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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안개의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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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7.20 19:04
최근연재일 :
2013.08.11 16:52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568
추천수 :
27
글자수 :
17,501

작성
13.08.11 16:52
조회
341
추천
3
글자
9쪽

1부. 코헨 리어스 저택 이야기(3)

DUMMY

저택은 전부 3층으로 2층에는 집안 사람들의 침실이 있었다. 계단을 올라 오른쪽 코너를 돌아가니 양 옆으로 다섯 개씩 총 열 개의 문이 보였다. 아직 어느 방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그녀는 잠깐 자리에 서서 망설이는 얼굴이 되었다.

내려가서 다시 네드리나 안나에게 물어보고 올까하는 생각으로 그 자리에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서 있는 복도 바로 옆문이 벌컥 열렸다. 문 가까이 서 있었던 터라 기세에 그녀가 좀 흠짓했다. 안쪽에서 나오던 녹색의 강렬한 아름다운 눈동자가 자신을 향했다.

“뭐야?”

높고 직선적인 음성.

“넌 누구지?”

“죄송합니다.”

서둘러 리체는 말했다.

“제가 미처..”

“누구냐고 묻잖아.”

퉁명스럽게 여자가 다시 말했다.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리체는 대꾸했다.

“리체 레르나입니다.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백작가의 셋째이자 이 집 장녀인 시엘린 리어스는 미심쩍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래 리체 레르나. 왜 여기 있는 거지?”

“베르체 씨가 작은 어르신 서재에 이걸 갖다 놓으라고 하셔서..”

시엘린은 그녀가 한 손에 들고 있는 우편물 더미를 보았다.

“오라버니 방은 반대편 복도 제일 끝이야.”

“아...”

그제야 리체는 복도를 정 반대로 들어섰다는 걸 깨달았다. 계단을 올라와서 바로 보이길래 여기만 방들이 있는 줄 알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질이 급한 편이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걸, 리체 레르나.”

그렇게 말하는 그녀 역시 성격 급한 사람의 일원이었는지 자신이 하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뛰다시피 리체를 지나쳐 걸어갔다.

네드리가 말한 남은 한 명이 아마 이 아가씨일 거라고 생각하며 곧 계단 아래로 사라지는 여자를 보다가 반대편 복도로 가기 위해 리체도 몸을 돌렸다.










저택 사람들의 아침 식사가 끝나자 이어서 고용인들의 식사 시간이 이어지고 곧 점심이 되기 전 잠깐 여유 시간으로 접어 들었다.

“아저씨 어때요?”

본네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윌러가 운전석에 앉아 있는 헤이튼을 향해 크게 물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노인이 시동을 걸었다. 늙은 말의 기운 없는 울음 같은 소리가 몇 번 났다.

“이제 된다.”

시동이 걸리자 다행이라는 얼굴로 중얼거리고는 그가 자동차 밖으로 나왔다.

“좌우간 신식 물건은 도통 알 수가 없어.”

손에 묻은 기름 얼룩을 수건에 문지르고 있는 윌러를 향해 걸어가며 그가 중얼거렸다.

“이렇게 고장 잘 나는 걸 대체 뭐하러 쓰고 있는지.”

한 때는 잘 나가는 마부였던 헤이튼은 자동차가 들어온 다음부터는 리어스 백작의 권유로 업종을 전향해 이 집에서 운전수로 일을 하고 있었다. 30년 넘게 마차만 끌고 다녀 은퇴할까 생각도 했으나 직업을 다시 구하기엔 나이도 많고 재주라고는 그것뿐이니 리어스 씨의 호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빠르잖아요.”

푸념에 윌러가 대꾸했다.

“고장 안 날 땐.”

“암만 빠르면 뭐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물건은 내 평생 보다 처음인데.”

헤이튼 씨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좌우간 너 아니었으면 나만 죽어나고 있었을 거다 윌러.”

그 말에 비식 웃으며 윌러는 본네트 뚜껑을 닫았다.


쾅 소리가 차고를 울리는데 그 소리에 맞춰 갑자기 차고 밖에서 뭔가가 우당탕 소리를 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갔다.


나가보니 차고 앞에서 저택으로 이어지는 얕은 언덕의 계단 아래 누가 넘어져 있었다. 어지간히 요란하게도 넘어졌는지 계단 옆에 있던 등유 통이 엎어지면서 등유가 쏟아져 바닥을 흘러가고 있다. 등유통 옆에 쌓아 두었던 장작들도 여기 저기 흩어진 채 그 주변에는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아니 이게 다 뭐야?”

차고 앞에 널부러져 있는 각종 쓰레기들을 보며 기가 막힌 음성으로 헤이튼 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죄송해요.”

넘어져서 정신없는 얼굴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며 리체가 말했다.

“제가 미처 못보고.”

몸을 숙여 그녀가 허둥지둥 장작 몇 개를 옆으로 치워냈다.


부엌 뒤에서 난 문으로 나와 야트막한 언덕에 나 있는 계단을 내려오면 차고와 헛간이 있고 그 뒤에 모아둔 쓰레기를 버리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리로 가는 계단 마지막이 좀 미끄러워서 주의를 해야 했다.

그 점을 몰랐는지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서둘러 장작을 치우는 여자의 얼굴이 낯설어 헤이튼 씨가 물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아.. 리체 레르나입니다.”

오늘만해도 벌써 몇 번째인 자기소개를 그녀가 다시 했다.

“오늘부터 일하게 된 메이드입니다.”

그녀를 위아래로 흝어 보다가 헤이튼 씨가 혀를 끌끌 찼다.

“말만한 처녀가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서야, 이거 다 어쩔 거야?”

“죄송합니다.”

계단 아래가 미끄러운 건 그녀 잘못은 아니었지만 바빠서 좀 서둘렀던 것도 사실이어서 헤이튼 씨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좌우간 이거 다 치워 놔야 돼. 우리가 노는 사람도 아니고.”

자칫 일이 더해지는 것을 염려해 헤이튼 씨가 다시 말했다.

“알았지?”


뭔가 좀 불편한 얼굴로 그 때까지 가만히 옆에 있던 윌러가 그 말에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관둬요 아저씨.”

“관두긴 뭘 관둬? 실수한 사람이 치워야지 그럼 우리가 해?”

리체가 옆에 널부러진 쓰레기 봉투를 주워 올리는 동안 그 말에 작게 헤이튼 씨가 대꾸했다.


“저.. 그럼 잠깐만 있다 와서 치워도 될까요?”

두 사람의 기색을 눈치 못 챈 채 조심스럽게 리체는 물었다. 여길 정리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 보였다.

“아직 부엌 정리가 남아서요.”

하지만 그녀는 지금 고용인들 아침 식사가 끝난 뒤 남은 설거지와 부엌 정리를 하다 말고 나온 참이다.


“그러든가. 하지만 바로 와서 치워놔야 돼.”

그 정도는 융통성 있게 봐줄 수 있다는 듯 말하며 헤이튼은 덧붙였다.

“그냥 도망갈 생각은 말고.”

“네. 그럴게요. 죄송해요.”

다시 한 번 리체는 사과했다.

“금방 다시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나마 봉투 안에 남아 있는 쓰레기들을 다시 모아 쥐며 이번에는 주의하는 얼굴로 차고 옆으로 그녀는 잰걸음을 옮겼다.

“아저씨 그냥 대충 넘어 가시지.”

달려가는 리체 쪽을 보며 왠지 난감한 기색으로 윌러가 다시 말했다.

“저거 다 치우려면 얼마나 걸리는데 그냥 넘겨? 그리고 너 왜 그래?”

그 말에 여전히 의아한 듯 헤이튼 씨가 되물었다.





최대한 빨리 부엌 정리를 마치고 리체는 샛길을 통해 다시 차고가 있는 언덕 아래로 내려왔다. 조심히 계단 아래로 내려가 등유를 엎은 곳까지 갔다. 그런데 그 사이 누가 치웠는지 자리가 이미 깨끗한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져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걸어가 차고 안을 좀 들여다 보았으나 안에 아무도 없었다. 헤이튼 씨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 저기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차고 뒤쪽에 있는 헛간의 열린 문을 통해 갈퀴로 짚더미를 모으고 있는 윌러를 발견하고 리체는 그 쪽으로 걸어갔다.

“저...”

조심스럽게 그녀가 말을 걸자 갈퀴질을 멈추고 그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헤이튼 씨는...”

“기차역에.”

그가 대답했다.

“작은 나리 마중하러.”

“그럼 차고 앞은 혹시...”


“그건 내가..”

그 대답에 다소 의아한 시선으로 그녀가 그를 쳐다보았다. 갈퀴 자루를 들고 있던 손을 가슴께로 잡아당긴 채 서서 그 시선에 윌러는 어깨를 조금 움츠려 트렸다.

“차고 청소 어차피 내 일이라.”

“하지만 어지른 건 난...”

안나가 자신이 사람 불편하게 말한다고 했던 걸 기억하며 편하게 말하려고 그녀는 애를 썼다.

“난데..”

“그 정도는 별거 아니라..”


아침부터 쉴새없이 몰아치는 할 일에 정신이 없다가 갑자기 받게된 친절에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고맙단 인사도 선뜻 떠올리지 못하고 리체는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그 시선과 그리고 그녀와 말이 길어지는 게 불편한 윌러는 자리를 피하려는 듯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나 여기 청소 마저 해야 되서...”

“아, 미안.”

어색해 하며 말하는 소리에 공연히 사람을 붙잡고 있단 생각이 들어 리체도 얼른 옆으로 비켜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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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부. 코헨 리어스 저택 이야기(2) 13.07.25 305 4 6쪽
2 1부. 코헨 리어스 저택 이야기(1) 13.07.25 360 7 9쪽
1 프롤로그 - 1861년~1902년 사이 어딘가 13.07.20 562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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