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노은신

내던전 무료상담 바로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잉스쁘각
작품등록일 :
2023.12.19 01:21
최근연재일 :
2024.01.13 16:14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06
추천수 :
5
글자수 :
162,215

작성
24.01.09 22:52
조회
28
추천
0
글자
16쪽

이게 이렇게 끝나면 안 되지...

DUMMY

스토리를 보니 감이 왔다.

<망령왕레퀴엠>이라는 작자가 나에게 뭘 원하는지.

이렇게 훌륭한 던전을 제작해 놓고서도 굳이, 컨설팅을 맡긴 이유 말이다.


‘지하 심부에 있는 <그녀>를 지키려면······. 이대로는 부족해.’


어드벤처로는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던전아츠는 ‘공략의 성공’을 전제로 한다.


어드밴처도 그렇고.

퍼즐도 그렇고.

똥맵도 그렇고.


‘AOS장르나 디펜스 정도만 논외지.’


AOS는 유저끼리 경쟁이니까.

승자가 유동적일 뿐 공략 성공이 승리의 조건인 점은 결국 같다.


다만 디펜스만은 이질적이다.

이것 만큼은 승리의 조건이 다르다.

던전을 공략하는게 아니라 방어하는 거니까.


유저가 되어 몬스터의 침략을 막든.

반대로, 몬스터가 되어 유저의 공략을 막든.

어떻게든 던전을 틀어막아 공략을 저지해야 승리한다.


‘<망령왕레퀴엠>은 어드벤처가 아니라 디펜스를 만들고 싶은 거야.’


“우선, 다른 것들도 볼게요. 플레이에 너무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네요.”


머릿속이 팽팽 돈다.

당장에라도 <망령왕레퀴엠>의 던전을 뜯어고치고 싶다.

스토리도 괜찮고.

기믹도 괜찮고.

방 배치랑 트리거 몇 개만 손 보면 어떻게든 될거 같은데?

그런 생각 때문에 양 손이 근질근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기로 했다.


-그래서 언제시작하는거

-던축이 초심잃었다!

-나락

-나

-락

-나

-나

-락

-나


민심은 챙겨야지.


“초심은 진즉 잃었는데? 몰랐어요? 나 자낳괴야. 어차피 돈 때문에 하는 거라고.”


-헉

-어떻게 그런 말을

-ㅈㄹㄴ 던츠말곤 암것도 못하는 똥손이라 그런거잖음


“아씨 들켰네.”


메일함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오늘 메인 콘텐츠는 <던제상>.

그것도 처음에 못 박았듯, 디펜스 던전 위주다.


때문에, 순서를 보자면 <던제상>부터 끝내는 게 맞다.

어차피 컨설팅 미션에 시간제한은 없는 모양이고.


“디펜스는 유서 깊은 장르죠. AOS장르도 거기서부터 파생됐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원지키기가 오리지날이었을걸

-ㅋㅋㅋㅋㅋ사원지키기ㅋㅋㅋ아 진짜 오랜만이네

-개꿀잼

-내 초딩시절을 책임졌던 장르지······.


어우, 틀딱내!


라고 외치기엔, 나도 한 발자국 걸치고 있는 상태라······.

뭐라 말은 못하겠고.

도리어 짠해진다.


“거점을 먹고, 거길 지킨다. 단순하죠? 처음에는 유저가 몬스터로부터 마을을 지킨다거나. 성을 지킨다거나. 그런 개념이었던 걸로 기억을 해요.”


한 15년 전 쯤.

그 때만 해도 트리거의 사용이 미숙했던 시기였다.

그러니 직업도 전사, 마법사, 도적밖에 없었고, <성기사>라든가, <드루이드>, <레인저>같은 커스텀 된 직업도 당연히 없었다.


유저 말고 몬스터의 진영으로 시작한다는 개념도 당시엔 생소했다.


“그러다 <오펜스>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말 그대로 <디펜스>의 개념을 뒤집은 건데, 몬스터로 성을 무너뜨린다는 설정의 던전이었죠.”


-오펜스도 진짜 질리도록 했다

-디펜스보단 오펜스에서 AOS가 나왔다고생각함 왜냐면 방어타워 부수거나 적 영웅 캐릭터들 죽이는게 되게 비슷하거든


당시로 치면, <오펜스>장르는 획기적이었다.

얼핏 보면 기존의 어드벤처 장르와 비교해 다를 바 없다.

적의 거점으로 들어가, 공략하여 승리한다.

주체가 모험가냐, 몬스터냐의 차이.

거점이 성이냐, 던전이냐의 차이.


하지만 그 단순한 차이가 미치도록 재미있었다.


“맞아요. AOS장르는 디펜스와 오펜스를 섞어놓은 거죠. 서로의 장단점을 잘 결합 시켰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튼.

말하고싶은 건 이거다.


“기존 던전이 공략을 목표로 한다면, 디펜스는 거점 방어를 목표로 한다.”


“정해진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하거나, 혹은 정해진 적을 모두 죽이면 승리한다.”


그렇다면, 잘 만든 디펜스 던전은 무엇인가?


-일단 깰 수 있어야지

-ㅇㅇ이걸깨라고?? 정도로 억까만들어놓은것도 많고

-반대로 개쉬운것도 있음

-야 차라리 쉬운게 낫지 그건 몹 잡는 재미라도 있잖아

-ㅋㅋㅋㅋ자동사냥보는 느낌인가?

-요즘 트랜드는 분재겜이지


먼저 공략 가능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쉬우면 안 된다.


말이 쉽지.

이걸 맞추기가 참 어렵다.


우선 추려놓은 던전들을 꼼꼼히 살폈다.

대부분은 기본에 충실한 느낌.

던전룸 안에 모험가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놓고, 양 옆에 몬스터나 방어타워를 배치하는 방식이었다.


거기서 더 걸러서, 최종적으로 세 개의 던전을 골라내는데 성공했다.


우선, 아주 기초적인 디펜스.

<개인 고블린 디펜스>다.

보통, 개고디라 불린다.


“첫 번째로 <붕붕카트>님의 <고블린 야리끼리 대작전>을 보겠습니다.”


-웬 야리끼리냨ㅋㅋㅋ

-노가다판인가?

-고블린나오는거 보니깐 개고기인가보네

-개고기? 개고기가 왜 나옴?


발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개고기 아니다.


“개고디는 고블린이 지닌 <손재주>, 혹은 <기계공학>특성을 활용하는 디펜스죠. 가장 디펜스의 원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고블린 야리끼리 대작전>은 전형적인 <개인 고블린 디펜스>였다.


고블린으로 방어타워를 짓고, 그걸로 모험가의 침입을 막는 디펜스류 게임.


다만, ‘야리끼리’라는 단어.

흔히 일용직 노가다판에서 쓰이는 단어인데, 당일 배정된 분량의 일을 모두 처리하면 하루 일과를 끝내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게 왜 들어갔나 트리거를 살펴본 결과.


파워업 테크가 고블린들 방어타워를 골드로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인데.

최종테크를 타서 가장 강력한 타워를 건설하면 그 유저가 승리하는 구조였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최종테크 타워만 건설하면 승리하는 것.


그래서 야리끼리인가?

아니.

그냥 부실공사 같은데?


어? 잠깐.

이 조건이라면···.

그런 의심이 들어 살펴봤더니만 아니나 달라.

버그가 하나 있었다.


“보세요. 스테이지 다 밀고도 골드가 부족하거나 해서 최종테크 타워 못 올리면 어찌될까요?”


어찌되긴.

게임 멈추는거지.

싹싹 뒤져봤는데 승리 조건 트리거가 최종테크 타워 하나밖에 없더라.


“이거는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하면 승리하는 조건과 별개로, 최종테크 타워 건설도 함께 병용을 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다음으론 <협동 용사 디펜스>

협용디였다.


“두 번째는 <three4eve>님의 <용사막기v1.3.1>보겠습니다.”


-솔직히 빨강이 잘 해야 한다..

-용사는 개뿔 양아치지

-요즘 용사는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빈집털이한다면서요?

-그건 한 30년 쯤 된 용사구요


<용사막기>는 전형적인 협용디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협용디는 멀티플레이를 전제로 한 던전인데, 유저 6명이 한 팀이 되어 모험가로부터 던전을 방어하는게 목표다.


유저에게는 던전룸 각 1개씩이 주어진다.

입구에서부터 끝에 보스룸에 이르기까지 [1번방]>[2번방]>[3번방]···순으로 모험가들이 이동한다.


유저들은 자신에게 배정된 던전룸 하나에 몬스터를 배치하든가, 방어타워를 설치하든가.

수단방법 안 가리고 외부의 침입을 막아내기만 하면 됐다.


굳이 <용사>라는 걸출한 이름이 붙은 까닭은, 중간중간 영웅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중간 보스라고 해야하나.

보통 스테이지는 병사들이 들어오다가, 10단위 스테이지 때 마다 용사의 동료들이 들어오고.

마지막 보스 스테이지에 용사가 등장하는 형식이다.


“용사막기만의 특징은 따로 안 보이는데······.”


협용디는 한 때 주류였던 게임인 만큼 아류작도 많았다.

재미가 있기도 했고, 예능 플레이도 심심찮게 나왔으니까 말이다.

특히나 ‘이랏샤이마세!’로 대표되는 입구 프리패스는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이건 보류? 좀 생각을 해 보고요. 다른 것도 봐야할 거 같고.”


-능지문제냐

-왜 나름 유서 깊은 장르임

-유서깊다=틀딱

-우리가 이미 틀딱인데 뭘 자꾸 부정을 하는가

-예끼,,,,,못배워먹은돌썅놈으자식덜,,,공경을몰라요요즘것들은,,,,,

-할배요 자꾸 헛소리 하시면 틀니 압수함


다음.


<랜덤 타이쿤 디펜스>

줄여서, 랜타디다.

유의할게, 랜덤 타워 디펜스가 아니다.


“마지막은 <코와붕가>님의 <주사위 디펜스>보겠습니다.”


-랜타디네

-그래봤자 원래 있던거 아니냐

-아니 그래도 나름 지형타일부터 새로 짠거구만 프로텍터 풀어서 던전 통째로 배껴온 것도 아니고

-ㅇㅇ 맞음 특히 접근성 설정할수있게 만들어놓은건 좀 재밌는듯


랜타디의 규칙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다.


-유저는 골드를 배분하여 대출이자를 기한 내 상환하거나, 랜덤 뽑기를 할 수 있다.

-대출이자를 선 상환 할 경우, 남은 골드로 방어병력을 구매할 수 있다.

-랜덤 뽑기를 돌릴 경우, 무작위로 특정 보상을 얻는다.

-랜덤 뽑기는 작은 확률로 큰 이득을 얻지만 반대로 대출이자만 날아갈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던전을 굴려 모험가를 막아내는 동시에, 대출금을 상환해야 게임에서 승리한다.


<주사위 디펜스>는 그 랜덤 뽑기를 주사위 눈으로 바꾼 던전이었다.

사실, 큰 틀은 랜타디에서 벗어나지 않은 아류작이다.


“고민이 좀 됩니다. 독창성은 솔직히 고만고만들 하신데······.”


아, 씁.

가뜩이나 망령왕레퀴엠이 보내줬던 던전을 플레이한 직후였기 때문일까.

더 비교가 됐다.

수준이 진짜 이것밖에 안 되나?

좀 더 어떻게, 이렇게 잘 할 수 없나?


-일단 ㄱㄱ

-ㄱㄱㄱ

-모르겠다고? 그럼 고

-알겠다고 오늘따라 참 말 많네

-던축학도님 입만 털거 아니죠?


빰빠빠빠빰!


——————————

[신규미션등록NEW]

[던전 3개 모두 클리어하기]

[제한시간 2시간]

[50,000원]

——————————


“제한시간 2시간? 이 3개를 다 하라고요?”


-응 안돼

-불가능이야

-던축이 실력이 이정도밖에 안된다는거죠

-우리 던축이도 사람이야!

-ㄴㄴ 난 던축학도를 믿음

-그는 신이야!

-사람이야 신이야 한 가지만 해라


던전 3개를 한 시간에?

어드벤처나 퍼즐 같은 거면 가능은 하지.

하지만 디펜스장르는 최소가 30분이다.

거기다 마지막, <주사위 디펜스>는 하필 랜타디.

경영요소 때문에 가뿐히 한 시간은 넘을 텐데?


빰빠빠빠빰!


——————————

[신규미션등록NEW]

[던전 1개 10분 컷 하기]

[제한시간 없음]

[100,000원]

——————————


“붕붕카트님꺼 <고블린 야리끼리 대작전>부터 갈게요.”


-던축이 불평하던거 싹 닫는거 봐랔ㅋㅋㅋ

-역시 자본주의가낳은 괴물

-마르크스한테 어쎄시네이트 당할듯


마르크스 아저씨가 통장에 돈 꽂아주는 것도 아니잖아?



**



남자는 많은 것을 알았다.

사물의 원리를 알고.

이치를 알고.

사람의 본성까지 알았다.


그렇기에, 좀 더 나아갔다.

남자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싶었다.

나아가 세상의 운명까지도.

별자리를 읽어 천기를 읽었다.


그 결과.


<죽음>


남자는 안심했다.

자신과도 같은 이상자(異常者)에게도 죽음만은 공평했기 때문이다.


남자는 무리 없이 그 운명을 받아들였다.

아니.

오히려 기꺼워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났다.

200년이 지났다.

500년이 흘러, 이내 1천 년에 닿았다.


하지만 남자에겐 결코.


······.


결코.


죽음이 주어지지 아니하였다.


죽음이란 당도하지 못하는 초침이요, 지평선에서 굳어버린 황혼과도 같았다.

끔찍하게도 시간만이 무던히 흘렀다.

그렇게 다시 한 번 1천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가 앎을 궁구한지 벌써 2천년이 지났다.

남자는 더 이상 남자라고 지칭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었다.


미물들은 그를 경외의 뜻을 담아 이리 불렀다.


망령왕이라고.




**




망령왕은 비록 자신의 운명이 빗나갔을지언정, 천기 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어떤 농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죽음>이라는 운명 외의 것은 모두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일주일 후 날씨 정도는 예사고.

이 고택에 흘러들어오는 길 잃은 고양이들이 몇 마리고, 그 털색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충격적이었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운명 앞에 누군가가 그 흙발을 들이밀리라 어느 누구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실례합니다. 여기가······. 망령왕님께서 기거하시는 저택인가요?”


<······그렇다.>


“혹시, 사용인이나 조수를 구하시지는 않으신가요······?”


<필요 없다.>


“······.”


여자는 천기로 읽을 수 없었다.

그녀의 이름이 뭔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가족은 어찌 되는지.

어느 것 하나 알아낼 수 없었다.


거기서.

망령왕은 어떤 희망을 보았다.

자신의 <죽음>을 점지했을 때와 정 반대였기 때문에.


점지하였으나 오지 않는 미래.

점지하지 않았으나 찾아오는 미래.

그 둘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꼭 닮아 있었기 때문에.


그 후로도 여자는 끈질겼다.

매일 찾아와 망령왕을 귀찮게 했는데, 여자는 특히 말이 많았다.


“동쪽 왕국에서 전쟁이 벌어졌데요. 바다 건너 섬나라의 왕자님이 선전포고를 내렸다네요.”


“북쪽 바다에서 성만한 고래가 잡혔대요. 그 고래를 사냥하느라 포경선 다섯 척이 박살났다는 거 있죠?”


“최근 노블레스 브랜드에서 새로운 향수를 출시했는데요. 그게 어찌나 인기였던지, 출시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매진이 됐데요.”


“전에 말씀드린 향수 있잖아요? 노블레스 브랜드의. 알고 보니 몸에 안 좋은 게 들어있었다나 봐요. 갑자기 영애들이 발작을 일으키거나, 눈이 안보이기도 하고. 냄새를 못 맡게 되기도 했데요.”


이미 현자의 반열에 들다못해, 초월자에 이른 망령왕에게 있어 세상일 따위는 벌레들의 움직임보다도 하찮은 것이다.

때문에 여자가 말해오는 대부분의 정보들은 곧장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곤 했으나.


그런 그녀로부터도 몇 가지 흥미로운 정보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언덕 위 고택에는 불멸자가 산다. 그는 과거 수 천명의 피로 단약을 빚어, 생명의 돌로 제련했다 한다. 그것이 불멸자가 영생을 사는 까닭이며, 생명의 돌에 잠깐이라도 닿을 수 있다면 100년을 살리라.>


바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


흥미롭긴 하나, 조악하였다.

우선, 망령왕의 영생은 그의 종에 얽힌 특수성에서 나온 것이었으며.

생명의 돌이라는 건 있지도 않았다.

어딘가 연금술사들이 수은으로 빚었다는 이야기를 풍문으로 듣기야 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은 허풍선이들의 술자리 안주였다.


<거짓이다.>


때문에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아······!”


여자는 마치, 희망을 잃은 듯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는 꼼짝없이 하루 내내 앓았다.

망령왕은 묵묵히 그녀를 간병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다음 날.

여자는 깨어났고, 그제야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저는······. 바네스라고 해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전, 망령왕님의 소문을 듣고 왔던 거였어요.”


“영생? 불로불사?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아요.”


“아버지께서, 아프세요. 많이요.”


“잘은 모르지만 병이래요. 얼굴이 하얀 밀랍처럼 굳어가고 피를 토하는 병이에요. 기침을 할 때마다 온 몸으로 발작을 하세요.”


“전······. 아버님을 낫게 할 수단이 망령왕님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


“하지만, 아니었네요.”


“죄송해요. 이제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그날로 바네스의 발걸음은 뚝 끊겼다.

망령왕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진리를 궁구하고 천기를 읽는 삶이다.

그저 식물처럼 고독하게 말라가는 삶이다.


그렇기에 더욱, 일상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바네스라는 독 때문이었다.


망령왕은 그 또한 지나가리라 보았다.

하지만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얕보고 있었으리라.

감정 따위 뇌하수체에서 분비된 호르몬에 좌지우지되는 한 때의 발작일 뿐이거늘.

······.

그런 생각도 오래는 못 갔다.


결국 망령왕이 그 무거운 엉덩이를 떼었다.


그는 한달음에 바네스에게 도달하였다.

비록 바네스의 천기는 읽을 수 없었으나, 그의 아버지 정도야 능히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근처 마을에 거주하는 결핵환자를 찾는 것도.

그 결핵환자를 치료하는 치료제를 만드는 것도 숨 쉬듯 쉬운 일이었다.


“망령왕, 님?”


<약이다.>


바네스의 부친은 약을 먹고 치료됐다.


······.

그리고.


바네스는 부친을 치료한 공로를 인정받아.


마녀로 낙인찍혀 화형 당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던전 무료상담 바로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당분간 휴재하겠습니다. 24.01.15 50 0 -
공지 제목이 변경됩니다 24.01.02 12 0 -
24 이건 화낼만 하잖아. 그지? 24.01.13 37 0 17쪽
23 쓸만한 아이디어야 24.01.10 17 0 14쪽
» 이게 이렇게 끝나면 안 되지... 24.01.09 29 0 16쪽
21 장르변경 문의드립니다 24.01.08 29 1 18쪽
20 처음엔 중2인줄 알았는데 24.01.05 7 0 15쪽
19 섭섭할 뻔 했잖아요 24.01.04 7 0 14쪽
18 바코드닉은 수상쩍은데 24.01.03 9 0 13쪽
17 그래도 이쯤이면 좋은 앤딩같아 24.01.02 8 0 12쪽
16 아이좋아 아이 행복해 24.01.02 7 0 12쪽
15 대마법사가 왜 대마법사인지 알아? 24.01.01 7 0 17쪽
14 클라이언트 비위 맞추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냐 23.12.31 6 0 20쪽
13 낯선 목소리 23.12.30 6 0 17쪽
12 끝까지 간다 23.12.29 9 0 18쪽
11 골목식당 찍으라는 소린가 23.12.28 9 0 11쪽
10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23.12.27 48 0 18쪽
9 도움! 23.12.26 12 0 13쪽
8 절로 웃음이 났다 23.12.25 11 0 15쪽
7 풍년이었다 23.12.24 10 0 14쪽
6 록맨처럼 벽타기라도 할까요? 23.12.23 13 0 12쪽
5 손은 눈보다 빠르게 23.12.22 14 0 13쪽
4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니까 23.12.21 19 0 13쪽
3 일단 저장부터 하자 23.12.20 24 1 14쪽
2 비겁하다 욕하지마 23.12.19 33 1 11쪽
1 눈앞의 주인공 23.12.19 35 2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