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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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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최근연재일 :
2020.09.16 13:52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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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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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
글자수 :
66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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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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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7 장 선택된 쌍둥이 (5)

DUMMY

“우웅. 그냥 같이 자지.”

“네가 먼저 자야지 내 마음이 편해서 그런 거야. 알았으면 먼저 자.”


안의 요청에 지크가 턱을 괸 채 대답했다. 그는 지금 침대에 누운 그녀를 재우고 있는 중이었다.

여관에 들어올 때부터 같은 방을 써야 된다느니, 침대도 같이 써야 된다느니 계속 난리를 피운 그녀 때문에 침대까진 말렸어도 결국 같은 방에서 묵게 된 둘이었다.

그에 여관 주인은 애인 사이끼리 뭘 부끄러워 하냐고 허허 웃었지만, 그건 무시하기로 했다.

아니, 안은 오히려 즐기는 듯 했다. 평상시라면 그 소리 듣는 걸 지크보다 더 싫어할 그녀인데, 어지간히 화가 난 게 분명했다.


안은 입술을 삐쭉 내밀며 이불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그러다 내가 악몽이라도 꾸면 어떻게 하려고.”


지크는 그녀의 투덜거림에 어쩔 수 없다며 피식 웃었다.


“손 줘봐.”

“손?”


지크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안은 의아해하며 왼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지크는 자신의 오른손을 내밀며 깍지를 쥐었다.


“이게 뭐하는 건데?”

“엘레마들의 미신이라는데. 이렇게 상대방의 깍지를 쥐고 자면 악몽을 꾸지 않는데.”

“피이. 이런 미신 같은 거 하나도 믿지 않는다, 뭐.”


지크의 설명에도 불과하고 안은 여전히 투정을 부려, 그는 결국 두 손 들고 포기했다.

처음부터 결정 난 일이었지만 말이다. 안이 이런 식으로 나와 지크가 이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따가 ‘꿈’에 찾아갈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정말?”


듣고 싶은 말이 나오자 안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에 지크가 웃으며 그러겠다고 하자 안은 잠시 후 잠에 들었다.

지크는 그 후로도 계속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잠시 후 생각을 마쳤는지 조심스레 손을 빼내어 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지크는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렸음에도 불과하고 무사했다.

아니, 땅에 떨어지질 않았다. 오히려 그는 허공에 떠 있는 상태로 옥상 위로 올라갔다.


“너무 늦은 거 아니야?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고.”


지크가 옥상으로 올라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금발을 짧게 기른 한 소년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지크의 눈도 탐탁지 못했다.


“무슨 일이야. 내가 분명 찾지 말라 그랬잖아.”

“이유도 대지 않고 나갔는데 일단 어디 갔는지 정도는 알아야할 거 아니야. 남매 치고는 너무 다정한 거 아니야?”


예상치 못한 질문에 지크가 눈을 가늘게 뜨자 마틴은 재미있다는 듯 씨익 웃었다.


“너무 그렇게 싫어할 거 없어. 왕의 계약에 의해 선택된 촌놈이 이제 와서 진짜 왕족이라 해봐야 기운만 빠지니까.”

“티나는?”

“글쎄, 얘기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 걸. 정 걱정되면 직접 물어보지 그래?”


마틴의 빈정거림에 지크는 주먹이 떨렸다.

뭐 하러 온 거야 도대체? 아니,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

자긴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는데, 설마 다들 알고 있다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사생활 침해를 받았다는 생각에 열이 받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지크에게 마틴이 물었다. 그에 지크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뭘 하긴 뭘 해. 진정되면 돌려보내야지. 한 나라의 공주가 현상범이랑 같이 다닐 순 없는 일이잖아.”


지금도 자기가 왜 버려졌는지 알 수 없다.

아버지는 그저 집안 형편상 친부모님이 자기를 직접 키울 수 없었다고만 가르쳐주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딱히 원망한 적은 없다.

자기에겐 사랑해주는 양아버지도 있었고, 안이 있었다.


안을 처음 알게 된 건 7살 때였다.

가을 밤이었는데 머릿속으로 한 아이가 울고 있는 게 들렸다.

길을 잃은 그 아이는 누군가 찾아주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진 않았지만 귀로 듣는 것보다 더 선명하게 들렸다.

놀랄 법도 한데 지크는 놀라지 않았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허공에서 들리는 목소리도, 그녀의 존재도 마치 공기처럼 다가왔다.


물론 안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궁금한 게 없었던 건 아니다.

왜 부모님들은 안을 데리고 있으면서 자기는 버린 걸까.

자기와 안의 차이가 무엇일까.

그 차이가 얼마나 크길래 부모님은 자기를 버렸을까.

결코 양아버지와의 삶에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버려졌다는 사실이 슬프지 않았던 것 또한 아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 열한 살 때 완전히 바뀌었다.

그때, 부모님들이 강제로 정한 안의 약혼자로부터 편지 한통이 날아왔었다.

어차피 약혼도 부모님들이 멋대로 정한 거고 하니 결혼 전까지 연애 정도는 서로 마음대로 해야 하지 않겠냐는 내용이었다.

그야 열여섯 살이었던 약혼자에겐 그게 얼마나 말이 됐을지 몰라도, 당시 열한 살밖에 되지 않았던 안은 이해하지 못했다.

부모님이 정했든 어쨌든 약혼한 건 사실인데 왜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그 개념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날 안은 홀로 방에서 밤새 내내 울었다.

자기도 원해서 한 약혼이 아니었는데,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랬다.

그렇다고 약혼이 취소 되냐 그러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인생 중에 자신은 얼마나 차지 하냐고, 울음소리에 섞인 그녀의 질문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지크는 지크로 있으라고.

항상 밝고, 항상 긍정적인 지크로 남으라고.


지크는 그때 깨달았다. 안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야 귀족 집에서 태어나 모자람 없이 자랐지만,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자기 대신 선택되었기 때문에 그녀의 삶이 더 불행해 진 거라고. 안이 불행한 건 자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자기는 안을 위해 살 것이다.


때문에 지크는 강해졌다.

검술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매일 같이 기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비록 곁에 있진 못하더라도 멀리서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안도 강해졌다.

열한 살 때 일이 거짓말처럼, 그녀는 우는 일도 적어졌고, 귀족 아가씨로서 그 기품도 점점 더해졌다.

약혼자가 느닷없이 변했을 때도 침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성인으로 거듭나는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이젠 서로의 길을 가야되지 않겠냐며 결별 선언까지 했다.


처음엔 마냥 허무한 느낌이었다.

부모님으로부터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보다 안에게 버려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가슴이 더욱 아팠다.

하지만 지크는 따지지 않았다. 그녀가 그 결정을 내릴 때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말 안 해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원하지 않아도 그녀의 결정을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3년.

시간이 흐른 만큼 그 동안 지크는 그 나름대로의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의 선택에 안은 없었다. 결국 그도 안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젠 안이 울고 찾아와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지금도 어려우면 자기를 찾아온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더 이상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실이 고통스러웠다.

때문에 돌려보내야 한다. 지켜줄 수 없다면 최소한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들의 곁으로 보내줘야 한다.


“돌려보낼 방법은 있고?”


조용했던 마틴이 물었다.


“안의 ‘현실을 넘나드는 기술’은 내가 있는 곳하고 오기 전에 있던 곳을 텔레포트 하는 힘이 있어. 알아서 잘 돌아갈 거야.”

“그 텔레포트는 갈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나보지?”


마틴이 신기해하며 물었다. 마법에 대해선 잘 모르는 마틴이었으나, 텔레포트는 좌표와 마력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지크의 말투는 그녀가 마치 딱 두 군데만 갈 수 있는 것 같이 얘기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렇더라고.”


지크는 거기까지 얘기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이만 가야겠다. 내가 너무 오래 사라진 거 알면 걱정할 거야. 저 상태 되면 밝은 것 같아도 상당히 민감하거든.”

“티나양에겐 뭐라 전해줄까?”


내려가려던 지크가 마틴의 말에 우뚝 멈췄다. 등을 보인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그냥, 못 찾았다고 전해줘.”


지크는 그 말을 끝으로 아래로 내려갔다. 마틴은 창문이 조용히 닫히는 소리를 듣고,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허공을 향해 말한 것 같던 질문에 대한 답이 들려온 건 얼마 안돼서다.


“못 찾은 걸로 해요. 그게 지크님의 소원이니까요.”


그에 마틴은 짧게 한숨을 쉬더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한판 거세게 비를 내리던 하늘엔 먹구름이 걷히면서 달이 슬슬 제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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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제 7 장 선택된 쌍둥이 (4) +2 20.06.25 1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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