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노은신

내던전 무료상담 바로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잉스쁘각
작품등록일 :
2023.12.19 01:21
최근연재일 :
2024.01.13 16:14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05
추천수 :
5
글자수 :
162,215

작성
23.12.19 06:45
조회
34
추천
2
글자
18쪽

눈앞의 주인공

DUMMY

방송을 켰다.


-던하!

-던하던하

-던축학도 왔누 ㅋㅋ


“던하! 잘 들리시나요?”


나는 스트리머다.


종합게임방송이라고 말하고는 다니는데, 사실상 <던전아츠(Dungeon Arts)> 원툴이었다.


<던전아츠>


출시된지 올해로 20년.

메트로배니아(Metroidvania)류 중에서도 상당히 매니악한 게임 중 하나였다.

여기서 메트로배니아란, 닌텐도의 메트로이드나 코나미의 악마성 시리즈에서 파생된 장르를 일컫는 건데.......


처음 <던전아츠>가 출시됐을 때만 하더라도 표절이라느니, 파쿠리라느니 말이 많았다.


그래도 나름 팬층을 끌어모아 어찌어찌 명맥만은 유지해오고 있다.

다만, 그것도 이제 곧 끝물이라 해야 하나.

지금에 와선 던츠 전문 스트리머는 나를 포함해 채 다섯 명도 안 되는 상태.

수익도 겨우 입에 풀칠하는 정도다.

<베스트 던전>공략이라거나.

특정 핸디캡을 걸고 미션 진행 등, 어그로 팍팍 끌어서 어찌어찌 살아남고 있었다.


“제가 뿌렸던 홍삼캔디는 잘 챙겨 드시고 계시죠?”


-달달하니 맛나누

-던축이가,,,,울손주보다할아버지잘.챙긴다,,,,다음은누룽지맛

-우욱챗창에서 틀내남 환기좀 해라


출시 후 20년이나 됐다 보니, 시청자 연령대도 높았다.

당장 40줄이 기본이다 보니 채팅창에서 쉰내가 난다.


“던붕당분들 덕분에 이 하꼬 방송쟁이가 먹고 삽니다! 그랜절 한 번 받으십쇼!”


요양원 온 거 같다.

코끝이 찡하네, 정말.


-오냐,,,,새뱃돈받아라,,,,


빰빠빠빠빰!


——————————

“유학자”님이 10,000원 후원!

[맛난 거,,,,사먹어라,,우리똥강아지,,,,]

——————————


“유학자님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또 공병팔았나

-크흡 하라보지..

-ㅂㅈ? 관리자 뭐하냐 밴 안 때리고


채팅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짠하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했다.

오늘 방송을 켠 목적이 그랜절 박자고 한 건 아니었으니까.


“형님들. 소식 들으셨죠? 저희 채널···. 아니, 터치(Touch) 전체에 안 좋은 소식 있었잖아요.”


-결국··· 와 버린건가

-미친거아니냐갑자기발표하는게말이나됨?????

-던축이는 이상한 공약 건 거 없지?

-터치 망하면 광화문 광장에서 나체로 제로투 춘다고 했음

-쓰읍.. 군침당기네

-ㅁㅊㄴ ㅋㅋㅋㅋ


“그런 적 없습니다.”


터치.

미국의 본사를 둔 인터넷 방송 중계 플랫폼으로, 내 던축학도 채널이 스트리밍 되는 본진이었다.

비록 하꼬지만 시청자들도 나름 봐 주고, 덕분에 최저시급 수준은 벌어가며 근근이 방송만으로 먹고 살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CEO가 발표를 하더니, 사업을 접는단다.


“솔직히 갑갑한 게 제 심정이고요. 어딜 가면 좋을지 몰랐었습니다. ······아라비카? 네이비에서도 뭐 한다던데. 고민 많이 했죠.”


시청자 입장에서 갑자기 새 플랫폼을 들이미는 건, 뜬금없이 식탁위에 올라온 가지반찬처럼 께림칙한거다.

하물며, 웹툰도 네이비가 있고 카오카오가 있고 리젠이 있는 마당에.

쌓아놓은 마일리지 때문에라도 놀던 마당에서 놀 수밖에 없다.


시청자만 해도 이런 입장인데.


하물며 스트리머들은 어떻겠냐고.

모험이 아닐 수 없는 거지.


“그러던 참에, 얼마 전에 메일을 하나 받았는데요.”


메일을 띄워서 시청자들에게도 보여줬다.


——————————

새로운 방송중계플랫폼 <BACKSEATER>를 소개합니다

——————————

보낸 사람

HYPERCALL


내용

안녕하세요, <하이퍼콜(HYPERCALL)>입니다.

새로운 스트리밍 플랫폼, <백시터(BACKSEATER)>가 배타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그에 따라 함께하실 스트리머분을 모집중이며, 혜택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용 스트리밍 권한

-플랫폼 이적에 따른 추가경비 일체 지원

-크리에이터 고정 지원금


관심 있으신 열정적인 스트리머 분들은 회신바랍니다.


1월 1일(월) 오전 02:00


——————————


“<하이퍼셀> 다들 아시죠?”


하이퍼셀.

던전아츠를 개발한 모회사였다.

문제는 던전아츠 릴리즈 후, 확장팩 하나 찍 싸고 서버관리만 20년째 하고 있으니 문제지.


-여기서 하이퍼셀모르는 사람 있나

-아니 이놈들은 던전아츠 관리나 잘할 것이지 뭔 방송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ㅈㄹ이야


“이게 조건이 너무 괜찮아서···. 여기로 이사할까 생각중입니다.”


-아니 할 게 없어서 하이퍼셀한테 간다고?

-백시터가 뭐야 백시터가

-어감 ㅈㄴ부정적

-근데 하이퍼셀이 서버관리는 잘 하잖아

-그건 맞음

-ㅇㅇ

-그리딩인가 뭐 시청자폰에 이상한거 깔아서 수작부리는것도 없다던데?

-고정급여 이건 개꿀이거든여


부정 반.

호감 반.

하지만 이제 와 답을 무를 생각은 없다.


“하여튼, 그렇게 됐습니다. 저 같은 하꼬 스트리머가 솔직히 아라비카TV나 네이비 가서 살아남을 수나 있겠어요?”


하꼬가 그런 큰 물에서 놀아봤자 등 터지지 않음 다행이지.

걱정 외에도, 하이퍼셀의 영입 권유는 매력적이었다.

특히 고정급여를 지급한다는 부분에 시선이 갔다.


그 날은 대충 미션하나 걸고 방송을 종료했다.

메일이 도착했는데, 하이퍼셀 측에서 답신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계약서와 함께.


“······일천 달러? ······그래, 비트코인 아닌 게 어디냐.”


월 고정급으로 천 달러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한국 돈으론 130만원 정도였다.

본래 200만원 내외로 벌었던걸 생각하면······.

플랫폼 이주로 시청자 반이 타노스한다고 해도 어찌어찌 괜찮으려나.


며칠 후.


기존 터치에서 방송하던 스트리머들이 일체의 대이동을 시작했다.

혹자는 아라비카TV로.

혹자는 네이비로.

혹자는 팔콘TV로 넘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지만······.


막상 나도 하이퍼셀의 <백시터(Backseater)>를 설치하고, 방송 준비를 하자 조금 후회가 됐다.


“규모가 많이 작네······.”


나 이외, 방송하고 있는 인원이 100명이 채 안 됐다.

그것도 대부분 <던전아츠>를 하고 있더라.

하긴, 하이퍼셀 이놈들 자회사게임이 던츠밖에 없으니, 먼저 영입된 것도 우리 같은 던츠 게이머였겠지.


-ㅋㅋㅋㅋ이것도 망하는거 아니냐

-이거 완전 파괴신 ㅋㅋㅋㅋㅋㅋㅋ

-고양파괴신이네ㅋㅋㅋㅋㅋ

-뭔고양? 고양이?

-아 던축이 고양시살음

-그래도 어떻게 정기구독까지 끌어왔네?

-이런거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든데

-크흡 밤샘하신 하이퍼셀분들에게 묵념

-묵념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는 더 쳐맞아도 됨


그 말대로, 터치한테 따로 구독자 리스트를 받은 모양이다.

기존 구독자들 목록까지 빠짐없이 백시터로 넘어와 있었다.


“오늘은······ <베스트 던전>할까 하다가, 그것도 이제 질려서요. 솔직히 발굴도 하루 이틀이지. 벌써 몇 달 째야. 반년 째 <베스트 던전> 업데이트가 없어서 구작들 발굴이나 하고 있잖아요.”


<베스트 던전>은 유저들의 자작 던전을 랭킹화 한 것.

1위부터 100위까지 있었는데, 솔직히 이 기능 없었으면 던츠는 진즉에 망했다.

업데이트도 없는 게임이 20년 가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던제상>기억들 해요?”


-ㅖ

-크 올만에 듣네

-던제상이ㅁㅇ?

-던전제작상담소 라고 던축이가 하꼬때 하던거 있음


<던전제작상담소>를 줄여서 <던제상>이라 하곤 했다.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자작던전을 수정 보완해주는 것.


물론 수정만 하는 건 아니고, 시청자들이 콘셉트 몇 개 던져주면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앞으로 한 시간······ 아니다. 두 시간? 그 때 까지 메일로 자작 던전들 보내 주세요. 메일 주소가······.”


두 시간 동안 참여자 받고, 그 중에 추려서 수정보완 좀 하고.

리뷰하고 끝내면 딱 괜찮겠더라.


“그렇다고 한 시간, 두 시간 마냥 기다리는 것도 그러니까. 던전 하나 만들면서 미션 받겠습니다.”


-ㅖ

-ㅋㅋㅋㅋ 두 시간에 던전이 뚝딱

-우리던축이,,,오랜만이여


띠롱


말하기 무섭게 미션이 떴다.

아무래도 각 보고 장전해 놨던 모양.


——————————

[신규미션등록NEW]

[12칸 이상 던전 제작 후 공략하기]

[제한시간 2시간]

[30,000원]

——————————


-말하자마자 ㅋㅋㅋㅋㅋ

-12칸짜리 2시간 만에 되누

-우리던축이는가능함


12칸은 크기를 의미하는데, 4칸으로 3층이든, 2칸으로 6층이든, 12칸을 만들면 된다.


그걸 2시간 만에 제작하라는 소리.


불가능···.


은 아닌데.


고인물이라면 이 정도는 술술 만든다.

어느 정도 고정된 기믹이 있고, 레퍼토리가 있으니까.


‘······어디까지나 제작만 하는 선이라면.’


<제작완료>한 던전은, 제작자가 <공략>까지 완료해야 업로드 할 수 있다.


일종의 안전장치다.

억까기믹 잔뜩 욱여넣고 ㅈ같이 만들어 업로드 하는 애들 꼭 있으니까.


바탕화면에 던전에디터를 실행했다.


2D로 된 지구본이 하나 떴다. 손바닥 모양의 커서를 대고 드래그 하자 뱅뱅 돌았다.


<지구>는 아니다.

무작위로 만들어진 지형지물의 조합일 뿐이다.


“보자···. 지형은 무난하게 <초원>으로 가볼까요.”


던츠의 던전 제작은 독특하다.

마인크래프트랑 타이쿤 장르를 섞어놓은 느낌이라 해야 하나.


제작에 들어가면 무작위로 생성된 맵을 하나 던져준다.

유저는 여기서 자기가 원하는 지형을 물색해야 하고.


만약, 초원에다가 던전을 짓고 싶다?


그럼 직접 초원을 찾아 거기에 스타팅 포인트를 설치하면 된다.


“필터 켤게요.”


<초원>에 체크하자 맵 이곳저곳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녹색 부분들이 다 초원타일이다.


굳이 초원을 고집하는 이유는 가장 무난한 지형 타일이기 때문.


“<나쿤 평야>······. 여기 괜찮네.”


—————————

나쿤 평야


<초원>, <고지대>


퇴적층.

북쪽엔 화강암으로 이뤄진 산맥이 너울처럼 펼쳐져 있다.

만년설이 녹아 흐른 물이 강을 이뤄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른다.


남쪽 일부는 대륙에서 손꼽히는 곡창지대로 황금빛 호밀이 넘실거린다.

다만 북쪽은 만년설의 냉기 때문에 키가 낮은 수풀과 이끼만 무성하다.


접근성 10~24

—————————


스타팅 포인트는 살짝 북쪽으로 잡았다.

나쿤평야라는 이름답지 않게, 산맥 근처라 경사가 있었다.


“이래야 채석장 만들기 편한 거 아시죠?”


던전 짓는데 필요한 자재는 모두 자체수급이다.

마침 산맥이 다 화강암이라 경사면 깎아서 채석장을 만들기 딱 좋았다.


“당연하지만, <접근성>도 생각 하셔야 해요.”


<접근성>은 근처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정도로 보면 된다.

마을이나 정비된 길이 근처에 있다면 접근성이 높아지고.

벽촌의 오지에 있으면 낮아지는 식이다.


-접근성이 모임??

_??? 접근성을 몰라?

-뉴비.. 라고?


뉴비가 왜 있지?


“······뉴비시라구요? 왜요?”


-왜요 ㅇㅈㄹ ㅋㅋㅋㅋㅋㅋ

-야한냄새에 정신 못차리는거 봐라ㅋㅋㅋㅋ


뉴비라고?

놓칠 수 없었다.

나에게는 던츠 전문 스트리머로서 마땅한 사명이 있다.


다 죽어가는 게임판에 한 줄기 청정수를 수혈해야 한다는 과제가 바로 그것.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접근성>은 쉽게 말해서 던전에 모험가들이 찾아오는 빈도를 뜻하는데요. 높으면 동료등장 확률이 증가합니다. 동시에 아이템과 골드의 드랍률이 높아지는데, 그렇다고 <접근성>이 높다고 능사가 아녜요. 이게 또 너무 높으면, 반대로 드랍률이 곤두박질쳐요. 이유가, 모험가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

-야던축이 폭주한다좀말려봐

-하튼 쌉고인물 아니랄까봐 주동이만 열어재끼면

-접근성은 동료, 아이템, 골드 이 세가지에 영향 끼친다고 보면 됨. 너무 높아도 안 되고, 낮아도 안 됨.

-ㄴ개추 깔끔한 설명


“아니 이정도면 간단하게 한 거 아닌가?”


빰빠빠빠빰!


——————————

[“tjsepdl77”님께서 5,000원 후원!]

[그냥 던전이나 만들어]

——————————


“에이씨······.”


시청자와 적당히 주고받으며 작업을 진행했다.


제작은 순조로웠다.


접근성이 생각보다 낮아, 타일을 생산해 길을 정비했다.

스타팅 포인트엔 깊은 구덩이를 하나 팠다.

거기다 자재를 가공해 기초 파일(Pile)을 박았다.


파일은 쉽게 말해 기다란 돌기둥인데, 얘들을 빙 둘러 막아줘야 혹시나 모를 산사태나 무너짐을 방지할 수 있다.


대충 지었다간 나중에 인게임에서 고스란히 적용된다.

한쪽이 무너져서 진행이 안 된다거나.

산사태에 몬스터가 휩쓸려서 경험치가 부족해진다거나.


“식량자원은 이빨토끼로 갈게요.”


식량자원은 몬스터들의 먹이다.

개중에서도 이빨토끼들은 먹성도 좋고 새끼도 잘 까서 관리할 필요도 없는 것들.

<물>정도만 신경쓰면 되는데, 이곳은 지하수가 풍부해서 상관 없었다.


방은 두 칸씩 6층을 만들어 배치했다.


“앞에 공실 하나. 그 다음 몬스터룸 넷 좌르르···. 여긴 <고블린>으로 배치하고. 중간에 세이브룸으로 완충지대 잡아줍시다. 그 다음에 또 몬스터룸 셋 주욱, 넣고. 여기는 <오크>로 배치. 다음에 트랩룸, 세이브룸. 마지막으로 보스는, 뭘로 갈까.”


······무난하게 <트롤>로 갈까?


<트리거>를 하나 만들었다.

트리거는 던전에디터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프로그래밍 언어다.


——————————

-조건

<처치>

[유저]가 [숲지기 트롤]을 처치하면,


-행동

<승리>

[유저]는 승리한다.

——————————


간단한 던전이라, 승리 조건만 덧붙이고 끝났다.

나머지 오브젝트나 NPC정도야, 자체 내장된 기본 트리거로도 충분하다.


“맞다, 트롤 얘들 <정착>특성 있는 거 아시죠? 조건 꼭 확인하셔야 되요. 안 그럼 트롤이 스타팅 포인트까지 마중 나오니까.”


몬스터마다 특성이 있다.

이를테면, 고블린들은 <손재주>라는 특성을 지닌다.


대충 자재 던져주면 저들끼리 바리게이트 만들고 망루까지 올려서 농성한다.

일부 아종의 경우는 복잡해 보이는 함정도 설치할 수 있고.


트롤의 <정착>도 비슷한 맥락.


——————————

정착


적당한 위치를 물색하여 둥지를 튼다.

둥지 내에서는 다음과 같은 추가효과를 받는다.


-체력회복속도 +85~100%

-방어력 +1~3

——————————


방 한 칸을 점거해서 둥지를 트는 특성.

반대로 얘기하면, 둥지를 틀기 전까진 주변을 배회하게 되는데······.

문제는 저 ‘적당한 위치’라는 조건에 온도가 포함된다는 것.


“트롤 얘들이, 원래 따뜻한 남쪽서 살던 애들이라 그래요. 바닐라 트롤 원래 이름이 ‘숲지기 트롤’이잖아요? 냉기속성저항도 기본이 마이너스고.”


너무 추운 곳에 던져두면 따뜻한 곳 찾아가겠다고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도록 되어있다.

그 과정에서 오크나 고블린들을 싹 쓸어버리면서 스타팅 포인트로 오기도 하는 거지.


트롤이 왜 다른 몹을 잡아?

동맹 아닌가?


아니다.


<던츠>의 몬스터들은 동족끼리만 동맹관계다.

<트리거>로 조정할 수야 있지만, 번거롭다.


그래서 세이브룸이나 트랩룸을 이용해서 완충지대를 잡아주는 거고.


“그런데 왜 바닐라 트롤을 고지대 타일에 박아놓느냐? 그래야 적당히 잘 죽기 때문이죠. <골드>도 쏠쏠하고.”


솔직히, 그냥 오크전사 엘리트 하나 박아두고 커스텀하는게 간단하지.

온도니, 특성이니.

그런 거 언제 고려하고 자빠졌냐?

꼴랑 두 시간 미션에.


하지만 오크전사 엘리트는 골드를 10,000G밖에 안 준다.

그에 비해, 트롤은 20,000G이나 주고.

그러니까, 철저히 계산된 지형에 트롤을 박아놓고 골드 뻥튀기 하는 거지.


나름 대중화된 메타였다.


“음. 근데 보스룸을 끌어내렸더니 방이 좀 남네요?”


지열이 있는 지하까지 굴을 팠더니, 중간의 방 하나가 기다란 모양이 됐다.


“위 아래로 길쭉하니 여기를 트랩룸으로 하면 되겠네요. 이러면 뭔 수를 써도 트롤은 못 올라오겠지.”


위아래로 기다란 방이 완성됐다.

바닥에 가시 깔아놓고 발판 몇 개 넣어두면 되려나?


잠깐 시간을 체크했다.


[12칸 이상 던전 제작 후 공략하기]

[제한시간 1시간 4분]

[125,000원]


“쓰읍···. 애매하네.”


한 시간 안에 던전 제작이 목표였는데.

트랩룸까지 완성한다면 시간이 부족해질 거 같더라고.


그렇다면?


“트랩룸은 시간 없으니까 외주를 줍시다.”


-고블린한테 하청 줄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 ㅈ같은거 만들어놓으면 어쩌려고 그러누

-하이라이트각이지 뭐

-미션실패하고 하이라이트 뽑으면 그게 더 이득아님?


거리 계산해서 발판 찍어주는것도 귀찮고.


“고블린 <손재주>특성 아시죠? 그걸 이용하는 건데···. 대충 자재 던져주면 발판도 놓고 사다리도 놓고, 알아서 만들거든요?”


널빤지 몇 개, 나무상자, 금속상자 같은 오브젝트와 무기들을 근처에 깔았다. 그 옆에 고블린 한 마리를 배치했다.


그걸로 끝이다.


나머지는 배치한 고블린이 알아서 함정을 깔아 줄 거다.


“오케이. 완성.”


드르륵.


스크롤을 굴려, 줌을 당겼다.

6층짜리 원룸 촌 같은 정경이 한 눈에 담겼다.

아기자기한게 미니어쳐를 보는 느낌.

이 게임이 <던전아츠(Arts)>라 불리는 이유였다.


[12칸 이상 던전 제작 후 공략하기]

[제한시간 59분]

[125,000원]


쓰읍.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었다.


“그래도 뭐, 59분이면···. 할 만 하지.”


-미친놈아냐 한 시간만에 던전을 만드네ㅋㅋㅋㅋ

-던축이 실력 안 죽었네?

-다음엔 한 시간 반짜리 미션 내보자


저장 후 던츠를 실행했다.

그런데.


“어?”


아찔, 하더니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빙글, 돌더니 어느새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자빠져 있더라.


깜짝 놀라 상체를 일으켰는데.


“이봐, 자네. 드디어 깨어났군?”

“······누구세요?”


낯선 인기척이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눈앞에 웬 서양인이 있는 게 아닌가?


“······어?”


그런데, 묘하게 익숙하더란 말이지.


반쯤 헐벗은 몸.

발달한 대흉근.

고작 가죽바지 한 벌에 각반이 전부인 하체.


양손에 뭘 들고 있었는데, 한 손엔 둥근 방패를.

다른 한 손엔 중식도보다 좀 더 긴 숏소드를 들고 있었다.


얼굴에 시선이 갔다.

람보가 썼을법한 촌스런 빨간 머리띠.

그 밑에 더러운 금발.

거기다 엉덩이처럼 갈라진 턱까지.


“전사?”


<던츠>의 메인캐릭터 중 하나.

전사가 눈앞에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던전 무료상담 바로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당분간 휴재하겠습니다. 24.01.15 50 0 -
공지 제목이 변경됩니다 24.01.02 12 0 -
24 이건 화낼만 하잖아. 그지? 24.01.13 37 0 17쪽
23 쓸만한 아이디어야 24.01.10 17 0 14쪽
22 이게 이렇게 끝나면 안 되지... 24.01.09 28 0 16쪽
21 장르변경 문의드립니다 24.01.08 29 1 18쪽
20 처음엔 중2인줄 알았는데 24.01.05 7 0 15쪽
19 섭섭할 뻔 했잖아요 24.01.04 7 0 14쪽
18 바코드닉은 수상쩍은데 24.01.03 9 0 13쪽
17 그래도 이쯤이면 좋은 앤딩같아 24.01.02 8 0 12쪽
16 아이좋아 아이 행복해 24.01.02 7 0 12쪽
15 대마법사가 왜 대마법사인지 알아? 24.01.01 7 0 17쪽
14 클라이언트 비위 맞추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냐 23.12.31 6 0 20쪽
13 낯선 목소리 23.12.30 6 0 17쪽
12 끝까지 간다 23.12.29 9 0 18쪽
11 골목식당 찍으라는 소린가 23.12.28 9 0 11쪽
10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23.12.27 48 0 18쪽
9 도움! 23.12.26 12 0 13쪽
8 절로 웃음이 났다 23.12.25 11 0 15쪽
7 풍년이었다 23.12.24 10 0 14쪽
6 록맨처럼 벽타기라도 할까요? 23.12.23 13 0 12쪽
5 손은 눈보다 빠르게 23.12.22 14 0 13쪽
4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니까 23.12.21 19 0 13쪽
3 일단 저장부터 하자 23.12.20 24 1 14쪽
2 비겁하다 욕하지마 23.12.19 33 1 11쪽
» 눈앞의 주인공 23.12.19 35 2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