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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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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6.30 21:00
연재수 :
1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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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글자수 :
703,814

작성
24.01.2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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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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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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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DUMMY

“야, 너 그 영상 봤냐?”



어느 날 영상 플랫폼에 올라온 짧고 별다른 임팩트도 없는 잔잔한 영상 하나.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드넓은 초원과, 하늘을 떠받들 듯 높이 치솟은 거대한 나무를 보여준다.


영상의 주인공은 무언가 잘못된 듯 당황하며 여기저기를 돌아보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과,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보이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그리고.



[Lv : 0]

[근력 : 0 지구력 : 0 마력 : 0 지력 : 0 매력 : 0 재능 : ?]



괴멸적인 스테이터스.


첫 시작은 분명히 1레벨인데 왜 0일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모든 스테이터스가 0이고 재능이 ?인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그런 상태창에 분개하며 투덜거리던 영상의 주인공은, 카메라의 경계, 영상의 가장 흐릿하고 보기 힘든 부분에서 뛰어든 정체불명의 괴생명체에게 당하는 것으로 끝이 나며, 그 영상의 이름은.


[Zero Floor]



“야 좀 소름 끼치긴 한다.”

“그치? 와아 진짜, 요즘 진짜 CG 기술 진짜 장난 없지 않냐? 나 진짜 줄 알고 탑험가 친구한테 물어 봤잖아, 이거 진짜냐고!”

“오바 떨기는.”



그냥 가벼운 괴담 영상이다.


어느 날, 세계 각지에 나타난 엄청 되게 많이 물리적으로 말이 되나 싶은 소름이 끼치게 높은 탑.


우주에서는 그 끝이 관측되지 않고, 올려다 보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안에서도 아직 그 누구도 마지막까지 오르지 못한 기괴한, 판타지 건축물.


처음 나타났을 때, 나타나자마자 ‘와! 탑! 와! 몬스터! 각성자! 와아아!! 세계가 망한다!! 으아앙아!!’ 이런 식으로 대혼란을 야기한 건축물이다.


실제로 갑자기 사람들이 탑으로 끌려가기도 하고, 탑에서 제때 처리되지 않은 몬스터들이 뛰쳐나오기도 하고 뭐, 일 많았지.


그래도 그런 것치고는 지금까지는 큰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인류 문명이 망하진 않았으니 큰 탈이 없다고 말해야 될 것이다. 몬스터 폭주니 뭐니로, 사람들 진짜 많이 죽었지. 사회가 용케 유지되고 있다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거기에 진짜 소설처럼 뭔가 신적인 존재가 나타난다거나 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다들 무서워하고 있고, 그래서 정부에서는 탑험가, 원래는 모험가나 각성자라고 불렀는데 이래저래 잡음이 많아서 탑험가 같은 이상한 단어로 대체되었다.


아 뭐, 하여튼.


정부는 탑험가를 키우고, 탑험가는 탑에 들어가서 탑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물건들이나 지식을 가지고 오고, 몬스터들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고 있다. 다들 고생이 많아.


그렇게 탑에 대한 것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지금, 이 괴담은 참 시기가 적절했다. 이젠 모두에게 익숙해진 탑의 기괴한 특징 하나. 한 서버에 정원은 1000명. 1001명 째는 새로운 서버로 이동된다.


이게 참, 참 거시기한 시스템이다. 게임이냐고.



“그 친구가 그러더라. 자기도 아무도 없는 신 서버에 한 번 들어가 본 적이 있긴 한데, 금방 다른 탑험가가 들어오기도 하고, 주변에 주민들도 있다고. 야 그런데! 걔가 또 뭐라는 줄 아냐?! 같은 탑이라도 다른 서버면 층의 모습이나 주민들이 다르니까 저런 모습일 수도 있다는 거야!!”

“하! 너 겁 많은 거 알고 겁주려고 그랬나 보다.”

“으아아아아! 왜 나한테 그러냐고! ”

“아, 1001명 하니까 나 그건 들어본 적 있다. 진짜 완벽하게 동시에 들어가고 도착지점까지 완벽하게 똑같은 사람이 있으면 들어가는 순간에 부딪혀서 엄청나게 다친다고.”

“어어 맞아맞아, 사람끼리 겹쳐서 누구 하나 크게 다친다더라!”



1001명째의 나, 나 혼자 있는 아무것도 없는 이질적인 서버. 있는 것이라곤 모든 층에 하나씩 있다는 세계수 한 그루가 전부. 아, 그리고 본 적도 없는 몬스터.


탑에 들어간 적도 없고, 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아니 솔직히 들어가게 되어도 잘못할 것 같은 나에게는 그냥 재미있는 영상이지만, 탑에 관심이 있거나, 탑을 드나드는 탑험가들에게는 진짜로 섬찟한 영상이었던 모양이다. 국가 차원에서 이런 괴담 퍼트리지 말라고 방송을 다 하더라니까.


다만, 이상할 정도로 정부의 대응이 빨라서 ‘이거 진짜 뭐 있는 거 아님?!’ 이 되어서 영상은 더 인기가 많아지게 되었다만. 흠.



“내일 보자.”

“오냐 그래. 그 뭐 0층인가 뭔가에 안 끌려가게 조심해?”

“아 진짜! 왜 그러냐고!”

“ㅋㅋㅋㅋ나 간다~”



탑에 대해서 더 관심이 많다면, 이거저거 할 말이 있겠지만, 솔직히 아는 게 별로 없어서.


내가 탑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탑 안에서 금화를 너무 많이 가져와서 금값이 똥값이 됐다거나, 여러 가지 문제가 계속 발생한 탓에 탑험가는 허가 받은 물품만 반출이 가능하게 되었다거나.



“엇.”



처음 탑에 끌려 들어 간 사람은, 지금의 나처럼 걷다가 갑자기 땅이 꺼지는 느낌을 받고, 눈 떠보니 세계수의 꼭대기, 생명의 연못 위였다던가. 하는, 그런.


쿵!


거대하고, 단단한 벽의 사이에 끼인 듯 몸이 눌려서 납작해지는 듯한 느낌, 고통.


우드득! 쩌걱!


또 이상한 힘에 밀려 그 벽의 사이에서 밀려나며 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끔찍한 고통.


퉁!!


어딘가 좁은 틈에 끼어 온몸이 일그러지는 듯하더니, 그대로 좁은 구멍을 통해 누군가가 뱉은 침처럼 날아가 나.


풍덩!!


따뜻하고, 깊은 물 속에 빠진다.


어쩌다 보니 탑에 들어가게 된 탑험가가 말했다. 정말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눈떠보니 생명수 가득 담긴 작은 연못 중앙의 고풍스러운 정자에서 눈을 떴다고. 모든 것이 정말, 눈 한 번 깜빡일 틈도 없이 일어났다고.


------


“푸우!! 푸하! 으아아아아!!”



첨벙청범!


미친놈처럼 허겁지겁 팔을 휘두르다 팔이 무언가에 부딪혀 급하게 그걸 붙잡고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올라왔다.


죽을 뻔했다. 아니, 죽었나? 모르겠다. 말로는, 다 표현도 못 하겠고, 아니 그냥,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가늠이 안 된다.


온갖 발버둥을 치고, 몇 번이나 다시 물에 빠지길 반복하다 겨우겨우 뭍으로 올라왔다 느꼈을 때, 나는 필사적으로 바닥을 구르며 물에서 멀어지려고 했다.


뭔지는, 뭔지는 몰라도 일단 벗어나려고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지금은 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눈은 뜨고 있지만,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지도 제대로 모르겠는 이때, 무작정 무언가가 등에 닫아서 그걸 벽 삼아 기대고 몸을 웅크렸다.


뭘까, 대체 뭘까? 머리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다.


한참을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덜덜 떨다가, 뒤늦게 내가 눈을 감고 있었단 것을 깨닫고, 서서히, 조심스럽게 눈을 뜨니, 새빨간 피와, 떨어져 나간 살점이 보였다.



“으아아아! 으악! 우웩!!”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 무작정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래도 조금 진정이 됐다고, 이곳에서 나가는 길이 보이는데.


그 길이 보이는 순간, 생각이 멈추고 머리는 공포보다도 더 큰 의문이 자리 잡았다.



“뭐야? 뭐야?”



세계수 꼭대기의 생명의 연못과, 그 연못 중앙의 정자는, 영상 매체를 통해서 꽤나 많이 비춰진 탓에 내게도 상당히 눈에 익은 장소다.


그런데 지금, 그 장소가 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다만, 너무나도 거대하게.


놀라움에 진정된 머리로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내가 아는 생명의 연못이 맞다. 연못? 호수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내가 던져진 것으로 보이는 부분에서 호수까지 이어진 핏자국과 살 조각들이 좀 많이 소름 끼치지만, 하여튼 맞다.


······생명의 연못의 생명수는, 숨만 붙어 있으면 어떻게든 다 살려준다더니, 정말이구나. 저렇게 살점을 흩뿌릴 정도로 박살이 나 있었는데 용케 살았단 말이지?


아니, 어? 그런데 여기 왜 이렇게 넓어?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어라?


뭍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다리. 원래는 기껏해야 열 걸음이면 건널 수 있었던 거리인데, 이건, 뭐, 뭔, 하여튼 되게 길다.


툭툭툭, 묘한 위화감, 이상한, 두려움은 품고 다리를 건너간다.


으으, 건너가며 몸을 살펴보니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있고 몸도 살점이 떨어져 나간 탓인지 흉터가 너무 많다.


세상에, 가뜩이나 눈매 사납다고 눈 예쁘게 뜨고 다니란 말 듣던 나인데 이젠 흉터까지 있다고? 실화냐?



“······? ············?”



꽤 걸은 탓에 조금 달아오른 몸과 차분해진 머리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바라본다.


원래 생명의 연못에는 아래로 내려보내 주는, 일종의 엘리베이터 역할을 하는 요정이 하나 있어서, 그 요정을 통해 세계수의 가장 아래층으로 내려가게 된다.


세계수도 워낙 큰 나무라서 1층은 요정들의 거주 지역이자 탑험가들을 위한 환전소 따위가 있는 로비, 2층은 시장, 3층은 공방, 4층은 성당이 있다.


그러니까, 큰 규모의 아파트를 서너 개 정도 합친 크기랄까?


그래서, 1층으로 내려가면 뭐가 있겠거니 해서 여기까지 나와 본 것인데, 아무것도 없다. 엘리베이터 역할을 해주는 요정이 없다!



“······아! 아 맞아! 계단도 있긴 있지! 가보자!”



애초에 강제로 탑에 빨려 들어온 탑험가 이외에는 이용할 수도 없는 계단이고, 그 계단을 이용할 바에야 요정에게 부탁하는 게 더 빠르니까 아무도 쓰지 않는 계단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다!


그래, 일단, 일단 내려가자! 내려가는 거야!



“······.”



내려다보는 순간 고소공포증이 생길 정도로 높은 위치에,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서, 내려갈 엄두도 나지 않게 만드는 수많은 계단.


저길, 다 내려가야 한다고? 진짜야? 진짜라고?


ㅎ, ㅎㅎ, ㅎㅎㅎ, 장난도 심하지. ㅎㅎㅎㅎㅎㅎ······.



“너무하네, 진짜······.”



너무 높은 높이에 다리를 달달 떨며 힘겹게 계단을 내려간다. 다행히도, 계단이 하나하나가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질 정도로 좁지 않다. 오히려 내가 누워서 뒹굴거려도 될 정도로 넓어서 내려가다 넘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만, 무섭다! 높아! 뭐야?!


저 아래로 보이는 것은, 한 번 영상으로 본 기억이 있는 세계수 안의 종교 시설, 같은데, 실제로 보니, 실제라고 하기에도 또 너무 멀긴 하지만 하여튼 실제로 보니 굉장히 화려하고 멋있다.



“헉! 헉! 여기가! 4층이면! 와아!!”



4층의 교회 구역을 지나고, 3층의 공방 구역을 지나고, 2층의 시장 구역을 지나고, 1층, 거주 지역 및 기타 다용도 구역을.



“으아아아! 으악! 노, 높아! 높아!! 번지 점프도 이거보단 낮은 곳에서 하겠다! 으아아아!!”



소리 지르면서 내려가 주고.


이미 내가 이곳에 오기 위해 겪었던 그 끔찍한 순간의 고통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 눈은 정말 거대하고 압도적인 경관에 사로잡혀 버렸다.


세계수 안의 모든 것이 다 크고 거대하고 넓었는데, 그 세계수를 나가니 보이는 것은, 정말,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지. 자그마한 언덕조차 보이지 않는 평탄하기 짝이 없는 들판과 저 높은 하늘.


내가 알던 탑의 1층과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 저 멀리 산도 들도 보이고, 당연히 몬스터가 뛰어 놀고 그런 몬스터를 잡으려 뛰어다니는 탑험가들이 보여야 할 이 공간에, 그런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니. 아마, 이곳이.



“······0, 층?”



탑의 괴담, 0층에, 내가 떨어진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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