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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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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7.04 21:00
연재수 :
1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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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715,712

작성
24.01.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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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4화

DUMMY

작심삼일. 이라는 말을 알고 있을까? 모른다면 지금 미리 알아둬도 좋을 것이다.


구체적인 뜻은, 뭐 나도 모르겠고. 그냥 마음먹은 것이 오래가질 못한다! 그 정도의 의미다.


나! 오늘부터 다이어트할 거야! 라고 외친 다음 날 끝 모르고 올라가는 치킨값이 무섭지도 않은 지 치킨을 시켜 맛있게 다리 하나 뜯어먹는 나, 라거나.


나 진짜 금연한다. 진짜! 라고 했지만 30분 뒤 ‘식후 땡은 인정이지~’ 라며 옆 사람에게 불을 빌려 가면서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다거나.


내년엔 꼭 여자친구 만든다! 반드시! 라고 했지만, 아, 이건 아닌가. 이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관두자.


뭐 하여튼. 그렇다는 말이다. 내 마음의 다짐이 오래가지 않을 때, 작심삼일. 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바로 그렇다.



“······.”



오늘로 며칠이 지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쨌든 시장 지역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술집에서 나오며 다음에 또 오겠다 했지만 결국 올라가진 않았다.


아니 그런데, 그렇지만, 올라가는 것만 서너 시간은 걸리는 높이는 내가 무슨 깡으로 꾸역꾸역 올라가? 고역이야. 여기도, 술은 있고. 마시고 있진 않지만.


어쨌거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난 지금 그다지 뭔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살기 좋은 시장 구역에서, 우연히 찾은 여관방에 앉아서, 멍하니 되는 대로 살고 있을 뿐이다.


여기 살기 좋아. 옷 입고 벗어두면 내일 아침 새 옷 돼서 진열되어 있고, 먹을 것도 무한이고, 아주 그냥, 최고야.


이곳에서 삶이 나쁘지 않다니까? 의식주, 전부 해결이 된다. 사람이 없다는 크나큰 단점이 있는데, 이것도 얼마 전에 찾은 인형으로 대체했다!


꼭 끌어안고 자도 아침이면 있던 곳으로 돌아가서, 뭐, 그렇게 친밀한 관계라곤 할 수 없지만. 외박은 절대 안 된다는 통금 있는 엄격한 집안의 여자친구를 사귄 느낌? 한 번도 그런 여자친구 사귀어본 적 없어서 진짜로 그런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하.



“······음. 성당에, 가볼까.”



오늘은 그냥, 그런 무의미하고 허망한 하루하루 중에서 하루일 뿐이지만, 오늘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 얼른 준비를 마치고, 계단을 오를 준비를 하자. 3층까지만 올라가도 세 시간이다. 그것도 쉬지 않고 올라간다는 가정하에. 쉬엄쉬엄 올라가면 끝도 없다.


그나마 뭐, 경사가 엄청 높다거나 그런 게 없으니 오르기가 편하지. 산처럼 오르기 험했다면 진짜, 한 층 한 층 오를 때마다 생사를 넘나들 각오를 하거나, 그냥 포기하고 내려와서 1층에서 굶어 죽었을 것이다.


어디, 오늘도 반나절은 계단 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은데, 혹시 시장에 텐트가 있으면 그거라도 하나 챙겨가 볼까? 그냥, 계단에서 하루 자게?



“오른다, 계단. 계단계단!”



오늘은 또 어쩐 일로 이렇게 계단을 오르게 되었을까. 나란 놈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계단 바보라니까?


계단을 오른다. 이 말은 비유적으로는 한 단계 나아간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잠깐, 단계? 계단, 단계. 헉······! 계단이 먼저인가 단계가 먼저인가?!


아, 음. 으음. 요즘 가끔 이런다. 애착인형을 챙겨야겠어.



“안녕 친구. 오늘은 저 높은 곳의 성당에 가볼까 해. 천국은 하늘나라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저 정도 높이에 있는 성당이라면 하늘나라에 있는 성당이 아닐까 싶어. 사실 난 지금 천국을 오르는 계단을 오르고 있는 거지. 그 과정이 지옥 같을 뿐이야. 천국과 지옥은 결국 동전의 앞뒷면인 거지. 나의 지금이 지옥 같더라도 그 결말이 천국이라 한다면 기꺼이 그 과정을 버티고 나아가야 하는 거야. 할 수 있다면. 난 못할 것 같긴 해. 계단 하나하나 오르는 것도 이렇게 버거운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어? 그치?”



아닌가. 애착인형이 있으면 더 심해지는 건가? 나 지금 좀 위험한가? 정신적으로? 아니 애초에,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 허허, 미치겠네.


내 손바닥 두 개 합친 것 정도의 조금 큰 편인 요정 인형을 들고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지? 왜? 뭐가 어때서? 우리 친구가 뭐가 어때서? 이것 좀 봐. 우리 친구 퀄리티 좀 보라고. 바깥에 가지고 가서 팔 수만 있었다면 가격을 시가로 정했어야 할 정도의 높은 퀄리티라니까?



“크흠! 흠흠! 정신 차릴게. 친구야. 오늘 목표는, 성당이야. 갑자기 왜 가고 싶어졌는지 아니?”

“아니 모르겠는데? 왜 그런 건데?”

“사실은, 성당에는 특이한 시스템이 하나 있거든. 궁금하니?”

“응! 궁금해!”

“······후우, 미안 잠깐 숨 좀 고르고. 어우, 하이톤 내기 어려워. 그치?”

“맞지맞지! 계단 오르면서 대화하기? 이거 보통 어려운 거 아니다~?”

“그렇지? 인정해줘서 고마워. 아, 어쨌든.”



성당에 존재하는 특별한 시스템 하나. 그건, 제물,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특정한 물건을 제단에 바치면 스테이터스를 높여주거나, 축복을 내려주거나, 뭐 하여튼 주는 만큼 받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다.


다만, 이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선 성당의 제단에 다가갈 수 있을 정도의 명성을 쌓아야 한다는 문제가 존재해서 고레벨의 탑험가들만이 이용할 수 있고, 덕분에 그들은 갈수록 더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간다.


그럼 뭐, 어디 제단은 어딘가 숨겨져 있는 장소에 있느냐! 그건 아니다. 성당 자체가 그냥 뻥 뚫린 공간이라서, 막는 사람이 없다면 그냥 제단에 가면 된다.



“바친다! 바친다라. 뭘 바칠 건데?”

“4층에 가려면 당연히 3층을 거쳐야 하잖아? 그래서 일단은 3층에 들러서, 그 되게 비싼 술을 가지고 올라가 볼 생각이야.”

“아하······! 그런데 그러려면, 시간이 꽤 빠듯하겠는데?”

“그렇지! 3층에서 술을 찾자마자 다시 계단을 올라서 4층에 도착해야지! 층을 이동해도 리셋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휴, 그러니까 좀! 응? 1층에도 내려가 보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

“아니 뭐, 그렇긴 한데. 피곤하고 힘들잖아.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진짜 미치도록 높단 말이야. 아침에 오르기 시작하면 해질 때쯤 2층이라니까?”

“운동한다~생각하고!”

“아니, 운동도 정도껏이지. 연골 나가!”

“왜 그런 걱정을 해? 생명의 호수에 몸 한 번 담그면 다친 거 다~나을 건데! 넌 지금 그 누구도 누리지 못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거야!”

“······와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과연, 내 인형 친구야. 생긴 것도 예쁜데 머리까지 똑똑해.


인형 친구의 말마따나 연골이 갈리고 뭐고 생명의 호수에 넘쳐흐르는 그 물에 몸을 담그면, 죽지만 않았다면 다 회복이 되잖아? 오호오호.


이거, 그거냐? 근성장? 운동으로 찢어진 근육을 생명의 호수에 담가서 순식간에 재생! 찢어지고 재생하기를 반복하며 근육은 커진다!


······어어, 맞나 이거? 이론이 이게 맞아? 아닌가? 모르겠네. 운동이랑은 담 쌓고 살아서.


아니 뭐, 뭐가 됐든. 생명의 호수에 한 번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번에 4층으로 올라가면서 층을 이동한 물건도 리셋이 되는가 아닌가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래서 정말! 리셋이 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생명의 호수에서 물 한 바가지 퍼서 1층 로비에 생명수로 수영자 만들 거야!


딱히 이유는 없어. 의미도 없어. 그냥 하는 거야. 아무도 못 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특 . 권. 이라고나 할까? 후훗.



“남들은 생명수 그거 너무 적어서 제대로 활용도 못 하고 어디 뭐 퍼가지도 못한다는데, 나는 거의 뭐 무한정 쓸 수 있겠다, 그치?”

“맞아맞아!”

“으하하! 우리 친구 덕에! 내가! 허억! 이런! 후우! 굿 아이디어를 얻네!”

“하아······! 하아! 별! 말씀을!”

“하! 하하! 어우, 좀, 쉬었다가. 뒤지겠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첫날에 비해서 너무 높아진 것 같아.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룻밤 사이에 훌쩍 자라고 둘째 날부터 성장이 멈춘다는 게 그게, 맞나? 역시 착각인가?


음, 그래. 그렇다면, 계단의 숫자를 세어보자. 처음부터 끝까지. 언젠가 계단을 세아릴 때 내가 알던 것보다 많거나 줄었다면 뭔가 변화가 있었다는 방증이겠지.


으음, 그런데, 그냥은 기억도 못 할 테니까, 뭔가 표시를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뭔가 없을까.



“으아! 3층 도착! 어우 진짜! 못 해 먹겠네!”



술집에 들르기 전, 여기저기 또 열리는 문은 없을까 열어보지만, 역시나 열리는 문은 없다. 괴롭다.


어쨌거나! 가방 안에 비싼 술을 챙길 수 있는 만큼 잔뜩 챙기고 4층으로 등반을 시작한다. 등반. 등반이 올바른 명칭일 것이다. 암만 생각해도 등산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노동이야.



“지금 드는 생각인데, 여기에 얼마나 오래 갇혀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지금! 지금 미리! 생각나는 노래 같은 것들, 가사라도 적어둬야겠어!”

“와아! 그거 좋은 생각 같아! 2층에 기타 같은 것도 있던데, 그런 걸 쳐보는 건 어떨까?”

“놀거리는 많네! 시장에, 시장에 별거 별거 다 있더라!”

“맞아! 시장 중앙에 큰~건물 있잖아? 그, 천장까지 위로 쭉 뻗은 건물! 그 건물 안에는!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금고가 있데!”

“헤헤! 헤! 별로 기대는 안 되는데? 닫혀 있던 금고, 돈까지 쥐여주고 열었더니 안에 아무것도 없더란 이야기를 들었거든!”

“맞아! 그럴 순 있지! 그렇지만 열어보는 시도도! 나쁘진 않아! 시간은 많잖아?”

“오늘 참 여러 가지 수확이 있었네. 내일도 오늘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가정하에.”

“아우~정말! 왜 그러니?! 화이팅! 노력해야지! 힘내자! 아자아자! 화이팅!”

“후우! 화이팅! 으아아아아! 나는 할 수 있다!”



친구와 즐거운 대화를 하며, 꾸역꾸역 계단을 올라, 해가 질 때쯤 4층, 성당 지역에 도착했다.


하여튼 여긴 참 화려하다. 뭔가 황금색으로 반짝반짝해서 성당이 아니라 황금의 궁전에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이다. 저기 저 커다란 금상도 신이 아니라 왕의 모습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뚜벅, 뚜벅.


내 발소리가 몇 번이나 메아리치는 이 넓은 공간을 뚜벅뚜벅 걸어 제단으로 향한다. 발소리가 울리는 건, 이 공간의 특징인 건가? 로비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신기하네.


어쨌거나, 나는 제단에 아무런 방해도 없이 도착. 그 위에 값비싼 술을 한가득 올려놓는다. 그리고는, 뭐, 음, 기다린다.


······기도라도 해야 하나?


음. 오늘은 여기서 자야 하니까, 일단은 근처에 텐트를 치자. 내일 아침이면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겠지만, 자는 동안은 따뜻할 수 있으면 좋잖아.



“텐트~끝!”

“와아~! 생각보다 빠르게 끝냈네?”

“이정도야 뭐! 식은 죽 먹기지! 어디 그럼, 제단에 기도를, 어어?”



제단 위에 올려두었던 술이, 모조리 사라졌다. 허어, 놀라워라. 아! 아아! 스테이터스! 뭐라도 바뀌었나?!



“변화 없네······쩝, 잠이나 자자. 잘 자~!”

“응~잘 자~!”



에휴, 오늘 난, 대체 왜 계단을 오른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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