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명인k 님의 서재입니다.

안개의저쪽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로맨스

명인k
작품등록일 :
2013.07.20 19:04
최근연재일 :
2013.08.11 16:52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567
추천수 :
27
글자수 :
17,501

작성
13.07.25 22:22
조회
359
추천
7
글자
9쪽

1부. 코헨 리어스 저택 이야기(1)

DUMMY

1.


리어스 백작가는 네이핀의 남쪽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베르하임의 작은 도시인 햄스튼에 있었다. 새벽녘 네이핀에서 출발한 마차는 몇 시간을 달려 안개가 자욱한 마을 입구에 도착하고 있었다.


마차가 마을 입구에서 길게 이어지고 있는 장미 문양의 벽돌길로 접어 들자 마차 안에 타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었다.

“저... 근처에서 세워 주세요.”

마차 바퀴가 덜컹이는 소리에 묻힐까봐 목소리를 조금 크게 하며 여자가 말했다. 다행히 들렸는지 마부가 고개를 돌렸다.

“여기면 충분해요.”

리체가 다시 말했다.

“정말 여기면 되겠소?”

“네.”

상냥하게 대답하는 소리가 다시 날아갔다.


마부가 고삐를 잡아 당기자 말들이 푸드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자리에 섰다. 마차 문을 열고 길가로 내려선 리체는 몸을 마차 안으로 다시 반쯤 집어 넣고는 챙겨온 약간 큰 짐가방을 대로변으로 끌어 내렸다. 가방 무게에 딸려가며 그녀가 조금 비틀거렸다.

“감사합니다.”

마부석을 향해 그녀가 목소리를 높여 인사를 건냈다. 자기 할 일은 끝났다는 듯 무심한 얼굴로 마부가 그녀를 향해 모자를 반쯤 들어 올려 보이고는 이내 고삐를 내리쳤다. 마차가 움직이며 길을 따라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차가 조금씩 멀어지고 곧 혼자 남겨진 리체는 비탈로 이어진 벽돌길에 서서 잠시 앞을 보았다.


날은 흐리고 앞은 희미하게 안개가 끼어 있다. 8시가 조금 안된 시각.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왔는데 흐려서인지 아직 새벽 같다. 마을은 조용했다. 널찍한 길에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말 한 필에 묶인 작은 짐마차 한 대만이 옆을 느리게 지나갔다.

짐가방을 양 손으로 들어 올리리고는 다시 앞을 쳐다보며 그녀는 조금은 가파른 언덕을 걸어올라 가기 시작했다. 저기 멀리서 뾰족한 시계탑이 안개 사이로 조금씩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리체 레르나입니다.”

문 옆에 붙어 있던 벨을 한 번 누르고 잠깐 기다렸다가 안에서 급하게 뛰어오는 발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쓰고 있던 방한용 모자를 벗어 손에 쥐며 그녀는 상대를 향해 말했다.

“오늘부터 이 집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계절에 맞지 않는 하얀 입김이 그녀가 말을 하는 동안 조금씩 새어나왔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큰 나리로부터 새로 일할 사람이 오게 되었다는 얘길 이미 들은 터라 별로 놀라지 않은 얼굴로 메이드장인 마리 포사가 눈앞에 서 있는 아직 소녀 같은 그녀를 보며 눈썹 옆을 한 번 긁적였다.

“들어 와요.”

그녀가 문 옆으로 비켜서자 벨을 누르느라 바닥에 내려 놨던 짐가방을 다시 들어 올리며 리체는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의 넓은 거실은 아직 불도 켜 있지 않고 어두웠다. 그나마 어디서 새어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의지해 두 사람은 조용한 복도를 걸어갔다. 머리 위로 나 있는 2층 계단 아래를 지나 두껍게 깔린 카펫 위를 걸으며 리체는 집의 규모가 예상보다는 크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리어스 가는 베르하임에서 알아주는 부자라고 들었다. 그래서 여느 귀족 저택처럼 화려하고 치장된 저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집이란 생각이 들자 그나마 좀 안심이 됐다.

“이 새벽에 혼자 걸어 온 거야?”

한 걸음 앞에서 걸어가고 있던 마리 포사가 돌아보지도 않고 물었다.

“아뇨. 길 아래까진 마차로...”

“다음부턴 집 앞까지 타고 와요.”

조심스럽게 대꾸하자 무뚝뚝하게 마리 포사가 말을 이었다.

“여자 혼자 위험하게 그러지 말고.”

염려를 표하며 계단 뒤로 돌아 따로 작게 나 있는 복도를 걸어가다 그녀가 그 끝에서 멈추자 따라오던 리체 역시 자리에 섰다.

“짐부터 풀어야겠으니 일단 고용인 숙소로 갈까?”

작은 문을 밀자 삐그덕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을 잡은 채 들어가라는 듯 마리 포샤가 옆으로 비켜 섰다. 리체는 그녀가 닫히지 않게 붙잡고 있는 작은 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고용인은 모두 열 두 명이야.”

문을 빠져 나오자 본관에서 나와 저택 뒤로 이어진 작은 정원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마리 포사는 말을 이었다.

“저택이 그리 크지 않아서. 다들 별채에서 지내고 있고. 아, 작다고 우습게보면 안돼요. 겉치레를 싫어해서 그렇지 리어스 가는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유지니까.”

“네.”

그녀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며 리체는 대답했다.


정원은 저택 뒤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잘 손질된 나무와 담장에 예쁘게 피어 있는 장미들을 보며 리체는 함부로 부딪치지 않게 주의했다. 잘 가꿔진 정원을 갖는 건 웬만한 귀족가에서는 큰 자랑거리다. 그 점은 이 저택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아.. 가는 김에 인사나 할까?”

마침 정원에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그녀는 정원 중간에서 나무를 손질하고 있는 남자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봐 한스."

모자를 눌러 쓴 반백의 노인이 가위로 나무가지를 잘라내며 대꾸했다.

“왜?”

“사람이 불렀으면 최소한 쳐다는 봐야할 거 아냐.”

돌아보지도 않고 무심히 대꾸하는 소리에 퉁명스럽게 말하며 그녀는 리체를 소개했다.

“이번에 새로 온 고용인이야. 필요할 일 있을지 모르니 서로 얼굴이나 알아 둬.”

그제야 남자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자 리체는 그를 향해 서둘러 인사를 했다.

“리체 레르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다지 볼 일은 없을 거라는 듯 흥미 없는 얼굴로 남자가 그녀를 향해 한 손을 반 쯤 드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저 인간..”

미간을 찡그리며 들리지 않게 마리 포사가 중얼거렸다.

“한스 보와이어. 이 집 정원사야.”

그를 대신해 그녀가 리체에게 말했다.

“정원 손질은 새벽부터 시작해서 오전에 끝내고 점심 먹고 바로 퇴근하는 인간이니 굳이 신경 쓸 거 없어.”

그 말에 그냥 살짝 미소지어 보이는 그녀를 그제야 마리 포사가 흘깃 한 번 보았다.

“단발 어울리네.”

그녀의 머리를 보며 무심히 그녀가 말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 유행이라더니 그래서 자른 거야?”

리체는 목 근처에서 찰랑이고 있는 부드러운 머리칼을 손으로 한 번 잡고는 쑥쓰러운 듯 말했다.

“일할 때 신경 쓰일까봐요.”

“흥. 누가 들으면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줄 알겠네.”

머쓱한 얼굴로 리체가 다시 조금 미소를 지었다.

“여기야.”

별채에 도착하자 열쇠로 문을 따고 마리 포사가 안으로 들어섰다. 고용인들은 전부 일어나서 일하는 중이니 문은 열쇠로 잠가 놓은 듯 했다.

“방은 2층 두 번째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들어서며 그녀는 말했다.

“더 어린 하인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집에 가장 늦게 들어 왔으니 막내 일 담당하게 되더라도 마음 상해 말아.”

“네.”

대답은 넙죽 넙죽 잘한다고 생각하며 옆 눈으로 힐끔 리체를 보다가 마리 포사는 2층 두 번 째 방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문을 열고 그녀가 옆으로 비켜 서자 가방을 들고 조심스럽게 리체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한쪽에 가방을 내려 놓자 마리 포사가 문 옆에서 다시 말했다.

“가방만 내려놓고 짐은 좀 있다 풀어야 할 거야.”

“네.”

방안은 작은 침대 하나와 침대 옆에 2단으로 된 나무 선반 하나가 다로 그녀가 두어 걸음 걸어가자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작았다.

“둘이 쓰는 방은 전부 차서. 작지만 독방이니까.”

말해주지 않아도 토를 달 입장은 아닌데 일일이 설명해주는 소리에 리체는 미소를 지었다. 말투는 무뚝뚝했지만 친절한 부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옷 갈아 입고 다시 나와요.”

문을 반쯤 닫으며 마리 포사는 다시 말했다.

“짐은 이따 시간 날 때 정리하고.”

“네.”

리체가 대답하자 문이 완전히 닫혔다. 리체는 침대위에 단정히 개어 놓여 있는 메이드 복을 내려다 보았다. 두꺼운 겉옷을 벗어 침대 옆에 내려 놓으며 그녀는 메이드복을 들어 올렸다.


마리 포사가 기다릴까봐 서둘러 갈아 입고 나오는 통에 정리가 부족한 옷 매무새를 매만지며 리체가 밖으로 나오자 마리 포사가 양 팔을 팔짱낀 채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압력을 가하려는 건 아니지만 등을 꼿꼿이 편 채 굳은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 그녀를 보면 이 집에서는 누구라도 서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갈까?”

그러나 전혀 보채려는 의도가 없는 그녀는 밖으로 나온 리체를 보고는 곧 복도 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리체도 그녀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안개의저쪽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 1부. 코헨 리어스 저택 이야기(3) 13.08.11 341 3 9쪽
3 1부. 코헨 리어스 저택 이야기(2) 13.07.25 305 4 6쪽
» 1부. 코헨 리어스 저택 이야기(1) 13.07.25 360 7 9쪽
1 프롤로그 - 1861년~1902년 사이 어딘가 13.07.20 562 13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