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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앙마 님의 서재입니다.

아빠는 신입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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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앙마
작품등록일 :
2014.09.11 16:02
최근연재일 :
2014.09.24 13:16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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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6,565

작성
14.09.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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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12

DUMMY

“아씨. 이 자는…….”

그가 물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선우를 데리고 사랑채로 계속하여 움직였다.


“아씨. 아씨!”

집사는 계속 뒤 따라오며 소리쳤고, 그 소리에 사랑채에서 나서던 좌의정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돌아섰다.


“미령아. 무슨 일이냐? 아니! 네 놈은!”

자신의 딸을 보며 물었고, 곧바로 그녀의 옆에 서 있는 선우를 보며 좌의정의 표정이 변한 뒤, 큰 소리로 말했다.

“일단! 진정하시고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선우는 고개도 숙이지 않은 채, 그를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감히! 이놈이 어디서!”

곧바로 집사가 따라와 그의 종아리를 걷어찼고, 그 충격에 선우는 의도치 않는 무릎을 꿇었다.


“아주 먼 훗날! 그 훗날에도 대감과 같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뜻만이 옳다고 말하는 인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마저도 자식의 말은 믿습니다. 그게 가족이니까요! 그런데 당신은 뭡니까! 좌의정인가 뭔가 개뿔, 그 자리에 앉으면 가족의 말도 무시해야 하는 것입니까!”

주위가 조용해졌다. 그 누구도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빗자루로 바닥을 쓸던 하인들의 움직임도 멈추었고, 그를 혼내려던 집사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그 누구보다 좌의정의 표정은 마치 석고상이 되어버린 듯,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미친놈이거나, 좌의정보다 더 높은 벼슬을 하는 자가 아니고서야, 감히 입 밖으로 뱉을 말이 아니었다.


“딸이 진실을 말하는데, 적어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버지 아닙니까? 벼슬만 높다고, 존경을 강요하지는 마십시오! 젠장 할!”

석고상처럼 굳어있던 좌의정의 눈썹이 씰룩거렸고, 한 쪽 입술도 삐쭉삐쭉하고 있었다.

“이보시오. 아무리 벗의 누명을 벗기고자 함이지만, 어찌 좌의정의 자리에 계신 분께…….”

“정치를 하기 전에! 가정을 먼저 잘 꾸려 나가보십시오. 가정은! 나라의 축소판입니다. 가정도 꾸려나가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나라를 꾸려나가겠습니까!”

이선우는 그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의 할 말을 모두 다 말했다.


마치, 폭풍이 지나쳐 간 듯 한 느낌이었다. 이제 그의 말에 대한 결정은 좌의정에게 남은 것이었다. 목이 날아가던, 벗이 풀려나던, 그 결정은 좌의정 손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


“어디 사는…….뉘 집 도령인가?”

모두의 예상 외였다. 하지만 선우의 표정은 그들과 달랐다. 마치 좌의정이 이 물음을 하기 기다렸다는 듯 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좌의정의 어투가 달라졌다. 대체적으로 조선시대에는 그 인물을 됨됨이를 알아보는 단계로 가문을 물었다. 현 시대에도 어른 분들은 간혹 본관과 파를 묻곤 한다.

“서울에 사는 전주 이가 선우입니다!”

"!!!"

좌의정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좌의정뿐만 아니라, 글 좀 읽었다는 사람은 모두 놀랐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미령은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선우는 현실세계에서 사용되는 자신의 족보를 말했다. 서울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그들이었지만, 전주 이씨…….이 한 마디는 좌의정은 물론,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하였다.


전주이씨는 왕족이다. 그 내부적으로 꽤 많이 나눠지지만, 신라시대 이한이 시조이며, 조선건국 인물인 이성계가 이한의 21대 손이다. 즉…….전주 이 씨라면 좌의정에 앉은 인물이 모를 리 없었다.


무엇보다 1782년이면 정조 6년 때다. 정조 역시 본관은 전주 이 씨였다.


“이름이 뭐라 하였는가?”

좌의정은 놀란 눈을 진정시키며 다시 물었다.

“선우입니다. 이선우.”

좌의정이란 높은 벼슬이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의 어투가 아니었다. 그냥 톡 던지듯이 내 뱉은 말이었다.

“오늘 귀한 손님이 오실 것 같았는데, 바로 그대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 안으로 들게.”

대우가 달라졌다. 자신의 이름을 말한 것뿐인데, 지난날과는 확연히 다른 대우였다.

그리고 이선우가 비록 전주 이 씨가 맞지만, 자신의 이름은 그 시대에 없던 이름이었다. 즉…….1782년의 전주 이 씨 족보를 다 들쳐보아도, 이선우란 이름은 없을 것이었다.


“안으로 들어갈 시간은 없습니다. 먼저, 억울하게 좌포청에 잡혀간 벗을 풀어주십시오.”

선우는 자신이 이곳으로 온 목적을 말했다. 그의 말에 좌의정은 그 즉시 집사를 통해 좌포청으로 연통을 넣도록 하였고, 다시 선우를 보며 안으로 들도록 권하였다.

“벗을 먼저 만나고 오겠습니다. 그럼.”

선우는 그의 호의를 다시 거절하였다. 그리고 넓디넓은 좌의정의 집을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대감. 어찌 저런 자의 말을 들으시는 것입니까?”

선우가 나선 후, 집사가 다가서며 그에게 물었다.

“당돌하지 않은가. 전주 이 씨라…….감히 간을 배 밖에 둔 놈이 아니고서야 어찌 왕족의 가문을 들먹일 수 있겠나. 비록 거짓을 말하고, 왕족을 능멸하긴 하였지만, 저 놈의 배짱을 높이 산 것뿐이네.”

좌의정은 그가 전주 이 씨라 말했을 때부터, 모든 말이 거짓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벗을 구하고자, 목이 날아갈 말을 뱉은 그의 배짱을 두고, 뭔가 생각이 있는 듯 그의 말을 모두 들어주었다.

좌의정의 말처럼 이선우의 모든 말은 현실세계에서는 진실일지라도, 과거에서는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보시오.”

그 뒤로 미령이 뛰어나오면 그를 불렀다.

“어찌 그토록 당당하신게요. 모두는 아버지의 그림자조차도 밟지 못하며, 뒷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헌데…….”

“내가 다시 만날 사람이 아니라 간땡이가 부은 모양이었습니다.”

그는 미령의 말을 듣고, 여전히 현실세계의 말을 던졌고, 좌의정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자신의 할 말을 모두 한 그 때의 일을 다시 떠 올리며, 온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대로 좌포청으로 향해 걸음을 옮기다 말고 섰다.

“저…….근데.”

다시 몸을 돌려 그녀를 향해보았다.

“무엇입니까?”

그녀가 물었다.

“좌포청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선우를 보며 서 있었다. 한양에 살며, 글 좀 익혔다는 선비라면, 좌포청의 위치를 모를 리 없었다.

“저를 따라오세요.”

하지만 그녀는 묻지 않았다. 전주 이씨…….그 성이 왕족이라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포도청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모를 수도 있다고 여겼다.

많은 의문이 있지만, 그를 데리고 좌포청을 향해 움직였다.



“아니! 이놈은!”

선우가 다시 좌포청에 모습을 보이자, 지난 날 선우를 끌고 화장실로 향하였던 포졸이 눈을 부라리며 그에게 다가와 멱살을 잡았다.

“이 무슨 짓인가!”

그의 행동에 미령이 큰 소리쳤고, 곧 포졸은 선우의 멱살을 급하게 풀고, 그녀를 향해 고개 숙였다.

“무고가 밝혀졌으니, 이 분과 또 다른 선비의 석방을 말하러 온 것이네.”

미령의 말에 포졸들이 가만히 서 있었고, 곧 포도대장이 관청에서 나오며 미령을 보았다.

“무고가 밝혀졌다니. 대감께서 저자의 죄를 묻지 않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묵직하였고, 근엄할 정도였다.

“애초에 죄는 없었습니다. 서로간의 오해가 생겼고, 아버지께서 그 오해가 풀렸으니, 석방을 부탁드렸습니다.”

미령이 그의 물음에 답하였고, 포도대장의 시선은 선우에게로 향하였다.

“아가씨의 말을 들어, 옥에 갇힌 자는 석방토록 하겠습니다. 허나! 저 자는 포도청을 빠져나간 죄가 있기에, 석방에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이선우가 놀란 것이 아니었다. 미령이 놀란 눈으로 포도대장을 본 후, 곧바로 시선을 선우에게로 돌렸다.


“벗이 죄를 씻을 수 있다면, 기꺼이 포도대장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 왜 그대가…….”

선우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 자진하여 포도청으로 들어섰다. 그의 행동에 미령은 말을 잇지 못하였고, 포도대장도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아무 말 못하였다.


“옥에 갇힌 박세돌을 석방하고, 저자를 하옥시켜라.”

“네 나리!”

포도대장은 포졸에게 명령 내렸고, 미령에게 인사한 후, 다시 포도청으로 들어섰다.

미령은 잠시 서 있은 후, 곧바로 포도청으로 들어섰고, 포도대장을 지나친 후, 포졸들에 의해 옥사로 이동하고 있는 선우 앞에 섰다.

“괜찮습니다. 그 보다…….벗이 나오면 그 벗이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으니, 좌의정 대감께서 친히 잘 살펴 주십사 부탁드린다고, 전해주십시오.”

선우는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


“이거…….”

그녀는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보고 있었고, 곧 선우에게 노리개를 건네주었다. 노리개는 지난 날, 미령이 선우에게 사 준 것으로, 포졸에 의해 끌려갈 때, 땅에 떨어뜨렸던 것이었다. 그리고 떨어진 노리개를 그녀가 주은 후, 가지고 있었다.

선우는 그녀가 주는 노리개를 받은 후, 미소를 지었고, 곧 포졸들과 함께 계속 걸어갔다.


아직 시간은 정오도 넘기지 않고 있었다. 즉. 선우가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가기에는 긴 시간이 남은 것이었다.


“왜…….나만 풀려난 것이오?”

선우의 생각대로 일은 진행되었고, 박세돌은 석방되었다. 그는 석방된 후, 포졸에게 자신의 석방 이유를 물었다.

“미령아씨와 벗인가 하는 사내가 찾아와 무죄를 증명하였고, 그로 인하여 석방되는 것입니다.”

포졸은 그를 옥에서 끌고 나온 뒤, 포도청 문 앞까지 인솔한 후, 답하였다.

“괜찮으십니까?”

그가 포도청 문 앞까지 오자,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령이 물었다.

“어찌된 일입니까? 그리고 제 벗은 어디에 있습니까?”

미령에게 물었다. 그리고 박세돌의 입에서는 여전히 선우를 빗대어 벗이라는 말이 나왔다.

“도령의 벗은 지난 밤, 옥에서 빠져나와 오늘 아침 저의 아버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도령의 무죄를 말하였고, 그 뜻이 아버지께 전달 된 것입니다.”

박세돌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포도청으로 돌렸다.

“옥을 빠져나와 나의 무죄를 증명하였다면, 그는 죄인이 되는 것입니다. 낭자께서는 그것을 알고 있을 터인데, 어찌 그 벗을 데리고 이곳으로 온 것입니까!”

박세돌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한 상태였다. 그의 묵직한 음성에 목소리까지 크니, 주위의 모두가 그를 향해 보고 있었다.

“이건 아닙니다. 애당초 없던 죄를 뒤집어쓰게 만든 좌의정 대감의 잘 못이지, 왜 그 벗이 이 죄를 받아야 하는 것입니까?”

여전히 박세돌의 목청은 높았다. 포졸들은 그가 포도청 안으로 들어설 것만 같아,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벗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아버지께 찾아가셔서, 조금 전 저 벗처럼, 무죄를 증명하면 되는 것입니다.”

점차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던 박세돌에게 그녀는 침착한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끝난 후, 박세돌은 그녀를 노려보았다.

“앞장서시오. 내 당장 좌의정 대감께 잘 못 된 것을 바로 잡도록 말할 것이오!

미령은 박세돌의 표정이 날카롭고, 목소리에 강한 자신감마저 묻어 있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미 옥에 갇힌 선우가 아침에 좌의정 앞에서 당당히 말한 것처럼, 박세돌 또 한 벗의 무죄를 위하여 당당할 것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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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척제현람
    작성일
    14.09.23 12:52
    No. 1

    뭔가 개연성 부분에서 좀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조카
    작성일
    14.09.23 14:06
    No. 2

    즐감하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삼류독자군
    작성일
    14.09.23 15:27
    No. 3

    왕족사칭은 9족이 멸할사건입니다
    그저 배짱이 마음에 든다고 넘어갈수있는 상황은 아닌거같습니다
    1대1의 만남이라면 모를까 사람이 많은곳에서는 더더욱 말이안됩니다. 의뢰부분에 간섭하는순간 이미 의뢰의 실패가 아닐까요?
    나비효과. 차라리 설정에서 간섭이 생겨도 인과율에따라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전제가 붙어야하지않을까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리호
    작성일
    14.09.23 15:27
    No. 4

    우정 우정!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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