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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앙마 님의 서재입니다.

아빠는 신입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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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앙마
작품등록일 :
2014.09.11 16:02
최근연재일 :
2014.09.24 13:16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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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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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
글자수 :
66,565

작성
14.09.1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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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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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글자
10쪽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2

DUMMY

“저에게 맞는 직업이 있을까요? 제가…….지금까지 한 일이라고는…….”

“지금까지 한 일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그 열정만이 필요한 것이지요. 함께 가보시겠습니까?”

의심을 해야 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겪고 난 뒤에 의심을 해도 될 상황이 지금의 처지였다.


선우는 그를 따라 말없이 움직였다. 행단보도를 건넜고, 10분을 더 걸었다.

“이 곳은…….”

걷다보니 집 근처였다. 하지만 15년 동안, 이 길을 지나쳐 왔지만, 생전 처음 보는 건물이 있었다.

사방 모든 면이 유리로 되어 있었고, 5층으로 된 건물이었다.

“들어가시죠.”

사내를 따라 들어섰다. 건물 정문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모든 면이 다 유리였다.

사내의 뒤를 졸졸 따라 한 쪽으로 들어섰고, 안으로 들어서자,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녀가 입구에 서 있었다.

그들은 사내에게 인사한 뒤, 이선우를 보았다. 잠시 동안 매섭게 보는가 싶더니, 선우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하였다.

이선우는 얼떨결에 인사한 후,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위로 오르는 것인지, 아내로 내려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참 동안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리고 멀뚱히 선 채, 앞에 보인 광경에 넋이 나갈 것 같았다.

“이게…….뭡니까?”


마치, 영화 속 세트장처럼 보였다. 투명색으로 된 거대한 모니터가 중앙에 있었고, 그 사방으로 둥글게, 자리하여 작은 모니터를 앞에 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소득도 많고, 일도 편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시려면, 더 많은 돈이 들어갈 텐데, 고소득의 일을 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선우는 그의 입에서 두 아들에 관한 말이 나왔지만, 그 순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저 고소득이란 단어에 지금 눈앞에 보이는 곳이 자신의 직장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겠습니다.”

생각이고 뭐고 필요치 않았다. 사내의 말처럼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항상 정해진 월급으로 모든 것을 맞춰가야 하니, 형편이 나아지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고소득. 이 단 하나의 단어는 모든 사람이라면 다 귀가 열려버릴 단어였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하는 회사입니까?”

“우리요? 뭐. 간단합니다. 의뢰받은 일만 처리하면 되는 회사입니다.”

순간 이선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보통 의뢰받은 일을 하는 곳은 불법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생각을…….좀 해 봐야겠습니다.”

의뢰받은 일을 한다는 것에 잠시 팔랑거렸던 귀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두 아이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생각하시면, 그리 오랫동안 생각할 시간은 없을 것입니다.”

확답을 주지 못한 선우에게 사내는 또 다시 두 아들을 미끼로 던졌다.

“하…….하겠습니다.”

그의 생각 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두 아들의 미래라는 말에 귀는 다시 팔랑거렸고, 사내에게 답했다.

“그럼 정식으로 입사원서를 작성하시고, 내일부터 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그런데 어떤 종류의 의뢰를 받아서 하는 곳입니까?”

선우는 뭔가 서두르는 듯 한 그의 말에 답은 하지 않은 채, 말을 더듬거리며 물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의뢰는 없습니다. 뭐. 떼인 돈을 받아 달라. 남편이나 와이프가 바람났으니 잡아 달라. 사람 좀 찾아 달라…….이런 하찮은 것은 하지 않습니다.”

“그럼…….그 보다 더…….설마 사람도 죽입니까?”

보통의 흥신소라면 위와 같은 일을 하며, 그보다 더 큰 일을 하는 곳은 사람도 죽인다는 것을 알기에 물었다.

“사람을 죽인다라…….뭐. 아직까지는 누군가를 죽여 달라는 의뢰는 없었습니다.”

사내의 말에 선우는 한 숨을 내 쉬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 어떤 순간이 닥쳐도 하지 못할 것 같은 그였다.


“다만…….우리에게 일을 의뢰하는 사람은…….지금. 당신과 함께 숨쉬며, 당신과 함께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우리에게 일을 의뢰하는 사람은…….과거와 미래의 사람들. 즉…….당신과 단 한 번의 조우도 없었던 사람들이며, 이 세상과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선우는 잠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어색한 웃음을 여러 번 지었다.

과거와 미래. 그곳에서 일을 의뢰한다? 어이가 없었다. 잠시 동안 두 아들의 미래로 인하여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과거와 미래에서…….일을 의뢰해?―

다시 한 번 그가 한 말을 되새겼다. 역시나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선우는 잠시 그의 얼굴을 보며 생각하였고, 곧 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세상천지 신종사기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기를 치려면 제대로 된 아이템으로 사기를 치십시오. 이게 뭡니까? 초등학생이나 당할 것 같은 유치한 사기…….”

‘팟!’

선우는 사내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하다말고, 자신의 왼쪽에서 갑자기 환한 빛이 발동되더니, 이내 아주 강한 빛이 또 한 번 발산된 후, 그 곳에서 한 사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젠장! 앞으로 이런 일은 받지 마십시오. 과거 똥통에 빠뜨린, 다이아반지를 찾아달라니…….그 똥통의 냄새가 어휴…….”

강한 빛과 함께 모습을 보인 사내는 온 몸에 똥을 뭍인 후, 심한 악취를 내 풍기며 말했고, 그 즉시 사무실 내에 마련된 샤워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사기는…….나쁜 놈들이 치는 것입니다. 우리같이 사람들의 힘든 부분을 해결해주는 그런 착한 사람들이 치는 것이 아닙니다.”

사내는 자신의 어깨위에 오른, 연우의 손을 살며시 잡아 내리며 말했고, 선우는 놀란 눈으로 계속하여 온 몸에 똥을 뭍이고 지나쳐간 사람과, 그가 나온 후, 서서히 다시 빛이 사라지고 있는 곳을 향해 보았다.

“우리의 일을 하는 모든 직원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내는 멍하니 서 있는 선우에게 말했다.

“바로…….당신과 같은 아버지란 것입니다. 자식을 키워야하며, 자신을 믿고 시집온 아내를 안아주어야 하는 사람. 아버지이며, 남편이면, 또 부모에게는 자식인 사람.”

선우는 멍한 눈을 좀 체, 바로 잡을 수 없었다. 마치 자신이 꿈속을 헤매고 있는 듯 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오늘 원서작성을 하시고 가시면, 내일 저희가 직접 댁 앞으로 모시러 갑니다.”

그리고 그에게 입사원서를 내 밀었다.

분명 한글로 내용이 적혀 있는 입사원서였다. 하지만 회사명도 없었다. 기입란에는 이름과 나이, 그리고 가족관계외에는 그 어떤 것도 작성을 요구하는 것은 없었다.

잠시 동안 원서를 본 후, 또 다시 두 아들과 아내가 생각나 원서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나이, 그리고 가족관계를 적어 사내에게 건네주었다.

“축하드립니다. 이제부터 저희회사 식구가 되었으니, 앞으로 저희 회사의 아주 많은 특혜를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사내는 선우에게 말한 뒤, 몸을 돌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먼저 탑승한 후, 멍하니 서 있는 선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우는 엘리베이터로 걸어가, 여전히 멍한 눈으로 서 있었다.

“명심하십시오. 우리 회사는 아무나 들어 올 수 있는 회사가 아닙니다. 오로지 선택받은 자만이 입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세상 그 어떤 직업보다 더 극한직업인, 아버지라는 평생 직업을 가진 사람들만이…….우리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다시 1층에 도착하였고, 건물을 나온 후, 사내는 여전히 멍한 선우에게 말했다.


자신이 위로 올라갔었는지, 아래로 내려갔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이 5층짜리 건물에서 나온 것만은 확실하였다.

건물을 기억하며, 그의 말을 기억하며, 선우는 힘없이 다시 그 곳을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여보.”

고개 숙인 채, 땅만 보고 걷고 있었다. 조금 전의 일을 이해하고자 노력 중이었지만,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곧 그의 옆으로 아내가 다가서며 팔짱을 꼈다.

“응. 여보.”

선우는 그녀의 눈웃음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팔짱을 낀 아내의 손을 잡아주었다.

“꼭 10년은 된 것 같네요. 이렇게 당신 팔짱끼고 집으로 향하는 것이요.”

아내는 한 손에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선우의 팔짱을 낀 채 걸으며 말했다.

“장바구니 이리 줘. 내가 들어줄게.”

“아니에요. 오늘은 당신도 힘들었을 텐데, 이건 제가 할게요.”

무거워 보였다. 아내의 가는 팔로 들고 있기조차 버거워 보이는 장바구니였다. 하지만 아내는 그 무거운 장바구니를 선우에게 넘기지 않았다.


-세상에 있는 직업 중, 가장 극한직업이 아빠라고? 내 생각에는 또 하나 있는 것 같다. 바로 엄마이며 아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은 바로 부모라는 평생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 본다.―


선우는 사내의 말을 떠 올리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부모…….그의 말처럼 세상천지, 부모라는 직업보다 고된 직업은 없을 것이지만, 그 직업보다 더 보람을 느끼는 직업 또 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젊은 미혼남녀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직업 또 한. 부모란 직업일 것이다.


집에 돌아와, 맛있는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모처럼 저녁시간에 모여앉아 담소도 나눴다.

자식과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이 이토록 행복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지내온 세월이 아쉬웠다.

아이들은 뭐가 그토록 할 말이 많은지, 잠시도 쉬지 않고 선우에게 말하고 있었고, 안아주고 또 안아주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잠에 들고, 아내와 침실에 누웠다. 바쁜 사회생활로 인하여 지친 몸을 뉘우자마자 잠들었던 지난 시간과는 달리, 아내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사내가 한 말을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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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13 +2 14.09.24 3,660 62 12쪽
12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12 +4 14.09.23 3,317 57 12쪽
11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11 +1 14.09.22 2,948 72 11쪽
10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10 +2 14.09.21 2,932 56 12쪽
9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9 +1 14.09.20 2,317 58 11쪽
8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8 +5 14.09.19 2,954 57 14쪽
7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7 +2 14.09.18 2,940 56 10쪽
6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6 +1 14.09.17 2,879 65 13쪽
5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5 +5 14.09.15 3,262 71 11쪽
4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4 +3 14.09.14 4,509 99 10쪽
3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3 +3 14.09.13 3,945 91 12쪽
»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2 +9 14.09.12 5,568 129 10쪽
1 아빠는 신입사원 - Episode 1 - 1 +6 14.09.11 5,243 10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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