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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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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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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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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473

작성
19.08.24 12:34
조회
3,124
추천
53
글자
8쪽

1화. 엘프세계에 떨어지다. (수정2)

DUMMY

@@@


[한식만찬].


퓨전 한식으로 한국에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그곳의 오너 셰프. 그게 바로 그, 안성진이었다.


안성진. [한식만찬]의 오너 셰프였던 그의 성격은 참으로 더러워 상종하기 싫은 부류였다. 실수 할 때마다 직원들의 얼굴에 인신모욕, 성희롱, 심지어 가족까지 건드리는 뒤틀린 욕설을 마구 퍼부어댔으니까.


'네 엉덩이처럼 밥을 찰지게 만들라고!'

'채소가 네 피부처럼 삭아버렸잖아. 관리 똑바로 안 해?'

'피곤해? 어제 밤, 남자랑 뭐했어?'


이것보다 더 심한 것도 있었다.


'정말 쓸모없는 새끼네. 부모님께 콘돔 쓰라고 하지 그랬냐? 이 미사용의 결과물 같으니라고.'

'이따구로 할 거면 때려치워라 개새끼야. 개같은 부모한테 개밥이나 먹이지 그래?'

'앞으로 뭔 갈 가루로 만드는 건 부모님 유골로 충분하지 않아?'

'그걸 까먹어? 치매는 너네 할머니만으로 충분하잖아!'


그게 적당한 당근과 채찍이면 뭐 그럴 수 있겠다 싶겠지만, 얘는 엘리트주의라 기본적으로 남을 깔보는 성향이 강했다. 실수 이후에 잘 하더라도 그 일이 생각나면 자꾸 꺼내서 사람 속을 벅벅 긁는다. 그 녀석은 훈육을 핑계로 감정 노동시키는 악질이었다.


이 때문에 매일 마음 고생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흑흑흑."

"수진씨, 괜찮아요?"

"저 일을 그만 둬야할까 봐요······. 어떻게 그런 말을···. 흑흑."


그로 인해 동료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고, 관두는 직원도 많았다. 그런 그가 스타 셰프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미디어의 활약이 컸다. 뭐, 미슐랭 3스타를 받았으니 온갖 좋은 이미지로 방송에서 치켜세워주어 사람들은 친절하고 상냥한 이미지로 기억할 텐데, 이 사람의 진짜 성격을 잘 모를 거다. 그 와중에 '주방에선 욕쟁이 셰프'란 이미지로 인기를 올리다니, 단단히 미친놈이었다.


이 녀석은 욕이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욕으로 주방을 제압해야한다고? 개소리!


주방에 흉기가 될 만한 건 많다지만, 사람이 그렇게 오히려 나쁜 생각을 먹을 일은 거의 없다. 일을 저지르면 감옥간다는 걸 아는데, 누가 주방도구를 흉기로 쓰겠는가? 차라리 폭언에 대한 앙심으로 일을 저지른다면 모를까. 사람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일을 저지르면 감방에 가는 것 쯤은 알고 있을 터. 그래서 아무도 나쁜 생각을 먹지 않는 것이다. 머리가 빡 돌아가지 않는 한 말이다.


또 월급을 후하게 준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격을 모욕해도 괜찮다는 소리는 절대로 아니다. 그게 맞다면, 대체 왜 직장 내 폭언에 대한 문제는 왜 뉴스에서 대두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이 개정된단 말인가? 안성진, 그는 방식이 잘못 되었다.


욕할 시간에 차라리 요리를 직접 하면서 가르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내가 왜 이런 직장에 다니고 있냐고? 나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때문이었다.

나에겐 7살 쯤되는 아들이 하나 있다.


내 아내는 난임이었다. 50살이 넘도록 애 하나 못 배는, 불쌍한 아내였다. 그렇게 자식 하나 없이 '인생이 그런거지, 뭐~.'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다.


하늘이 내 비애를 알아줬기 때문이었을까? 기적이 일어났는지, 아내가 임신했다!

그렇게 태어난 게 심지어 아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더 기뻐 소리질렀다. 정말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얼마 가지 않았다.


아내가 음주운전 사고로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나버렸기 때문이었다.

난 또 하나의 절망을 맛봤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의 기지로 뱃속에 있던 아들만큼은 살려냈다.

어미도 못 보고 태어나다니, 이 불쌍한 것.


난 그 충격으로 우울증에 걸렸다. 식당 영업도 심적으로 힘든데, 거기에 임대료까지 올라버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그래서 내 가게를 내놓고, 난 집에서 애를 돌보고, 가끔씩 밖에서 술로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다 한 모집공고문을 보았는데, 미슐랭 3스타 셰프 모집문이었다. 난 내 44년의 경력을 들고 바로 이 식당에 찾아갔고, 당당히 합격하였다. 내 연륜을 따라올 자가 신청자들 중에선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난 아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갖은 폭언 속에서도 꾿꾿이 버텨왔다.

사랑스런 아들 때문에. 그리고 그게 아내를 위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던 어느 날, 신입요리사가 코스 요리에 나갈 삼겹살을 그만 오버쿡해버리고 말았었다. 과한 긴장에 실수를 해버린 것이었다.


군대에 있을 적 그런 일도 많았다. 긴장 때문에 국에 빠뜨린 국자를, 조교가 부르자마자 맨손으로 꺼내려는 사고라던가 말이다.


신입은 앞으로 받을 욕 때문에 많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동공이 수축되고, 몸이 조금씩 떨고 있었으며, 상관인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류금수 셰프님. 저 이제 어떡하죠? 삼겹살 오버쿡해버렸어요."


나는 바로 새로운 삼겹살을 꺼내 굽기 시작했다. 이 요리는 소스가 마지막에 올라가니 소스 담당에게 좀 늦을 것 같다고 말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걱정할 시간이 있으면, 빨리 다시 음식을 해야지. "

"저 이제 오너 셰프에게 혼날거예요."


나는 그런 신입을 위로했다.


내가 경력도 요리계의 선배이기도 하고, 내가 훨씬 연장자이기도 하다. 그저 난 아들 양육비를 벌기 위해 그 녀석 아래서 일하고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 간부급 직책이니, 놈이 함부로 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뭐 해봤자, 욕 몇 번하고 끝일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내가 했다고 할테니 걱정마라."

"네?"

"넌 계속 요리하고 있으면 돼."


그때 안성진, 그 녀석이 내 앞으로 왔다.


"코스의 메인인 삼겹살은 언제 나오는 겁니까."

"그게, 제가 그만 오버쿡 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바로 다시 굽고 있습니다."


안성진은 오버쿡 된 삼겹살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역시나 그 순간을 안 놓치고 더러운 입을 열었다.


"이야. 이딴 걸 손님이 드시면 다들 암 걸려 죽겠어요. 늙어서 치매라도 걸리셨나 봐요?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아니면 곱등이를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만드신 건가? 류금수 씨는 상당히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게 구이 담당 셰프라니······."


그때 나는 아직 괜찮았다. 짜증나긴 했지만, 몇 년동안 이 식당에서 일하며 온갖 욕설을 들었던 거에 비하면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었다.


"버러지 같은 아들을 키우겠답시고 늙어서 무슨 고생이람? 류금수 씨. 그 소문 다~ 들었어. 당신에게 아들이 있었다고."

"근데요?"


하지만 이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내 생각을 날려버렸다.


"근데, 그 아들내미가 당신 아들 맞긴 한건가? 50대에 애를 낳다니 전혀 말이 안 되잖아. 그거 사생아 아냐? 죽은 아내를 버리고, 다른 년이랑 했었어?"


-퍽!


나는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 오른손의 주먹을 냅다 안성진 그 새끼의 면상에 내다 꽂았다.


-쿠당탕!


안성진은 그대로 주방 바당에 내동댕이쳐졌다.

난 그 순간 머릿속에서 파노라마가 그려지며, 그간 나와 동료가 받았던 고된 일들이 생각났다.


"어린 쉐리가 주둥아리만 살아가지곤. 어디서 으른에게 반말이나 찍찍 싸대고 말이야. 그 더러운 주뎅이 한 번 더 열어 볼래?! 으윽!"


그 순간 나는 뚜껑이 열려 피가 거꾸로 솟구친 탓인지 뒷목을 잡고, 의식이 희미해져갔다.


'고혈압인가···! 뒷목이···!'


그러곤 난 그만 정신을 잃어버렸다.


정신을 차린 난, 한 엘프 자매에게 포박당해 있었다.


작가의말

1화 내용 변경했습니다(19.9.24) : 류금수가 이세계에 떨어진 배경 내용을 바꿨습니다. 죽빵 후 고혈압 때문인지 뒷목 잡고 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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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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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떡 돌리기(4) +9 19.09.07 1,685 36 9쪽
13 12화. 떡 돌리기(3) +8 19.09.06 1,691 36 8쪽
12 11화. 떡 돌리기(2) +6 19.09.05 1,719 36 9쪽
11 10화. 떡 돌리기(1) +7 19.09.04 1,811 35 8쪽
10 9화. 촉박한 시간 +7 19.09.03 1,929 38 7쪽
9 8화. 밥과 백김치 +8 19.09.02 1,944 40 8쪽
8 7화. 콩비지전과 콩비지찌개 +7 19.08.30 2,000 42 8쪽
7 6화. 감자껍질칩과 두부 +8 19.08.29 2,117 45 9쪽
6 5화. 난민신청(3) +10 19.08.28 2,121 43 8쪽
5 4화. 난민신청(2) (수정) +10 19.08.27 2,266 45 10쪽
4 3화. 난민신청(1) (수정2) +12 19.08.26 2,524 44 12쪽
3 2화. 감자채전 (수정2) +14 19.08.24 2,818 50 14쪽
» 1화. 엘프세계에 떨어지다. (수정2) +13 19.08.24 3,125 53 8쪽
1 프롤로그. (수정2) +21 19.08.24 3,726 4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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