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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연재수 :
2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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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12
추천수 :
1,236
글자수 :
1,580,921

작성
22.01.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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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1
추천
15
글자
12쪽

6 악몽

DUMMY

결심을 굳힌 후 의미 없이 다른 글들을 읽어봤다.


어마어마하다.


레벨제한이 없고 타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레벨업이 쉬운 편이라서 장비, 무기류, 액세서리류 등 착용 제한이 없없다.


1레벨도 전설급 장비 착용이 가능하다.


다만 장비 활용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뿐 그래서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레어 등급만 해도 입이 쩍 벌어진다.


견물생심(見物生心) 욕심이 생긴다.


성장형 무기인 제노사이드를 판매 한다면···강남에 집 한 채 살수 있을 거 같은데 ..”


“씨발···. 귀속이구나··· 진짜 게임 좆같네···. 안 한다 안 해··· 씨발···”


저녁에 후배 오관석을 만나 삼겹살에 술을 마셨다.


노릿하게 잘 구워진 삼겹살에 소주를 마니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팀장님, 얼굴이 며칠 사이 헬쓱해졌네요. 너무 달리시는 거 아닙니까?-


가볍게 웃으며 농담으로 이야기한다.


“······“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질 않는다. 한 잔 넘기고 또 한 잔을 따라 마셨다.


-천천히 드세요. 술도 잘 못 드시는 분이··· .


“요즘 회사는 어떠냐? 할 만 하냐?”


-팀장님도 안계시고 재미도 없고 죽겠죠-


이런 저런 얘기하며 코가 삐뚤어지게 마셨다. 안 그러면 쉽게 잠들 것 같지 않았을 테니까.


밤 늦게 술에 진탕 취해 비틀거리며 돌아와 쓰러질 듯 잠이 들었다.


“헉···”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또 다시 시뻘건 눈으로 노려보던 놈이 나타났다.


‘씨팔.. 죽이긴 내가 죽였는데 도대체 왜 밤마다 꿈속에 나타나는 거야”


냉수를 들이붓듯이 마시고 담배를 피워 물었다.


창으로 들어온 불빛에 담배 연기가 퍼져 나가는 게 보였다.


쉽게 다시 잠들 것 같지가 않다.


아니 잠이 들어도 또 다시 그 시뻘건 눈이 보일 것 같다.


“감히,, 감히.. 버러지.. 좆같은 새끼..”


감히, 버러지 두 단어는 생각날 때 마다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눈에 보이는 노트북을 켜고 커뮤니티에 들어가 글들을 의미 없이 읽다 보니 눈에 띄는 글이 보인다.


어제 천사를 봤다는 글을 쓴 사람 창천길드에 들어갔다는 글 이였다.


[창천길드] 대한민국의 무수한 길드 중에서 독보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넘버원 길드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양과 질 모두 최고는 아니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인 거성그룹과 연관이 되어 있는 길드.


거짓말이라고 어그로 꾼이라고 욕하고 비하하는 댓글도 많이 달렸지만 곧 잠잠해졌다.


창천길드의 대변인이 공식 확인해줬으며 가능성을 인정하고 길드에서 핵심인력으로 밀어줄 것 이라고.


“잘됐네.. 글 보면 사람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후로 새로운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주 내용은 천사가 뭔지 히든 피스인지 어디가면 볼 수 있는지 부러움 반 시샘 반이였다.


그 중 심장이 덜컥하는 글이 보였다


[천사가 있으면 악마도 있는 거 아닌가?]


천사가 있으면 악마도 있는게 정상 아님?


그렇잖아 이런 종류의 소설이나 게임 등에선 빛과 어둠, 선과 악, 천사와 악마···


이런 시스템이 기본 베이스인데 천사가 있었으면 누군가는 악마를 만났을 거 같은데···


천사가 힐, 버프 스킬 북 줬으면 악마는 마검이나 흑염룡 같은 거 줬을 거 같은데.

누군지 개부럽네


-버러지 같은 놈이 감히 나를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흠칫 놀라 급하게 일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밀려난 의자가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렀다. 귓가에 칼라스만의 속삭임이 분명 들려욌었다.


넓지 않은 방을 구석구석 살펴본다. 없다. 아무도 없다.


그런데 멀쩡했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칼라스만이 떠올랐다. 머리를 흔들며 걷어내려 해도 점점 더 그 형상이 짖어간다.


손이 덜덜 떨리고 눈의 초점이 흔들린다. 튜토리얼룸에서 잘렸던 팔이 시리다.


뚫렸었던 복부에 다시 구멍이 뚫린 것처럼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의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거대한 흑염이 방을 채워나간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듯 목을 잡고 바닥을 뒹군다.


“커억··· 커··· 그.. 그만··· 제.. 제발.. 그..마ㄴ···”


그 고통이 그 악몽이 또 다시 생생히 느껴진다.


눈이 떠졌다. 숨이 쉬어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시팔새끼”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나왔다.


비틀거리며 냉장고 문을 열고 맥주를 꺼내 마셨다.


차가운 기운이 식도를 따라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정신이 돌아왔다.


“킥.. 킥킥킥킥.. 씨발 도대체 뭐야. 나보고 뭘 어쩌라고 씨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거칠게 연기를 뱉어냈다.


-꿀꺽, 꿀꺽, 꿀꺽···-


거칠게 우그러진 캔을 벽에 집어 던졌다.


“씨발···.”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보지만 막막하기만 했다.


“어떡하지? 서울 올라갈까”


깊어가는 고민과 더불어 시간은 점점 흘러가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고명석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시뻘건 눈으로 조롱하 듯 때로는 분노에 찬 눈으로 내려다보며 감히, 버러지 같은 말을 뱉으며 칼에 베이고 시커먼 불에 타며 잠에서 깨야만 했다.


반항도 시도해 봤다.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포식자 앞에 연약한 생물처럼 암흑처럼 검은 눈동자에 잔인한 미소에 악마처럼 파고드는 목소리에 꼼짝도 못하고 또 다시 베이고 잘리고 꺾이며 불타오르다가 비명과 함께 눈을 뜨곤 했다.


“우웨에에엑”


변기를 붙잡고 모든 걸 게워냈다.


눈물과 콧물이 함께 흘러내린다.


서글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대상이 왜 자신인지 미칠 것만 같았다.


“씨발, 씨발, 씨발···. “


새벽마다 깨며 술을 마시고 담배에 찌들다 보니 몸도 마음도 점점 망가져 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신병원에 가봐야 하나라는 말도 습관처럼 중얼거리게 됐고 거울에 비친 핏기 없는 퀭해진 얼굴과 턱밑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이 고명석의 상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먹다 남은 컵라면과 널부러진 술병들 방안에 꽉 찬 쓰레기 더미와 함깨 누워있던 고명석의눈이 점점 감기고 있었다.


잠들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지만 지치고 지친 그는 깊어가는 눈앞의 어둠에 점점 스며들고 있았다.


“잠들면.. 잠들면 안 되는데··· 또 그 새끼 볼 텐데···”


마치 우는 듯 한 애절한 가냘픈 목소리가 어둠에 잠겨가는 시야와 함께 사라져갔다.


눈을 떴다. 또 다시 그 튜토리얼 룸이다. 절로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고개를 돌리자 칼라스만이 예의 그 붉은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저벅 저벽-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온다. 긴장감과 앞으로 닥칠 고통에 목울대가 심하게 요동친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은 달랐다. 화가 났다. 억울했다.


왜 이런 고통을 계속 당해야 하는 것인지 누군가 이야기라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라스만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감히··· 버러지···-


-꿈틀-


이마에 핏발이 서며 격한 감정이 솟구친다.


“닥쳐, 씨발놈아~~”


격한 고함과 함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순간 손에서 무언가가 잡히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제노사이드···”


칼라스만의 손에 있던 제노사이드가 크로우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칼라스만이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자신감이 생겼다. 달려나갔다.


칼라스만을 향해 제노사이드를 휘둘렀다.


팔을 들어 막는다. 검을 내리쳤지만 흠집 하나 생기지 않는다.


칼라스만이 또 다시 비웃는다.


“뒤져. 뒤지라구.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나에게 이러는 거냐”


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손아귀에 더욱 힘이 들어가며 내려치는 속도가 빨라졌다.


-서걱-


가벼운 절삭음과 함께 카라스만의 팔에서 피가 베어 나왔다.


멈칫한 칼라스만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계속해서 칼을 휘두른다.


가벼웠던 절삭음이 점점 무거워지며 칼라스만의 피가 뿜어져 나온다.


구석으로 몰린 놈의 눈에 공포가 어린다.


공포에 찬 눈을 보자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쳤다.


희열이였으며 쾌감이였다.


비록 꿈속이지만 그동안 반항조차 못하고 칼에 베이고 찔리며 흑염에 불타다 잠에서 깼었다.


보라. 놈은 반항조차 못하고 구석에 몰려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어느덧 칼에 흑염이 깃든다. 베이고 흑염에 타오르며 더욱더 거친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눈에 핏줄이 선다. 지독한 쾌락으로 몸이 떨려온다.


힘··· 상대를 압도하는 힘..!! 우월감..! 약자에 대한 강자의 우월감. 흥분으로 몸이 떨린다.


놈이 뭔가 소리를 질러대지만 들리지 않는다.


어느덧 크로우의 얼굴엔 흉악한 미소와 약자에 대한 멸시가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칼라스만의 얼굴이었다.


피 칠갑을 하고 구석에 몰려 있던 칼라스만과 눈이 마주쳤다.


놈이 미소 짓는다. 무언가 이야기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눈과 입이 웃고 있었다.


계속 되고 있는 공격에 베이고 불에 타오르면서도 웃고 있다. 마치 승자의 미소처럼···


또 다시 웃고 있는 입으로 무언가 이야기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속삭인다.


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달콤하게...


-그래 그거야-


-진정한 힘은 그렇게 약자를 멸시하고 경멸하며 힘에 도취되어 자기 뜻에 맞춰 기분에 맞춰휘두르는 것. 세상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마라. 감히 버러지 같은 것들은 네게 반항하지 못 할 것이며 설사 반항한다 해도 죽여 버리면 되는 것-


크로우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지어진다.


-정의, 평화, 구원 이런 병신 같은 말을 하는 놈들은 약자이거나 그런 것들을 가장한 위선자일 뿐이다-


-진정한 힘을 가진다면 위선 따위는 필요 없다. 그놈들의 위에서 군림하라. 꿈틀대면 짓밟아라. 고통에 몸부림치면 불살라라, 울부짖는다면 목을 베라. 그게 진정한 강자의 길이며 너의 길이다-.


“진정한 강자의 길···”


크로우의 계속 되는 칼질에도 웃고 있던 칼라스만의 눈동자에 한 남자가 보인다.


팔 다리가 잘리고 불에 태워지는 한 남자···


“저건···.”


거침없이 휘두르던 칼을 멈춘다.


시커멓게 변해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는 팔이 보인다.


얼굴을 매만져본다. 이마엔 작은 뿔이 만져진다.


“이게 나라고?”


칼라스만을 쳐다본다.


-무엇이 문제지?. 네가 원한 게 힘 아니였나? 더 이상 강한 놈에게 굴복당하고 괴롭힘 당하기 싫은 것 아니였나? 받아들여라. 받아들이고 네 본능대로 살아라-


“본능”


-지금 네 모습을 봐라. 힘에 취해 약자를 멸시하고 기쁨에 겨워 만족해하는 네 모습을 인간과 마족이 다를 게 무어냐? 힘을 원하고 그 힘을 휘두르길 원하는 건 인간이나 마족이나다 똑같다. 이제 그만 받아들이···-


-컥-


크로우의 발이 칼라스만의 목을 눌렀다.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칼라스만이 묻는다.


-왜?-


“힘? 좋아. 다 좋은데 마음에 안 들어. 내 의지가 아니라 네까짓 놈이 나를 가지고 놀려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착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다른 놈들 뜻대로 휘둘리는 건 더욱 싫다. 알아 들었냐 이씨발놈아. 네가 좆같은 직장생활 해봤냐? 사라져라”


뭐라 말할 새도 없이 놈의 미간에 칼이 꽂힌다.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잿빛으로 변해간다.


순간 시스템의 알림음이 계속 들려왔지만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 작은 빛이 퍼져 나가며 희미한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빛은 곧 형체를 잃어갔다. 무언가 말하고있었으나 그 또한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무얼 말하는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


잊지 말라고···


그 빛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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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고대 고블린 던전(2) +1 22.02.09 596 7 12쪽
17 17 고대 고블린 던전(1) +3 22.02.08 592 11 13쪽
16 16 그놈과의 재회(2) +2 22.02.07 597 9 12쪽
15 15 그놈과의 재회(1) +4 22.02.06 623 9 12쪽
14 14 마법사 제이너스 22.02.05 631 7 14쪽
13 13 배신은 못 참지 +2 22.02.04 646 9 11쪽
12 12 홉고블린 전사 +1 22.02.03 681 12 11쪽
11 11 어디 필드 보스 안 뜨나? +3 22.02.02 714 10 11쪽
10 10 하. 짜릿하다 +2 22.02.02 751 12 11쪽
9 9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1 22.02.01 802 13 11쪽
8 8 흉내쟁이 +2 22.02.01 891 15 11쪽
7 7 접속하다 +2 22.01.31 963 15 13쪽
» 6 악몽 +1 22.01.30 1,042 15 12쪽
5 5 정산 +1 22.01.30 1,134 20 11쪽
4 4 그놈(3) +2 22.01.29 1,146 20 11쪽
3 3그놈(2) 22.01.29 1,199 17 11쪽
2 2 그놈(1) +2 22.01.28 1,457 22 10쪽
1 1 하늘은 파랗고 내 속은 까맣다 +1 22.01.27 2,163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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