 그럼 가자.”






“정말이지, 엘시아의 마법은 인정해줘야 한다니까.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거리에서 티나의 정체가 들키지 않게 완벽한 변장 마법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니.”


좀 더 떨어진 곳에서 마틴과 함께 걸어가던 케이가 감탄하며 말했다.

엘시아와 떨어진 지금, 변장 마법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마틴은 후드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이런 식으로 다녔는데다 마법도움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게 더 나았다.


그리고 겉보기에 머리색과 눈동자색, 그리고 피부색이 바뀐 티나의 모습을 보는 것도 달갑지 않았다.


“다 소용없는 짓이야. 왜 엘레마가 타메르의 모습을 해야지만 거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거지? 거기다 변장 마법 정도는 티나양도 직접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여태 하지 않고 있었잖아.”

“첫 번째 질문은 그게 아스가르드의 현실이고, 두 번째는 본인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 엘시아는 뭔가 아는 것 같지만 나는 영 모르겠는 걸.”


케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지크와 안을 찾는 거였다. 아니,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그걸 눈치 챈 마틴이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

“그냥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그때, 멀리서 다른 사람들과 달리 말을 타며 광장을 두리번거리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봐도 어느 정도 부유한 집안의 자제 같았다. 케이는 입꼬리를 올렸다.


“왔군.”






세드릭은 말을 타고 광장을 다니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격고 있었다.

어찌나 활발한 도시인지 사람들이 하도 북적거려 말을 끄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걸어가는 게 더 빠를지도 몰랐다.

하지만 사람을 찾기엔 말위에서 찾는 게 더 쉽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반대로 상대방이 자기를 찾기에도 이쪽이 훨씬 쉬웠다. 자기를 보자마자 도망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삐.삐.


순간, 귓속으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왼쪽귀로만 들려오는 소리.

그 소리가 계속 될수록 그의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었다.

이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다.

비록 오랜만에 듣는 것이라지만, 그 어느 것보다 확실하게.

그는 소리가 빨라지는 곳을 찾기 위해 급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삐비.삐비.


방향을 찾자 말을 달렸다. 아래에서 사람이 깔리든 말든 그건 더 이상 상관없었다.


이곳에 티나가!


“그만 멈추시지.”


그때, 귓가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

말도 그것을 느꼈는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세드릭은 겨우 말을 진정시키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어느덧 그곳엔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사람이 하나 서있었다.

수많은 인파속에서 자신만 느낄 수 있는 살기를 날린 솜씨를 봐선 살인의 달인이란 걸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격하지 않고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한 것을 보면 아직 자기를 죽일 의사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세드릭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응시했다.


“나에게 무슨 볼일이지?”

“내가 부탁한 거야.”


세드릭은 제 3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말을 탄 상태에서 봐도 상당한 덩치의 남자였다. 키도 키지만 몸에 붙은 근육까지.

바나하임의 사이휀 공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몸이었다.


“오랜만이야, 형.”


상대방이 자기를 아는 체하자 세드릭은 좀 더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제 보니 얼굴이 상당히 낯이 익었다. 근육이 좀 붙었지만 루이 태자를 많이 닮은...


“설마, 카일?”


세드릭은 설마하고 외쳤지만 상대방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에 세드릭은 옆에 있는 후드 쓴 인간을 뒤로 한 채 말에서 내려왔다.


말에서 내려오자 그의 키가 눈에 더 확 띄었다. 자기라고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머리 하나는 차이 났다.

물론 어렸을 때도 키는 컸다지만, 그때 그 삐쩍 마른 책벌레에게 이렇게 많은 근육이 붙다니.

정말 오래 살다 볼 일이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히 죽었다고...”

“그 자식에게 물어봐.”


케이의 딱딱한 대답에 세드릭은 대충 이해가 갔다. 카일이 저렇게 차갑게 대할 인간은 예나지금이나 한명밖에 없으니 말이다.

세드릭은 인사가 끝나자 말에 다시 올라탈 준비를 했다. 7년 만에 이렇게 살아 만나 다행이었지만 일단 빨리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살아있으면 에스테반에라도 한번 들리지 그래? 드른컬트도 괜찮고. 형님들에겐 내가 잘 얘기해 놓을 테니까. 그럼 난 이만 가야 돼서 나중에...”

“사실 그것 때문에 부른 거야.”


말에 막 올라타려던 세드릭을 케이가 다시 붙잡았다.


“무슨...”

“공주만 데리고 가, 형. 티나는 우리가 맡을게.”

“무슨?”


세드릭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자기가 카일에게 티나의 이름을 얘기해 준 적이 있었나?

아니, 티나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공주 일은 또 어떻게...


“사정을 얘기하자면 길어. 확실한 건 지금의 형은 티나를 데려갈 수 없어. 그건 지난 3년을 바나하임에서 지내온 형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 티나는 우리에게 맡겨. 설득이 좀 필요하겠지만 성공하면 레오 형님에게 보낼게. 그때까진 그냥 모른 척 해.”


케이의 말을 끝까지 들은 세드릭은 다시 고개를 돌리며 안장을 잡았다.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이 오고갔다. 여태껏 들었던 것과 자신이 생각하는 것. 자기가 원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의 답은 변하지 않았다.


티나는 자기가 데려가야 했다.


“세드릭 경?”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안장을 쥔 손에 힘이 저절로 들어갔다. 뒤에 누가 있는지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젠장.


그는 떨어지지 않을 것 같던 안장에서 손을 떼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비록 평민차림이지만 이 나라의 공주가 틀림없는 아네스가 서있었다.

그녀는 그를 발견하자 놀라면서도 기대하는 눈치로 얼굴을 조금 붉혔다.


“경은 이곳에 어쩐 일로...”

“그러는 아가씨야말로 이런 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연락도 없이 사라지시는 바람에 아가씨의 오라버니께서 크게 걱정하시고 계십니다. 얼른 돌아가시죠.”


세드릭은 거기까지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에 안은 잠시 고민하는 눈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경은?”

“예?”

“경도 내 걱정을 했나요?”


안이 얼굴을 붉히며 묻자 세드릭은 한숨을 쉬었다.


“걱정이 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차갑지만 확실한 대답에 안은 붉어진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덥썩.


그녀가 손을 내미는 순간 누군가 손목을 잡았다. 그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지크...”

‘지크?’


세드릭은 그제야 처음으로 그녀 옆에 있던 청년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안의 나이 또래지만 국왕을 연상시키는 윤곽을 가진 흑발. 그리고 적의를 가득 품은 차가운 검은 눈동자.

처음엔 저 적의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이제는 대충 짐작이 갔다.


‘그럼 이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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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제 7 장 선택된 쌍둥이 (1) 20.06.22 1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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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제 6 장 기다려오던 신관 (16) +2 20.06.19 13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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